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 – 현대인의 새 얼굴인가 또 하나의 가면인가?

To Smile or Not to Smile

모바일 세상 속 21세기 인류가 살아가는 법

“최초에 인간은 컴퓨터를 계산기라고 생각했다. 얼마안가 인간은 ASCII 코드를 이용해 숫자(바이너리 0-1)를 문자로 바꿔 표기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러자 인간은 컴퓨터는 타자기라고 여기게 됐다. 공학자들이 컴퓨터 그래픽을 발명하자 컴퓨터는 텔레비젼이 됐다.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 등장하자 인간에게 컴퓨터는 광고 브로슈어가 됐다.” – 현대 영국 각본작가 겸 소설가 더글러스 애덤스.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쓴 극작가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Adams)는 테크놀러지와 인간의 의사소통 방식 간의 상관관계를 재치있고 간략하게 요약했다. 독일의 사회학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이 정리한 ‘문화형태(Kuturform)’ 이론*에 따르면, 사회는 신기술에 기반한 새 소통 매체가 등장할 때 마다 새로운 정보의 가능성에 부딪힌다고 했다. 컴퓨터 기술의 진보에 따라 인간이 컴퓨터라는 ‘디지털 기계’를 어떻게 수용하는지 요약한 더글러스 애덤스의 재담과 일맥상통한다.

이모티콘 – 텍스트론 다 표현할 수 없는 보조적 소통 매개체

고대 이집트 시대의 상형문자는 인류 최초의 그림 문자자다.

21세기 디자인은 진보하는 기술과 작동 역학에 발맞추어 발전하면서 사용자(user), 디지털 환경, 인터페이스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디지털 기술과 개인용 모바일 디바이스가 우리가 늘 숨쉬는 공기처럼 일상화된 오늘날, 인류는 인터넷 웹사이트, 소셜 미디어, 가상 세계, 개인용 음성비서 등과 같은 이른바 ‘디지털 기계(Digital Machines)’를 접하고 있다.

디지털 기계가 제시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과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매개로 인간 대 인간의 대중 소통 문화도 늘 새롭게 창출된다. BBC뉴스는 지난 7월 중순 보도한 뉴스에서 영국 성인들의 문자 메시지 사용 횟수가 음성 통화 사용 횟수를 능가했다고 대서특보했다. 오프콤 (Ofcom) 영국 커뮤니케이션청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평균 영국인들은 매 달 200개 가량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또 모든 스마트폰 마다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전화걸기 및 메시징 앱의 사용률은 줄어들고 그 대신 워츠앱(Whatsapp), 페이스북 메신저(Facebook Messenger) 및 우리나라의 카카오톡 같은 소셜네트워크 앱이 현대인들의 주요 대화 통로가 됐다. 전에 없이 많은 전세계의 현대인들은 음성 통화 대신 이메일과 인스턴트 메시징 같은 비음성·비동시(non-vocal/asynchronous) 소통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모티콘 스티커 – 비언어적 non-verbal) 함축, 따라서 사회적・문화적으로 다르다.

그래픽 디자이너 하비 로스(Harvey Ross)가 1964년 미국의 한 보험회사로부터 의뢰받아 디자인한 스마일리 심볼은 사내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긍적적 분위기 고취를 위해 사용됐다.

인간은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의 뇌는 미소를 짓는 스마일 기호를 볼 때 실제 미소 짓는 사람 얼굴을 볼 때와 같은 긍정적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인간의 보디 랭귀지 분야 선구자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이 이미 1950년대에 순수한 언어를 통해 얻는 정보는 7%에 불과하며 인간은 상대방과 대화하는 동안 음성적 단서(예컨대 목소리, 음조, 그외 헛기침 같은 음성으로 내는 소리)에서 55%, 몸짓 언어에38% 등 비언어적 단서 93%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듯 얼굴과 표정은 사회문화적 신호를 표현하는 중대한 매개체다.

이모티콘(emoticon)은 일본서 탄생한 이모지(emoji)의 전신이다. 일찍이 1964년에 하비 로스(Harvey Ross)라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미국의 한 보험회사 경영진의 의뢰를 받아 스마일리 심볼을 디자인해 사내 직원들과 공유하며 영업 사기를 북돋우는데 활용됐다. 이후 1982년, 미국의 컴퓨터 공학자 스콧 팔만(Sott Fahlman)이 아스키(ASCII) 코드를 이용했다. 과학자들 사이 주고받는 이메일 내용을 오해를 방지하자는 의도에서 :-((진담) 와 :-)(농담)로 가려 표기하자고 제안한 이래 얼굴 이모티콘은 과학자 공동체 내의 전문용어가 됐다.

1982년, 미국의 컴퓨터 공학자 스콧 팔만은 과학자들 사이 주고받는 이메일 내용의 오해를 막기 위해 아스키(ASCII) 코드를 이용한 스마일리 기호를 쓰기 시작했다.

