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Webzine] 집도 차도 공유하는 시대

동부그룹 사내보 DBWebzine 12월호 “생활과 경제” 칼럼

英 <이코노미스트> 경제주간지 2013년 3월 9일 자 표시 기사

올 2018년 여름철, 세계 곳곳에서는 유독 택시운전기사들의 시위가 많았다. 7월 말레이지아와 인도네시아의 택시기사들은 우버(Uber)와 그랩(Grab)을 비롯한 모바일 자동차 공유 서비스 플랫폼이 기존 택시사업과 운전기사들의 일자리를 앗아간다며 시위를 벌였다. 싱가포르와 필리핀 정부는 우버가 그랩 지분을 인수・합병하자 동남아 대중교통 시장점유를 앞세운 반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우버에 95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런가하면 스페인의 두 대도시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그리고 노랑색 옐로캡 택시로 유명한 뉴욕에서도 우버를 비롯한 자동차 공유서비스 업자의 사업자 승인을 법적으로 제한해줄 것을 요구하는 택시기사들의 총파업이 벌어졌다.



급기야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지난 11월 23일, 택시기사 4만여 명이 IT업체 카카오가 추진중인 ‘카풀’ 승차공유 서비스 허가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그럴 만하다. 이른바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대표적 사례인 승차공유 서비스 – 예를 들어, 한국의 카카오 카풀, 미국의 우버(Uber)와 리프트(Lyft), 동남아시아의 그랩(Grab) 같은 승차공유앱 – 는 첨단 디지털 기술에 의존한 일명 ‘4차 산업’으로의 혁신 과정에서 택시운전기사들의 생존은 물론 택시운송업이라는 기존 사업 모델을 뿌리채 뒤흔들기 때문이다.

‘공유경제’란 진정 공유를 뜻하는가 아니면 기성 비즈니스 모형을 위협하는 파괴세력인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와 혁신을 자극한다. 일각에선 언뜻 사회적 공익을 앞세운 공동체 지향적 인상을 주는 ‘공유경제’가 실은 O2O 사업자와 참여자를 내세운 대기업 위주의 IT사업이자 시장독점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숙소, 교통수단, 용역 서비스 등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기반 중재 서비스 플랫폼은 미국 시장에서는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노동법규가 엄격한 유럽에서는 노동착취와 납세와 관련된 쟁점을 해결하지 못해 정식 사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실험중인 버드(Bird) e-스쿠터 셰어링 서비스.

하지만 또 달리보면 공유경제는 위기의 순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2008-9년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중동발 금융위기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직후 혜성처럼 등장한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는 융자빚 때문에 자기집을 포기해야 했을 수많은 주택 소유주들에게 부수입과 새 사업 아이디어 기회를 줬다. 또 미국에서 성황리에 이용되고 있는 태스크래빗(TaskRabbit) 온라인 용역 플랫폼은 지역별 이웃들끼리 청소, 가사, 육아, 배달, 정원가꾸기, 요리, 집 개조 공사 같은 시간별 용역 서비스를 주고받을수 있도록 중재해준다.

흔히 ‘공유(share)’라 하면 남으로부터 댓가 없이 나누는 선심이나 자선을 받는 것인줄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인생만사의 이치가 그러하듯 인간 세상에서 공짜란 없으며 공유의 주체와 객체 사이에는 어떤 형태로든 공존공유원칙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공유경제’는 여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재래장터 공간과 다름없는, 말 그대로 시장(market)이다. 다만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을 매개 삼아 수많은 익명의 제공자와 소비자가 접촉해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 팔고 교섭하고 교환할 수 있도록 중재해주는 장터로써 기존의 물리적인 장터의 시공간적 한계에서 벗어나서 24시간 편재하는(ubiquitous) 디지털 환경에서 벌어진다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되돌이켜 보건대 공유경제 개념은 최근들어 별안간 하늘에서 떨어진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썼듯이, 인류는 필요할 때마다 서로의 재화나 노동력을 매개로 협동한 결과 오늘날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정상을 점한 협력의 동물이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농촌 일손이 바쁠 때 품앗이로 노동력을 교환했듯, 세계 인류는 예로부터 식량(사냥, 채집, 농사), 육아, 거주, 전쟁 등에 필요한 노동력을 조달하기 위해 분업과 조직를 통해서 해결했으니 말이다.

