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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고전음악 여행 가이드

“비엔나 – 세계 고전 음악의 수도” 

VIENNA – THE CITY OF MUSIC

18세기 바로크 시대 빈 거리에서 음악을 켜는 사람들. 당시 사람들은 기타 처럼 생긴 류트를 즐겨 다뤘다. 자료 사진.

18세기 바로크 시대 빈 거리에서 음악을 켜는 사람들. 당시 사람들은 기타 처럼 생긴 류트를 즐겨 다뤘다. 자료 사진.

…가난한 고학생들이 밤늦게 술에 취해 삼삼오오 모여 가곡을 합창하고 … 교회당을 지나치면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미사 오르간 소리가 흘러나오고 … 매주 일요일 호프부르크카펠레 예배당에서 비엔나 소년합창단의 노래소리를 들을 수 있고 … 골목에서 이름모를 거리의 악사들이 바이올린과 아코디언으로 흥겹게 자아내는 거친 헝거리 민속음악도 언제든지 들은 수 있는 도시 비엔나. 이 곳은 부유한 자나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자나 상관없이 누구든 음악을 켜고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의 도시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의 거리 곳곳, 음악이 숨쉬는 대기 속에는 어딜가나 음악으로 흥건하게 젖어있다. 월츠와 오페레타는 비엔나에서 처음 탄생했고, 세계의 그 어느 나라와 도시를 합쳐서 비엔나 만큼 다수의 기라성급 음악가들을 배출한 곳은 없다. 고전 음악 뿐만 아니라 재즈, 팝, 록 음악은 물론이고 현대판 오페레타라고 불리는 뮤지컬 공연과 페스티벌도 일년 내내 열려서 국내와 해외 음악 청중들을 맞이한다. 비엔나에서는 일년 365일중 300일 동안 공연이 벌어지는데 대형 오페라 50편과 발레 공연 20편을 포함한 각종 규모와 쟝르가 망라된 음악 콘서트 행사는 무려 1만5천여 편에 이른다고 한다.

Diego Rodríguez de Silva y Velázquez, Las Meninas, or The Family of Felipe IV, Ca. 1656, Oil on Canvas, 318 cm x 276 cm. © Museo Nacional del Prado.

Diego Rodríguez de Silva y Velázquez,
Las Meninas, or The Family of Felipe IV, Ca. 1656, Oil on Canvas, 318 cm x 276 cm. © Museo Nacional del Prado.

비엔나는 어떻게 세계 음악의 수도가 되었을까? 그 근원은 지금부터 약 3백여년 전 동유럽의 바로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화사가들은 비엔나를 유럽 음악의 중심지로 끌어올린 장본인으로서 황제 레오폴트 1세를 꼽는다.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즈의 걸작 회화 『시녀들(Las Meniñas)』 속에 등장한 금발의 5살 박이 공주는 바로 레오폴트의 첫 아내이자 영원한 사랑이었던 마가리타 테레사(스페인 필립 4세왕의 딸)였다.

레오폴트 1세는 본래 예수회 교단 성직자가 될 계획으로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지만 황위후계자던 형 페르디난트 4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18살의 나이에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됐다. 오토만 제국과의 대 터어키 전쟁, 헝거리 내전, 프랑스의 루이 14세와의 9년 전쟁 등 끊임없는 정치적 권모술수와 전쟁지휘에 바빴던 레오폴트 1세였지만 실은 부친 페르디난트 3세를 닮아서 사생활 면에서는 열렬한 문화애호가이자 아마츄어 작곡가였으며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작곡가들을 데려와 직접 후원하기도 했다.

18세기 전반기 정치경제적 번영을 거듭한 바로크 시대에 뒤이어서, 18세기 후반기 로코코 시대가 되자 요제프 2세 황제 치하의 오스트리아 제국은 점차 계몽사상에서 영향받은 정치 분위기로 이행했고 문화적으로는 고전음악의 황금기로 이어졌다. 이 시기 활동한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는 빈에서 산 성인 시절 9년 동안 가장 훌륭한 명곡들을 창조해 냈다. 음악의 도시 비엔나를 찾아서 독일 본에서 올라온 베에토벤은 빈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평생 활동했고, 수없이 많은 섬세한 멜로디의 낭만주의 악곡을 작곡한 가곡의 왕 슈베르트도 빈 출신이었다.

