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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곳에 머물고 싶어라.

BOOK REVIEW

창조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제3의 공간’

oldenburg_cover_smThe Great Good Place by Ray Oldenburg

올 초, 뉴욕 퀸즈 플러싱에 있는 한 맥도날드 햄버거 매장에서 한국 노인들이 오래 앉아있는다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는다는 소식이 보도돼 화제가 되었다. 한국의 노인들이 커피 한 잔 또는 감자튀김을 시켜 놓고 두 시간 이상 혹은 하루 종일 매장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다른 손님들의 자리를 빼앗고 따라서 영업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었다.

맥도날드는 시간에 쫓겨 서둘러 끼니를 때우는 ‘패스트 손님’을 원하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다. 만일 뉴욕의 한국 노인들이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마음 편히 앉아서 책이나 신문을 읽거나 친구와 담소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동네 노인정이나 친근한 이웃 찻집 같은 정겨운 공간이 있었더라면 이러한 에피소드가 일어났을까? 2014년 3월17일자 디자인정글에 실린 이 글 계속 읽기 ☞

클레이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작품 『쏟아지는 감자 튀김 (Shoestring Potatoes, Spilling from a Bag))』1966 Canvas filled with kapok, glue and painted with acrylic, 274.3 x 132.1 x 101.6 cm, 1966년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소장, Gift of the T. B. Walker Foundation. Photo: mumok © Claes Oldenburg.

클레이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작품 『쏟아지는 감자 튀김 (Shoestring Potatoes, Spilling from a Bag))』1966 Canvas filled with kapok, glue and painted with acrylic, 274.3 x 132.1 x 101.6 cm, 1966년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소장, Gift of the T. B. Walker Foundation. Photo: mumok © Claes Oldenburg.

책 제목: 『정겨운 곳에 머물고 싶어라 (The Great Good Place – Cafés, Coffee Shops, Bookstores, Bars, Hair Salons and Other Hangouts at the Heart of a Community)』
편집자: 레이 올덴버그 (Ray Oldenburg)
출판사: 다 카포 출판사 (Da Capo Press)
출간년도: 1989, 1997, 1999년
가격: US $17.50

※  작품 이미지 설명: 미국의 조각가 클레이스 올덴버그 (Claes Oldenburg)의 작품 『쏟아지는 감자 튀김 (Shoestring Potatoes, Spilling from a Bag))』1966 Canvas filled with kapok, glue and painted with acrylic, 274.3 x 132.1 x 101.6 cm, 1966년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소장, Gift of the T. B. Walker Foundation. Photo: mumok © Claes Oldenburg.

일리카페로부터 배우는 커피 마케팅

ILLYCAFFÈ ILLYMIND

ILLY_CUP_05_2-300x216라이프스타일 무브먼트에서 시작한다 일리카페 (Illycaffè)는 바릴라, 안티노리 파스타 등과 더불어 이탈리아 식음료 산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이탈리아 식음료 문화를 전세계적인 식음료 문화로 전파하는 글로컬 브랜드(Glocal Brand)의 대명사. 미국식 패스트푸드 문화와 일반 대중 소비자를 겨냥한 많은 식음료 브랜드들과는 대조를 이루면서 일리카페는 „슬로우푸드(Slow Food)“ 운동 – 이탈리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여유있는 고급 음식즐기기 문화을 전파하는 마케팅 전략이자 식품 브랜드의 하나다.

