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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쳐 개론

글로벌 시대를 읽는 문화이론 101 

고급문화(high culture)와 저급문화(low culture)가 공존하는 현대사회. 그 가운데 고급문화는 저급문화로, 저급문화는 고급문화로 상호영향을 끼치며 서구 후기산업 사회 체제 속 문화의 여러 양상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이 두 문화현상 간의 경계는 나날이 모호해 지고 있다. 이른바 하위주변문화 집단으로 여겨져 오던 서브컬쳐는 언제부터인가 대중매체의 각종 이미지를 통해서 트렌디(trendy)한 첨단 유행 스타일로 어필하기 시작하며 문화의 주류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등장하기 시작한 테드족(teds), 스킨헤드족(skinheads), 펑크족(punks), 보위족(Bowie-ites), 히피(hippies), 드래드족(dreads)…이전 시대에 보지 못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라이브스타일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서브컬쳐 집단들을 일컫는 이름들이다. 다른 국가나 사회에서 보지 못한 이들 “서브컬쳐”가 탄생한 곳은 영국 런던.

그 가운데에서도 노동자출신들이 모여사는 이스트 엔드(East End)가 서브컬쳐의 발원지이다. 복잡하고 다단적인 전통적 계급구조가 지배하는 영국사회는 양차세계대전 이후 20세기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계급적, 사회적 사회질서와 세대차를 극복한 선진사회국가임을 자부해 왔다. 그렇다면 그런 영국사회에서 서브컬쳐가 탄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70년대말 “서브컬쳐”(subculture)에 관심의 눈을 뜨기 시작한 영국학계는 이 유별난 주변문화 집단들을 일컬어 기존 사회체제에 대한 저항 혹은 사회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문화적 기제로써 탄생한 사회적 부조리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서브컬쳐는 과연 사회체제의 기존 사회체제에 대한 헤게모니에 대항한 저항문화(anti-culture 또는 counter-culture)인가?  더구나 90년대 들어 급부상하기 시작한 고스족(Goths)과 인종주의 스킨헤드족의 등장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최근들어 등장한 트레키족(Trekkies), 레이브족(raver), 그리고 축구팬 등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이 각양각생의 서브컬쳐 집단들이 속속 사회를 구성하면서 서브컬쳐가 주류문화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1979년 출간된 『서브컬쳐: 스타일의 의미(Subculture : The Meaning of Style)』라는 이 분야 최초 연구서가 문화학에서는 입문서로 통한다. 영국의 문화학자인 이 책의 저자 딕 헤브디지(Dick Hebdige)는 그람시 문화이론의 개념을 빌어, 서브컬쳐란 후기산업사회 내 존재하는 사회적 긴장을 분출・해소하기 위한 저항적 헤게모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10년후인 1988년 헤브리지는 다시 그의 새로운 저서 『Hiding in the Light』을 통해서 서브컬쳐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다. 즉, 서브컬쳐란 사회의 하층계급을 구성하는 소외된 노동계층 인구들의 자아정체성을 부여하고 소속감을 제공한다는 저항문화적인 기능보다는 이미지 위주의 물질주의와 상업주의가 일부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미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현대사회 속의 서브컬쳐 집단을 재정의했다.

헤브디지는 그래서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서브컬쳐의 발단과 전개의 주요 요인으로 상업주의 문화를 꼽는다. 바늘처럼 곳추세워 색색으로 물들인 헤어스타일과 공격적인 가죽의상 차림으로 유명한 펑크족들은 그 좋은 예다. 펑크족은 경제적으로 유복하지 못한 하층노동계급 출신 청소년들이 독자적인 저항의식을 표현하는 동시에 자기표현이라는 만족감을 자체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창조한 일종의 아방가르드 문화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서브컬쳐 – 영국 노동계급의 산물 

영국의 서브컬쳐 탄생지는 런던의 흑인사회와 백인 노동계급 출신 청소년들의 접점지인 런던 이스트 엔드(East End) 구역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특히 흑인사회의 주요 문화적 표현수단인 음악은 서브컬쳐 스타일의 발전에 핵심 요소로 꼽힌다.

여성적이고 세련된 패션 스타일을 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60년대 모드족(mods)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풍성한 헤어스타일에 신체에 밀착된 의상을 특징으로 하는 테드족(teds 혹은 teddyboys)들이 그들의 시각적 이상으로 삼은 대상은 팝음악의 우상들이었다. 록스타 데이빗 보위를 추종하여 형성된 보위족(Bowie-ites) 족 역시 록스타 데이빗 보위의 여성적이고 야릇한 분위기와 양성애적 라이프스타일을 본받아 탄생한 것이었다.

