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에 사랑이 가득’ 마르크 샤갈

Love is in the Air – Marc Chagall at Arken Museum for Modern Art

“주변엔 온통 사랑이 가득하네, 어디를 둘러봐도, 사랑이 가득하네, 눈에 보이는 것 하나하나 귀에 들리는 것 하나하나까지..” – 1978년 댄스 뮤직 가수인 존 폴 영 (John Paul Young)은 “Love is in the Air”라는 곡으로 사랑이 대기를 온통 사로잡고 있다며 소리높여 흥겨워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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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에 있는 근현대 미술관 아르켄 (Arken Museum of Modern Art) 입구 모습. Photo: Lars Skaaning. Courtesy:Arken Museum of Modern Art, Denmark.

같은 주제를 내걸고 덴마크의 수도이자 항구도시 코펜하겐에 있는 근현대 미술관 아르켄 (Arken Museum of Modern Art)에서는 마르크 샤갈의 회화전을 [2005년] 10월 8일부터 내년 초 [2006년]인 1월15일까지 전시한다.

이번 전시 『샤갈- 사랑의 세계』는 환갑을 넘긴 샤갈의 손녀딸 메레 마이어 (Meret Meyer)가 전시 기획과 진행에 직접 관여해 가며 파리 퐁피두 센터, 니스 국립 도서자료실, 독일 한노버 스프렝겔 미술관, 모스코바 국립 트레챠코프 갤러리로부터 작품들을 대여해 와서 화재가 되고 있기도 하다.

작년 여름 우리나라의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색체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달고 대성황리에 전시된 샤갈 순회전시에서 확인된 것처럼 화가 샤갈의 미술 세계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져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단 미술 경매장에 등장했다 하면 예외없이 100억 달러 이상의 낙찰가격을 너끈히 이끌어 내는 미술 시장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도 하다.

올가을 10월부터 아르켄 근현대 미술관에서 열리는 『샤갈 – 사랑의 세계 (Chagall’s World of Love)』 展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게 될 메시지도 역시 사랑과 관용과 조화이다. 전세계 유명 미술관 소장품들과 개인 소장품들 180여점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전시에서 러시아 태생 유태인 화가이자 화폭의 시인 샤갈은 문화와 종교를 넘나드는 사랑과 행복이라는 보편적이고 황홀한 생의 환희를 화폭으로 옮긴 그의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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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거울 (Le Miroir) 』종이에 수채, 펜과 잉크, 구아슈, 10 5/8 by 8 1/8″, 화가의 서명 1911-1912년 경.

마르크 샤갈(1897년 태생-1985년 사망)은 88년이라는 짧지 않은 예술 생애를 사는 동안 조물주 하느님이 사랑으로 이 세계와 피조물들에 생을 불어 넣었다는 신념을 놓지 않았다.

옛 유태인 신비주의 교리에 이르기를 조물주는 커다란 배에 피조물들을 만들어 넣었는데 너무 많아서 그 배는 내부의 압력에 못이겨 터져 산산조각이 났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세상 모든 피조물들은 제아무리 하찮고 미세할지언정 고귀한 사랑을 품고 있다고 믿었다.

모든 피조물들 속에 내재한 사랑을 노래한 그의 정신 세계와 예술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분명 시적이고 마술적이다 못해 거룩하기까지 하다.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전세계 대도시들을 돌며 수많은 미술 관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관람열풍을 모았던 것도 바로 그의 시공을 초월하는 사랑과 환희의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인생이 그의 회화 세계가 묘사하고 있던 것처럼 모조리 사랑과 환희의 불꽃놀이 만은 아니었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 소속되어 있던 나라 벨라루스 (Belarus)의 비테브스트 (Vitebsk)라는 유태인 게토에서 출생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그리기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유태인 배경에서 태어나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샤갈은 기독교 성서 내용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즐겼는데, 딱하게도 땅 위와 하늘 아래 살아숨쉬는 것들을 그림으로 그리는 일은 우상숭배라며 미술을 배척했던 유태교 특유의 교리 때문에 샤갈은 그림그리기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 14살 나던 1911년에 파리로 이민을 떠났다. 제1차 세계 대전이 온 유럽을 뒤흔들자 샤갈은 전쟁을 피해 고향 비테브스크로 돌아와서 그의 천생연분인 벨라를 만나 결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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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보 (Der Spaziergang)』 1917/18년 작, Staatliches Russisches Museum, St. Petersburg © VBK, Wien, 2006.

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1924년에 다시 파리로 건너가지만 제2차 세계 대전과 나치군을 유태인 박해를 피해서 1941년에 다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지만 전쟁이 끝나고 난 후 1947년에 다시 프랑스로 건너와 남은 여생을 보내며 사랑 (love)과 생의 환희 (joie de vivre)를 노래하는 그림을 그렸다.

서구 근대 20세기의 격동의 세월에 못지않게 슬픔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샤갈의 미술 세계는 전세계 미술 관객들과 일반인들에게 문화, 종교, 세속적인 일상을 두루 관통하는 풍부한 시각 세계를 선사한다. 화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 비테브스크 유태인 게토의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비롯해서 성서의 구약과 신약의 이야기를 해석한 장면들, 신비로 가득한 서커스 곡예사와 음악가, 프랑스의 환상시인 겸 우화가인 쟝 드 라 퐁텐느 (Jean de la Fontaine)의 우화, 아라비안 나이트, 그리고 유태교 시나고그와 카톨릭 교회 장면들은 모두 샤갈의 붓끝을 통해서 사랑, 관용, 행복의 언어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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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켄 근현대 미술관 실내 전시홀 광경. Courtesy: Arken Museum of Modern Art, Denmark.

코펜하겐의 해변가에 커다란 배 한 척이 서 있는 듯한 해양풍 건축을 자랑하는 아르켄 근현대 미술관은 1996년 3월에 처음 개관한 이래 덴마크의 근현대 미술과 대형 해외 순회전을 전시로 올리는 시립 문화 공간이다.

방년 25세의 나이로 미술관 건축 공모전에서 당선된 쇠렌 로베르트 룬트 (Søren Robert Lund)가 해안에 자리잡고 있는 이 미술관 자리의 독특한 입지를 고려하여 미술관 건물 내외부를 쪼개 벌어진 한 척의 거대한 해양선이 바닷가에 펼쳐져 있는 듯한 독특한 건축 내러티브를 구축한다는 컨셉에 기초하여 설계되었다.

화강암 마감재와 난간을 이용해 선실 안을 거니는 듯한 감흥을 주도록 설계된 아르켄 미술관 로비에서 부터 18미터 길이로 펼쳐지는 아트 액시스 (Art Axis) 주요 전시 공간, 로비와 아트 엑시스를 연결하는 레드 액시스 (Red Axis) 붉은색 통로 전시 공간, 그리고 대형 선박의 버팀대를 연상시키는 뮤지움 카페에 이르기까지 아르켄 미술관 건축은 샤갈의 환상적인 미술 세계와 나란히 색다른 미술 감상 경험을 안겨주는 공간이다. 홈페이지 http://www.arken.dk/

글 text| 박진아 Jina Park 사진 제공 Photos | Arken Museum of Modern Art, Denmark 출처: 『노블레스』 2005년 10월호 114페이지. * 본 내용은 노블레스 지에 실린 편집된 내용과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