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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여, 헤쳐모여!

작자 미상 『참전하거라! 네 임무이니까 (Go! It`s your duty lad. Join to-day)』 1915년, 컬러리토그라피, 101 x 127,1 cm 인쇄: David Allen & Sons Ltd., Harrow/Middlesex, Library of Congress, Washington D.C.
작자 미상 『참전하거라! 네 임무란다. (Go! It`s your duty lad. Join to-day)』 1915년, 컬러리토그라피, 101 x 127,1 cm 인쇄: David Allen & Sons Ltd., Harrow/Middlesex, Library of Congress, Washington D.C.

전쟁을 위한 프로파간다 1914-1918년

WAR AND PROPAGANDA 14/18

바로 지난 6월 6일. 우리나라에서는 현충일 국가공휴일이었지만 서방세계에서는 올 2014년 디-데이 결행일 (D-Day) 70주년을 맞아 G-20 소속 각나라 국가 대표들이 모여 특별 기념행사를 가지며 역사속으로 저물어간 제2차 세계대전을 기렸다. 디-데이는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이 프랑스 서북부 노르망디 해안에서 비상상륙작전을 단행해 연합군이 추축군을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특수군사행동이 단행된 날이었는데, 오늘날 이 날은 과거 승자와 패자가 한데 모여 정치정책을 조율점검하는 외교행사가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시 영국은 독일군이 벨기에 아기에게 총검을 들이댄다는 이야기를 꾸며냈다. 적에 대한 적대감을 불지피는 증오심을 일부러 자아낼 수 있는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

루시안 베르하르트(Lucian Bernhard) 『전쟁은 평화로의 길 - 이것이 적들도 원하는 것(Das ist der Weg zum Frieden – die Feinde wollen es so)』1917년9월 발행 제7쇄 전시 국채. Museum für Kunst und Gewerbe Hamburg
루시안 베르하르트(Lucian Bernhard) 『전쟁은 평화로의 길 – 이것이 적들도 원하는 것(Das ist der Weg zum Frieden – die Feinde wollen es so)』1917년9월 발행 제7쇄 전시 국채. Museum für Kunst und Gewerbe Hamburg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하게 올해 2014년은 20세기를 뒤바꾼 바로 그 ‘엄청난 전쟁 (The Great War)’ 즉, 세계 제1차 대전이 발발한지 100년이 되는 해다. 미술계에서도 이 역사적 사실이 반영되고 있는데, 특히 올해에는 제1차 세계대전은 물론 전쟁 일반을 주제로 삼거나 양차대전기 미술을 다룬 시대 반영적인 전시회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양차 대전을 먼저 선포하고 결국 패망으로 마감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경우, 전쟁의 광기, 부조리, 잔혹을 잊지말고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올초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이코노믹 포럼에서 현 일본 수상인 신조 아베는 “오늘날 전세계 정황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과 매우 흡사하다” 고 말했다. 실제로 100년전과 오늘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면에서 매우 유사한 모습을 띄고 있다. 또 보다 과거로 거슬러올라가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대륙권 유럽의 여러 황실과 왕국들의 형편은 고대 로마가 지나친 식민영토 확장과 글로벌화 끝에 비대해진 제 체중을 못이기고 무너졌던 모양새와도 견줄만하다.

산업혁명과 대량생산체제와 해외식민지에 시장 개척에 훨씬 앞섰던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서 대륙권 유럽은 귀족들이 지배하던 절대주의 체제가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합스부르크 황실의 오스트로-헝거리 제국은 북이탈리아, 중동부 유럽, 발칸지역을 포함한 식민지역에서 툭하면 불거졌던 독립운동 봉기를 억누르느라 정신이 없었고,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가의 짜르체제는 지도력의 무능력함 때문에 늘 농민혁명 위기에 놓여 있었으며, 저편 동쪽 오리엔트의 터어키 오토만 제국은 러시아의 짜르가 ‘유럽 대륙의 환자 (the sick man of Europe)’라는 별명으로 불렀을 정도로 6백년 세월 동안 부패와 빈곤을 앓고 있었다.

전쟁에서 제일 첫 희생자는 진실이다. (In war, truth is the first casualty.) – 아이스킬로스 고대 그리스 비극작가 (Aeschylus)

윱 비에르츠(Jupp Wiertz) 『여인과 소녀들이여? 머리카락을 모아오세요! (Frauen und Mädchen! Sammelt Frauenhaar!)』 1918년 오프셋인쇄, 72 x 47,5 cm 인쇄소: A. Wohlfeld, Magdeburg. Museum für Kunst und Gewerbe Hamburg
전쟁중 천연재료가 부족했던 독일에서는 벨트전동 장치 생산에 쓸 여성 머리카락을 잘라 기증해 달라고 독려했다. 윱 비에르츠(Jupp Wiertz) 『여인과 소녀들이여! 머리카락을 모아오세요! (Frauen und Mädchen! Sammelt Frauenhaar!)』 1918년 오프셋인쇄, 72 x 47,5 cm 인쇄소: A. Wohlfeld, Magdeburg. Museum für Kunst und Gewerbe Hamburg