빈 중심부 슈타트파크 공원에 서 있는 프란츠 슈베르트의 동상. 사진: 박진아.

빈 중심부 슈타트파크 공원(Wiener Stadtpark)에 서 있는 프란츠 슈베르트의 동상. 사진: 박진아.

전형적인 19세기 낭만주의의 웅장한 교향곡의 대가 브루크너(Anton Bruckner)는 북부 오스트리아 출신이었으며, 북부 독일서 온 야심가득한 낭만파 작곡가 브람스(Johnanes Brahms)는 음악가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다지기 위해 비엔나로 건너와 활동하면서 월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아버지)와 경쟁했다. 세기전환기 대표적인 후기 낭만파이자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전설적인 지휘자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도 빈에서 세기말 근대기 ‘비엔나 악파’를 이끌었다.

오늘날도 변함없이 비엔나는 음악 감상에 조예있는 음악애호가와 미래 음악스타가 되고픈 열망 가득한 음악인이라면 꼭 방문하는 음악의 순례도시다. 특히 엘리트 음악 스타라면 꼭 한 번쯤은 서보고 싶어하고 또 거쳐간다고 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 무대로라면 단연 빈 국립 오페라 극장(Staatsoper)을 꼽는다.

국립 오페라 극장이 전설적인 문화적 명소가 된 이유는 또 있다. 매년 연초 2월면 “오펀발(Opernball)” 오페라 무도회 행사를 위해 오페라 건물안 공연장 전체가 거대한 무도장으로 탈바꿈하여 사회고위인사와 유명인들이 팔꿈치를 부비는 화려한 사교장이 된다.

1778년에 일반 대중관객을 상대로 개관된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Die Zauberflöte)>의 대본은 썼던 당대의 유명 리브레티스트 에마누엘 시카네더(Emanuel Schikaneder)가 관장을 맡았던 역사 깊은 오페라 극장이다. 이곳에서 베에토벤은 이 극장안에 있는 손님방에서 한동안 거처하면서 오페라 <피델리오(Fidelio)> 프리미어 공연을 가지기도 했다.

오늘날 빈에서 가장 유서깊은 오페라 하우스로 자리잡은 이곳에서 지난 2009년에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의 서거 200주년 기념 페스티벌이 열렸다.  하이든이 남긴 가장 유명한 오페라극 <달의 세상(Il Mondo della Luna)>을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바로크 음악 전문가인 니콜라우스 하농쿠르(Nicolaus Harnoncourt)가 80회 생일을 자축하며 특별 지휘를 맡아서 큰 화재를 모은바 있기도 하다.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는 모차르트의 음악인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연주회가 열렸다. 사진: 박진아.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는 모차르트의 음악인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연주회가 열렸다. 사진: 박진아.

비너 무지크페라인(Wiener Musikverein)은 전세계 고전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전통적인 고전 음악 콘서트 레파토리를 갖추고 세계적인 지휘자와 공연자들을 무대에 올리는 곳으로써 잘 알려져 있다. 현대적인 해석이나 혁신적인 연주 기법을 개척하기 보다는 과거 원 작곡가와 공연연주자들이 냈던 원음과 연주 테크닉을 가장 원형 가깝게 재현하는데 훌륭한 기여를 해왔다고 자부하는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Wiener Philharmoniker)가 상연하는 이 극장에서 특히 황금홀은 매년 특별 초대된 지휘자의 지휘로 연주되는 신년 연주회(Neujahrskonzert)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정통 고전음악에서 다소 벗어나서 중세음악에서부터 클래식, 모던, 재즈, 해외음악 등 시대와 장소를 넘나드는 보다 폭넓은 레파토리와 연주자들을 만나보고 싶은 음악애호가들 사이에서 빈 콘체르트하우스(Wiener Konzerthaus)는 빈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국제적인 음악을 소개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1913년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명으로 개관되었고, 요한 슈트라우스가 이를 축하하기 위해 <프랠루디움> 행진곡을, 그리고 베에토벤은 그 유명한 심포니 제9번 ‘합창’을 작곡해 축하곡으로 선사했다. 오늘날 빈 콘체르트하우스는 빈 국립오페라하우스, 빈 무직페라인과 더불어 빈의 3대 주축을 이루는 음악 제도권이자 고급 공연문화의 미팅포인트임을 자처한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상연하며 전통 고전음악을 가장 과거 원음에 충실하게 재현하는 무지크페라인. 사진: 박진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상연하며 전통 고전음악을 가장 과거 원음에 충실하게 재현하는 무지크페라인. 사진: 박진아.

