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스토리«를 아시나요?

MCU 『캡틴마블』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이어지는 여성 히어로의 진화

21세기 관중의 시야에 맞춰 각색된 2019년판 『캡틴 마블』은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s)가 여태까지 내놓은 총 21편의 코믹 수퍼히어로 영화작품들 가운데 여성영웅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첫 여성 수퍼히어로 액션 영화다. ‘20대의 젊은 금발 여성의 신체를 갖고 1990년대 중엽(미 공군이 처음 여성을 전투기 조종사로 임명하기 시작한 시기) 지구로 되돌아온 ‘수퍼걸’이다.

마블 스튜디오의 배급사 디즈니(Disney)가 여자 영웅 주인공을 내세운 21세기판 『캡틴 마블(Captain Marvel)』을 발표해 개봉 첫 주만에 매표 수익 5억 5천 만 달러를 기록하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극장가를 평정하고 있다. 최근 헐리우드계의 페미니즘 시류를 타고 화려한 올우먼 여성 출연진으로 리메이크한 『고스트버스터즈』(2016년)와 강도 드릴러 『오션스 8』(2017년)이 흥행에 실패한 후, 전세계 영화팬들은 여성 수퍼히로//인이 등장해 활약하는 통쾌하고 흥미진진한 액션영화 다운 한 편의 영화를 기다려왔음직도 하다.

캐롤 댄버스(Carol Danvers)라는 미 공군 소속 엘리트 전투기 조종사가 우주 세계의 최강 수퍼히어로 탄생하는 과정을 담은 『캡틴 마블』의 줄거리 속에는 공군 여군들의 이야기가 핵심축을 이룬다.

“모든 영웅은 오리진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당신의 오리진 스토리는 무엇인가요?” 미 공군의 여성 전투조종사 모집 광고.

캐롤 댄버스 역을 맡은 여배우 브리 라슨(Bree Larson)은 영화 속 전투기 조종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실제 미 공군 사상 최초의 여성 F-15 전투기 조종사인 지니 레빗(Jeannie Leavitt) 준장의 고문과 도움을 받았고, 미 공군은 ‘모든 영웅은 탄생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와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라는 슬로건을 내건 여조종사 신병모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미 군사전문지들에 따르면, 오는 2030년 미 공군은 제6세대 하이테크 전투 무기 도입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여 조종사를 필요로 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21세기 관중의 시야에 맞춰 각색된 2019년판 『캡틴 마블』은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s)가 여태까지 내놓은 총 21편의 코믹 수퍼히어로 영화작품들 가운데 여성영웅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첫 여자수퍼히어로 액션 영화다. ‘20대의 젊은 금발 여성의 신체를 갖고 1990년대 중엽(미 공군이 처음 여성을 전투기 조종사로 임명하기 시작한 시기) 지구로 되돌아온 ‘수퍼걸’ 캐롤 댄버스는 마블코믹스유니버스(MCU) 수퍼히어로 커뮤니티에 별안간 등장한 뉴페이스는 아니다.

본래 오리지널 캡틴 마블은 1939년도 출간 『위즈 코믹(Whiz Comic)』 시리즈 제1부에 잠깐 얼굴을 내비친 조연 남성 캐릭터였다. 1966년 마블코믹스의 『판다스틱포』 『배트맨』 『X-멘』의 연쇄적 인기를 타고 수퍼맨과 배트맨을 버무린 남자 수퍼히어로로 재탄생했다. 솔로몬왕의 지혜, 헤르쿨레스의 힘, 아틀라스의 지구력, 제우스신의 위력, 아킬레스의 용기, 헤르메스의 스피드를 갖춘 캡틴 마블의 슈퍼파워는 미국 코믹 만화의 황금기(1930-50년대) 시절 수퍼맨을 능가하는 인기를 끌었다. 2017년 판 『Captain Marvel & Captain Mar-Vell』, 스토리: Margaret Stohl, 그림: Brent Schoonover, 표지디자인: David Nakayama.

고전적인 영웅이야기들이 그러하듯, 인간 캐롤 댄버스도 지난 반 세기 동안 온갖 역경, 좌절, 인내를 극복하며 ‘먼 길을 걸어온’ 끝에 초능력 영웅으로 등극한 베테랑 전사다. 캐롤 댄버스는 본래 1968년판 『캡틴 마블』 코믹 시리즈 속에서 캡틴 마벨(Captain Mar-Vell)의 전투를 돕다가 숨진 조연 캐릭터로 데뷔했다가 제2세대 페미니즘 운동을 타고 1970년대판 『캡틴 마블』 시리즈에 환생해 돌아왔다.

