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살 펭귄 북스

Penguin Books – High-Quality Books for All

펭귄 북스의 ‘표지 디자인은 이른바 표지 그 자체가 책의 진정한 스타’라는 컨셉을 주장하고자 한다. 앙드레 모로아(André Maurois)가 디자인한 『아리엘(Ariel)』은 펭귄 출판사가 출판한 펭귄북 제1호다.

영국 서적과 지성의 대명사 펭귄 북스(Penguin Books) 출판사가 올해 [2005년]로 탄생 70주년을 맞았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출판업자라는 높은 칭송을 받고 있는 출판가 앨런 레인 (Allen Lane)이 1935년에 창설한 출판사 펭귄 북스는 저렴하면서도 가치성 높은 출판물을 제작해 온 20세기 출판업계의 거물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펭귄 로고, 고유의 길 상스(Gill Sans)서체와 주황색 표지 디자인으로 출판과 서체 디자인의 역사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념비적 디자인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왔다.

지난 70년 동안 전세계 특히 영국권 독자들에게 지식과 영감의 샘이 되어 주었으며 영국 지성 문화의 변천사의 거울이 되어준 펭귄 북스의 책 표지 500여점을 한자리에 모아서 보여주는 <펭귄 디자인 70년사 (70 Years of Penguin Design)> 전시가 [2005년] 6월3일부터 11월13일까지 영국 런던의 유서깊은 장식예술 박물관인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ictoria & Albert Museum)에서 한창 전시중이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서 쉽게 휴대하고 다니며 펴볼수 있어서 실용적인 규격으로 일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포켓 펭귄 시리즈 (Pocket Penguin Series)를 처음 세상에 내 보인 출판사는 다름아닌 영국의 펭귄 북스였다. 20세기 후반 서구인들의 독서 행위와 행동 양태에 근원적인 변혁을 가져왔다고도 평가되고 있는 이 포켓북 판형이 처음 등장하게 된 순간은 이 출판사의 창설자 앨런 레인이 일찌기 학교를 그만두고 16살에 보들리 헤드(Bodley Head)라는 출판사에서 일하던 때였다.

작가 아가다 그리스티를 만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한 기차역 서점에서 매우 싼 가격에 책들이 무더기로 팔리고 있는 것을 보고 가격이 저렴하고 휴대하기에 편한 책을 만들어야 겠다는 착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책이란 덩치가 커서 가지고 다니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비싼 소재비와 제작비 때문에 일반 대중들이 쉽게 사보는 일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출판사 설립 당시 펭귄 로고와 책 디자인 전략
뭔가 “위엄있으면서도 재기발랄한 이미지”가 없을까하고 고심하던 중에 앨런 레인의 비서는 곧바로 펭귄을 떠 올렸고 그는 “바로 그것야!”라며 무릎을 쳤다. 값싸고 가지기 다니기 좋고 보기에도 좋은 책의 대명사가 된 주황생 타원 바탕 속의 펭귄 로고는 이렇게 탄생했다. 펭귄 북스의 설립 이상은 담배 열개비를 살 수 있을 돈(당시 펭귄 북스의 초기 책 판매 가격은 영국화 6펜스)으로 살 수 있는 이전까지 웬만한 대중들이 여간해선 접하기 어렵던 고전서와 고급 문학을 그 속에 담아 인쇄해 내는 일이었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원저자 앤소니 버제스 (Anthony Burgess)의 책 『오렌지 시계(Clockwork Orange)』

이때 채택된 영국 서체 디자인사의 전설적인 인물 에릭 길 (Eric Gill)이 었는데 그가 고안한 길 상스 세리프 (Gill Sans Serif)  서체는 그 후로도 약 20년 동안인 1950년대까지 친근한 펭귄 로고와 더불어서 펭귄 북스의 아이콘으로 영원히 자리잡았다. 이후 1947년부터 1년 반 동안 펭귄의 서체를 디자인했던 전설적인 디자이너 얀 치홀트 (Jan Tschichold)의 업적도 펭귄 북스를 통해서 빛을 발했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저자 앤소니 버제스(Anthony Burgess)의 책 『오렌지 시계(Clockwork Orange)』의 펭귄 원서는 책내용의 완성도와는 별도로 표지 디자인 그 자체 만으로도 높은 그래픽 예술의 경지를 이룩한 책표지 그래픽 디자인의 백미라고 인정받고 있다.

