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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demar Schønheyder Møller, Kartenclub an den Spieltischen in der weißen Stube des Brøndums Hotels, 1891/93, Öl auf Leinwand, Sammlung Skagens Museum, © Skagens Museum.
Valdemar Schønheyder Møller, Kartenclub an den Spieltischen in der weißen Stube des Brøndums Hotels, 1891/93, Öl auf Leinwand, Sammlung Skagens Museum, © Skagens Museum.

미술 속의 호텔과 숙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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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안 슬로타바(Florian Slotawa) 『요제피네 펜션(Pension Josefine)』 뮌헨, 제18호 실 1999년 7월5일 밤, Baryth-Print, © VG Bild-Kunst Bonn 2014, Courtesy: Galerie Nordenhake, Berlin/ Stockholm; Sies + Höke Galerie, Düsseldorf.
플로리안 슬로타바 (Florian Slotawa)
『요제피네 펜션(Pension Josefine)』 뮌헨, 제18호 실 1999년 7월5일 밤, Baryth-Print, © VG Bild-Kunst Bonn 2014, Courtesy: Galerie Nordenhake, Berlin/ Stockholm; Sies + Höke Galerie, Düsseldorf.

“호텔의 최대 장점은 가정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훌륭한 피난처라는 것이다.” –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

호텔이란 투숙객들이 저마다 자기만의 방 공간으로 후퇴해 쉴 수 있는 객실과 여러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레스토랑과 로비가 있는 반(半)공공-반(半)사적 공간이며, 집을 떠나 길에 오른 객손님이 필요로 하는 끼니(食)와 잠자리(住)를 제공해 주는 편의시설이자 인류 보편의 사회문화 제도다.

과거 시절 여행이란 지체 높은 고관귀족이나 돈 많은 갑부들이나 국가와 나라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었지만, 여권 소유의 대중화와 대중관광 환대산업(hospitality industry)이 보편화된 오늘날 일과 휴가를 위해 여행을 하는 호텔 투숙객들은 전에 없이 많아졌고, 그같은 수요에 호응하기 위해 전세계 곳곳에는 전에 없이 많은 호텔과 숙소가 생겨났다.

글로벌 경제 물결을 틈타고 덩달아 글로벌화된 미술계와 미술시장 환경 속에서 바쁜 비즈니스맨들 못지않게 잦은 여행을 하며 전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무리는 바로 예술가들. 이른바 첨단 신(新) 노마드로족으로도 불리며 세계 유명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는 무대예술가와 음악연주자들은 물론이려니와 세계 여러 도시서 전시회 오프닝과 사이트-스페시픽 작품 설치를 하며 창조활동을 펼치는 미술인들은 늘 항공기, 호텔, 미술행사장 사이를 셔틀콕처럼 오가면서 활동하고 있다.

George Grosz: Die Straße, 1915, Öl auf Leinwand, Staatsgalerie Stuttgart. © Estate of George Grosz, Princeton, N.J. / VG Bild-Kunst Bonn 2014.
게오르크 그로스 (George Grosz),  『거리 (Die Straße)』 1915년, 캔버스에 유채, Staatsgalerie Stuttgart. © Estate of George Grosz, Princeton, N.J. / VG Bild-Kunst Bonn 2014.

그런 점에 착안해 독일 바덴-바덴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룸 서비스-미술 속에서의 호텔과 호텔 속의 미술가(Room Service – On the Hotel in the Arts and Artists in the Hotel)》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여행과 호텔 문화가 어떻게 미술 속에서 표현되었는지 살피고 있다.

이 전시는 근대적 개념의 여행 문화가 최초로 시작한 시점을 19세기 초엽으로 설정하고 그같은 예를 영국 화가 존 콘스터블(John Constable)이 1824년 그린 그림에서 출발한다.

콘스터블은 영국 브라이튼에 처음 생긴 그랜드 관광호텔과 그 앞으로 펼쳐진 해변가 풍경을 그렸다. 그런가하면 윌리엄 터너는 여행할 때마다 자기가 묵은 호텔방 인테리어에 영감 받아서 객실 실내 광경을 그림으로 그리곤 했다.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막스 벡만(Max Beckmann)은 투숙하는 호텔마다 화가 자신의 시점과 현실이 변화함을 자각하고 그에 매료되 그림으로 그렸다. 동시대 극사실주의 화가인 조지 그로스(George Grosz)는 숨가쁘게 박동하던 독일 베를린 도심 호텔 안팎과 주변서 벌어지는 천태만상 도회 군중상을 포착했고, 거장 사진가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는 파노라마 시점으로 당시 변화하는 독일 도회광경을 찍었다. 한편 다이앤 아르부스(Diane Arbus)의 카메라 속에 비친 호텔이란 겉으로는 아닌척 조심조심 펼쳐지는 매춘과 화류의 세계였다.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 『무제, 알라바마 주 헌츠빌(Untitled (Huntsville, Alabama)』1969/1970년, 염료전사인화법 © Eggleston Artistic Trust, Courtesy: Cheim & Read, New York / Sammlung Museum Folkwang, Essen.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 『무제, 알라바마 주 헌츠빌(Untitled (Huntsville, Alabama)』1969/1970년, 염료전사인화법 © Eggleston Artistic Trust, Courtesy: Cheim & Read, New York / Sammlung Museum Folkwang, Essen.

프랑스의 개념주의 미술가 소피 캴르(Sophie Calle)는 베니스 호텔에서 객실청소부로 변장하고 투숙객들을 상대로 밀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으로써 사적 공간으로서 호텔 객실의 정의에 찬물을 끼얻었다. 전시로 늘 자주 여행해야 했던 단명한 독일의 현대 화가 마르틴 키펜베르거(Martin Kippenberger)는 자기가 머물렀던 호텔마다서 모아온 편지지와 봉투에 드로잉을 그려 그만의 가상 호텔 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독일의 소설가 토마스 만(Thomas Mann)이 쓴 걸작 소설 『산(Der Zauberberg)』 은 이 책 속의 주인공이자 교양있는 청년 한스 카스토르프가 20세기 초엽 유럽서 창궐하던 폐결핵에 걸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스위스 다보스에 있는 한 고급 요양호텔에 투숙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럽 구제체가 무너져 가는 가운데 주인공이 여러 세기말적 인간상을 만나고 관찰하는 과정에서 인생, 질병,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훌륭하게 묘사해 놓은 이 책은 카스토르프가 1912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군대에 자원입대하는 것으로 이 책은 주인공의 죽음을 저멀리 넌지시 암시하며 이야기를 끝맺는다.

단기 요양을 할 생각으로 체크인했던 한스 카스토르프가 전쟁이라는 상징적 죽음 직전까지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7년 동안 머물었던 스위스의 요양호텔은 인생이라는 영혼의 손님이 묵다간 숙소가 아니었을까.《룸 서비스》전은 바덴-바덴 시립 쿤스트할레(Staatliche Kunsthalle Baden-Baden)에서 2014년 3월22일부터 6월22일까지 3개월 동안 계속된다.

※ 맨 위 작품 설명:  발데마르 쇤헤이더 묄러(Valdemar Schønheyder Møller) 『브뢴덤스 호텔 흰방 테이블에서 카드놀이를 하는 카드놀이 회원들(Kartenclub an den Spieltischen in der weißen Stube des Brøndums Hotels)』 1891/93년, 캔버스에 유채. Skagens Museum Collection © Skagens Museum, Den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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