그러나 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는가에 대한 이유는 오늘날까지도 역사학자들 사이에 여간해서 합의되지 못한채 분분하다. 역사애호가가 보기에도 제1차 세계대전이 왜 일어났으며 이 전쟁의 정당성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도통 모호하다. 물론 역사교과서들은 오스트로-헝거리 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가 보스니아 사라예보 방문중 극우파 단원 가블릴로 프린칩에 의해 암살당한 사건을 계기로 오스트로-헝거리 황제 프란츠 요제프 2세가 전쟁선포를 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미 입헌군주제에 기반한 근대식 민주주의로의 순탄한 체제정비를 준비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을 극구 원치않았던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별안간 독일과 손잡고 전쟁을 선포한 진짜 동기가 무엇이었을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프로파간다는 친근감 보다는 혐오감을 조장하는데 훨씬 더 성공적이다. – 버트랜드 러셀 (Bertrand Russell)

과거 20세기 영미권 역사학자들은 1차 세계대전의 원인으로써 독일국민들 깊이 내재해있는 ‘세계정복욕구’라는 집단적 국민성을 비난해 왔었다. 그러나 오늘날 학자들의 견해들은 다양해져서 독일로 모조리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보다는 오스트리아와 주변 발칸국들간 외교적 의사소통 실수, 러시아의 군사지리적 견제, 독일의 벨기에 침공에 대해 과잉 군사대응한 영국의 실수 등을 가능성으로 내세우고 있는 추세다.

그렇지 않아도 제2차 세계대전 패망과 나치의 만행 끝에 국제적 비난과 민족적 죄책감에 시달려온 독일인들은 어쩌면 그같은 새로운 역사적 해석을 스스로도 반기고 싶을테다. 아니나 다를까. 그같은 가능성을 시사하는 전시가 독일 함부르크의 디자인 박물관 (Museum für Kunst und Gewerbe Hamburg)에서 『제1차 세계대전의 전쟁 프로파간다 (War and Propaganda 14/18)』전(6월20일-11월2일까지)이 열린다. 언어와 이미지를 활용해 무고한 인류를 전투심으로 들끓게 조장하여 전쟁통으로 끌어들여 고귀한 생명을 희생하는 전쟁은 부도덕하다고 암시한다.

진실이 그토록 중요한 전쟁시야말로 진실을 거짓말로 호위해야 할 때다. – 윈스턴 처칠

어린이용 역사교육게임 "악인 7명" (Geschicklichkeitsspiel „Die Böse 7“ W&S, Berlin, 1914년경, 카드보드, Pappe, 점토구슬, 리토그라프, 13,2 x 10,3 x 1,7 cm. Altonaer Museum, Hamburg
어린이를 위한 전쟁사 교육 보드게임 “악인 7명” (Geschicklichkeitsspiel „Die Böse 7“ W&S, Berlin, 1914년경, 카드보드, 점토구슬, 리토그라프, 13,2 x 10,3 x 1,7 cm. Altonaer Museum, Hamburg

이 전시는 유독 제1차 세계대전 동안 활용되었던 전쟁 선동용 광고와 시각문화를 되돌아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인류 역사상 전세계 35개국을 동원시킬 정도로 글로벌적 규모로 가장 처참하고 무자비했던 전쟁으로 기록되어 있는 이 제1차 세계대전이 특히 높이 성취한 분야는 바로 대중을 상대로 한 세련된 전쟁 선동 전략.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 캠페인은 전세계를 총체적 광란의 폭력과 살상의 지옥으로 끌어들이는데 결정적인 몫을 했고, 이후 제2차 세계대전시 한층 더 세련된 형태로 나치의 문화전략에  활용되었으며, 더 나아가 오늘날까지 광고, 마케팅, 대중문화이론 분야에까지도 의미심장한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저주를 받을 지언정 난 감히 말하건대 이 전쟁이 너무 재미있다네. 매순간 수천수만 명이 다치고 죽어나간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전쟁의 매순간이 나는 너무 좋다구.”라고 제2차 대전중 영국을 이끌던 윈스턴 처칠 수상이 친구에게 보낸 한 개인 편지에서도 썼듯 결국 전쟁이란 스스로 전장에 나가 몸부딛혀 싸우지 않아도 되는 자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스펙터클이자 한 편의 승부게임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베트남전을 이끌었던 미국의 장성 윌리엄 웨스트모어랜드는 말했다 – “군대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다. 전쟁은 정치가들이 시작한다.”고.

『제1차 세계대전의 전쟁 프로파간다 (War and Propaganda 14/18)』전은 6월20일부터 11월2일까지 독일 함부르크의 디자인 박물관 (Museum für Kunst und Gewerbe Hamburg)에서 전시된다. Images courtesy: MKG Hamburg.

※ 맨 위 이미지 설명: 작자 미상의 군입대를 권유하는 프로파간다 포스터『전쟁에 참전하거라! 네 임무란다. 오늘 입대하거라. (Go! It`s your duty lad. Join to-day.)』 1915년, 컬러리토그라피, 101 x 127,1 cm 인쇄: David Allen & Sons Ltd., Harrow/Middlesex Library of Congress, Washington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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