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Art Fair

국제 미술 페어 너무 많다.

언제부터 미술시장은 수요측이 아닌 공급측 경제학이 되어 버렸나?

요즘 전세계 대도시에서는 일년 내내 미술 페어가 쉴틈없이 열리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만 해도 국제 미술계에서는 각 나라마다 국가대표격 항공사를 하나씩 두고 있듯 국가대표별 미술 비엔날레 행사는 한둘쯤 갖추고 있어야 국제 문화 지도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개인 부호 컬렉터가 나날이 늘고 미술품이 럭셔리 소비 아이템으로 인정받고 있는 현재, 미술페어가 과거 비엔날레가 누렸던 위치를 점령해 들어가고 있다. 과연 그러한 현대미술 시장 붐과 공급주도식 미술대중화 기저의 재정적 기반은 든든할까? 그리고 미술품의 대중적 시장화 현상은 지속가능할까?

Banksy, 『Morons』. 이 낙서화는 본래 뱅시가 2006년 LA에서 가진 ⟪Barely Legal⟫ 전시회에 100판 한정본 가운데 한 작품. 인쇄: Modern Multiples.

Banksy, 『Morons』. 이 낙서화는 본래 뱅시가 2006년 LA에서 가진 ⟪Barely Legal⟫ 전시회에 100판 한정본 가운데 한 작품. 인쇄: Modern Multiples.

최근 나는 한 미술 딜러로부터 “18번”이라는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지난 한 해 지금까지 미술 페어에 몇 번 참가했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지난 한 두해 총 18번이라. 매 3주 마다 한 번씩 다른 페어장으로 옮겨다니며 전시했다는 계산이 된다. 아무리 우리가 이벤트성 위주의 환경 속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물류운송 스케쥴 조정과 잦은 여행에 시달릴 딜러의 체력에 얼마나 가혹한 강행군이 될까는 상상만해도 몸서리쳐진다.

그렇게 않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들 딜러들은 대체로 말한다. 광고 보다 비용이 훨씬 더 들지만 페어에 직접 참가하는 것만이 사실상 마케팅 전략이고 수입효과도 즉각적이다. 페어장에 참가하는 이유는 또 있다. 화랑업자들은 페어에 참가해야만 새 고객을 발굴하게 되고 옛 단골고객도 되찾아와 작품을 사간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딜러들은 어느새 정처없는 악순환의 고리 속으로 말려들고 만다. 이전 페어에서 발생한 세일즈 활동과 각종 참가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다음 새 페어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 그같은 전략이 야기할 수 있는 재정적 리스크는 절대로 가볍게 보면 안된다.

그러나 결국 그같은 매출 전략을 택할 것인지 아닐지는 화랑주인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다. 다만 필자는 화랑계의 그같은 과열성 비즈니스 관행이 미술 시장 전체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까를 우려한다.

미술 시장은 계속 성장중이다. 특히 생존하는 현대작가들의 작품의 매출은 계속 증가세에 있다. 글로벌화 덕분에 오늘날 어느 나라 모든 도시마다 현대미술계 또는 중심부 하나씩은 다 갖고 있다. 페어 행사의 활성화 덕분에 전세계 곳곳 이른바 “미술 수도 (art capitals)”에서는 서로 비슷비슷한 수 십개의 미술 페어들이 동시다발로 열렸다 사라진다.

그러나 그같은 현상을 무작정 칭찬하고 들기보다는 과연 그처럼 운영되는 미술시장의 성장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이 현상을 불지피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미술작품의 미술작품의 무작위성 공급 증가 현상 [*참고, 역자주: 과거, 미술시장에서는 미술가가 사망했거나 희귀한 작품일수록 가치와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수요측 경제학 원칙’에 입각해 작동했다.] 이 정상적인 것인지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미술계 전반의 사고방식에 따르면 공급이 시장을 주도한다고 보는 것 같다. 벽에 걸고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비추면 사람들이 그 작품을 사 갈것이란 막연한 믿음 말이다. 과거 전통주의 거장 작품이나 인상주의 계열 작품들, 심지어는 상한가를 홋가하는 유명 현대미술가의 작품은 너무 귀하고 구하기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감안한다면 공급측 경제원리 하에 보다 광범위한 소비자들에게 많은 미술품 구매와 소유 기획를 제공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긴 하다. 이 모두가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대미술시장의 현실이다. 그리고 화랑, 페어, 경매소들은 미술작품을 시장에 더 많이 공급하면 할수록 더 많이 미술작품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At the Art Basel Miami Beach 2012 VIP Preview at the Miami Beach Convention Center on December 5, 2012 in Miami Beach, Florida. (Photo by Mike Coppola/Getty Images for Art Basel Miami 2012)

