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

SALONE DEL MOBILE MILANO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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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판 밀라노 가구 박람회 입구 광경. 밀라노 가구 박람회는 매년 4월에 피에라 밀라노 박람회장에서 열린다. Photo by Saverio Lombardi Vallauri.

세계적인 경제 위기, 이상 기후로 인한 변덕스럽고 비많은 날씨 – 그 모든 크고 작은 걱정과 불편함은 아랑곳없다는 듯 올해도 디자인과 패션의 중심 도시 밀라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국제적 디자인 견본시장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성황리에 막을 올리고 전세계에서 몰려온 디자인 업계의 비스니스맨과 디자인 트렌드세터들을 두팔벌려 맞이 했다.

전시장 입구에도 다다르기 전 박물관 방문객 주차장이나 지하철역이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벌써부터 북적거리는 만원 공간 속에서 시달릴 것을 걱정한다고? 매년 봄철 4월이면 밀라노 가구 박람회가 열리는 피에라밀라노 박람회장 (Fiera Milano)에 들어서면 언뜻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보이질도 모르는 전시회장 나열 속에는 실은 그 누구가 되었던 관객이 자유럽고 독립적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이탈리아 특유의 여유와  사색의 공간도 포함되어 있다.

조명등을 활용하는 현대미술가 세리스 윈 에반스 (Cerith Wyn Evans)에게 특별주문하여 제작한 네온 조명 디자인이 올해 밀라노 트리엔날레 박물관 입구에 설치되었다. 올해의 밀라노 트리엔날레는 “인보케이션 I-N-V-O-C-A-T-I-O-N”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경제 위기? 무슨 경제 위기! 작년 가을 불어닥친 재정 위기난을 시발로 너도나도 경제난과 지출 절약을 걱정하기 시작한 올해. 그러나 디자인 업계의 주요 인사들은 다른 디자인 행사 참여는 취소할 지언정 여전히 최고 지명도의 밀라노 가구 박람회만은 가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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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와 기간을 맞추어 열린 밀란 디자인 위크 (Milan Design Week 2009) 행사중 밀라노 상공 사무소 건물내에서 열린 의자 디자인 전시회.

경제가 승승장구하던 작년까지만 해도 초고가 디자인 프로젝트와 전시장이 화재로 떠오르고 전세계 갑부들이 쇼핑몰을 거니듯 오가던 예년에 비하면 단연 차분해진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다.

인공적인 디지틀 미학과 고에너지 소모성 강한 제품이 주를 이루던 과거의 추세가 잠잠해진 반면, 올해는 포근하고 아늑한 가정을 연상시키는 직물 위주의 디자인이나 자연 소재를 활용한 에코 모티프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고가 럭셔리 가구 디자인 라인을 소개하는 업체들도 기성 스타 디자이너들보다는 보다 젊은 디자이너의 창조력을 마케팅하는데 주력하는 추세가 두드러졌다. 스키치는 바로 그같은 예. 신진 디자이너의 예술성 높은 현대 디자인의 산실임을 선언하며 올 밀라노 가국 박람회를 기해 올봄 새로 개장한 스키치 (Skitsch) 디자인숍은 럭셔리의 대명사 불가리 (Bvlgari) 호텔 바로 근처 몬테 디 피에타 거리상에  스키치 프래그십 매장을 신개장하고 매일밤 샴페인과 칵테일이 있는 개장 파티를 열면서 젊고 열망가득한 디자이너들과 아직도 지갑 두둑한 디자인 애호가들의 발길을 잡으며 고가대 실험적 디자인의 미래는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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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에르낭과 로낭 브르엑 형제가 비트라 가구사와 협력하여 디자인한 베제탈 (채소라는 의미) 의자는 독일 화학품 제조업체 BASF가 신개발한 저렴한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한 녹색주의 모티프의 의자 디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22일부터 27일까지 열린 올 2009년판 밀라노 가구 박람회의 대세적인 분위기는 환경과 포근함이라는 주제를 담은 착하고 단순한 디자인이다. 초고가와 럭셔리 보다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생산하기 쉬운 재료를 활용한 제품이 주를 이룬다.

경제와 환경이 처한 위기가 일상에서 유난히 자주 오르내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인간은 다시금 땅과 가까운 든든하고 소박한 것을 갈구하는 것일까? 이를 반영하듯 네덜란드의 로열 티헬라르 마쿰 (Royal Tichelaar Makkum) 도자기 회사는 아텔리에 NL과 협력하여 단순간결한 미니멀리즘과 소박한 흙의 미학가 담긴 도자기 공예 디자인을 제안, 광적인 일상에 고요와 사색의 공간을 제공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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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로 사가 소개한 종이로 만든 각종 가구 및 조명 시리즈.

또 그런가하면 디지틀 미학에서 뒤쳐져 있던 종이가 새로운 대안적 소재로 등장하는 추세가 눈에 띄었다. 스웨덴 출신의 디자인 그룹인 TAF는 포장지에 싼 소포 미학에서 영감받은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직물 소재 실내 가구 디자인을 선보였다. 캐나다의 몰로 (molo) 사도 정교하게 가공한 종이로 얼마든지 견고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실내를 장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제품들을 전시해 보였다.

젊은 에너지 살로네사텔리테 – 디자인의 미래는 젊은 디자이너들에 달려있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돌아다니느라 발품을 팔고 다니며 피곤해진 몸과 마음은 살로네사텔리테 (Salonesatellite)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설레임으로 다시 흥분된다.

그곳은 아직 디자인 시장에 채 발을 디디지 않은 열망에찬 젊은 디자이너들이 순수한 이상과 제약받지 않은 기발함으로 미래의 클라이언트와 언론의 발굴을 기다리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돈, 명성, 업계의 기대에 눌려 많은 것을 타협하며 묵직한 작업을 해야한는 메인홀 전시장의 기성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갓 대학을 졸업한 이 사텔리테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그래서 창조적 자유와 미숙함을 맘껏 발휘해도 용서받는 특권을 갖은 자들이기도 하다.

디자인 교육을 받고 직업 시장에 나서는 젊은 디자인 지망생이 전에 없이 많아졌지만 재정 사정이 어려워진 요즘 그들이 새로운 일자리 찾기와 제품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수 있는 길은 좁아져만 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갓 학교를 졸업한 젊은 디자이너들은 일상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해주는 생활 개선용품,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 가정 실내를 포근하고 안락하게 돕는 제품 아이디어 제안에 보다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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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네사텔리테 전시장에서 방문객들의 인기가 가장 많았던 공간은 푹신한 소파가 있는 휴식 장소.

꼭 가볼만한 특별 기획 구역 조나 토르토나 (ZonaTortona) – 자동차와 모터를 조립하던 옛 도심 공업구역을 힙한 디자인 거리로 재조성시켜 탄생한 조나 토르토나 (Zona Tortona) 구역에는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의 북적대는 바자르 거리를 연상시키듯 발길 많고 눈에 띄는 하이프로파일 디자이너가 참여하여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는 행사도 많다.

특히 에드워드 반 플리엣 (Edward van Vliet for Moroso) 이탈리아의 모로소 사는 네덜란드의 유망주 에드바르트 반 블리엣의 스시 컬렉션 (SUSHI Collection)으로 인기를 모았다. 토르토나 거리의 조나 토르토나 구역에는 오늘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재기발랄한 젊은 디자이너들과 미래의 스타덤을 꿈꾸며 바삐 눈과 머리를 돌리는 지망가들로 북적댄다. 2009년 봄 취재/글/사진: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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