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누엘 호프만 재단 샤울라거 현대 미술관

Schaulager Emanuel Hoffmann Foundation

예술의 도시 스위스 바젤이 자랑하는 현대 미술관

sl_0013_aussen_sm-300x276상업과 미술의 도시 바젤 매년 6월 중순경, 스위스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역사와 상업의 도시 바젤에서는 세계 최고의 권위와 규모를 자랑하는 바젤 현대 미술 박람회 (Art Basel)가 열린다. 미술계 내에서는 일명 ‚미술계 연례 최대의 친목 모임“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바젤 현대 미술 박람회는 올해 특히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약 일주일 앞두고 대단원을 올린 2005년도판 베니스 비엔날레가 개막한 직후여서 미술가들은 물론 미술 전문 딜러, 미술관 관계자, 큐레이터, 미술 애호가, 컬렉터들이 그 유명한 베니스-바젤 코스를 따라 앞다투어 찾아드는 올 여름 미술 이벤트의 메카임을 또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스위스 영토 북쪽 비르즈 (Birs) 강과 비제 (Wiese) 강이 만나는 지점인 라인강 (River Rhein) 상류 부근을 끼고  발달해 있는 도시 바젤 (Basel 또는 영문으로 Basle로 표기)은 프랑스, 독일, 스위스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이들 유럽 3국의 주요 관통 도시이기도 하다. 본래 중세 시대까지만 해도 라인강가의 한 고요정막한 중세 도시에 불과했으나, 16세기 북유럽에 온통 불어닥친 기독교 개신교 종교 개혁을 피해 이민온 카톨릭파 장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장인 길드 (guild)와 무역이 번성한 경제의 중심 도시로 재탄생했다. 은행업, 제약업, 직물 무역, 정밀 기계 등 현재 스위스에서 벌어지는 무역 거래의 3분의 1 이상이 인구 고작 17만여에 불과한 이 작은 도시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바젤, 도시 전체가 미술관 단지 무역과 번영의 도시 바젤은 그런가 하면 역사와 문화의 도시이기도 해서 옛 고도시가 포함되어 있는 그로스바젤과 산업집중 지대인 클라인바젤 그리고 그 주변 소고을들 곳곳에 널려 있는 크고 작은 공립 및 사람 박물관과 미술관만도 40군데가 넘는다. 국립 바젤 쿤스트무제움 (Kunstmuseum Basel)을 비롯하여 고미술 박물관 (Antikemuseum), 역사 박물관 (Historische Museum), 문화 박물관 (Museum der Kulturen), 쿤스트할레 바젤 현대미술 전시장 등은 바젤 시민은 물론 이 도시 방문객들이라면 한 번쯤은 둘러 보았을 고정 관람 코스다.

그런가 하면 바젤에는 컬렉션의 규모 면에서 보나 소장품의 질적 수준 면에서 보나 알찬 근현대 미술관들이 헤르초그와 드 뮈론 (Herzog et de Meuron), 마리오 보타 (Mario Botta), 디너 앤 디너 (Diener & Diener), 리쳐드 마이어 (Richard Meyer) 등 초국제급 스타 건축가들이 설계한 근사한 미술관 건물을 한껏 자랑하고 있기까지 하다.

엠마누엘 호프만 재단의 샤울라거 현대 미술관 흔히 바젤을 방문하는 미술 애호가들이 서둘러 찾는 개인 운영의 근현대 미술관들로는 바이얼러 재단 미술관과 샤울라거 현대 미술관이 우선 순위로 꼽힌다. 현대 미술 작품 만을 전문적으로 수집 소장 관리하면서 일년 내내 수준 높은 전시회를 기획하여 전시하는 샤울라거 (Schaulager) 현대 미술관 (엠마누엘 호프만 재단 (Emanuel Hoffman Foundation))이 바로 그런 예다.

미술관에 관심있는 뮤지엄 고어 (museum-goer)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바이얼러 재단 미술관 (Fondation Beyerler)이 20세기 근현대 미술을 집중적으로 소장 전시하는 미술관이라고 한다면 새울라거 미술관은 20세기 후반기부터 현재 21세기까지 현대 미술의 수집, 관리, 전시 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현대 미술관이다. 바젤 시내의 중앙역에서 전차를 타고 10분만 가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샤울라거 현대 미술관을 찾아가 보자.