At the Art Basel Miami Beach 2012 VIP Preview at the Miami Beach Convention Center on December 5, 2012 in Miami Beach, Florida. (Photo by Mike Coppola/Getty Images for Art Basel Miami 2012)

물론 아트 페어가 안겨주는 장점도 있다. 특히 최근 등장한 인터넷 미술 매매 플랫폼 덕분에 소비자가 경제적・사회적・지리적 장벽이나 주눅감을 느끼지 않고도 미술작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게 미술품 소유와 향유의 민주화다. 페어장은 소비자에게는 미술품을 구경하고 사고 모으는 재미있는 공간이고 딜러에게는 새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그러나 진심으로 미술에 헌신하는 컬렉터 기반을 다지려면 긴 시간의 노력과 투자를 필요로 한다. 며칠 열리는 미술품 장터의 단기형 깜짝행사로는 충분치 못하다.

시장에 더 많은 수량의 미술작품을 밀어 넣는 것으로 건전한 미술시장을 유지할 수는 없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수요는 절대로 과잉 공급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며 현대미술 시장이 유지되는데 필요로 하는 가격발굴 수준에 미치지도 못할 것이다. 잊지 말자. 미술은 필수품이 아니라는 것을.

※ 이 글은 본래 BLOUIN ARTINFO INTERNATIONAL EDITION 2013년 5월20일 게재된 영문기사를 우리말로 요약한 것입니다. / This is a Korean summary of the column by Benjamin Genocchio “Is the Art Market Becoming a Supply-Side Economy? An Argument Against Art Fairs”, originally appeared at BLOUIN ARTINFO INTERNATIONAL EDITION on May 20th, 2013. Read the original article here.

Link

SWAB Barcelona International Art Fair

SWAB Barcelona – Does art imitate life, or does life imitate art? 바르셀로나 SWAB 국제 현대미술 페어를 통해 본 현대 사회상.

런던 고미술품 박람회에서 골동미술 쇼핑법 배우기

WHERE COLLECTORS AND SAVVY SHOPPERS MEET

2004년 겨울철 올림피아 박람회

Fair_sm„안목이 뛰어난 사람들이 올 겨울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러 가는 곳“이라는 재치있는 홍보 모토를 앞세우고 개막을 올린 런던 최고의 고미술품 박람회가 지난 11월8일 런던에 있는 올림피아 그랜드 홀 (Olympia Grand Hall)에서 개막의 막을 올렸다.

2004년 겨울철을 맞아 7일 동안 열린 올림피아 파인아트 앤 앤티크 페어 (Olympia Fine Art and Antiques Fair Winter 2004)는 미술품과 골동품 애호가들과 관심있는 관람객들을 잔뜩 유혹했다. 런던 도심부 얼스 코트 (Earls’ Court) 지하철 역 근처 자리하고 있는 올림피아 그랜드 홀 박람회장은 이 행사 주최자가 매 년마다 봄, 여름, 겨울 년3회에 걸쳐 이 행사를 개최해 온지 30년이 넘어 유서깊은 고미술품 박람회 명소로 자리잡아 왔다.

