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에서 LoveFrom으로 – 굿바이 애플

[TECH meets DESIGN]  칼럼 → 좋은 기업 디자이너는 훌륭한 리더가 만든다.

애플은 어떻게 서브컬쳐에서 도미넌트 디자인으로 군림했나

FROM CULT TO MAINSTREAM

Happy 30th Birthday, Macintosh!

컴퓨터와 디자인이 함께 창조한 애플 맥 컬트 문화

[2002년] 7월1일, 독일 에쎈에 자리한 노드라인 베스트팔렌 디자인 센터(Design Zentrum Nordrhein Westfalen)에서는 자칭 디자인계의 오스카상 레드닷(Red Dot) 디자인 대상 시상식 축제(에쎈 알토 극장)가 열렸다. 그리고 2002년 우수작품을 발표회와 시상식을 겸한 이 행사에서 레드닷 명예상은 애플 컴퓨터의 iMac에게 돌아갔다. 디자인에 관심있는 관계자들은 물론 애플 컴퓨터를 애인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맥매니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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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출시된 애플 아이폿(Apple iPod). Photo courtesy: Apple, Inc.

참고로, 올해 레드닷 대상에 출품한 총 공모작 수는 전세계 26개 디자인 업체들로부터 걷힌 1479점. 27인의 초빙 국제 심사위원들의 꼼꼼한 판결 결과, 307점의 공모 제품들이 우수디자인 제품으로 선정되어 레드닷(빨강색 동그라미 점) 모양의 우수디자인 인증을 받았다. 출품작들로는 향수병에서부터 전기 칫솔, 기능성 텔레비젼 세트, 도자기 소재 고급 욕실용 가구, 거리 조명기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제품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등 전통적인 선발 부문 외에도 작년부터 새로 추가된 인텔리전트 디자인 부분은 제품의 시각적 혁신성과 신과학기술을 잘 결합한 제품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특히 애플 컴퓨터사는 위에서 언급한 명예상 말고도 올해 새로 출시한 초소형 다화일 저장 iPod MP3 플레이어로 ‚천재적’이라는 칭송과 함께 인텔리전트 디자인상을 받는 이중 경사를 맞았다.

애플 컴퓨터는 ‚독자적인 그래픽 및 도상적 언어를 개발해 컴퓨터를 대중적 기기로 만들었다’고 칭찬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애플 컴퓨터와 PC는 애플이 처음 제시한 표준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PC 시장의 장악으로 인해 곤경에 처한 애플사는 1996년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애플사를 재창업하고 일개 욕실용품 디자이너였던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를 디자인팀 디렉터로 임명하면서 혁신과 디자인을 성공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문화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줄줄이 출시되기 시작한 iMac 시리즈들은 특유의 캔디색 투명 플라스틱 외장으로 컴퓨터 주변기기는 물론 수많은 디자인 제품들이 서둘러 모방할만큼 고유의 조형언어를 창조했다.

iMac의 조형언어를 두고 전문가들이나 맥매니아들은 흔히 이렇게 표현한다 : 애플 컴퓨터는 모던하다. 애플 컴퓨터는 미니멀리즘이다. 애플 컴퓨터의 형태는 ‚엄격’하지만 그 외형은 ‚섬세’하고 ‚우아’하다. 여기에 iBook 랩탑과 iMac 모니터, 신제품 플랫 스크린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고 기기 몸체 자체의 중량이 가벼워서 이동에도 아주 간편해 ‚기능적’이다. 결론적으로, 맥 컴퓨터는 고급미술에서 말하는 모더니즘과 독일바우하우스 디자인이 강조하는 ‚기능성’을 한데 잘 버무린 디자인 명작이다. 게다가 요즘 디자인 시장이 강조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개성 – 애플의 유명한 광고 모토인 ‚Think Different’가 그 한 예 – 까지 대변하는 현대문화의 아이콘임에 분명하다.

전세계 애플 애호가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애플 티셔츠를 입고 맥월드 엑스포를 직접 방문하거나 맥월드와 맥위크 같은 인쇄판 전문지를 구독하는 일 외에도 인터넷 가상공간을 활용해 각종 정보와 관심사를 나눈다.  그 외에도 맥애딕트맥센트럴, 앤앤, 애플인사이더 등은 그같은 무수한 맥 관련 사이트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곳들이다. 최근에는 애플 컴퓨터 애호가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관심사들이 다양화되어 가고 있어서 보다 세분화된 맥매니아 하위문화들이 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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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룩으로 유명한 1998년 출시된 iMac 데스크탑 컴퓨터의 “Think Different” 광고 캠페인.