슬로우푸드 운동과 더불어서 음식 문화 마케팅의 성공 사례의 하나로서 이탈리아의 디자인 마케팅 분야에서 화재로 떠 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이탈리아 내 국내 시장을 제외한 일리카페의 시장은 유럽, 남북미주, 태평양권을 포함한 전세계 70여개국가에 산재해 있는 4만여 레스토랑, 바, 커피숍이며, 일리카페의 전매출 시장의 약 46%를 차지한다. 지난 90년대초 매출 총수익 2백8십만 유로(한화 약 )의 이 커피 회사는10년 동안 수익4배를 기록하며2002년 현재 연간 총매출 액 1억 9천3백억 유로에 1천1백만 유로 흑자를 내는 커피업체로 꾸준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일리카페 사는 임직원수 50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고 경영진이 가족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이탈리아식 가족 사업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아버지의 커피상점 사업을 이어받은 에르네스토 일리(Ernesto Illy) 현 일리 사장의 뒤를 이어 현재는 그 아들 안드레아 일리 (Andrea Illy)가 최고경영자로 일리커피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에르네스토 일리는 옛 오스트로-헝거리 제국 소속 영토 내 북이탈리아 한 항해도시에 불과하던 트리에스테 (Trieste)의 한 작은 커피갈이 상점을 이어받아 자동 커피갈이 및 포장 기술을 개발하여 이탈리아 전국으로 커피를 공급하는 국가적 커피공급업체로 만들었고, 오늘날 아드레아 일리는 일리커피의 판매망을 전세계로 확대해 ‚일리 에스프레소의 선교사’ 역할을 계승해 오고 있다. 에르네스토의 딸이자 안드레아의 부인인 안나 일리 벨치 (Anna Illy Belci)는 일리카페사의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일리카페의 디자인 및 마케팅과 관련한 기획업무를 감독하고 있다.

품질에 맞는 포지셔닝을 한다 일리카페의 성공 비결은 엄선된 커피콩과 과학기술에 의존한 특수 패키징 기술로 이룩한 우수한 커피맛 때문만은 아니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확고한 소비자층을 겨냥한 마케팅 및 브랜딩 전략이 크게 작용했다. 인쇄판 잡지나 텔레비젼 등 대중매체를 이용한 대중 광고를 하지 않는 일리커피는 품질과 고급스러운 패키징으로 맛과 이미지를 위주로 커피를 고르는 중상층 계층 이상의 까다로운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커피의 람보르기니“ „사치인들의 위한 커피“ „부티크 커피“ 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일테다.

그 유명한 일리카페의 디자인 커피잔 컬렉션 프로젝트의 컨셉은 커피 문화에 대한 폭넓은 해석에 기반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커피마시는 행위는 의례적인 일상 관례이자 버릇이 된지 오래다. 커피는 아침에 눈을 떠 잠을 떨치고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는 각성제이며, 나른한 오후를 위한 활력제가 되어 주기도 한다. 바쁜 일과 도중에 거리상 단골 카페를 들러 바에 선채 빠른 에스프레소 한 잔을 들이키고 일과에 돌아가는 모습이나 사교의 윤활제로서 커피를 사이에 두고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이탈리아에서 흔히 발견되는 광경이다.

‚그 커피가 담기는 커피잔이 시각적 아름다움과 쾌감까지 안겨줄 수 있다면 더 깊은 커피맛을 경험할 수 있을리라’는 바로 이같은 착상에서 출발한 것이 1992년부터 처음 시작된 일리 커피잔 디자인 시리즈 프로젝트라고 한다. 현대 미술의 시각적 아름다움과 커피가 안겨주는 미각적 만족감을 한데 합친 ‚미적 경험 (aesthetic experience)’을 극대화하자는 컨셉이다.

그런 점에서 이탈리아의 미술평론가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 (Achile Bonito Oliva)가 지적했던 것처럼 일리 커피컵은 이른바 ‚구강 예술(oral art)’ 작품이기도 하다. 1992년 한 고급 카페에서 이 디자인된 커피잔에 커피를 마신 한 상류층 여성 고객이 몰래 잔을 옷 속에 숨겨 훔쳐 달아나려 했다가 옷 밑으로 흘러 나온 커피자국이 웨이터의 눈에 들켜 덜미를 잡혔다는 일화는 일리카페와 디자이너 커피잔 컬렉션의 역사에서 잊혀지지 못할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일리 아트 커피컵 디자인은 일리카페의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채 정립되지 못한 1990년대 초기 일리 브랜드의 인식도 구축 작업의 일환으로 출발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 마테오 툰 (Matteo Thun)이 디자인 해 첫 선을 보인 제1호 일리 커피컵 디자인은 순백색 무지 광택 도자기를 소재로 만들어진 단순간결한 디자인이었다. 이후 컵과 받침대의 비율과 세라믹 소재 등 전체적인 디자인 틀이 기초 모형으로 정착되어 총 62명의 현대 미술가들이 일리로부터 특수 주문받아 에스프레소 컵, 카푸치노 컵 등이 디자인돼 한정본으로 판매되어 왔다.

