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미술 속의 원숭이 [2016년 병신년을 맞아서]

Monkeys in Art

Frans Francken and David Teniers, The Interior of a Picture Gallery, c. 1615-50 Oil on panel Courtauld Institute, London
Frans Francken and David Teniers, The Interior of a Picture Gallery, c. 1615-50, Oil on panel. Courtauld Institute, London.

서양 고전 미술 속의 원숭이는 사슬에 묶여있거나 목이 매여있는 형상으로 즐겨 그려졌었다. 자유로운 상태의 원숭이란 날랜 몸놀림을 이용해 나무줄기를 타고 재빠르게 오가며 재빠른 손재간을 이용해 아무것이나 채가고 훔치는데 능한 교활한 동물이다.

해서 과거 인간은 원숭이를 감각적 세계와 세속적인 유혹의 올가미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 혹은 성경 속의 인간의 원죄를 상징했다. 원숭이는 그래서 흔히 손에 사과를 몰래 훔쳐 손에 쥐고 있는 형상으로 그려져서 신의 은총을 잃고 타락한 인간 아담과 이브를 표상했다.

자연과학과 계몽주의가 발달하며 인간의 사고가 합리주의로 전향하기 시작한 유럽의 17세기와 18세기가 되자 원숭이는 올가미에 묶여 노예가 된 원죄의 심볼로 비춰지는 것으로부터 해방되었지만, 그 대신 어리석고 우매한 온갖 인간의 행위를 넌지시 가리키며 조롱하는데 이용되었다. 19세기 이후 원숭이는 다시금 인간 세상의 종속으로 벗어나 다시 자연 상태로 돌아가 자치적이고 위엄있는 존재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그림 설명 그림 아래 중앙에서 오른쪽, 쇠공에 연결된 사슬에 묶인 원숭이는 손에 사과를 쥐고 있다. 값지고 진귀한 미술품이 그득한 이 화랑 공간에 원숭이라니! 화랑은 분명 민첩교활한 원숭이가 있을 공간이 아닌데 왜 화가들은 17세기 바로크 그림 속에 원숭이를 그려 넣었을까? 이 그림이 그려진 때는 카톨릭령이던 벨기에서 루터란교가 종교개혁 혁명을 일으켰던 격동기.

이때 프로테스탄스 신교도들은 우상숭배라며 카톨릭교 하에 창조된 온갖 미술작품들을 대대적으로 파괴해 소중한 문화유산을 파괴했다. 이 그림을 통해서 프란켄과 테니어스 두 화가는 화랑 안의 원숭이를 통해서 화랑공간이란 아름다운 미술문화를 보존하고 향유하는 공간이며 이념을 내세워 인간의 문화활동과 예술품을 파괴하는 것은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인간의 어리석음의 소치임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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