리프트(Lyft) 자동차 공유 서비스. Courtesy: Lyft.

이어서 1980-90년대, 현대문화 인류학자들은 ‘공동구매(collaborative consumption)’ 라는 신소비자 행태를 규명했고, 마케팅도 ‘프로슈머(prosumer)’ 개념을 제시하고 미래에 소비자는 디자인-유통-소비활동에 두루 관여하는 ‘참여적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21세기 접어들어 글로벌 규모로 스마트폰의 대중적 보급과 무선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된 후 1990년대식 월드와이드웹 전자상거래 서비스 관문(service gateway)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국제적 회계법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가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유경제에 대한 일반 대중의 소비 트렌드는 앞으로 더 왕성해질 태세다. ‘인생은 단 한 번 사는 것.’ 대중은 우수한 품질의 서비스에 대한 기대 외에도 천편일률적이고 뻔한 경험 보다는 뭔가 색다르고 독특한 소비경험에 목말라있다.

또 20-30대층 젊은 세대일수록 굳이 사물을 소유하지 않아도 다양한 인생경험과 물적 럭셔리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과 가능성에 개방적이다. 이를 입증하듯, 미국인 절반 가량은 공유경제를 인식하고 있고, 20%는 공유겅제에 실제 참여하고 있으며, 70% 이상은 향후 각종 공유 서비스 플랫폼을 일상 속에서 사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통계에 따르면 이미 에어비앤비의 투숙객 예약률은 전세계 힐튼호텔 체인 보다 22% 많다. 우버나 집카(Zipcar)는 차주가 주차장에서 놀고 있는 자동차를 대여해 주거나 대리운전을 해주고 부수입을 올릴 수 있게 해준다. 한 번 쓰고 말 값비싼 패션 아이템과 소비품을 비싼 돈 주고 살 필요없이 포시마크(Poshmark)를 통해서 일일 대여비 4달러만 내면 빌려쓴 후 돌려주면되고, 각종 미디어 오락물과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무료나 저가에 취할 수 있다.

Poshmark 온라인 부티크 패션용품 셰어링 및 중고매매 사이트. Courtesy: Poshmark.

결국 공유경제는 온라인상의 장터에 나와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매선택하는 개인 사용자들의 참여가 있을때라야만 완성될 수 있는 공동참여와 협업(collaboration)의 산물이다. 실제로 공유경제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은 공유경제가 지출절감과 생활의 전반적 능률화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특히 미국 젊은이들의 80%는 자동차, 럭셔리 패션용품, 가전용품을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것은 너무 비싸다고 여기며 소유를 짐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한층 더 공유경제가 지속적으로 보편화되고 플랫폼 업체-서비스 제공자-서비스 소비자 간의 신뢰관계가 더 공고해져 갈 것이란 가정 아래, 4차산업 이행으로 인한 노동의 자동화, 저성장, 저고용, 자원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질 미래에 공유경제는 실속있고 합리적이며 윤리적인 대안적 소비문화로 정착될 것이다.

문제는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는 공히 보다 크고 브랜드 지명도 높은 소수의 압도적인 플랫폼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 확보와 빅데이터(big data) 구축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사용자 임계 질량을 추구하는 글로벌급 IT 공룡들의 축적된 거대한 유저 기반과 개인정보는 필연 지역경제와 중소기업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의도를 띤 정부나 정보기관의 감시와 사용자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구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2000년부터 성공적인 공유경제 정착을 위해서 정보기술 정책가와 법률전문가들은 ‘신경제(new economy)’ 시대를 대비한 합리적인 사이버 정보 규제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같은 대표적인 기구인 국제경방정책원(CPI)은 물론, ‘멀티호밍(multi-homing)’ 데이터 관리 방식을 통해 데이터 소유과 관리의 국가별・지역별・문화권별 분권화하고 사이버 독과점 금지 규제로 거물 IT기업을 견제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소비자의 선별력있고 책임감 있는 인터넷 플랫폼 선택과 소비문화가 없으면 제아무리 엄격한 정책적 규제는 무용지물이다. 성공적인 공유경제 정착을 향한 여정은 IT기업과 소비자 협력을 요하는 쌍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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