유럽의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전통적인 사회구조가 와해되면서 영국은 이전까지 유지해 오던 계급체제도 완화되어 평등주의 사회로 이행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후기 산업사회에 이른 영국사회는 매스미디어, 핵가족화, 교육제도, 노동환경, 여가문화에서 두루 급속한 변화를 경험했지만 사회적 상승이동이 제한된 전통적 계급제도는 변화시키지 못했다.

후기산업 사회 속 노동계급 가정은 핵가족화를 경험하는 동시에 전보다 경제적으로 윤택해 졌다. 1944년 브틀러 법안 제정으로 영국의 교육제도는 평준화되고 청소년들의 자각의식은 향상되었다. 각종 매스미디어와 언론매체를  통해 정보와 지식의 분배는 전에 없이 민주화되었다. 하지만 영국의 뿌리깊은 계급구조만은 변화하지 않았고 그로 인한 1차적 피해자들은 노동계급 출신의 젊은이들이었다. 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와 구태의 계급 사이의 양분화(polarization) 현상이 심화되면서 도시의 노동계급 청소년들의 서브컬쳐가 잉태하게 이른다.

그러나 영국사회의 계급문제는 의미있는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채, 노동계급 청소년들은 청소년 문화를 위시하여 청소년들로 구성된 새로운 계급을 형성하기 시작하는데 이 때는 60년에 이르러서였다. 영국에서 처음 서브컬쳐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을 당시 학계는 19세기에 제기된 바 있는 도시학 연구결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헨리 메이휴(Henry Mayhew)와 토마스 아쳐(Thomas Archer)의 사회학 이론에서 챨스 디킨스(Charles Dickens)와 아더 모리슨(Arthur Morrison)의 사회소설들이 그런 전통의 대표적인 예들이다.

1920년에 이르러서야 미국 시카고 학파의 사회학 및 범죄학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청소년 갱 범죄집과 사회일탈집단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1927년 프레데릭 드래셔(Frederick Thresher)가 실시한 거리 갱단 연구에 이어 이후 윌리엄 풋 화이트(William Foote Whyte)는 <거리 모퉁이 사회(Street Corner Society)>라는 저술서에서 거리의 청소년 갱단들의 문화적 절차와 사례연구를 상세히 보고해 놓았다.

1950년대에는 앨버트 코헨(Albert Cohen)과 월터 밀러(Walter Miller)는 지배체제와 복종체제 속의 가치관이라는 개념을 빌어 청소년 하위문화에 대한 한층 이론적이 설명을 시도했다. 코헨은 청소년 갱 집단의 기능을 두고 “학교에서 성적이 부진한 노동계급 출신 청소년들이 여가시간을 활용해 갱단에 참여함으로써 자신감과 자아성취감을 대체적으로 만족시킨다”고 정의했다. 반듯한 정신태도, 의욕, 복종을 요구하는 학교교육의 가치관과는 정반대의 가치들, 즉 쾌락주의, 권위에 대한 불복종, 반항(kicks)은 이들의 가치체계 속의 핵심어휘들이다.

1960년대에 이르러 피터 윌못(Peter Willmott)은 런던 이스트 엔드에 거주하는 노동계급 가정 출신 청소년들에 대한 연구에서 청소년 서브컬쳐가 기존 사회체제 속의 계급체제에 대항한 독자적인 신계급이라는 설에 반기를 들었다. 특히 이스트 엔드를 중심으로 등장한 청소년 서브컬쳐는 가족체제의 모순과 청소년의 자율성 욕구 사이의 갈등의 외면화라고 하는 주장이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노동계급 부모세대로 부터의 유산 : 청소년과 가족체제의 갈등은 청소년과 성인 노동계급 문화간의 갈등으로 확대해 볼 수 있다. 노동계급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세대는 동일한 가정환경에서 생활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문화적, 세대적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사고와 행동을 취함으로써 해결책을 찾고 스스로를 표현한다.

