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에 본 일러스트레이션 예술의 현재와 미래

2002년 제6회 미켈리 일러스트레이션 트리엔날레 출품작인 핀란드 작가 야리 코스테트 (Jari Kostet)의 작품.

MIKKELI’S ILLUSTRATION TRIENNIAL

올해[2002년]로 제 6회를 맞는 미켈리 일러스트레이션 트리엔날레(Mikkeli’s Illustration Triennial)는 올 여름 미켈리에서 열리는 최대 화재의 여름 시즌 전시회이다. 핀란드의 남쪽 항구에 위치한 수도 헬싱키로부터 북동쪽 방향에 기차로 2시간 여 거리에 위치한 미켈리는 사이마, 푸울라, 키베시 등 3대 내륙 호수를 끼고 자리하고 있는 중소도시. 미켈리 미술관은 매 3년마다 한 번씩 북구 유럽 스칸디나비아 출신 우수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초대해 일러스트레이션 전시를 연다.

2002년 제6회 미켈리 일러스트레이션 트리엔날레 수상작.
2002년 제6회 미켈리 일러스트레이션 트리엔날레 수상작들. 맨 위에 있는 이미지는 2002년 제6회 미켈리 일러스트레이션 트리엔날레 출품작인 핀란드 작가 야리 코스테트 (Jari Kostet)의 작품. Images courtesy: Mikkeli Triennial, 2002.

1987년 첫회로 출발할 미켈리 일러스트레이션 트리엔날레는 1993년에 있은 제3회 행사까지만 해도 출품 작가의 자격을 핀란드 출신으로 한정해 작품을 공모한 후 심사위원들의 선정 결과에 따라 우수작을 뽑아 전시에 부치는 공모전식 형식으로 운영되다가, 1997년 4회 행사부터 공모작의 지리적 범위를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랜드로 확장한 후 1999년도 제5회 행사부터는 덴마크를 포함시켜 오늘날의 범 스칸디나비아적 행사로 발전해 왔다.

이번 일러스트레이션 트리엔날레는 북구 유럽권에서도 특히 21세기를 여는 가장 최근의 일러스트레이션 트렌드를 조망해 볼 수 있는 행사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총 69명의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이너/아티스트들이 출품한 145점의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러스트레이션이 표현될 수 있는 다양한 형식과 매체들이 발견되고 있음만 봐도 그렇다.

가장 일반적인 형식인 포스터, 단행본 등을 비롯해서 우편 카드, 달력, 동화책, 학교 교과서, 정기간행류 잡지, 신문, 광고, 전시 일러스트레이션, 우표,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 활용된 일러스트레이션 등으 포함해 이들 작품들은 전통적인 수채화 기법에서 디지틀 콜라쥬 기법까지 두루 채용하고 있다. 이를 재차 강조라도 하듯, 트리엔날레 운영진은 다재다능하기로 유명한 헝거리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 이스트반 오로츠(István Orosz)를 올 특별 초대 아티스트로 선정해 특별전을 준비했다.

시각적 환영 연출력으로 유명하지만 그래픽과 포스터 제작 이외에도 디자인 비평과 극장 무대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으로도 바쁜 오로츠는 이번 전시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초환상적 이미지 세계를 선보인다.

지난 미켈리 일러스트레이션 트리엔날레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의 작품들은 매체 선택, 기법의 우수성, 작품의 시각성, 유머와 상징등 해석상의 풍부성 그 어느 모로 보나 그 예술성이 뛰어나 같은 핀란드 인근도시인 라티(Lahti)에서 매 홀수해마다 격년으로 열리는 라티 포스터 비엔날레 [2014년부터 매 3년 마다 열리는 트리엔날레 행사가 되었다.]와  비견될 만한 수준의 행사로 성장했다.

더구나 핀란드 작가들만을 참가자격으로 제한했던 첫3회 동안의 행사는 이 나라의 일러스트레이션의 가장 최근 추세를 짐작할 수 있는 바로미터임과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고요적막하고 광할한 특유의 지리환경이 탄생시킨 핀란드 일러스트레이션 전통이 지닌 특유의 표현 양식과 서사성(narrative) – 스토리텔링(storytelling)적 요소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한편 지난 4회 대회 이후로 올해에도 최고상의 주인공은 노르웨이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에게 돌아갔다. 과거 3회에 걸쳐 기법이 뛰어난 재능있는  노르웨이 출신 참가자들이 적극 참여해 오고 있다고 담당 큐레이터인 파올라 히보넨은 말한다.

1등상은 하랄트 노르드베르크(노르웨이), 2등상은 유스티나 니카(노르웨이), 그리고 3등상은 핀란드의 마티 코타와 클라우스 웰프에게 공동으로 주어졌으며, 나머지 가작들로는 핀란드 일러스트레이터 5명에게 돌아갔다. 피료 줄쿠넨, 마르쿠스 마야루오마, 핀 니가아르드, 카리 피이포, 빌레 티에타바이넨 등 심사위원 5인들은 원로 일러스트레이터들로 이번 트리엔날레 전시장에 별도 전시공간에서 최근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기도 하다.

미켈리 일러스트레이션 트리엔날레 담당 큐레이터 파올라 히보넨(Paola Hyvönen)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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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courtesy: Mikkeli Triennial, 2002.