현대 미술이란 현재 진행형인 미술  „엠마누엘 호프만 재단은 지금 당장은 이해되지 못하지언정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표현 방법을 사용해 미술 작품을 구현하는 미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한다“라는 설립 선언문은 이 재단이 운영하는 샤울라거 사립 현대 미술관의 건립 철학을 잘 대변해 준다. 개인 재단으로 설립 운영되는 미술관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샤울라거 현대 미술관 역시 미술을 사랑한 한 부부가 사유 재산을 미술품을 꾸준히 사모으고 보관하던 끝에 미술관을 설립하게 된 경우이다. 재단의 명칭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남편 엠마누엘 호프만과 아내 마야 호프만은 젊은 신혼부부 시절부터 미술품을 수집해 온 미술애호가들이었다.

두 말 할 것없이 미술품 컬렉터의 입장에서 보면 미술 학계에서 학문적인 인정을 받았거나 기성 미술 시장과 미술계가 승인하는 미술가의 작품들을 수집하는 편이 현대 미술품을 수집하는 편보다 안정성이 높다. 미술품이란 소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향유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산적 가치를 지닌 투자성 대상인 것이 엄연한 미술시장 속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직도 미술 학계에서 여전히 예술적 가치 평가가 진행 상태중인 현대 미술만을 전문적으로 구입, 소장, 관리, 전시하는 호프만 재단의 운영 철학은 적잖이 모험적인 시도임에 분명하다.

미술관이 아니라 미술 창고 (Art Storage) – 누구나 거닐며 소장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공간 스위스 바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파트너인 헤르초그와 드 뮈론이 미술관 건물 설계를 맡은 샤울라거의 건축은 컨셉부터 매우 독특하다. 1933년 마야 호프만 여사는 미술관이란 대중 관객들이 쉽게 접근하여 미술 향유를 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어야 한다는 근본 취지를 분명히 했다. 이를 증명하듯, ‚샤울라거 (Schaulager)’라는 명칭은 독어의 ‚schauen- (보다)’라는 동사와 ‚lager (창고 또는 보관소)’두 단어를 합쳐 만든 조어이다.

Robert Gober: Ausstellung Schaulager 2007그리고 미술관의 소장품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방법 면에서도 기존의 관습적인 박/미술관의 전시 방식에서 과감하게 탈피하고자 했다. 모름지기 미술관이란 그 안에 보관되어 있는 모든 소장품들을 전시실과 보관 창고로 분리하여 전시중인 작품은 전시실에 놓이고 나머지 작품들은 해체되거나 보관용 박스에 담겨 창고로 보내는 것을 관행으로 행하고 있다. 그러나 온 미술관이 언제나 열려 있는 미술품 창고가 되어 하며 그 창고 안을 누구나 자유롭게 거닐며 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 샤울라거 현대 미술관 건축의 핵심 컨셉이다.

이미 제2차 세계대전중이던 1940년대초에 호프만 부부의 소장품들은 가치를 인정받아 바젤시에 장기 대여를 해 주었을 정도였고, 이어서 1980년대까지도 바젤시가 운영하는 쿤스트무제움 미술관과 바젤 현대 미술관에 소장품 전시회를 가지기도 했다. 재단 설립자인 호프만 여사가 가져온 소장품들 외에도 이 샤울라거는 과거 20여년 동안 집중적으로 구입한 신소재, 뉴미디어, 신개념 위주의 현대 미술품 소장 규모를 부풀리는데 역점을 두었다.

그 결과 현재 무려 현대 미술 분야 소장품 수가 650여점에 이르고 있는데, 특히 현대 미술계에서 최근 큰 주가를 올리고 있는 로버트 고버 (Robert Gober)나 카타리나 프리치 (Katharina Fritsch)의 작품들은 샤울라거의 전시 공간이 아니었더라면 보관과 전시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현대 미술품들은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거나 유별나게 크거나 곤란한 형상을 한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기존의 전통적인 박물관 전시실이나 모더니즘식의 흰벽 전시실이 충족시킬 수 없는 현대 미술을 위한 전문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샤울라거는 현대 미술에 관심있는 관객들은 물론 전시 기획자들과 건축인 및 디자이너들에게도 영감을 안겨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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