부활절을 제외하고 구미인들이 일 년중 가장 가슴을 설레이며 기다리는 명절은 크리스마스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대비하여 많은 사람들은 11월부터 본격적인 성탄 쇼핑에 돌입하는데, 이 쇼핑 시즌 만큼은 어쩐지 유명인과 갑부들이 유명한 고급 쇼핑가인 옥스퍼스 스트리트와 고급 백화점에서 유명인들과 갑부들을 여간해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미술품 애호가들은 물론이고 연예인이나 사회 유명인들은 올림피아 고미술 및 골동품 박람회에 가서 가까운 친지와 친구들을 위한 성탄 선물을 구입한다는 비밀아닌 비밀이 그 이유였다. 유명 디자이너 발렌티노를 비롯해서 갑부 상속녀인 제마이마 칸, 영화배우 제러미 아이언스도 박람회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이번 박람회 참관객들과 기자들의 눈에 띈 것만 봐도 그렇다.

한 해에만도 전세계 대도시에서는100여가 넘는 고미술품 및 골동품 관련 박람회 행사가 줄기차게 열리고 있지만 정작 연말에 즈음하여 유럽 내에서 구경할 만한 수준급 행사로는 런던에서 열리는 겨울철 올림피아 고미술 박람회가 유일하다. 본래는 32년 전 영국 내에서 찾아온 고미술품 업자들과 화랑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된 이래 가장 영국적인 고미술 박람회의 전형으로 자리잡아 왔으나, 최근 몇 년 동안 이 행사를 참여하기 위해 찾아온 해외 전시참가자들이 부쩍 늘면서 어느새 국제적인 색채를 띠는 박람회로 발돋움하고 있다.

w04barom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 양식으로 제작된 기압계. 전시상: Derek & Tina Rayment Antiques.

영국을 포함해서 해외에서 참가 신청을 한 총전시참가들 수는 올해 240여곳으로 그들이 선보이는 고미술품들은 고급 고가구, 회화와 판화 작품, 장신구, 동양 미술품, 도자기, 은공예품, 아르데코 장식 용품, 골동품, 고서, 희귀 직물, 시계, 유리 제품, 조명, 조각품 등 다양한 미술 분야를 두루 포함한다.

박람회에 전시판매되는 이들 고미술품들은 사전 감정을 통과한 진품들로서, 제작 년도, 양식, 보존 상태 등등에 따라 최하 영화 1백 파운드(우리돈 약 20여만원)짜리 소품에서 최고 50만 파운드(우리돈 약 10억여 만원)에 이르는 초고가 품목에 이르기까지 취향과 예산 사정에 따라 관람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별 가격대는 폭넓고 다양하다.

국제 미술 시장의 중심지인 뉴욕과 런던에서 유수의 경매 시장들이 매년 시시철철 경매 시장에 토해내는 경매 미술품들은 그칠줄 모르고 미술품과 골동품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일반인들과 전문 미술품 수집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아서 최고가 매매 가격을 구가하는 인상주의 미술과 20세기 미술을 비롯해서 요즘에 들어서는 생존하는 인기 현대 미술가들의 최근작들까지 매우 비싼 가격에 불티나듯 팔려나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서 미술품 경매 시장은 부진한 국제 경제 상황에도 아랑곳 않고 지속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wo4TAB

에보니 흑목, 야자수 등 열대산 목재를 혼합해 제작한 휘귀 자마이카 테이블로 19세기에 만들어졌다. 전시상: Nadin & Macintosh.

그런 가운데에서도 골동품 (antiques)과 장식 미술품 (decorative arts)은 미술 경매 시장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미술품 분야인데, 특히 이 분야는 일시적인 미술 시장의 유행을 쫏는 구매자들이나 미술투자가들  보다는 골동 미술품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수집활동을 하는 안정된 계층의 고정 컬렉터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런던과 뉴욕 외에도 전세계 대도시마다 지사를 두고 미술품 매매 시장을 구가하고 있는 소더비 (Sotheby’s)나 크리스티 (Christie’s) 같은 간판급 미술품 경매회사들 외에도 런던의 필립스 드 퓌리 & 룩셈부르크 (Phillips de Pury & Luxembourg) , 본햄스 (Bonhams), 본햄스 앤 버터필즈 (Bonhams & Butterfields), 뉴욕의 스완 갤러리 옥셔니어 (Swann Gallery Auctioneer),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 메사츄세스의 스키너 (Skinner), 오스트리아의 도로테움 (Dorotheum), 스위스 제네바의 콜러 옥션하우스 (Koller Auction House), 그리고 영국치펜데일 (Chippendale) 등은 고미술품과 골동품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기억해 둘만한 구미권 미술 경매 시장계界의 주요 옥션 하우스 (art auction house) 이름이다. 미술품 옥션 하우스는 미술품 전문가들과 경험있는 감정사들의 감정을 거친(vetted) 후에 경매에 들어가기 때문에 작품의 진위(眞僞) 여부를 걱정할 필요 없이 진지한 미술품 컬렉팅을 하고자 하는 구매자들이 믿고 찾는다.