이모지(emoji, 絵文字)란 그림문자(e-그림, moji-문자 또는 글자)라는 뜻으로 1997년 일본 NTT 도코모에서 일하던 그래픽 디자이너 구리타 시게타가(栗田 穣崇) 씨가 어떻게 하면 전통 일본 망가를 그래픽적인 이모티콘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심한 끝에 체계화된 기호체계였다. 구리타가 디자인한 이모지에 기반한 이모지 체계는 2010년부터 대중 사이에서 사용되기 시작해 지금은 그 후로 애플, 구글, 유니코드 8 및 여러 소셜네트워크 앱들을 통해서 그림 문자(picture word)로 정착했다.

미소 짓는 이모티콘 뒤, 유쾌하지 만은 않은 현대인
이모티콘의 장점은 문자와 병렬적으로 결합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텍스트 만으로는 다 전달하기 어려운 순간적 기분, 감정, 상황, 오묘한 뉘앙스를 표현하고, 특히 문자로 인해서 상대방이 오해하거나 발생가능한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사교적 윤활제 기능을 한다.

오늘날 스마트폰 사용자의 90%, 특히 관계와 조화지향적인 여성 사용자의 대다수가 문자 메시지에 이모티콘이나 이모지 스티커를 겸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만 봐도 이모티콘은 이미 글로벌 현상이 됐다.

오늘날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앤드로이드 OS가 독자적으로 디자인하여 무료로 제공하는 스마일리 이모티콘.

스티커가 애용되는 추세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네와 다를 것 없이 주변 지인들의 관혼상제 및 절기별 인사치례에 신경써야 하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예의상 호의적인’ 스티커는 스마트 시대 당연지사가 됐다.

스티커는 문자와 함께 쓸 수 없고 달랑 한 편의 이미지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문자 메시지를 그림으로 대신할 수 있어서 중국과 한국 사용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또 상대방과 할 말이 없거나 대화를 이어가기 싫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소통 단절 수단인 것으로 한 연구는 밝혔다.

그런가하면 이모티콘의 활용 영역은 직업 세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의 어떤 성공 스타트업 기업은 부서간 및 동료간 부탁하기 어려운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이모티콘을 써서 감정에 호소하라 가르친다. 또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직장 동료들과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업무와 관련된 일종의 문서적 기록으로 활용한다고 말한다. 그처럼 ‘그림이 담긴 문자’ 보내기는 복잡다양하고 바빠진 인간사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다소간의 법적 보호를 기약하는 현대판 사교적 안전망 서비스가 됐다.

이모티콘은 자기 표현을 위한 자아정체감 관리(Identity Management) 도구, 그리고 미래는?
물론 원래 스마일리 이모티콘이 탄생했을 때 🙂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의미했다. 한편, 행복한 척, 귀여운 척, 성공한 척 – 늘 자신의 일상을 과시하도록 강요받는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신세대는 공개적 자아(public self)와 사적 자아(private self)를 요령있게 갈라 관리한다.

실제로 일본의 젊은 여성들은 ‘가와이 미학’을 공공의 자아 관리에 능숙하게 사용하지만 우울하고 변덕스런 감정을 표현하는 스티커는 믿을 수 있는 친한 친구끼리만 공유한다고 한다. 그들에게 이모티콘은 어쩌면 세상 무대에 오르는 배우를 위한 ‘디지털 화장품’인지도 모르겠다.

2018년 여름 가장 인기있는 ‘얼굴로 말해오 오니기리’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티커는 비디오 스트리밍에 익숙해 있는 사용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시각 효과를 활용한다.

최근 모바일 디바이스 제조업체들과 쇼셜 네트워크 사이트들은 디지털 사용자들의 순간적인 감정과 얼굴 표정을 추적하기 위해 3D 얼굴 인식 기술과 AR 기술 응용에 한창이다. 세계 최대 두 스마트폰 생산업체인 삼성과 애플은 저마다 AR(증강현실) 기술과 3D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한 역동적이고 개별화된 이모지 및 스티커 앱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AR 기술에 대한 테크업계의 관심이 고조되자 최근 거물급 테크기업과 투자사들이 점점 AR 관련 오픈소스 신기술을 특허법을 근거로 독점해 나가는 추세여서 AR 분야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결국 사회 분위기와 대중 문화는 정치와 경제적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모든 대중문화 현상이 그러하듯, 지금 전세계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이모티콘과 이모지 열풍 또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사회문화학자들은 추측한다.

그러나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는 인지상정이 변치 않고 이모지와 이모티콘은 스마트폰과 인터넷망에 매여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숙명이 당분간 계속되는한 이모티콘과 이모지는 한동안 더 우리와 함께 하게 될 ‘또다른 현대인의 얼굴’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독일 철학자 니클라스 루만과 디르크 베커의 소통 이론을 이용해 이모티콘의 기호학을 설명한 글은 여기에서 참고.

**이 글은 『가온누리』2018년 8월호  Expert Column에 실렸던 글을 다시 게재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KAON

***필자의 또다른 관련 기사는 여기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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