*슬로우 푸드(Slow Food) 운동은 1989년 프랑스에서 결성된 국제적 음식문화 개선 운동 단체이나 본래는 그보다 3년전인 1986년 이탈리아 바롤로에서 처음 결성되어 확산되었다. 음식맛의’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인간 미각의 권리를 되찾자는 구호를 내걸고 환경친화적 관광, 고품질 요식업 장려, 전통 농경 및 조리법 보호 장려, 멸종위기의 식용 농수산물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이 운동 단체는 현재 전세계에 약 6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의 반수가 이탈리아인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일리 카페 바 컨셉과 마케팅 전략
일리카페는 지난 한두해 동안 계속된 경제 불황을 타개하고 일리 브랜드의 인지도 확장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리 카페 바 프로젝트를 단행해 바로 작년인 2002년 11월 일리카페 바를 유럽 곳곳 주요 도시에 개장하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ICB로 불리는 일리  카페바(Illy Caffè Bar의 머릿 문자를 따 만듦)는 일리 브래드를 기초로한 라이센싱 사업이다. 일리 카페 바의 제1호는 부유층들이 모여 사는 파리 16구역 근처 이브리 쉬르 센느 (Ivry sur Seine)의 트뤼포 (Truffaut) 원예 쇼핑 센터. 곧 뒤따라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와 일리카페의 고향인 트레에스테에 나란히 일리 카페 바가 문을 열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세곳을 포함한 전세계 대도시내 부유층 고급 고객들이 주로 오가는 요충지 열 곳에 추가로 일리 카페 바가 개장을 앞두고 있다.

커피 바 디자인을 담당한 루카 트라치 (Luca Trazzi)와 클라우디오 실베스트린 (Claudio Silvestrin)은 현대인들의 커피 문화와 그 주변적 맥락을 고려해 커피 즐기기의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능과 분위기를 살리는데 촛점을 두었다. 일리와 두 디자이너가 강조한 커피 문화와 직결된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은 셋으로 추려진다 – 사교(socializing), 문화(culture), 미적 감성(aesthetic emotions).

이에 근거해 일리 커피 바는 서서 혹은 높은 스툴 의자에 앉아 짧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며 커피를 들이키고 떠날 수 있는 바(bar) 공간과 보다 긴 시간 동안 사교를 목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둘 이상의 고객들을 위한 커피숍(coffee shop) 공간으로 나누어 디자인되었다. 일리 커피 바는 현대인들의 커피 마시기 공간을다음처럼 5가지로 구분해 상정한다:

  • 중심 바(Core Bar) : 주로 도심부에 자리하는 이같은 커피 바는 문화의 중심부이기도 하며 다양한 커피류 뿐만 아니라 기타 다양한 음료류도 함께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 랜스케이프 바(Landscape Bar) : 주로 대형 상업 구역에 자리하며 수익률이 빠르고 높으며 커피가 판매 주품목이다.
  • 환승 바 (Transit Bar) : 주로 공항, 기차 및 버스역에 자리해 있으며 탑승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승객들을 위해 시각적 문화적 공간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 공동체 바 (Community Bar) : 주로 중심지에서 다소 벗어난 주거 지역에 자리해 있으며 단골 고객이나 동네 이웃들이 모임이나 사교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며 커피를 포함한 다양한 음료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 코너 바 (Corner Bar) : 예컨대 호텔 로비 한구석에 자리해 있으면서 고객들의 고급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세련된 서비스가 핵심이다.
  • “IBC는 우리가 과거 커피 제조 및 판매를 해 오면서 축적해 온 경험과 소비자 행위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를 토대로 진행된 프로젝트”라고 일리카페의 최고경영인이자 3대째 커피업을 이어받고 있는후손 안드레아 일리 사장은 말한다. 일리카페는 레스토랑 및 바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업자들에게 일리 카페 바의 라이센싱을 허가해 주며 라이센스 사업자들에게 커피 관련 기술과 지식 전달 교육을 제공하여 지속적인 품질관리와 서비스 노하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품질 관리를 한다.

