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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스카르파의 유리 공예

VENETIAN GLASS BY CARLO SCARPA: THE VENINI COMPANY, 1932-1947 at the 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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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igati e tessuti glass vases and bowl_Scarpa_300« Rigati e tessuti glass vases and bowl ca. 1938–1940 Private collection/Private collection/Chiara and Francesco Carraro Collection, Venice; European Collection.

전설적인 이탈리아 근대 건축가 카를로 스카르파(베네치아, 1906-1978). 같은 고향 청년이자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디 벨레 아르티(Accademia di Belle Arti)에서 건축을 공부한 스카르파를 일찍부터 알고 있던 유리공방 창업가 겸 주인이던 파올로 베니니(Paolo Venini)는 갓 스무네살 난 젊은 건축가 카를로 스카르파와 만나 자신의 유리공방의 예술컨설턴트로 일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 후 이 창조적 파트너십은 12년 동안 이어졌고, 스카르파는 전통 유리 공예 기술과 스타일을 전격 근대화시키며 무려 300점의 절묘하고 아름다운 유리 공예품을 만들어냈다.

이탈리아의 건축가들의 경우 흔히 그러하듯, 젊은 유망주 건축가 스카르파는 대학 스승 귀도 치릴리(Guido Cirilli) 밑에서 조교로서 강의하면서 지역 건축물 보수개조 프로젝트 일을 주업으로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건축일 외에 또다른 숨은 열정이 가슴 깊이 숨쉬고 있었는데, 유리 디자인이 바로 그것이었다.

2. Mezza filigrana group image_Scarpa_400» Green mezza filigrana glass bowl of ovoid section, 1934, Private collection/Large sky-blue mezza filigrana glass vase on blown-glass foot, 1934, Private collection/Green ovoid mezza filigrana glass vase, 1934–36, The Olnick Spanu Collection, New York.

일찍이 스무살 나이에 건축 공부를 하면서 스카르파는 M.V.M. 카펠린(M.V.M. Capellin) 유리공방에서 6년 간 일했지만 안타깝게도 부도로 이 공방은 문을 닫았다. 하지만 1932년부터 베니니 유리공방에서 작업하게 시작하면서 카르파는 그동안 다져온 한결 혁신적인 유리불기 기술과 색채기법을 한껏 꽃피우는 전기를 맞이했다. 수 백년 베네치아 무라노 섬은 이제 20세기 초 유리디자인 기술혁신의 중심지로 그 위력을 떨치기에 이르렀다.

카를로 스카르파가 개척한 가장 대표적인 양식의 하나로 꼽히는 볼리치네 (Bollicine) 작품 시리즈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처음 소개되었을 당시 1934년, 유리공예 세계서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기술로 비평가들을 놀라게 했다. 이어서 밀라노 트리엔날레와 다음회 베니스 비엔날레서 다시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이며 ‘모더니즘 아방가르드의 최점단 제작품’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의 볼리치네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메짜 필리그라나 (Mezza filigrana)는 가능한한 유리를 두께를 극도로 얇게 불어 만들고 공기 방울이 유리 안에 사로잡히도록 제작하는 기법을 써서 제품의 무게가 극도로 가볍고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하고 섬세하다.

4. Truncated cone-shaped glass vase of murrine romane_Scarpa_300그런가하면 카를로 스카르파는 이탈리아인 답게 과거 고대 로마시대의 모자이크 유리 공예에서 영감을 되찾아 근대적인 감각으로 유리 제품의 실루엣와 패턴에 색다른 생명을 불어넣었다.

« Truncated cone-shaped glass vase of murrine romane technique
ca. 1936. Private collection.

1936년에 베니니 공방에서 생산된 무리네 로마네 (Murrine romane) 시리즈는 작은 타일들을 오밀조밀 모아 붙이는 고대 로마식 전통을 근대적으로 해석했고, 이어서 1940년대에 소개된 무리네 오파케 (Murrine opache) 시리즈에서는 중국 도자기의 외양에서 영감받아 불투명한  표면 효과를 연출해 내어 유리가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질감성을 실험했다.