그런 점에서 바라본다면 서브컬쳐를 구성하는 청소년들은 부모세대를 전면 거부하고 저항한다기 보다는 부분적으로 긍정 흡수하면서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는게 합당할지도 모른다. 이스트 엔드 출신이면서 파티가 열리는 주말이면 ‘다른 동네’ 즉, 웨스트 엔드(West End)에서 모인다든가 하는 모드족 서브컬쳐는 그런 예이다. 부모세대들이 즐겨 찾던 노동자 동네의 허름한 맥주집, 클럽, 상점 등의 공간을 부유층 거주지인 웨스트 엔드로 장소를 이동하여 그들의 문화를 ‘거행’한다.

펑크 서브컬쳐는 집단이 표방하는 정신적 심리적 상태에서 그들 부모세대를 반영하고 있다. 공격적이고 요란한 외양 뒤로 숨은 그들의 내면세계는 노동자 사회의 고도로 조직화되고 결속화된 집단의식 이면의 개인적인 소외감과 심적 공허감으로 가득차 있다.

50년대 흑인이민자 사회에 대한 인종적인 차별의식과 혐오의식에서 처음 비롯된 테디 보이 서브컬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의 우상으로는 서부 인디언 생활양식을, 페션은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는 복고룩을 추종했다.

이들의 자녀세대들은 1970년대에 이르러 테디보이 리바이벌을 불러 일으켰다. 50년대 엘비스, 에데 코크란, 제임스 딘을 모방한 남성사회의 의리, 폭력성, 배드보이적 성향이 사라진 대신 펑크족, 헤비메탈 로커족, 축구열광팬족 등과 같은 70년대 여타 서브컬쳐 집단과 자기차별화하기 위한 서브컬쳐로 부활한 것이다.

서브컬쳐는 사회상의 거울

서브컬쳐는 한마디로 영국사회의 도시 노동자 가정의 청소년상을 반영한다. 엄격한 계급주의가 지배하는 영국사회에서 서브컬쳐란 그런 점에서 볼 때 그다지 영광스러운 형태는 아니며, 더구나 현대 영국사회 전반을 대변하는 형태도 아니다.

그러나 여려 형태의 서브컬쳐들이 제창하는 사고방식과 태도는 현대 영국사회의 여러 단면을 암암리에 암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각각 1964년과 1968년에는 경제난에 따른 실업률 증가로 모드족과 스킨헤드족이 서브컬쳐로 급성장했다. 실업, 도덕적 가치관의 변화, 빈곤, 경제적 심리적 우울감이라는 증세를 띤 ‘영국의 침몰’ 현상은 곧 70년대말 펑크족들에 의해 자행된 노팅힐 카니발, 그런윅, 레이디우드에서 연이은 폭력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펑크족들의 폭력행위는 영국사회 전반에 만연하던 암울함과 공포심리의 단적 표현이었던 것이다.

동성애주의가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한 60년대말과 70년대 일부 젊은이들은 록스타 데이빗 보위 컬트를 유행시켰다. 보이아이트족은 전형적인 노동계급 중심의 서브컬쳐라기 보다는 동성애 혹은 양성애적 라이프스타일의 주장과 옹호를 우선적으로 내세웠다는 점 외에도 스켄헤드족처럼 폭력적이기 보다는 현대사회의 일상생활의 문제를 이슈로 내세웠다는 사실이 특징적이다.

여러 서브컬쳐 집단들이 내세운 주장과 이슈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전통적인 노동자 계급이 미덕으로 여기던 청교도적 노동윤리에 도전한 게 사실이다. 미디어와 언론매체의 발달은 서브컬쳐의 이미지, 스타일, 이데올로기를 효과적으로 전파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이 등장한 패션, 영화, 예술, 라이프스타일에 영감적 원천이 되어 주기도 했다.

특히 70년대초 복고적 향수주의에 대한 컬트 유행은 텔레비젼과 영화의 주제로 심심찮게 재활용되었다. 대중 매체로 인해 고급문화가 저급문화로, 저급문화가 고급문화로 유입되고, 상업주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소비자의 취향과 의식을 좌우하는 오늘날 서브컬쳐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는 영국의 현대사회를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되었다.

* 이 글은 본래 SK Telecom 사외보 『열린세계』2000년 11/12월호(통권 제46호)에 실렸던 글임을 밝혀둡니다.

서브컬쳐에서 도미넌트 디자인으로

FROM CULT TO MAINSTREAM

Happy 30th Birthday, Macintosh!