올해 제 50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한 일리마인드 프로젝트 – 스파치오 (Spazio)
지난 6월 중순에 대 개막을 맞은 베니스 비엔날레 현대미술 전시회가 벌어지고 있는 베니스의 쟈르디니. 국가별 전시관들을 거닐다 보면 아르세날레 건물 내부 약 500평방미터 면적의 공간에 3개 방으로 나뉘어 구성된 “일리마인드 (Illymind)” 를 만나게 된다. “꿈과 갈등- 관객의 독재”라는 올 베니스 비엔날레의 대주제에 걸맞게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 공간에 관객을 위한 사교, 휴식, 대 화와 정보 교환의 공간을 제시해 일리카페의 브랜드를 일반 대중 방문객들은 물론 미술가, 큐레이터, 평론가들의  뇌리에 인식시킨다는 의도가 담긴 일리의 마케팅 전략이다.

일리카페가 1992년 이후로 생산해 온 현대 미술가 디자인 커피잔 프로젝트를 한결 발전시켜 베니스 비엔날레 같은 대규모 현대미술 행사에 직접 전시 공간을 선보이고 커피를 판매하는 전략을 처음 적용한 1997년 이래 일리카페는 줄곧 베니스 비엔날레의 후원 파트너로서 광고하는 전략을 이용해 왔다.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기념해 로젠퀴스트가 디자인한 “90년대” 와 “산라짜로의 라우셴버그” 커피잔 세트들은 특히 잘 알려져 있다. 현대미술가 데이빗 번 (David Byrne) 이 뉴욕 P.S.1에서의 전시를 기념해 디자인한 “Your Action World”와 “Minimalia” 커피잔, 루이즈 부르주아의 파리 팔레 드 도쿄전을 기념커피잔 “낮밤낮 (Le jour la nuit le jour)” 커피잔은 소비자들의 관심도 집중과 매출실적 면에서 성공을 거둔 시리즈들이다.

올 베니스 비엔날레 일리마인드 전시장의 주 디자인은 클리오스트라트 (Cliostraat)가 담당하고 아르테미데 (Artemide)와 모로소(Moroso)가 각각 조명등과 직물 디자인을담당했다. 카를로타 데 베빌라콰(Carlotta de Bevilacqua)가 디자인한 양 (Yang) 램프은 메타모르포시(Metamorfosi) 가족의 직물 벽지 디자인과 은은한 조화를 이루면서 독특하고도 세심하게 방문객들의 심신 상태를 조절해 주는데 신경썼다고 한다. 한편 모로소는 1952년에 창설된 현대적 스타일 계열의 직물 실내 장식 업체로 90년대 이후로 거주용 실내 장식을 물론이고 화랑, 미술관, 박물관 등 전시장 실내의 디스플레이 디자인에 활발히 관여해 오고 있다.

