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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현대 미술 컬렉터 찰스 사치 회화로 관심 전향

THE TRIUMPH OF PAINTING
21세기, 찰스 사치 왜 회화로 관심을 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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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사우스뱅크에 있던 사치 갤러리 건물 전경 (2003-2005년) Photo courtesy: The Saatchi Gallery. [참고: 사치 갤러리는 2008년 10월에 King’s Road로 이전했다.]

현대 미술의 미래는 회화이다 – 영국 출신의 광고업계의 거물급 인사 겸 정열적인 현대미술 컬렉터로 유명한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런던 사우스뱅크 (South Bank)에 위치한 그의 갤러리 전시장을 전격적으로 개편한다.

일명 ‚영브리티시 아티스트YBA’라고 불리는 영국 출신의 신세대 미술가들을 발굴하여 일단의 미술 운동으로 끌어올린 현대미술계의 트렌드세터이기도 한 찰스 사치는 광고업에서 뿐만 아니라 90년대 이후로 서구 현대미술 시장과 취향 형성에까지 영향력을 끼친 현대 미술계의 권력가이다.

커다란 유리관 속에 포르말데하이드로 통조림된 반쪽 짜리 동물 시체를 작품화한 데미언 허스트 (Damien Hirst)의 『찬송 Hymn』을 비롯해서, 트레이시 에민 (Tracey Emin), 제니 사빌 (Jenny Saville), 사라 루카스 (Sarah Lucas), 제이크와 다이노스 챕먼 형제 (Jake and Dinos Chapman), 마크 퀸 (Marc Quinn), 크리스 오필리 (Chris Ofili)는 저마다 도발적이고 논쟁성 강한 이미저리와 개념성 때문에 화재와 논란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현대 미술계의 악동들로서 사치에게 발굴되면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미술계의 커리어 마차에 올라탄 YBA 즉, 영브리티시 아티스트들이다.

사치의 기발한 수완으로 이들 영브리티시 아티스트들은 1997년에 『센세이션 (Sensation)』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달고 런던, 뉴욕, 베를린에서 차례로 순회 전시를 하면서 현대 미술계의 중심부에 우뚝 자리잡았다. 그런가 하면 사치를 본보기로 삼아서 현대 미술 컬렉팅 활동에 뛰어든 갑부 사업가들과 투자가들이 전세계 여기저기에서 뒤따라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 사치에게 올 5월 말 청천벽력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100여점에 이르는 그의 현대 미술 소장품들 (주로 영브리티시 아티스트의 작품들)이 보관되어 있는 미술품 전문 창고인 모마트 (Momart)가 화재로 불타버린 것이다. 화재 사건이후 사치 컬렉션의 소실을 둘러싸고 마치 기다렸다는듯 일부 언론계에서는 비아냥과 조롱으로 환호했다. 그럴수록 사치에게는 데미언 허스트의 대형 조각상인 『자선 (Charity)』를 비롯해서 트레이시 에민의 30년간의 남성 편력사를 기록한 『텐트』,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가 애지중지하던 챕먼 형제의 『지옥 (Hell)』이 한낱 연기로 사라지고 난 후의 상실감이 컷다고 한다.

상실에 대한 상처를 뒤로 하고 사치는 제2의 영브리티시 아티스트 발굴을 겨냥, 브라이언 그리피스 (Brian Griffith), 틸로 바움가르튼 (Tilo Baumgarten), 사이먼 베드웰 (Simon Bedwell) 등을 포함한 『뉴 블러드 (New Blood)』 展을 올 여름 대중 관객에 공개했지만 안타깝게도 언론과 비평가들의 반응은 기대이하를 넘어서 부정적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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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키펜베르거 『파리스 바 베를린 (Paris Bar in Berlin)』 1993년 유화 작품. Photo courtesy: The Saatchi Gallery.

그래도 인생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했던가. 찰스 사치의 도전도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다가오는 2005년 새해부터 사치 갤러리는 설립 20주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컬렉션들로 갤러리 새단장을 하고 다시 문을 연다.

『회화의 승리 (The Triumph of Painting)』이라는 전시명으로 새롭게 공개를 앞두고 있는 사치 갤러리가 이번에 소개할 것들은 이미 현재 유럽에서 크게 주가를 올리고 있는 화가 5인의 작품들이다.

사치는 스코틀랜드의 피터 도익 (Peter Doig), 벨기에의 뤽 토이만 (Luc Tuymans), 남아공의 마를렌느 뒤마스 (Marlene Dumas), 독일의 외르크 이멘도르프 (Joerg Immendorf)와 마르틴 키펜베르거 (✝ Martin Kippenberger)는 현지점에서 유럽을 대변하는 핵심 5대 현대 화가라고 선언하고 그동안 사모아 두었던 그들의 작품들을 공개한다.

사치는 기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대량 구입하여 작품의 투자가치를 높이는 스타 미술가 제조기로서의 본분을 포기한 것일까? 물론 아니다. 다이엘 리히터Daniel Richter, 세실리 브라운 Cecily Brown 같이 이제 막 ‚떠오르는’ 화가들의 그림들도 나란히 함께 전시될 예정이어서 미래 사치가 2005년 한해 동안 예의주시할 현대 회화의 향방을 점쳐볼 수 있는 잣대를 제시해 줄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지금까지 사치 갤러리를 빛내줬던 영브리티시 아티스트들의 대형설치물들은 2006년까지 창고 속에서 대기하고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런던 중심부와 런던 아이 London Eye 구역에서 가까이 위치해 있는 사치 갤러리는 옛 카운티홀 건물을 미술관으로 개조하여 2003년 봄에 개관했다. 런던의 문화와 오락의 중심지인 사우스뱅크에 자리하고 있으며 20세기초에 신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져서 높은 천정과 고급 목재 실내 장식이 특징적이다.

*이 글은 『NOBLESSE』 2004년 12월호에 실렸던 컬럼 기사의 원문을 다시 게재하는 것임을 밝혀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