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May 2003

외로울 땐 … 쇼핑하세요.

쇼핑은 산업이고 예술이고 인생이다.

Mickry 3, 『Tea service』2003, MAK Design Space Museum für angewandte Kunst, Wien, Austria

비엔나 베르크슈테테 운동의 대표적 건축가/디자이너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이 디자인한 은제 차 서비스 세트를 흉내내어 싸구려 제품으로 화해 재창조한 것이 재미있다. 비엔나 베르크슈테테 운동의 대표적 건축가/디자이너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이 디자인한 은제 차 서비스 세트를 흉내내어 싸구려 제품으로 패러디한 것이 재미있다. Mickry 3, 『Tea service』 2003, MAK Design Space Museum für angewandte Kunst, Wien, Austria

MICKRY 3 SUPERMARKET PROJECT 빨간 벽돌로 지어진 빈 응용미술 박물관 건물 오른켠 코너에 자리해 있던 서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MAK DESIGN SPACE라는 디자인 전문 전시장이 4월말부터 새로 들어섰다. 19-20세기 전환기 빈 모더니즘기의 공예 및 디자인품을 대거 소장하고 있는 이 박물관이 현대 디자인을 보다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전시 기획을 해 보려는 새로운 관심 방향과 의욕을 표명하는 제스쳐이기도 하다.

MAK DESIGN SPACE가 이 새 전시장에서 선보이게 될 현대 디자인 전시들은 예술, 디자인, 산업, 경제를 두루 아우르며 상호 보완하는 진흥제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국제 현대 디자인계에서 급속하게 번지고 있는 디자인 이론과 비평을 시시각각 따라잡고 대중에게 이해시키겠다는 교육적 목표까지 겨냥하고 있다.

이 전시장에서 펼쳐질 첫 전시는 스위스 출신의 젊은 세대 3인조 현대 미술가 미크리3인(Mickry 3)의 „수퍼마켓“ 프로젝트. 수퍼마켓은 현대 디자인 이론과 비평에서 소비주의와 연관되어 자주 언급되는 현대 특유의 공간 현상이자 백화점이나 쇼핑몰과 더불어 대중의 소비활동이 펼쳐지는 종합 소비 설비 공간이 된지 오래다. 채소, 과일, 생선, 고기 같은 신선한 식료품에서부터 천편일률적으로 대량생산된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손길이 느껴지기 어려운 차갑고 획일적인 상품들이 선반위에 진열된채 소비자들의 선택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미크리3인은 수퍼마켓의 바로 그같은 정서에 반항 겸 풍자의 비평을 가한다. 그들이 상정하고 있는 현대 사회 속의 수퍼마켓은 „신선한 식료품(Lebensmittel)“을 비롯해서 „고기류(Fleischvoegel)“, „디즈니-토끼(Disney-Kaninchen)“라는 작품 이름들처럼 식품 생필품만 파는 곳이 아니다. ‚새 애인이 필요하세요? 아니면 여동생이 갖고 싶으세요?’ – 현대 사회의 수퍼마켓은 성적 오르가즘을 제공하는 즉석 성욕 충족품인 „인스턴트 세트(Instant-set)“까지도 돈주고 살 수 있는 만능해결소로 묘사된다. 심지어 행복하지 못한 소비자들을 위해서 컵라면 처럼 물을 붓고 5분만 기다렸다가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즉석 행복믹스도 살 수 있다.

Mickry 3『Organshop』2001, M3 Supermarkt Installation view Kunstraum Walcheturm, Zurich, Switzerland

새 창자가 필요한가요? 새 콩팥으로 이식 수술할 때가 되었나요? 내장가게에서는 온갖 신체부위별 내장도 살 수 있다. Mickry 3『Organshop』 2001, M3 Supermarkt
Installation view Kunstraum Walcheturm, Zurich, Switzerland

크리스티나 판더, 도미니크 빈뉴, 니나 폰 마이스 3인의 여성으로 구성된 미크리3인의 수퍼마켓 프로젝트는 소비주의 문화와 대량생산된 소비품을 예술적인 개념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미술적 논평에 더 가깝다. 나아가서 그들이 영감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수퍼마켓이란 수많은 미술 작품이 난무하는 가운데 미술을 소비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부추기는 미술 시장 제도에 대한 풍자적 논평이기도 하다.

디자인과 소비주의 문화를 연결시켜 분석하는 디자인 비평 담론이 유난히 자주 언급되고 있어 오고 있는 요즘, 미크리 3인의 ‚수퍼마켓’ 프로젝트가 디자이너들에게 소비주의 이론에서 바라본 비판적인 안목과 시각적 영감을 환기시켜 줄 수 있길 바란다.『쇼핑은 산업인가 예술인가 – 미크리3 수퍼마켓』| 전시 장소 : 빈 응용미술 박물관 디자인 스페이스 (MAK DESIGN SPACE) | 전시 기간 : 4월 23일-5월 18일까지

* 이 글은 본래 월간 『디자인』2003년 4월호에 실렸던 글임을 다시 게재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