마케팅 조사의 주축 – 방문객 상대 설문 조사
고객 정보는 마케팅 조사를 위한 귀중한 자료. 가장 흔하게는 길거리에서 소비자 설문조사, 텔레 마케팅, 우편 및 이메일 마케팅에서 부터 응모권 및 콘테스트를 이용한 고객 정보 확보 방식에 이르기까지 고객 정보를 얻기 위한 설문 조사 방식은 다양하지만, 설문 조사를 가장 손쉽고 효과적으로 하는 데에는 설문 조사라는 과정 자체를 멋진 라이프스타일 행위의 하나로 정착시키는 것일테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신세대 겨냥 의류 브랜드 디젤 (Diesel)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인쇄용 및 온라인 광고는 젊은 세대들과 설문 조사를 트렌디한 유행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그들의 고객 취향을 상품화에 반영하는데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같은 점에 착안해 일리카페는 베니스 비엔날레 조직위원회와 카 포스카리 대학의 프란체스코 모라체 사회학과 교수와 설문 조사 팀을 구성해 일반 관객들로부터 전문 미술계 인사들을 상대로 비엔날레 행사에 관한 기대치와 평가를 조사해 연구서를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대 미술이 나날이 일반 대중과 소비자들과 친근해 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품 소유울이 높아지고 있는 현대 문화 현상을 조기에 포착, 일리카페의 기존 혹은 잠재 고객들이 될 미술애호인들과 문화직 종사자들의 소비 행태와 트렌드를 분석해 미래 마케팅에 적용할 것이라는 계산이 숨어있다.

시간에 쫒기는 손님은 들어오지 마세요

VIENNESE COFFEE HOUSE

여유와 사색의 공간 비엔나 커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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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 제 6구역에 있는 카페 슈페를 (Café Sperl).

바쁜 사람들과 할 일 없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
„비엔나 카페하우스에 앉아 있기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시간..“ –도심 속의 섬 비엔나 카페하우스는 예술가들과 작가들이 만나서 사사로운 토론을 나눌 수 있는 착상과 영감의 공간이 되어주는가 하면, 사무실 동료들의 눈을 피해 비즈니스 상대를 만나 사업을 구상할 수 있는 전략의 공간이기도 하며, 별달리 할 일 없이 이웃 테이블의 익명의 고객들이 만들어 내는 웅성대는 목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그날 신문이나 시사 잡지들을 뒤적이는 한량(閑良)들이 나른한 여가를 보내는 낭만의 공간이자 부유한 중장년 여성들이 모여 사교계 가십거리로 수다를 떨던 정보 교환소이기도 하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21세기 오늘, 눈코뜰 새 없이 바쁜 현대인들이 잊고 살았던 무위 (無爲)와 낭만적인 여유가 아직도 살아 있음을 증명해 주는 곳이 바로 비엔나 커피하우스 (Wiener Kaffeehaus)일 것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남미 지방에서 커피는 바쁜 오후 졸음을 쫏고 정신을 바짝 차리기 위한 각성제이다. 높다랗고 좁은 커피 바에서 진한 에스프레소를 단숨에 들이키고 에너지를 재충전한 후 바쁜 일상으로 재돌진하는 커피 고객들을 흔히 발견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며, 느긋이 앉아 커피를 즐기는 카페하우스에 비해 카페 바가 더 성행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하지만 비엔나의 카페하우스는 그와는 사뭇 다른 곳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마 벗어나 아무의 방해도 받지않고 홀연히 독서를 즐기거나  사색의 시간을 갖는 곳이며, 친구나 애인 혹은 지인들과  삼삼오여 모여 담소를 나누는 대화의 공간이다. 그리고 바쁜 직장인들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경험하기 위해서, 양복을 빼입고 오후 외출을 단행한 노인들이 한 잔의 멜랑쥬 커피와 애플슈투루들(Apfelstrudel, 사과 파이의 일종)을 맛보기 위해서, 그리고 정말 할 일 없이 매일 드나드는 단골 손님이 간단한 아침 식사와 커피를 즐기기 위해서 카페하우스를 찾는다.