w04CHAIR

마호가니목으로 된 베르제르 팔걸이 의자. 19세기 중엽 작품. 전시상: Patrick Sandberg Antiques.

고미술품과 골동품들이 컬렉터를 만나고 제주인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는 미술품 경매 시장이 주도하는 경매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근현대 순수 미술이 거래되는 오늘날에 와서도 만들어진지 몇 백년이 된 오래된 미술품과 골동품이 전시거래되며 여러 주인들의 손을 거쳐가는 그곳은 바로 박람회이다.

미술 박람회 일정이 실린 년간 미술 달력을 훑어보자면 한해 열두달은 아주 굵직한 국제급 혹은 국가별 대표급에 상당하는 미술 박람회 행사들만 120곳이 훌쩍 넘는데 그 가운데 절반 가량 이상은 고미술품과 골동품을 취급하는 앤티크 박람회라는 사실은 적잖이 놀랍다.

박람회들도 특히 미술품 경매 문화가 일찌기 자리잡은 유럽과 미국 여러 주요 도시들에서 개최되는 박람회들은 특정 미술품을 꾸준히 찾고 있는 전문 컬렉터들과 박물관 관계자들, 골동 미술품을 좋아하고 수집하기 좋아하는 아마츄어 컬렉터들, 그리고 고미술품을 일상생활 속에서 향유하고 싶어하는 일반 관람객과 구매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품격있는 미술품 거래장이다.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고미술품과 골동품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장소라는 점에서 보면 올림피아 고미술품 박람회는 신고(新古)의 전시참여자들과 미술품들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매년 이 행사를 참여해 온 단골 전시참가자 에드워드 허스트 (Edward Hurst)가 선보인 조지 3세 양식의 높이 3미터의 마호가니목 집무용 서랍장은 이번 전시에 출품된 가구 품목중 하일라이트로 꼽혔다.

그런가 하면 리쳐드 프레데릭스 (Richard Fredericks)가 선보인 베르제르 도서관용 의자는 19세기 중엽에 토마스 치펜데일 2세가 운영하던 런던 목가구 공방에서 제작된 명품 의자이다. 마호가니목으로 제작된 이 의자는 당시 영국에서 유행하던 길로우스 가구풍과 프랑스 나폴레온 제국주의 양식을 교묘하게 혼합한 세부묘사가 특징적이라고 평가된다.

w04BROOCH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풍뎅이 모양을 한 이집트 복고 양식의 은 브로치. 전시상: Borsdorf.

비록 전문가들 사이에서나 알려져 있는 미술사 뒤안길의 주인공들의 이름일지언정 회화와 조각 분야에서도 과거 유럽의 문화와 생활상을 엿볼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를 뛰어난 손재주로 묘사한 화가와 조각가들의 작품들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수한 드로잉 작품을 전문적으로 수집하여 거래하는 릴리앤 프레데릭스 (Liliane Fredericks)는 프렌치 로코코풍의 달콤하면서도 낭만적인 목가풍 여인상과 풍경이 담긴 그림을 선보였다.