올해 미켈리 트리엔날레 출품작들의 추세는?
노르웨이는 지난 1996년 이후로 줄곳 일러스트레이션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의 심사위원들은 일러스트레이션 미술의 새로운 요소와 전통적 요소를 잘 결합한 노르웨이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기량에 매료된 듯 하다. 예를 들어서 올해 대상 수상자인 하랄트 노르트베르크(노르웨이)의 작품을 두고 심사위원들은 „그의 책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은 색상과 질감이 우수하며 전통에 기초하고 있다. 우수한 구도와 능숙한 분위기 처리가 특징적이다“라고 평가했는데, 내 개인적인 의견에 노르트베르크의 작품에 나타난 색상이나 분위기 처리는 슬라브적 일러스트레이션 전통이라고 보인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대회에서 디지틀 기법을 활용한 작품이 많이 응모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소수에 불과했다. 대다수 출품 작가들은 수채화, 드로잉, 구아슈, 목판, 심지어는 유화를 이용한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을 사용했다. 올 트리엔날레에 참가중인 일러스트레이터 69명 가운데 12명만이 컴퓨터를 이용한 작품을 제작했고 그 가운데 5명의 작품만이 완전히 디지틀 기법을 활용했다. 지난 1999년 트리엔날레에서는 12명의 작가들이 컴퓨터를 이용한 작품을 응모했으니 그다지 큰 변화는 없었다. 한마디로 추세를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전통적인 기법으로 작업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아주 간략히, 핀란드의 일러스트레이션 전통이란 어떤 것인가?
핀란드 미술사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전통은 깊다. 19세기부터 20세기초까지 많은 순수 미술가들(화가, 조각가 등)은  신문, 잡지, 서적 등에 삽화 그리는 일을 했다. 오늘날 많은 수의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있지만 지금도 순수 미술가들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병행한다. 따라서 핀란드의 일러스트레이션 미술의 수준은 높다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핀란드의 어린이용 서적 일러스트레이션은 아주 우수하다. 널리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들로는 루돌프 코이부, 마르타 벤델린, 토베 얀손 등은 요즘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토베 얀손, 페카 부오리, 마우리 쿠나스, 크리스티이나 로우히는 일본에서 사랑받는 핀란드 일러스트레이터들이다.

그라피아 리(Grafia ry) 핀란드 그래픽 디자이너 협회도 우리나라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이 크게 부흥하는데 역할을 담당했다. 일러스트레이션을 디자인 예술로 정착시키고 대중에게 감상력을 부여하는데 기여했다.

사진이나 텔레비젼 등이 홍수를 이루는 현대 시각 환경에서  핀란드 대중들은 일러스트레이션을 어떻게 수용하는가?
핀란드 대중들은 특히 어린이용 서적 일러스트레이션을 높이 평가한다. 핀란드가 이 분야에서 전통이 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우리 쿠나스, 미카 라우니스, 토베 얀손 등 처럼 대중들이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기타 종류, 예컨대 신문, 잡지, 광고 분야에서 타 매체의 시각적 홍수현상은 너무 압도적이어서, 아주 뛰어나거나 흥미로운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닌 한 눈에 띄기 어려워 졌다. 따라서 미켈리 일러스트레이션 트리엔날레는 관객들이 다양한 분야의 일러스트레이션에 접하고 스칸디나비아의 일러스트레이션의 현주소를 점검해 볼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의미를 지닌다.

핀란드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자주 언급되는 서사성이나 휴머 등의 요소들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일러스트레이션은 언제나 동반하는 텍스트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저마다의 스타일로 작업하지만 독자들의 희망사항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핀란드 일러스트레터 가운데에는 정치 일러스트레이션에 휴머를 사용하는 예가 몇 있다. 예컨대 타르모 코이비스토는 핀란드인들의 일상생활을 연재만화를 그리는 작가이며, 페카 부오리는 핀란드의 유명인 혹은 공인들의 얼굴을 그리는 커리커쳐리스트이다. 부오리는 어린이를 위한 산타클로스 책의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렸는데, 핀란드의 전설과 크리스마스 전통을 활용하여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준 것 같다. 마우리 쿠나스도 핀란드적 전설과 민속적 이미지를 아동 서적에 도입했다. 그러나 이상의 작가들이 핀란드 일러스트레이션의 대세라고 할 수는 없다.

미켈리 일러스트레이션 트리엔날레와 인근에서 열리는 라티 포스터 비엔날레와의 차이점이라면?
본 트리엔날레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일러스트레이션 미술의 현주소를 가늠해 보고 이를 대중들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의미가 있다. 라티 포스터 비엔날레는 포스터라는 한정된 쟝르로 한정하고 있지만, 미켈리 트리엔날레는 아동 서적, 소설류 서적, 광고, 포스터, 엽서, 우표, 달력, 신문 등을 포함하고 있어 쟝르의 다양성 면에서 종합적이다.

행사: 핀란드 미켈리 일러스트레이션 트리엔날레 | 장소 : 핀란드 미켈리 미술관 기간 : 2002년 6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 이 글은 본래 월간 『디자인』지 2002년 8월호 164-166쪽에 실렸던 기사를 다시 게재한 것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