음악이 곁들여진 연극, 오페라, 오퍼레타. 발레, 현대연극, 뮤지컬을 포함한 우수한 레파토리를 제공하는 그장으로 꼽은 만한 무대로는 빈 폴크스오퍼(Volksoper Wien) 극장을 놓치지 말  일이다. 조르쥬 비제(Georges Bizet)의 오페라 걸작 카르멘(Carmen)이 독일어로 일주일에 3-4회 공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중 오락용 오페레타(프랑스식 휴머와 오스트리아식 위트를 혼합한 대중적 서민 오페라)의 대표적인 고전작들로 꼽히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Die Fledermaus)>와 프란츠 레하르(Franz Lehár)의 <유쾌한 미망인(Die lustige Witwe)>도 폴크스오퍼에서 고정적으로 공연된다.

그 외에도 일반 대형 무대에서는 잘 공연되지 않는 회귀공연작들을 감상할 수 있는 소규모이나  유서깊은 공연장들도 있다. 예컨대 빈 카머오퍼(Wiener Kammeroper) 챔버 오페라단은 특히 바로크 시대와 근대기 작곡된 희귀 악곡들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여름철에는 대중 청중들을 위해 쇤브룬 궁전 극장(Schönbrunn Palace Theater)에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유명 오페라 작품들을 야외에서 연주하는 행사도 연다.

슈타츠오퍼 국립 오페라 극장의 건물 서쪽 광경. 빈 도심에서 가장 붐비는 쇼핑거리 케른트너슈트라쎄 거리상에 위치해 있으며, 이 극장 공연을 보려는 관객들이 당일 공연 직전까지도 매표소에서 입석표를 구하는 모습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사진: 박진아.

슈타츠오퍼(Staatsoper) 국립 오페라 극장의 건물 서쪽 광경. 빈 도심에서 가장 붐비는 쇼핑거리 케른트너슈트라쎄 거리상에 위치해 있으며, 거의 매일 저녁마다 이 극장 공연을 보려는 관객들이 당일 공연 개봉 직전까지도 매표소에서 입석표를 구하는 모습을 어렵지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 박진아.

지금 비엔나의 고전음악팬들은 내년 2013년 바그너 탄생 200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기대로 한창 들떠있다. 바그너의 해 특별 행사에서는 글룩, 슈트라우스, 로시니, 바그너의 오페라와 심포니로 구성된 레파토리에 아나 네트렙코, 엘리나 가란챠, 요나스 카우프만, 플라시도 도밍고 같은 오페라계의 수퍼스타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그렇다고해서 고전음악을 감상하기 위해서 갑갑한 수트를 입고 경직된 자세로 극장 실내에 앉아 시간을 보내야한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국립오페라는 음악을 사랑하고 감상하고 싶어하는 비엔나 시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일 년중 날씨가 좋은 4, 5, 6, 9월이면 오페라 하우스 건물 맞은편 액 50평방 미터 면적의 헤르베르트-폰-가라얀 광장에서150편의 오페라와 발레 공연이 담긴 영상을 무료로 공연한다.

* 이 글은 본래 IBK 기업은행 사보 2012년 10월호에 실렸던 글임을 밝혀둡니다.

음악의 도시 빈에서 한 편의 환타지아

유태인 이민자들이 건설한 백일몽 같은 근대 음악계 오늘날까지도 ’음악의 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19-20세기 전환기 – 빈(Wien, Vienna)은 시기 지성사적으로나 예술사적으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발적인 창조적 분위기로 가득했다. 때는 17세기 이후로 지속되어 온 귀족주의 절대왕권이 제 명을 다하여 쇠퇘의 징조를 보이기 시작하며 상업과 무역으로 부를 축적하고 사회적 지위까지 돈으로 살 수 있게 된 신흥부유층의 부르조아 사회가 자리잡기 시작한 격동의 변화기이기도 했다.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