한편 19세기 런던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작업했던 영국 출신의 풍경화가 시드니 리쳐드 퍼시 (Sidney Richard Percy)는 그 특유의 템즈강 물풍경으로 지금도 전세계 미술품 경매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화가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베번 파이 아트 (Bevan Fine Art)는 20세기초 독일 출신 조각가였던 길베르트 베이스 (Gilbert Bayes)의 기마상 조각품들과 독일 여류 조각가였던 크리스타 빈즐뢰 (Winsloe)의 페미니즘적 성향 강한 유겐스틸 양식의 삽화집을 판매대에 내 놓았다.

자기를 박아 넣어 만든 프랑스제 오페라 관람용 이안 망원경. 전시상: Alexandra Alfandary.

자기를 박아 넣어 만든 프랑스제 오페라 관람용 이안 망원경. 전시상: Alexandra Alfandary.

고풍스러운 가정 실내 공간을 장식하는데 관심이 많은 관람객들이 눈여겨 보는 아이템들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장신구들일 것이다. 올해에는 보즈도르프 (Borsdorf)와 리히트 & 모리슨 (Licht & Morrison)이 나란히 약속이나 한듯 아르데코 양식의 악세서리를 소개했다.

보르스도르프 딜러는 1920년대 아르데코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널리 활용되던 고대 이집트 복고주의풍으로 풍뎅이 형상을 한 은제  브로치를, 그리고 리히트 & 모리슨은 플래티넘과 금 모지에 루비와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어 제작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용 핀은 색다르면서도 우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안성마춤으로 보인다.

품목별 혹은 주제별 수집품을 좋아하는 수집애호가들은 스미스 & 로빈슨 (Smith & Robinson)이 선보인 체코식 아르데코 양식으로 디자인되어 유리와 남옥을 소재로 삼아서 손으로 직접 깍아 만든 유리병 시리즈, 롤스로이즈 엠블레을 따서 만든 술병 및 술잔 세트 일체, 그리고 자개를 박아 넣어 만든 오페라 관람용 프랑스제 망원경 등을 보고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winter_fair_odyssey_stand-cropped_sm고미술 전문가나 골동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11월 초겨울 날씨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내년 2005년에 또다시 런던 중심부 해머스미스 스트리트 가(街)를 찾아가볼 이유는 있다.

전세계 명품 가구, 티파니의 스타일시한 장신구와 악세서리, 고급 백화점들이 선사하는 테이블웨어가 더 이상 나만이 독점할 수 있는 유일한 명품이 아니라면, 숨은 역사와 사연을 담은채 세상에 복사판 없이 홀로 남아 전해지는 고미술품과 골동품에서 풍겨나오는 유일무의의 품격은 그야말로 색다른 소유의 경험이 되어 줄 것이다.

지금까지도 유럽의 수많은 골동상들이 먼지와 세월에 아득해진 골동품들을 사모으로 경매소들이 앞다투어 희귀 고미술품을 발굴하며 미술 시장으로 유입하는데 애쓰는 것도 바로 고미술품과 골동품 수집 삼매경에 푹빠져 사는 수집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본래 『오뜨 (HAUTE)』 지 2004년 12월호 아트뉴스 컬럼에 실렸던 글을 다시 게재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2012년 TEFAF 마스트리히트 유럽 파인아츠 페어

TEFAF MAASTRICHT  THE EUROPEAN FINE ART FAIR 2012

1993년 발효되어 유럽연합과 유로 공동화폐제가 제정된 마스트리히트 조약 보다 네덜란드의 작은 고도시 마스트리히트를 유명한 연례 문화행선지로 만들어준 효자는 또 있다. 바로 TEFAF 유럽 미술 재단(The European Fine Art Foundation) 박람회가 그것이다. 일찍이 1970년대에 설립된 두 전신인 픽투라 파인 아트 페어와 앤티크 마스트리히트 골동미술 박람회를 통합하여 1988년에 처음 발족되었다. 당시만해도 독일어권, 벨기에, 네덜란드의 컬렉터를 주고객으로 삼은 지엽적 수준의 행사였으나 90년대 이후로 급격히 범유럽화와 글로벌화되며 급성장해 올해로 설립 25주년 특별 기념회(silver jubilee)를 맞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네덜란드의 문화 고도시 마스트리히트에서 3월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 동안 막을 올려고 전세계에서 모여든 미술애호가들과 갑부 컬렉터들을 맞이했다. 예년에 비해 유독 해외 참가자들이 많았던 올해, 마스트리히트에서 가장 가까운 첫 해외 관문인 독일 아헨-마스트리히트 공항에서는 올해 이 행사 방문객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평소보다 360편 더 많은 항공편을 추가로 관제했다고 보고했고, 이 도시 시내는 물론 인근 교외 호텔과 레스토랑들까지 총동원되어 전세계서 찾아온 미술컬렉터 손님맞이에 돌진했다.

