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문화 디자인의 창시자 레이먼드 로위의 디자인

EXHIBITION REVIEW

딜럭스 코카콜라 디스펜서 장치. 제2차대전중에 디자인 개발되어 전후 1947년부터 본격 출시되었다.

『추한 것은 팔리지 않는다 (Never Leave Well Enough Alone)』 – 20세기 중엽 미국 산업 디자인계의 수퍼스타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가 쓴 자서전의 독일어판 제목(Hässlichkeit verkauft sich schlecht)이다.

잘된 디자인은 천편일률적으로 제조된 대량 생산품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고 보기좋게 포장해서 소비자들의 구매충동을 자극해 매출증가에 기여한다.

오늘날 상식처럼 되버린 그같은 원칙을 제일 먼저 제창하여 기업 이윤 획득으로 연결시킨 장본인은 바로 레이먼드 로위였다. 그런 점에서 그는 초기 디자인 마케팅의 선구자이기도 한 셈이다.

작년[2002년] 10월부터 미국 델라웨어주에 자리한 해글리 미술관(Hagley Museum and Library)에서는 레이먼드 로위의 디자인 세계를 조명해 보는 종합전 『레이먼드 로위-소비문화를 위한 디자인』을 개최해 본래 올 1월로 계획했던 전시 폐막일을 올 여름 8월까지 연장할 정도로 성황리에 전시중에 있다. 이 전시에는 지금도 미국인들의 일상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디자인 아이콘들이 관객들에게 친숙감을 안겨주고 있다.

레이먼드 로위가 디자인한 럭키 스트라이크 흰색 담배갑 패키징 디자인. 1942년 출시.

전설적인 셸(Shell) 석유회사 로고를 비롯해서 로위가 디자인한 미국 우체국(United States Postal Service) 로고, 럭키 스트라이크(Lucky Strike) 담배갑 패키징, 코카콜라(Coca Cola) 디스펜서기, 스테인레스 금속재와 우아한 유선형의 각종 주방 용품이나 열차 디자인 등은 특히 1950년대 이후에 낳아 성장한 미국의 전후 세대 성인들에게 풍요와 희망의 상징이 되어 각인되었다.

현대 후기산업사회 속의 문화 현상을 분석하는 최근 학계에서는 소비주의 문화(consumer culture)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연구가 최근들어 주목받고 있는 추세에 있다. 소비주의 문화를 재촉시키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디자인을 비즈니스의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 요소로 적극 활용하는 마케팅적 접근방식일테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제품의 질이 대체로 균등화되버린 요즘, 디자인은 제품에 독특한 이미지를 부여하고  타제품들과 차별화하는 것으로써 제품의 매출신장에 기여한다. 로위가 이미 50-60년에 그처럼  디자인을 비즈니스 전략으로 적극 응용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학계에서는 그의 업적을 다소 가치절하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레이머드 로위의 위상을 현대 디자인사에 비춰 재점검해 보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레이먼드 로위가 유난히 디자인을 비즈니스와 성공적으로 접합시키게 되기까지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출발한 그의 초기 경력이 크게 좌우했던 듯하다. 프랑스 태생인 그는 파리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제1차대전을 계기로 미국 뉴욕으로 이민가 메이시 백화점 쇼윈도 장식 디자이너와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생계를 유지했다.