„카페란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 옆자리 벗들이 있어야 하는 곳“ – 문화 창조의 대폭발기 20세기초엽 비엔나 모더니즘 시대에 살았던 비엔나 출신 지성인 알프레드 폴가르 (Alfred Polgar)는 당시 비엔나에서 번성한 카페하우스를 두고 이렇게 정의했다. 카페 안 구석구석마다 테이블과 의자에 홀로 섬처럼 앉아 있는 손님들이 동시에 함께 카페 군중을 형성하는 역설의 공간, 비엔나 카페하우스. 그래서 폴가가 그가 즐겨 드나들던 카페 센트랄을 일컬어 „시간에 의해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시간을 죽여야 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한 기담은 유명하다.

비엔나 카페하우스의 유래와 오늘
비엔나에서 커피하우스가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17세기말경, 비엔나가 터어키 군의 공격을 받아 거의 점령될 위기를 맞았다가 폴란드군의 군사 원조 덕택에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비엔나를 재탈환한 1685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급히 쫏겨난 터어키군이 미쳐 챙기지 못하고 버려두고 간 커피콩 자루를 콜시츠키 (Georg Franz Kolschitzky)라는 이름의 폴란드 군인이 발견해 커피음료를 처음 비엔나인들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비엔나인들은 커피콩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커피콩을 낙타똥인줄 알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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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쥬 커피를 주문하면 제공받게 되는 전형적인 커피 세트. 은쟁반 위의 커피 한 잔, 물 한 잔, 그리고 각설탕.

지금도 그렇듯이 당시 콜시츠키는 터어키식 커피는 커피콩을 볶은 후 갈아서 주전자에 끓는 물과 커피 가루를 한데 섞어 우려내는 제조법을 사용했는데 너무 진하고 쓴맛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한다. 곧이어 이듬해인 1868년, 아르메니아계 이민자 요한 디오바토 (Johann Diobato)는 커피 가루가 잔 밑에 가라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 필터 방식을 새로 고안하고 커피에 우유를 첨가하여 맛을 부드럽게 개선한 커피를 소개해 커피의 대중화를 본격화하는데 기여했다.

17세기말 합스부르크 황실 사업인증허가소가  „터어키식 음료를 커피라는 형태로 조리해 파는 곳“이라고 한 최초의 비엔나식 카페하우스는 지금의 비엔나 제1구역 중심부 돔가세 거리에서 문을 열였다. 얼마안가서 비엔나 도심에는 여러 카페하우스들이 우후죽순 뒤따라 문을 열었다. 당시만해도 때는 절대주의 시대였던 만큼 귀족 남성들만이 카페하우스에 출입할 수 있었고, 신문을 읽거나 카드 놀이, 당구, 체스 놀이를 하는 놀이공간 겸 커피와 당과류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사교 클럽 역할을 했다. 지금도 유서깊은 비엔나 카페하우스에 마다 비치되어 있는 신문잡지들은 바로 옛 귀족 신사들이 드나들던 카페하우스로부터 전해져 온 전통의 흔적 가운데 하나다.

오늘날 비엔나에서 옛 카페하우스의 실내 장식과 분위기를 가장 원형 가까이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카페 슈페를 (Café Sperl, 현재 비엔나 제6구역 소재)에 가면 현란한 바로크식 대리석과 금박 장식으로 찬란한 실내 장식과 골동 당구대들이 널찍한 카페 실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19세기 초엽부터 여성들의 카페하우스 출입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자취를 감춘 카페 밀라니가 그같은 최초의 카페였다. 구스타브 말러 같은 19세기 비엔나 음악계의 큰별들도 카페하우스에서 착상에 열중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비엔나를 찾은 관광객들이 들러가는 카페 데멜 (Café Demel, 호프부르크 입구 바로 앞 콜마르크트 (Kohlmarkt) 거리에 위치)은 1786년 처음 문을 연 후 제1차 세계 대전까지 2세기반 여 동안 황실 전속 당과류 공급업자로서 현재까지 오스트리아 최고의 당과생산자로서의  자부심을 이어가고 있으며, 역시 황실 당과류 공급에 기여했던 하이너 (Heiner)의 아담한 실내는 달콤한 당과류를 찾는 여성 노인들로 항상 북적댄다.