전세계 미술계에서 내노라하는 박물관 및 미술관 인사들은 물론 미술 학자와 평론가들이 매년 3월이면 TEFAF로 몰려들어 그 해의 미술시장을 세심히 관찰하고 미술품 거래 트랜드를 형성하고 돌아간다. 고전 미술부터 최신 21세기 현대미술, 공예와 디자인, 그림과 조각품, 오뜨 장신구, 고서적 약 30만여점이 총마라된 문자 그대로 ‘미술 페어의 정수(精髓)’다.

주도면밀한 운영으로 정평이 나있는 TEFAF 마스트리히 조직위원회가 매년 행사에 맞춰서 발표하는 각종 공식 자료와 통계치 보고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교계 내 흥미로운 읽을거리로 회자된다. 예컨대 오프닝 전날인 프리뷰 파티와 본행사 기간 동안 TEFAF 행사장을 찾은 올해 방문관객들은 샴페인 1만5천 잔, 포도주 3만1천 잔, 커피 7만5천 잔, 다과류 1만개, 샌드위치 5만개, 그리고 생굴 1만1천개를 소비했다고 집계됐다. 이 행사 동안 동원된 장내 요리사로 5백여병, 서빙스태프 2천3백명에 이르러서 요식업계의 번개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자랑한다.

또 TEFAF 페어는 고급스럽고 세심하게 설계된 페어장 디스플레이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디자이너 톰 포스트마(Tom Postma)의 지휘 하에 매년 색다른 인테리어로 재탄생하는 페어장은 언제나 고전적이면서도 화려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예년과 다름없이 올해도 봄 기운을 가득 선사하며 행사장 입구에서 관객을 반겼던 대형 꽃밭에는 철장미 3만3천 송이, 카페와 통로를 장식한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프랑스산 튤립꽃 4만 5백 송이, 목련·매화 꽃가지 4천5백대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페어 조직위원회 측은 일단 매해 참가화랑업자들과 출품작들이 선정된 후 행사 시작 약 한 달전 경부터 전시장 디자인과 전시공간 건설작업에 들어간다. 페어장 건설에 투입되는 남녀 인부들의 수는 220명, 특히 행사 오프닝 직전 사나흘 동안 건설 및 인테리어 인부들과 조직위원회의 운영직원들 20여명이 24시간 교대로 막바지 마무리 밤샘작업에 임하느라 들이킨 커피는 3만 잔, 설탕은 2백5십 킬로그램에 이른다는 재미있는 수치도 남아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TEFAF가 세계 최고의 미술 및 골동미술 박람회로서의 저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그 어떤 행사보다도 우월한 컨텐츠 즉, 출품되는 미술품들의 높은 수준과 믿을수 있는 진품성이다. 한 번 본 사람은 미술품을 볼줄 아는 높은 안목을 키우게 되는 살아있는 교육장이기도 하다. 미술계 인사이더들이 TEFAF 마스트리히 미술 페어를 가리켜서 일명 ‘소장품을 내다 파는 박물관’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이유도 바로 그래서일 것이다.