유리 공예가 요하는 매우 치밀한 기법, 유리공이 갖춰야 할 고도의 숙련도, 근대적 사물을 향한 앞선 비젼이 두루 결합되어 탄생한 스카르파와 베니니 유리공방의 협력은 오늘날 유리예술 컬렉터들과 유명 박물관에서 보관되어 있다. 특히 베네치아 유리공예품을 대거 소장하고 있는 레 스탄제 델 베트로 박물관 (Le Stanze del Vetro)에서 특별 대여해와 [2014년] 3월2일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대중에게 전시될 이번 『카를로 스카르파 유리 공예 (Venetian Glass by Carlo Scarpa: The Venini Company, 1932-1947)』은 유리공예 최고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일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소중한 기회다.

전시기간: 2013.11.5-2014.3.2
전시장소: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로버트 레만 관, 갤러리 964-965

 

봄베이 사파이어가 유혹하는 푸른 유리방

THE BOMBAY SAPPHIRE BLUE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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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봄베이 사파이어 유리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거뭐진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폴 카크세지의 설치물 「사파이어 & 토닉 (Sapphire & Tonic)」

사파이어 보석을 연상시키는 투명하고 신비로운 푸른 유리병 패키징으로 잘 알려져 있는 양주 브랜드 봄베이 사파이어 (Bombay Sapphire®). 우리나라에서도 칵테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능히 한 두 번쯤은 보고 듣고 맛보았을 만큼 어지간히 잘 알려져 있는 봄베이 사파이어는 영국에서 생산되어 전세계로 수출되는 100% 스코틀란드산 진(gin)을 주성분으로 한 증류주(酒)로 마르티니 칵테일을 만드는데 즐겨 쓰인다.

압솔룻 (Absolut) 보드카 주, 핀란디아 (Finlandia) 보드카 주, 사진 광고 캠페인으로 유명한 바카르디-마르티니 (Bacardi) 럼 주 등과 나란히 전세계 대량생산 주류 브랜드 시장을 압도해 오는 동안 봄베이 사파이어는 진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블러디메어리나 메트로폴리탄 같은 보드카 성분을 위주로 하는 칵테일의 맛까지 한결 증강시켜 주는 데에도 안성마춤인 칵테일 바의 필수 아이템이자 진열용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진이라는 매우 전통적인 주류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사각형 모양의 청색 병 패키징 덕분에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디자인 감각에 성공적으로 호소하고 있는 봄베이 사파이어는 유리 디자인 분야에 적극 투자하기 위해서 이미 2001년 부터 론 아라드 (Ron Arad), 니콜 파리 (Nicole Farhi), 톰 딕슨 (Tom Dixon), 마크 뉴슨(Marc Newson) 등을 위원회로 참석시키는 디자인 재단를 운영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는 봄베이 사파이어 유리 디자인 공모전을 공식 개최하여 신진 유리 디자이너 발굴에도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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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우드먼 (Rachael Woodman) 디자인의 「파수꾼들 (Watchmen)」

덕분에 유리 제품 애호가들과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은 푸르른 봄베이 사파이어의 병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유리 디자인 제품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2004년]로 3번째를 맞은 봄베이 사파이어 유리 디자인 공모전에서는 전세계에서 모여든 국제급 중견 디자이너들이 출품한 환상적인 유리 제품들이 본선에 올라서 1등을 차지하기 위한 각축을 벌였다.

당선작 결정을 앞둔채 건축가 겸 디자인 예술가 론 아라드, 대니 레인 (Danny Lane), 네덜란드 출신의 토르트 보온체 (Tord Boontje), 뉴질랜드 출신의 앤 로빈슨 (Anne Robinson), 호주의 스톳 체이즐링 (Scott Chaseling), 그리고 2003년의 대상 수상자인 폴 카크세지 (Paul Cocksedge)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전시가 호주 시드니에 있는 파워하우스 과학+디자인 박물관 (Powerhouse Museum)에서 열린다.

