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노동의 세계

CULTURE OF WORK

근현대 사회 속에서 노동의 의미와 이미지를 사진으로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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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ndre Rodtchenko, 『톱니바퀴』, fabrica AMO, 1930년. Colleccio Maison de la Photographie de Moscou (c) Archives A. Rodtchenko et V. Stepanova.

인간은 하나님의 명을 거역하고 죄악의 과일을 맛보면서 평생 노동이라는 고역을 한평생 짊어지고 살아가게 되었다고 성경의 창세기는 이른다.

낙원에서 쫏겨난 아담과 이브의 후예들은 생존을 위해 필히 일을 해야 했고 인간의 역사가 발달을 거듭해 감에 따라 인간이 종사하는 일의 종류와 전문성도 복잡다양해져 왔다.

지난 2세기여간 서양 문화는 노동을 기초로 형성되었고 역으로 노동은 문화형성에 기여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는 ‘노동의 문화’ 전시가 바르셀로나 문화 센터 (Centre de Cultura Contemporania de Barcelona)에서 [2000년] 9월 17일까지 계속된다.

근현대 사회 속의 인간에게 노동이란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 형태로 묘사되어 왔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미래 사회에서 노동을 어떤 변화된 형태와 의미를 지니고 등장할 것인가? 전혀 가볍지 않은, 오히려 철할적이기까지 한 이슈를 내걸고 기획된 이번 전시의 출발점은 신화, 공간, 현재와 미래, 미래의 직업세계를 포함하여 총 5개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출발점은 다름아닌 19세기말 산업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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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is Ignatovitch, 『공장 노동자들의 식사시간』, 1920년. (c) Colleccio K. Ignatovitch.

각 주제별 갤러리의 입구에 마다 관람객들을 반기는 조각작품들은 조각가 펩 두란 (Pep Duran), 로케 (Roque), 수자나 솔라노 (Susana Solano), 호안 브로사 (Joan Brossa), 에두아르도 칠리다 (Eduardo Chillida) 등이 노동을 테마로 제작한 것들로써 관객들이 공장, 부두, 사무실 등과 같은 일터 분위기를 느끼면서 관객들이 전시에 자연스럽게 젓어들게끔 유도한다.

산업체제가 고안해 낸 노동의 질서 체계의 대표적인 노동공간은 공장과 사무실. ‘기억의 공간’이라는 타이틀의 갤러리는 그 두 공간의 여러 단면을 사진 이미지들로 숨막히리만치 쉴틈없이 제시한다. 공장은 노동자의 육체를 통제하고 규칙적 노동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인 노동공간 시설이었다. 파텔라니, 파이닝거, 첸텔레스, 호이서, 로드첸코, 살롬의 사진작품들과 대중선동용 영화와 몽타쥬 이미지에 나타난 공장은 편리한 노동공간임과 동시에 인간 노동력의 무자비한 착취의 산실에 다름아니었다.

공장은 그래서 노동조합 활동, 파업, 시위, 노동협상 등과 같은 새로운 사회관계와 현상의 잉태소가 되었다. 노동을 찾아나서 도시로 도시로 이주하는 노동자들의 이주상을 보여준다. 콜러 (Kollar), 페롤 (Ferrol), 미세락스 (Miserachs), 브론자르드 (Blonzard), 하멘 (Hammen), 리츠만 (Litzman), 쿠아드라다 (Cuadrada), 차이크넷 (Chaiknet), 미쇼 (Michaud)가 포착한 노동자의 이주상은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재촉된 도시화 현상을 암시하고 있다.

시골에서 도시로, 소도시에서 대도시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참으로 노동에 의한 이주의 지리학과 역사는 한 세기를 거치면서 여러 방향과 장소로 번지고 발달했다. 노동을 찾아나서 낯선 곳으로 떠나가는 노동자들의 한결같은 동기는 노동이 부와 생활의 안정을 가져다 줄거라는 막연한 희망과 기대였으리라.

cultures-treball_cover한편 사무실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성 (Das Schloss)』에서 묘사된 관료제를 낳은 노동공간으로 현대적 의미의 관리 및 서비스업무 이행처이다.  컴퓨터화, 온라인화로 대변되는 오늘날의 후기산업사회 속에서 사무실의 의미와 중요성은 그 어느때보다도 비중이 커져 버렸다.

노동착취와 노동통제라는 적대적 이해관계에서 도래하기 시작한 노동 제도와 노동자 보호 법안의 현실, 국가와 문화에 따른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사회적 권리와 이해관계를 포착한 소리아노 (Soriano), 몰레렛 (Moleres), 랭 (Lange), 로니스 (Ronis), 드와즈노 (Doisneau) 등의 사진작품들이 이어지면서, 노동사회와 공장체제가 낳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논쟁으로 이끌어간다.

‘현재와 미래의 공간’으로 이름붙여진 갤러리에 들어서면 9개의 비디오 스크린-1개는 시계, 8개는 각 나라의 전형적인 노동자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스크린-이 관객을 맞이한다. 그 한켠으로는 그래프와 통계자료를 제시하여 현대 경제의 세계화와 디지틀 기술로 인한 급격한 노동시장 변화상을 강조하는 설치물을 훑어보면서 관객을 한 숨을 돌릴 여유를 찾을 것이다.

미래의 노동시장과 노동체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현재를 근거로 미래를 예측한다고는 하지만 간단한 결론을 내리기에 현재는 미지의 요소들과 상충하는 아이디어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가능한한 적은 양의 노동과 최대한의 여가를 즐기고 싶어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은 변치 않은 것이다. 여기에 동조라도 하듯이 이 전시는 휴식과 여가를 주제로한 페르루소프 (Petroussov), 이그나토비치 (Ignatovich), 볼프 (Wolff), 할렌스레벤 (Hallensleben)의 사진들로 마감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전시명: 노동의 문화(Cultures of Work) 전 | 전시장소: 바르셀로나 현대 문화 센터  | 전시기간: 2000년 5월 24일-9월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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