비엔나 카페하우스가 문화 제도로 정착하기까지 그러니 비엔나 카페하우스는 단순히 커피 마시는 곳이라는 의미 훨씬 이상의 문화 제도라고 하는 이유는 능히 짐작이 간다. 특히 카페하우스는 주머니 사정이 그다지 넉넉지 못한 보헤미언들과 예술가들에게  매서운 겨울 날씨와 허기에서 잠시나마 실내의 온기, 대화의 상대, 휴식처, 따뜻한 차와 요기거리 음식을 제공해 주는 안식처였다. 해서 예술가, 문학인, 근대 정치적 격동기를 헤쳐가야 했던 무명 정치가들 중에는 단골로 드나들며 일과를 보내곤 했던 카페하우스의 주소를 사무실 겸 업무용 주소로 활용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웨이터들은 단골 손님이 평소 주문하는 커피의 종류를 일일이 기억할 뿐만 아니라 손님의 직업과 직함까지 잊지 않고 정중하게 모셨으며, 손님이 돈이 떨어져 찻값을 지불하지 못하면 아무런 조건없이 기꺼이 외상도 그어 주었다. 하루종인 커피 한 잔 시켜 놓고도 추가 주문을 강요하는 사람 없으며, 안면있고 빠릿하기까지 한 웨이터라면 빈 커피잔 옆에 놓인 작은 크리스탈 물잔이 빌 때마다 눈치있게 새 잔을 놓아주고 간다.

비엔나 커피하우스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작은 은쟁반 위에 놓은 커피 한 잔 옆에 반드시 작은 유리 물잔이 켵들여 나온다. 커피맛 전문가들은 1) 커피맛을 배가하기 위해서, 2) 비엔나 북부 산꼭대기에서 받아 온 천연 산수의 맛을 자랑하기 위해서, 그리고 3) 커피 속의 카페인을 중화하고 소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커피와 물을 나란히 함께 제공하는 관습이 탄생했다고 하나, 비엔나 커피 문화 연구가들의 의견은 좀 다르다. 즉, 커피를 여러잔 주문할 경제적 형편이 못되는 고객들이 주문한 커피를 다 마신 후 또 주문하지 않고도 편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한 카페하우스의 자상관대한 인심과 매너 때문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덕분에 월츠의 아버지 요한 스트라우스는 카페 하우스에서 작곡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카를 크라우스는 카페에서 그의 유명한  문화 비평지 《횟불 (Die Fackel)》을 출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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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세기 전환기, 문필가, 언론가, 지성인들이 커피 한 잔씩 시켜 놓고 하루종일 독서와 토론을 하던 그린스타이들 카페 (Café Griensteidl). Graphic: Reinhold Völkel, 1896년 작 Source: Stadtchronik Wien, Verlag Christian Brandstädter p. 360.

비엔나 카페하우스가 비엔나 사회문화 속에서 독특한 제도 공간으로서 유명해 지기 시작한 때는 20세기초 모더니즘 발흥기. 당시 문화게를 주도하던 소설가, 언론인, 음악가, 화가, 그리고 예술 후원가들과 정치인들이 모여 지적인 토론과 독서 활동을 위한 장場으로 애용되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비엔나 제1구역의 프라이융 (Freyung)  궁전 건물 안에 자리잡고 있으며 중세양식 건물 외장으로 유명한 카페 센트랄 (Café Central)은 20세기 초 유명한 독설가 언론인 카를 크라우스 (Karl Kraus)와 그의 벗이자 문장가 페터 알텐베르크 (Peter Altenberg)의 단골 카페였다. 또 바로 이 카페 센트랄에서 러시아에서 비엔나로 갓 이민 온 젊은 혁명사상가 트로츠키가 독서와 착상에 골몰하였다고 당시 일간지는 적은 바 있기도 하다.