이제 마르티니로 섞어 만든 칵테일을 아름다운 봄베이 사파이어 유리 디자인 제품과 곁들여 즐겨 봄은 어떨까.

All images are part of The Bombay Sapphire Blue Room & Martini Cocktail Culture exhibition at the Powerhouse Museum.

※ 이 글은 본래 LG 인테리어 사보『공간사랑』 지 2004년12월호 글로벌 디자인 뉴스 컬럼에 실렸던 글임을 밝혀둡니다.

유리 예술의 마술사 쟝-미셸 오토니엘의 유리 궁전

JEAN-MICHEL OTHONIEL’S CRYSTAL PALACE

Crystal Palace

카르티에 재단 현대미술관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에 전시된 오토니엘의 『크리스탈 궁전 (Crystal Palace)』전시 (2003년10월31일-2004년1월11일) 광경 © ADAGP Photo: Patrick Gries.

일찍이 2000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헤르마프로티테』라는 제목의 환상적인 유리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알려진 바 있는 유리 예술가 쟝-미셸 오토니엘 (Jean-Michel Othoniel, 1964*-현재).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40세 유리 예술가는 본래 80년대부터 유리 말고도 유황, 왁스, 인광 물질, 납 등을 주재료로 한 거대한 규모와 환상적인 모양새를 자랑하는 조각 작품을 주로 제작하는 조각가로 활동하다가 90년대부터 유리 작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theunicorn

마이애미 현대미술관에서 전시중인 《크리스탈 궁전》 전 중에서 전시중인 작품 『유니콘 (Unicorn)』Photo: Steven Brooke Studios.

오토니엘이 유리라는 재료에 처음 매료되기 시작한 때는 유리 공예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니스 근처에 자리해 있는 무라노 섬의 유리 공방 명인인 오스카 자네티 (Oscar Zanetti)를 알게 되면서부터.

오토니엘이 유리 공예의 스승뻘인 자네티로 부터 배운 중요한 기법은 바로 유리를 녹이고 공처럼 둥글린 다음 이리 저리 절단한 후 남는 흠집 자국에 또다시 유리 조각을 붙이고 떼서 연결된 장식성을 창조하는 것. 그래서 오토니엘의 유리 공예 작품들은 가지각색 모양을 한 유리 조각들을 줄줄이 연결하고 매달아서 만든 듯한 장신구 같다는 인상을 준다.

오토니엘은 다루기 조심스럽고 운반하는데 신경이 많이 쓰이는 섬세연약한 유리 공예품을 전세계 곳곳 전시장으로 순회하면서 전시하기를 좋아하는 변덕스러운 일면의 작가이기도 하다.

1996년 로마에 있는 르네상스기 귀족 가문인 메디치家의 한 궁전에서 가졌던 개인전에서는 자신이 제작한 초대형 유리 목걸이 모양의 설치물을 궁전 정원에 있는 대나무에 주렁주렁 달아 디스플레이했고, 이어서 1999년에 스페인 알함브라와 그라나다에서 차례로 열린 전시에서도 자연석, 나무 등과 같은 천연 배경물과 그의 발짝거리고 현란한 빛을 발하는 유리 공예품을 유기적으로 나란히 결합 전시하는 독특한 디스플레이 방식을 선보였다.

올초 파리 카르티에 재단 박물관에서 열린 『오토니엘의 크리스탈 궁전 (Crystal Palace)』 전시는 현재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시에 있는 현대 미술관으로 옮겨져 [2004년] 8월30일까지 계속되어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찬란한 유리 설치물이 우리 일상 공간에 던져줄 환상적인 광채와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이 글은 본래 LG 데코빌 발행 『공간사랑 』지 2004년 9월호에 실렸던 글을 다시 게재한 것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