운좋게도 그는 먼저 이민 온 형의 도움으로 당시 뉴욕 경제를 움직이던 대기업 소유주들과 경영자들과 친분을 맺었고 나아가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따 내는데에 막대한 도움을 받았다. 제1차 대전 이후 경제 재건기라는 시운과 대형 클라이언트들이 기라성처럼 모여있는 뉴욕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로위가 스타 디자이너로 떠오르는데 더할나위없이 효과적인 시너지 역할을 했음은 그의 자서전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기업계에 미친 그의 영향력은 이미 1934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흑백 리놀리움과 금속재 인테리어 조명 및 가구를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로위의 디자인 사무실과 그의 디자인 작품들을 전시해 ‚미국 산업디자인의 선도자’로 칭송하기도 했다. 1947년 『타임』지가 로위를 표지인물로 선정, 미국 기업계에 끼치는 그의 영향력이 높이 평가받았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가 2차 대전 직후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일상 가정용품과 패키징 디자인. 이 당시는 그는 식탁용품, 라디오,텔레비젼, 면도기에서부터 우표, 도자기, 카페트 직물이나 벽지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과 관련된 제품들을 두루 디자인했다. 그중에서도 시어스 로벅 앤 컴퍼니(Sears Roebuck & Co.) 백화점을 위한 콜드스폿(Coldspot) 냉장고(1934년), 럭키 스트라이크 담배갑 패키징(1940년), 펜실바니아 철도 열차(1947년), 돌 코카콜라 디스펜서 장치(1948년경) 등은 전에 미국에서 보지 못한 매끄럽고 산뜻한 디자인으로 매출 시장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둔 예들이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회색 그레이하운드 버스사의 로고와 이미지도 그가 1935년부터 이 회사의 디자인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구축해 놓은 것들이다. 로위의 후기 프로젝트들로 꼽히는 나사 스카이랩(NASA Skylab) 인테리어 디자인은 1967-72년 동안의 작업으로 로위가 평생 작업중 가장 자랑스럽게 여긴 결과물로 알려져 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1895년)“고 한 루이스 설리반(Louis Sullivan)의 선언이 본래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20세기 모더니즘 계열 디자이너들의 전용구가 되어 기능주의 디자인의 맥을 이어왔다.『있는대로 내버려두지 말라(Never Leave Well Enough Alone)』- 우리 속담으로  각색해 표현하자면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로위의 자서전 영문판의 제목은 이렇게 당부한다. 로위 특유의 매끈날렵한 유선형(streamline style) 금속재 가정용품이나 열차 및 자동차 디자인을 보고 그를 기능주의 디자이너라고 판단하는 것은 오해이다.

직접 디자인한 펜실바니아 철도용 열차 S-1 기관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레이먼드 로위.

로위에게 디자인이란 기능성의 외면화도 기능주의 철학의 반영도 아닌 오로지 보기좋은 포장이라고 여겨졌다. 흔히 그 유명한 1961년 출시한 스튜드베이커 아반티(Studebaker Avanti) 자동차 디자인이라든가 연필깍이(1934년), 펜실바니아 철도 기차 디자인(1936년)이 지닌 우아한 곡선은 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한다든가 연필을 보다 잘  뾰족하고 반듯하게 깍이도록 하는 기능적인 측면과는 사실상 그다지 상관이 없었다.

„디자인의 목표는 잘 팔리는 것“이라고 그는 생전 한점 부끄러움없이 디자인의 비즈니스성을 주장했다. 그는 매년마다 신제품 모델을 시장에 소개해 소비자들이 새 물건을 사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드는 제품 유행제를 최초로 도입했으며, PR부서를 적극 활용해 제품 및 기업 홍보활동을 널리 일반화하는데 기여한 홍보가로서도 이름을 드날렸다.

매끈하고 빤짝이는 크롬 금속과 감각적인 유선형으로 단장한 그의 디자인 제품들은 갓 세계대전을 벗어나 경제 부활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짊어진 기업들과 일반 소비자들에게 현대사회의 역동감, 스피드, 부와 안락이라는 희망과 환상을 심어주는데 기여했던 것이다. 대중 소비주의 문화가 확립되어 비판적인 연구와 조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요즘, 레이먼드 로위의 디자인 세계는 오늘날 우리의 피부와 뼈 속에 깊이 밖힌 소비병을 진단해 보는데 중요한 단초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제목: 레이먼드 로위-소비문화를 위한 디자인| 전시장소: 델라웨어 해글리 미술관(Hagley Museum and Library) |전시기간 : 2003년 8월3일까지.

* 이 글은 본래 월간『디자인』 2003년 4월호에 실렸던 글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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