컴퓨터와 디자인이 함께 창조한 애플 맥 컬트 문화

[2002년] 7월1일, 독일 에쎈에 자리한 노드라인 베스트팔렌 디자인 센터(Design Zentrum Nordrhein Westfalen)에서는 자칭 디자인계의 오스카상 레드닷(Red Dot) 디자인 대상 시상식 축제(에쎈 알토 극장)가 열렸다. 그리고 2002년 우수작품을 발표회와 시상식을 겸한 이 행사에서 레드닷 명예상은 애플 컴퓨터의 iMac에게 돌아갔다. 디자인에 관심있는 관계자들은 물론 애플 컴퓨터를 애인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맥매니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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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출시된 애플 아이폿(Apple iPod). Photo courtesy: Apple, Inc.

참고로, 올해 레드닷 대상에 출품한 총 공모작 수는 전세계 26개 디자인 업체들로부터 걷힌 1479점. 27인의 초빙 국제 심사위원들의 꼼꼼한 판결 결과, 307점의 공모 제품들이 우수디자인 제품으로 선정되어 레드닷(빨강색 동그라미 점) 모양의 우수디자인 인증을 받았다. 출품작들로는 향수병에서부터 전기 칫솔, 기능성 텔레비젼 세트, 도자기 소재 고급 욕실용 가구, 거리 조명기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제품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등 전통적인 선발 부문 외에도 작년부터 새로 추가된 인텔리전트 디자인 부분은 제품의 시각적 혁신성과 신과학기술을 잘 결합한 제품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특히 애플 컴퓨터사는 위에서 언급한 명예상 말고도 올해 새로 출시한 초소형 다화일 저장 iPod MP3 플레이어로 ‚천재적’이라는 칭송과 함께 인텔리전트 디자인상을 받는 이중 경사를 맞았다.

애플 컴퓨터는 ‚독자적인 그래픽 및 도상적 언어를 개발해 컴퓨터를 대중적 기기로 만들었다’고 칭찬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애플 컴퓨터와 PC 는 애플이 처음 제시한 표준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PC 시장의 장악으로 인해 곤경에 처한 애플사는 1996년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애플사를 재창업하고 일개 욕실용품 디자이너였던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를 디자인팀 디렉터로 임명하면서 혁신과 디자인을 성공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문화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줄줄이 출시되기 시작한 iMac 시리즈들은 특유의 캔디색 투명 플라스틱 외장으로 컴퓨터 주변기기는 물론 수많은 디자인 제품들이 서둘러 모방할만큼 고유의 조형언어를 창조했다.

iMac의 조형언어를 두고 전문가들이나 맥매니아들은 흔히 이렇게 표현한다 : 애플 컴퓨터는 모던하다. 애플 컴퓨터는 미니멀리즘이다. 애플 컴퓨터의 형태는 ‚엄격’하지만 그 외형은 ‚섬세’하고 ‚우아’하다. 여기에 iBook 랩탑과 iMac 모니터, 신제품 플랫 스크린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고 기기 몸체 자체의 중량이 가벼워서 이동에도 아주 간편해 ‚기능적’이다. 결론적으로, 맥 컴퓨터는 고급미술에서 말하는 모더니즘과 독일바우하우스 디자인이 강조하는 ‚기능성’을 한데 잘 버무린 디자인 명작이다. 게다가 요즘 디자인 시장이 강조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개성 – 애플의 유명한 광고 모토인 ‚Think Different’가 그 한 예 – 까지 대변하는 현대문화의 아이콘임에 분명하다.

전세계 애플 애호가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애플 티셔츠를 입고 맥월드 엑스포를 직접 방문하거나 맥월드와 맥위크 같은 인쇄판 전문지를 구독하는 일 외에도 인터넷 가상공간을 활용해 각종 정보와 관심사를 나눈다.  그 외에도 맥애딕트맥센트럴, 앤앤, 애플인사이더 등은 그같은 무수한 맥 관련 사이트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곳들이다. 최근에는 애플 컴퓨터 애호가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관심사들이 다양화되어 가고 있어서 보다 세분화된 맥매니아 하위문화들이 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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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룩으로 유명한 1998년 출시된 iMac 데스크탑 컴퓨터의 “Think Different” 광고 캠페인.

애플 맥 컴퓨터를 둘러싼 하위 문화 현상을 주제로 와이어드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올 연말쯤 그에 관한 책 출간을 앞두고 있는 리앤더 카니는 최근 서구 맥매니아들 사이에서 번성중인 애플 컴퓨터 애착증상을 테크노 페티시즘(혹은 테크노 물신주의)이라고 이름한다. 일견 광적인 종교단체를 연상시키기라도 하듯, 애플 컴퓨터 애호가들은 그들 스스로를  PC가 아닌 매킨토시 컴퓨터만이 지닌 철학과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여긴다.