애플 맥 컴퓨터를 둘러싼 하위 문화 현상을 주제로 와이어드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올 연말쯤 그에 관한 책 출간을 앞두고 있는 리앤더 카니는 최근 서구 맥매니아들 사이에서 번성중인 애플 컴퓨터 애착증상을 테크노 페티시즘(혹은 테크노 물신주의)이라고 이름한다. 일견 광적인 종교단체를 연상시키기라도 하듯, 애플 컴퓨터 애호가들은 그들 스스로를  PC가 아닌 매킨토시 컴퓨터만이 지닌 철학과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여긴다.

아주 흔하게는, 애플 컴퓨터 광고 사진이나 포스터에서부터 티셔츠나 애플본사 디자인숍에서 파는 애플 상품등을 수집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애플 컴퓨터 애호가들은 80년대 처음 나온 회색 사각형 모양의 매킨토시 클래식 모델에서부터 가장 최근의 iMac 신제품에 이르기까지 애플이 생산한 여러 모델들을 수대에서 수십대까지 창고에 쌓아두거나 집안에 여러대의 애플 컴퓨터들 사이를 오가며 동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새로 맥 컴퓨터를 구입해 배달된 날이면 식구들과 친구들을 초대해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새 맥 컴퓨터 개봉 파티를 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애플 컴퓨터 애호가들 중 다수는 디자이너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들이 주로 몰두하는 일은 애플 컴퓨터의 iMac 시리즈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판타지 맥을 디자인하는 것. 독일 사이트인 스파이맥은 올 봄 iMac 이미지를 도용해 주방기기로 풍자한 iWok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사무 사나다라는 한 무명 디자이너는 Neo Species Apple Laboratory라는 자신의 개인 사이트를 통해서 역시 티타늄 파워북을 모방한 PowerfulBook R2 랩탑을 자랑해 보였다.

올 봄 맥 홈페이지에서는 벨기에에 사는 맥 애호가 벤자민 반 파리즈가 디자인한 판타지 디자인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한때 맥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한 16세 소년이 G5 스피어라는 공모양의 허위 컴퓨터를 디자인해 마컵으로 만들어 사이트에 올렸는데 이 작품은 애플사의 진짜 신제품인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져 소비자들은 물론 애플 컴퓨터 사에서까지 잠시나마 혼란을 빚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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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맥 G4 큐브 (Power Mac G4 Cube) 애플이 생산하여 2000-2001년에 판매되었다. 조나단 아이브 디자인.

이들 맥 판타지 디자이너들은 애플 컴퓨터 디자인부에 발탁되길 고대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장난 겸 도전행위라고 여겨지곤 하지만, 정작 그들은 단지 우수한 애플 컴퓨터 디자인에 대한 일종의 경의의 표시(예컨대, 서양 고전주의 화가 앵그르가 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에 대한 존경을 표시한다는 의미에서 라파엘로의 양식을 차용하거나 얼굴을 그려 넣곤 했던 것과 같다)라고 대답한다.

애플 컴퓨터가 미술관이나 박물관 소장품으로 인정받을 날이 과연 올지 그렇다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맥 애호가들 사이에서 애플 컴퓨터가 생산한 전제품 모델들은 소장가치가 매우 크다. 일부 광적인 맥 애호가들은 신용카드 빚에 허덕이는 것도 마다않고 애플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있는대로 사들이는데 열을 올린다. 한편 일부 애플 소장가들은 다른 기종들과 맞바꿔치기 하거나 온라인 경매에 부쳐 짭짤한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온라인 경매소 이베이나 온라인 애플 제품판매업체 레드라이트러너는 소량생산 혹은 생산중단된 희귀 애플 액세서리를 인터넷을 통해서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 유명 PC 제조업체들이 매출불황에서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애플 컴퓨터는 여전히 꾸준한 매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충성스런 맥 애호가들이 외면하지 않고 매킨토시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입 지원하는 한편으로 애플 컴퓨터의 디자인에 매료된 새로운 소비자들의 합세 때문이다.

작년 [2001년] 화재 속에 출시된 아름다운 파워맥 G4 큐브가 외장 플라스틱 균열 결함으로 매출에 실패했고, 맥 컴퓨터의 인터넷 서핑 속도가 늦다는 기술적인 헛점들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장에 출시되는 맥 컴퓨터들은 진정 보기좋고 인상적이다(물론 애플 컴퓨터 디자인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끝으로, 도시바처럼 우직견고한 성능과 애플처럼 아름다운 컴퓨터가 탄생할 그 날을 꿈꿔 본다.

*이 글은 본래 『디자인 정글 (Design JUNGLE)』 2002년 7월 클릭! 월드리포트 컬럼에 실렸던 글을 다시 게재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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