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벤더스의 낯설고 적막한 곳들

Wim Benders, Dinasaur and Family in California, 2005. © Wim Benders.

WIM WENDERS PLACES, STRANGE AND QUIET

나는 여행을 많이 하다보니, 또 정처없이 걸어다니면서 길 잃고 헤메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보기 드물고 묘한 장소에 도달하곤 한다. 나를 그런 곳으로 인도하는 레이더라도 있는양, 나는 언제나 낯설게 적막하거나 적막하게 낯선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 -빔 벤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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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 《야외 극장(Open-Air Screen)》 이탈리아 팔레르모, 2007년 © Wim Wenders.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도심 제1구역 중앙부에 자리한 전통적인 자일러슈테테 거리(Seilerstätte) 화랑가에 이어, 199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 초엽 급격히 새로 조성된 현대미술 화랑 클러스터 슐라이프뮐 거리(Schleifmühlgasse)가 현대미술 인사이더들 사이의 아지트 겸 트렌디 스폿으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새로 이주해 온 아티스트들의 아텔리에와 화랑들로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하면 어느새 아무리 구물이 되거나 버려진 도시 구석일지라도 부동산 지가가 오르고 주변 상업이 번창하는 새 트렌디 스폿으로 탈바꿈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피해 최근들어 젊은 예술인들과 기획자들은 또다시 기성 화랑가에서 벗어나서 한결 저렴한 지가와 임대료, 역동적인 주변 환경과 다양한 인구지도를 찾아 새 일터와 전시공간을 찾고 있는 추세다. 아주 최근인 2012년 초여름, 현대사진을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오스트리히트 화랑 (Ostlicht. Galerie für Fotografie)은 바로 그런 움직임의 예로, 빈 제10구역에서도 유독 유명한 옛 앙커 빵 공장(Ankerbrot AG) 단지 건물을 개조해 새 화랑 둥지를 틀고 6월 4일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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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오스트리히트 현대사진 화랑 전시장 광경. Photo: Marco Pauer.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중심부로부터 남쪽에 자리해 있으며 19세기 이후부터 각종 공장과 산업 시설이 옹기종기 들어차기 시작했던 이유로 해서 전통적으로 육체노동자들이 많이 이주해 와 거주하던 제 10번 구역. 일명 파포리텐(Favoriten) 구역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곳에는 근대식 도시개발 방식을 따서 도로는 격자구조로 거주용 주택은 근대기 모더니즘 건축 양식을 따서 개발된 곳이다.

독일의 전설적인 영화감독이자 사진가 빔 벤더스 (Wim Wender)가 30여년 동안 과거 동독, 호주, 아르메니아, 일본을 여행하면서 찍어 둔 매우 독특한 분위기의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 40여점을 선별해 전시하는 《빔 벤더스 – 낯설고 적막한 장소들 (Wim Wenders – Places, Strange and Quiet)》전은 대부분 인간들이 더 이상 눈을 돌리지 않는 버려지고 잊혀지고 알려지지 않는 장소의 한 구석을 담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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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미국 몬타나 주 버티에 있는 한 골목길 풍경(Street Corner in Butte, Montana)》 2003년. © Wim Wenders. 이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벤더스는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고 한다.

사진가 벤더스의 눈과 카메라를 통해 공간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아서” 주변으로 떠밀리고 잊혀져 곧 사라지고 없어질 사물과 풍경에 대한 멜랑콜리한 시학이자 마지막 물리적 기록이다. 일찍이 1980년도 초엽, 빔 벤더스는 서부 미국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다니면서 그의 간판급 명작 영화 《파리, 텍사스 (Paris, Texas)》를 촬영할 로케이션 스카우팅을 했었다.

1970년대 “신 독일 시네마”의 기수이자 가장 영향력있는 현대 영화 감독으로서 해 온 영화작업과는 반대로 벤더스는 사진 작업에 임할 때 만은 “다소 구식”이라 여겨지는 아날로그 기술을 고집한다. “아날로그 방식의 사진 작업을 하면 나와 내가 사진으로 찍어 온 장소 사이에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 없는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 요즘 디지틀 사진가들의 작업은 아날로그 사진 기술과는 전혀 다른 작업과정을 거친다. 요즘 사진가들은 ‘이미지 프로듀서’로서 일종의 새로운 부류의 화가라 해야 맞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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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 《카니발 회전차 (Ferris Wheel) (Reverse Angle)》 아르메니아, 2008년 © Wim Wenders.

“…내 사전에 따르면, 그런 사진 작업은 더 이상 사진이라 할 수 없다. 그런 새 유행 속에서도 나 같은 부류의 사진가들이 계속 아날로그 사진작업을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향수 때문이 아니라 현실을 촬영한다는 순수한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식 사진작업은 모든 것이 쉴틈없이 사라지고 말 것에 저항하는 끊임없는 노력 활동이다.”

《빔 벤더스의 낯설고 적막한 장소들》사진 전시는 본래 브라질 사웅파울로 미술관 (Museu de Arte de São Paulo)에서 출발 (2010년10월21일)한 이래 독일 함부르크 팔텐베르크 컬렉션 (2012년 4월14일-8월19일)으로 순회전시 되었다. 한 편의 사진집 카탈로그로도 출간되어 있다. 《Wim Wenders Places, Strange and Quiet》(Hatje Cantz, Ostfildern, 2011 124 pages, 37 colour images, 8 folding panels, hardcover ISBN 9783775731485).

전시 장소: 오스트리아 빈 오스트리히트 현대사진 화랑 (Ostlicht. Galerie für Fotografie) | 전시 기간: 2012년 10월6일-2013년 1월9일까지. Photo courtesy: Ostlicht, Wi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