지금은 옛 실내장식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을만큼 실내공간이 개조되었지만 그린스타이들 카페 (Café Griensteidl)에 가면 의례 소설가 헤르만 바 (Hermann Bahr), 아르투르 슈니츨러 (Arthur Schnitzler), 후고 폰 호프만스탈 (Hugo von Hofmannsthal)이 커피 한 잔씩 시켜 놓고 하루 종일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20년대에는오스트리아 근대 문학의 대문호인 로베르트 무질(Robert Musil), 헤르만 브로흐 (Hermann Broch), 프란츠 베르펠 (Franz Werfel) 등이 하루가 멀다하고 헤렌호프 (Café Herrenhof) 카페를 드나들었으며, 구스타브 클림트 (Gustav Klimt), 에곤 실레 (Egon Schiele), 오스카 코코슈카 (Oskar Kokoschka) 같은 화가들은 물론이고 오토 바르너 (Otto Wagner)와 아돌프 로오스 (Adolf Loos) 등 근대 거장 건축가들이 무지움 카페 (Café Museum)와 카페 슈페를 (Café Sperl)을 자주 드나들었다. 그런가 하면 카페 란트만 (Café Landtmann)은 신흥 부유층 인사들과 연예인들이 즐겨 출입하는 곳으로 지금도 이곳을 가면 어딘가 떠들썩하면서도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비엔나에는 비엔나 커피가 없다? 흔히 비엔나인들은 스스로를 조예깊은 커피 애호가들이라고 여긴다. 해서 개개인마다 가장 선호하는 커피가 있고 또 저마다 고집하는 커피 하우스도 있다. 지금까지 비엔나 커피하우스들이 인정하는 전통 비엔나식 커피 종류만도 34종이 알려져 있다. 해서 비엔나 커피하우스에 들어가 테이블을 골라 잡아 앉아 있노라면 한참 후에 주문을 받으러 다가오는 웨이트에게 „커피 한 잔 주세요“고 했다가는 „어떤  커피?“라며 웨이터는 허리를 곧추 세우고 오른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되물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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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란트만(Café Landtmann)의 실내 공간 모습. Photo courtesy: Café Landtmann. 부르크링 순환도로 상에 자리잡고 있는 카페 란트만은 브루크테아터 (Burgtheater) 국립극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이유로 해서 예로부터 연예인들이나 신흥부유층 고객들이 즐겨 드나들었다. 이 카페의 웨이터들은 유난히 제각기 개성이 강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비엔나 커피의 국가 대표로 꼽히는 멜랑쥬 (Mélange, 프랑스어 식으로 발음한다)는 커피와 뜨겁게 데운 우유를 반반씩 섞은 커피, 모카 (Mokka)는 아무것도 섞지 않은 아프리카산 모카 블랙 커피를 의미하며, 브라우너 (Brauner)는 우유를 아주 약간 섞은 커피를, 카푸치너 (Kapuziner)는 블랙 커피에 우유와 휘핑크림을 넣은 커피를 말한다. 일부 커피 전문가들은 멜랑쥬 같이 우유를 첨가한 커피는 커피의 제향을 파괴하기 때문에 그 대신 블랙 커피에 오렌지향 리커 (liquor)를 넣은 마리아 테레지아 커피 (Maria Theresia)나 약간의 물을 탄 블랙 커피에 럼주와 휘핑 크림을 넣은 피아커 (Fiaker)를 권하기도 한다.

사람들 속에 휩사여도 고독한 섬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때론 능청스럽고 때론 퉁명스러운 카페하우스 웨이터들의 곤조에 매력적으로 맞상대할 자신이 있으다면,  그리고 무엇보다도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사로부터 한발짝 비껴 서서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비엔나의 카페하우스에 가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가장 취향에 맞는 커피 한 잔과 전통 초컬릿 토르테 (Torte)나 제철 과일로 만든 케이크 한 조각을 맛보는 것도 잊지 마시기를.

* 이 글은 본래 『오뜨』2003년 11월호에 실렸던 글을 다시 게재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