이번 펭귄 북스 70주년을 기념해서 최근 출간을 본 『디자인으로 본 펭귄출판사 : 1935-2005년까지 표지 디자인 이야기(Penguin By Design: A Cover Story 1935-2005)』 (필 베인스(Phil  Baines) 저, 2005년 5월 발행, 국내 번역판 『펭귄 북디자인』북노마드 출판)는 과거 70년에 걸쳐서 출판계의 변화하는 트렌드, 도서 시장의 요구, 출판 기술의 발달이 어떻게 펭귄사 책들의 표지 디자인과 서체 디자인에 영향을 끼치며 변천해 왔는가를 일목요연하게 기술하고 있어서 출판 디자인에 관심있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고전 서적류와 책 표지 디자인은 지부하고 따분하다고 생각해 온 디자이너나 관람객들에게 펭귄 북스의 표지 디자인 전은 책 표지 디자인의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온고이지신의 영감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펭귄 북스 디자인이 말하는 70년 동안의 성공 디자인 노하우
한 타이틀을 여러 판의 표지 디자인으로 출판한다 – 외국의 경우, 음반의 경우와 달리 페이퍼백(paperback)류의 서적물은 한 제목으로도 여러 출판사에서 다수 발행되는 일이 흔히 있다. 특정 출판사와 계약 관계가 성립되어 있지 않는 필자의 글일 경우에 그런데 이때 다른 출판사와 뚜렷이 구별될 만큼 눈에 띄고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표지 디자인은 동일 타이틀의 타 출판사 책들과 경쟁하는데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강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끊임없이 새롭게 등장하는 타 출판사의 신간들과 경쟁하려면 주기적으로 표지를 새로 디자인하는 것이 판매에 도움을 주는데 펭귄 북스의 고전 타이틀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수차례 변천해 오면서 한 권의 책이 세월의 변화와 함께 변천하는 대중적 취향의 변천을 잘 보여주는 예가 되었다.

특히 한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출판되어 온 스테디 셀러일 경우, 끊임없이 새롭게 등장하는 타 출판사의 신간들과 경쟁하려면 주기적으로 표지를 새로 디자인하는 것이 판매에 도움을 주는데 펭귄 북스의 고전 타이틀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수차례 변천해 오면서 한 권의 책이 세월의 변화와 함께 변천하는 대중적 취향의 변천을 잘 보여주는 예가 되었다.

펭귄 로고를 이용한 자매 시리즈들의 세분화로 로고의 통일감을 구축한다 – 펭귄은 지난 70년 동안 점진적인 변천을 겪었다. 가장 초기의 로고는 당시 펭귄 북스의 초대 제작 매니저였던 에드워드 영(Edward Young)이 직접 손으로 스케치한 것을 정교화하여 만들어 졌는데, 당시 출간되던 얄팍한 소형 단행본에 맞게끔 제작되었다.

이후 펭귄의 자매 서적 시리즈 중에서 어린이 서적인 퍼핀 (Puffin), 전문 분야 시리즈인 펠리컨 (Pelican), 그리고 작은 판형에 두꺼운 표지를 장정한 킹 펭귄스 (King Penguins) 시리즈 등 자매 시리즈 서적용 전문 로고를 별도로 제작하여 사용했다.

펭귄은 1947년부터 최근까지 1년 6개월 동안 얀 치홀트의 서체를 고집해 오다가 지난 2003년에 펜타그램의 디자인 리뉴얼 작업을 통해서 한층 더 정제되었다. 현재 펭귄 북스에서 나오는 시리즈들은 색상별로 구분되고 있는데, 예컨대 주황색은 일반 소설류, 초록색은 범죄 소설류, 파랑색은 펠리컨 시리즈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헌(Marshall McLuhan)이 최초로 생물학과 전기 과학기술을 집결하여 미래의 미디어 시대를 점친 문제작 『미디어는 맛사지다 (The Medium is the Massage』는 1967년에 출간되었다.

인류의 영원한 고전 문학 서적과 시집 출판을 포기하지 않고 번역서는 우수한 번역자에게 맡긴다 – 펭귄 북스가 처음으로 출판한 펭귄 고전서는 호머의 『오디세이』였다. 당시 이 책은 고전 그리스어에서 영문 번역본이 이미 다수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복된 헛수고라고 경고했지만 펭귄은 고집스럽게 재번역한 책을 출판해서 오늘날까지도 『채털리 부인의 사랑』(펭귄 출간, 1960년)은 최고의 변역 고전서로 남아 있다. 펭귄의 고전서는 갈색 코드로, 시집은 메달모양의 디자인으로 구분해서 제품화한 것이 특징적이다.

컴퓨터 그래픽 시대에도 표지 디자인의 세부는 수작업으로 마무리 한다 – 매킨토시 컴퓨터 하나면 웬만한 그래픽 디자인을 거의 완벽하게 제작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도 펭귄 북스의 표지 및 레이아웃 디자인을 담당하는 디자이너들은 초창기 펭귄 북스의 이미지가 숨쉬는 예술적인 미학을 그대로 유지하고 그 특유의 ‘거친 필치(roughs)’가 보이는 ‘룩’을 고수하는데 고삐를 놓치 않는다. 또한 펭귄 북스는 초기의 1색 또는 2색 인쇄가 풍기는 고풍스럽고 대중적 포켓북다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지금도 총천연판 사진이나 인쇄법을 사용하지 않고 1색 및 2색 인쇄를 버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