아주 흔하게는, 애플 컴퓨터 광고 사진이나 포스터에서부터 티셔츠나 애플본사 디자인숍에서 파는 애플 상품등을 수집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애플 컴퓨터 애호가들은 80년대 처음 나온 회색 사각형 모양의 매킨토시 클래식 모델에서부터 가장 최근의 iMac 신제품에 이르기까지 애플이 생산한 여러 모델들을 수대에서 수십대까지 창고에 쌓아두거나 집안에 여러대의 애플 컴퓨터들 사이를 오가며 동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새로 맥 컴퓨터를 구입해 배달된 날이면 식구들과 친구들을 초대해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새 맥 컴퓨터 개봉 파티를 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애플 컴퓨터 애호가들 중 다수는 디자이너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들이 주로 몰두하는 일은 애플 컴퓨터의 iMac 시리즈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판타지 맥을 디자인하는 것. 독일 사이트인 스파이맥은 올 봄 iMac 이미지를 도용해 주방기기로 풍자한 iWok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었다. 이사무 사나다라는 한 무명 디자이너는 Neo Species Apple Laboratory라는 자신의 개인 사이트를 통해서 역시 티타늄 파워북을 모방한 PowerfulBook R2 랩탑을 자랑해 보였다.

올 봄 맥 홈페이지에서는 벨기에에 사는 맥 애호가 벤자민 반 파리즈가 디자인한 판타지 디자인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한때 맥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한 16세 소년이 G5 스피어라는 공모양의 허위 컴퓨터를 디자인해 마컵으로 만들어 사이트에 올렸는데 이 작품은 애플사의 진짜 신제품인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져 소비자들은 물론 애플 컴퓨터 사에서까지 잠시나마 혼란을 빚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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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맥 G4 큐브 (Power Mac G4 Cube) 애플이 생산하여 2000-2001년에 판매되었다. 조나단 아이브 디자인.

이들 맥 판타지 디자이너들은 애플 컴퓨터 디자인부에 발탁되길 고대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장난 겸 도전행위라고 여겨지곤 하지만, 정작 그들은 단지 우수한 애플 컴퓨터 디자인에 대한 일종의 경의의 표시(예컨대, 서양 고전주의 화가 앵그르가 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에 대한 존경을 표시한다는 의미에서 라파엘로의 양식을 차용하거나 얼굴을 그려 넣곤 했던 것과 같다)라고 대답한다.

애플 컴퓨터가 미술관이나 박물관 소장품으로 인정받을 날이 과연 올지 그렇다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맥 애호가들 사이에서 애플 컴퓨터가 생산한 전제품 모델들은 소장가치가 매우 크다. 일부 광적인 맥 애호가들은 신용카드 빚에 허덕이는 것도 마다않고 애플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있는대로 사들이는데 열을 올린다. 한편 일부 애플 소장가들은 다른 기종들과 맞바꿔치기 하거나 온라인 경매에 부쳐 짭짤한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온라인 경매소 이베이나 온라인 애플 제품판매업체 레드라이트러너는 소량생산 혹은 생산중단된 희귀 애플 액세서리를 인터넷을 통해서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 유명 PC 제조업체들이 매출불황에서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애플 컴퓨터는 여전히 꾸준한 매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충성스런 맥 애호가들이 외면하지 않고 매킨토시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입 지원하는 한편으로 애플 컴퓨터의 디자인에 매료된 새로운 소비자들의 합세 때문이다.

작년 [2001년] 화재 속에 출시된 아름다운 파워맥 G4 큐브가 외장 플라스틱 균열 결함으로 매출에 실패했고, 맥 컴퓨터의 인터넷 서핑 속도가 늦다는 기술적인 헛점들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장에 출시되는 맥 컴퓨터들은 진정 보기좋고 인상적이다(물론 애플 컴퓨터 디자인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끝으로, 도시바처럼 우직견고한 성능과 애플처럼 아름다운 컴퓨터가 탄생할 그 날을 꿈꿔 본다.

*이 글은 본래 『디자인 정글 (Design JUNGLE)』 2002년 7월 클릭! 월드리포트 컬럼에 실렸던 글을 다시 게재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디자인 정글에 실린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