외계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던중 사이키-마그레트론이라는 외계인 기계의 방사선에 노출돼 캡틴 마벨의 수퍼파워를 부여받고 환생해 지구로 왔지만 1980년대 『어벤저스』 코믹 시리즈 내내 분명한 임무가 주어지지 못한채 남성 주인공들 사이서 밀쳐지기도 하고 기억상실, 출산, 경력단절의 시련을 겪기도 했다.

미 공군이 남성들만의 영역이던 전투기 조종에 여성생도를 모집하기 시작한 1990년대와 때맞춰 캐롤 댄버스의 활약상도 커졌다. 2000년도 이후 『X-멘』 시리즈와 『어벤저스(Avengers)』 팀에 잠시 합류해 지구를 침략한 악한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공적을 올리면서 본격적인 수퍼히어로의 대열에 올랐다. X-멘 팀과 함께 외계인을 물리치는 공적을 올리며 이전까지 ‘미스’란 호칭 대신 ‘캡틴’으로 불리며 진급했다.

그 후 댄버스는 『어벤저스』4편 속에서 전사 겸 우주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한 것을 마지막으로 죽 외계행성 크리(Kree)에서 살던 중, 어느날 우주종족간 전쟁에 끼여 지구가 위기에 처했다는 지구(보다 정확히는 첩보원 쉴드(S.H.I.E.L.D.)의 닉 퓨리 대령)의 위기 요청을 받고 25년 만에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X-멘에서 전자기장파로 변신하는 능력을 가진 뮤턴트로 등장했던 마리아 램보(Maria Rambeau)는 이번 영화 속에서 덴버스가 망각하고 있던 옛 기억을 되살려주는 옛 공군 시절 동료 호위비행사 ‘포톤’ 겸 친구로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친밀하고 때론 애틋한듯 모호하게 묘사된 두 여성의 관계는 동성애를 넘어서 요즘 한창 대중문화와 소비시장의 담론으로 떠오르는 ‘넌-바이너리(non-binary)’ –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또는 정의를 거부하는 다양한 성 정체성 – 트렌드가 사회적 포용되어 주류문화의 일부가 될 것임을 넌지시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로부터 수 천년이 지난 오늘날 영화 『캡틴 마블』 속의 캐롤 댄버스는 과거 여자는 할 수 없다는 사회의 시선과 조롱에 연연하지 않는다. 영화 끝마무리 부분에서 캡틴 마블은 한 때 자신을 크리 제국으로 납치했지만 자기를 훈련시켜준 멘토이자 상관인 욘-로그(Yon-Rogg) 스타포스 기동타격대 사령관을 향해 말한다 — “나는 당신한테 증명할 것이 없어.” 댄버스는 이제 욘-로그의 명령에 복종할 필요없는 떳떳한 마블 대장이 되어 이번 지구 구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수퍼히어로계 최강자임을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인류는 태곳적부터 전쟁과 평화 사이를 오가며 진화해왔다. 고대 근동의 영웅 서사시, 그리스 로마 시대 전투를 묘사한 건축과 미술, 고대 중국 왕국의 흥망성쇠와 영웅담 속에는 영웅과 전사들의 탄생설화, 시련과 고난, 숙명적 승리와 패배, 환희와 비극 이야기를 빌어서 그같은 인류 보편적 조건을 묘사했다.

Captain Marvel Publicity image 2019.

 

그리고 영화 『캡틴 마블』은 인간 캐롤 댄버스가 MCU계 최강 수퍼히어로로 탄생하는 이야기를 담은 21세기판 영웅 ‘탄생설화’다. 4월 곧 개봉될 『어벤저스 엔드게임』에 또다시 등장할 캡틴 마블은 어벤저스 수퍼히어로들과 그다지 큰 관계도 없으며 카메오로 잠깐 새로 등장할 뿐 미래의 활약상은 공중에 매달려 있다. Will she be, or will she not? – 그녀는 세상을 위기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 – 캡틴 마블의 진정한 상징적 가치와 존재이유는 화려한 등장이 아니라 우리 앞에 닥칠 온갖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주어진 문제해결력으로 판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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