전세계 18개국에서 초대되어 온 260여 골동품 딜러와 화랑업자들의 엄선된 작품 목록은 행사 개막 수 개월 전부터 국제적인 감정전문가들의 엄격한 진품감정 과정을 거친다. 특히 올 행사를 위해 초대되어 온 감정전문 위원들의 수는 175명에 이르른 것으로 보고된다. 자연히 믿고 찾아 미술품 쇼핑을 오는 컬렉터들의 기대 수준은 매우 높고, 참여한 화랑업자들의 매출 실적 또한 우수하다. 전시자들은 부스 스탠드 임대료로 1평방미터당 330유로를 지불하는데, 이는 동급의 여타 고미술 박람회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어서 전시 참여 화랑업자들에게 TEFAF는 일석이조격으로 매력적인 행사라고 화랑업자들은 입을 모은다.

고미술과 골동품 시장으로 출발한 행사이니만큼 고전미술부는 TEFAF 행사장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바로크 거장 화가 피터 폴 루벤스가 그린 <헨리 8세 영국왕> 초상화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쥬세페 아르침볼도가 과일로 구성한 남성 초상화를 포함한 고전 명회화 작품들은 이미 공식 오프닝 이전에 익명의 개인 유럽 컬렉터들이 사갔다고 전해진다.

올해가 25주년 기념이어서일까? 올해는 미국과 유럽에서 온 컬렉터들 덕분에 유독 은제 수공예품이 좋은 실적을 올렸다고 보고된다. 올 행사에서는 쟌마리아 부첼라니의 은세공 오뜨 조알레리가 각광받았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은도공 코르넬리스 반 데르 부르크가 제작한 호화 접시나, 18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은도공 폴 드 라메리의 은제품도 귀금속 예술에 조예있는 컬렉터들에게는 영원한 고전이다.

고전미술과 골동미술품을 사가는 고객에 대한 구입자 명의와 낙찰가격은 비밀스럽게 관리되는 반면에, 그에 비해서 근현대 미술부 페어장에서는 구매자의 명의와 최종날찰 가격을 둘러싼 각종 루머와 뒷담으로 한결 시끌벅적하고 과시적인 편이다. 근현대 미술에 관심있는 진지한 갑부 미술 컬렉터들은 매년 늦봄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급 미술박람회인 바젤 박람회을 우선으로 찾는다. 그런 그들이 최근들어 새롭게 마스트리히트로 속속 찾아들고 있는 이유는 TEFAF가 아직도 미술시장 곳곳에 틈틈히 나돌며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귀한 근현대 미술작품을 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앤토니 마이어 갤러리와 뉴욕 화랑 크리스토브 반 데어 베게 갤러리는 가져온 독일화가 게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작품들을 거의 다 팔아서 높이 쾌재를 불렀다. 특히 마이어 갤러리는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1987년에 그린 풍경화 <작은 거리(Kleine Strasse)>를 이미 행사 공식 오프닝 전날인 귀빈 프리뷰에서 6백6십만 달러(우리돈 약 63억원)에 팔았다고 <뉴욕타임즈> 지가 보도했다. 또 독일 뮌헨의 다니엘 블라우 화랑은 작품당 2만-7만 유로(우리돈 약 3천만원-1억원)하는 앤디 워홀의 드로잉 시리즈들을 거의 다 낙찰시키고 돌아갔다.

그런가하면 진지한 컬렉터라면 한 두 작품씩 갖추고 있다는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Henry Moore)의 대형 흑대리석 조각은 3천5백만 달러(약 4백억원, 란다우 화랑)에, 그리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마릴린 몬로의 빨간입술 모양을 따 디자인한 루비와 진주 브로치가 4만5천 달러(우리돈 약 5천만원)에 딜러제안 가격으로 선보여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 현대미술 시장에서 큰 각광을 받고 있는 인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아니시 카푸르는 한국의 가나 화랑을 통해서 스테인레스 설치미술작을 낙찰시켰다.

TEFAF는 매년 전세계 경제상황과 그에 따라 움직이는 미술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반영하는 유용한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일본 쓰나미 재해에 미술품 매매 세율의 증가법(이전 세율 6%, 개정 세율 19%)으로 인해 연초 유럽의 미술시장 분위기가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다.

올해 TEFAF 조직위원회는 총 공식 발표된 총 거래액이 13억 달러(우리돈 약 1조4천7백억원)라고 발표했다. 2008년 가을의 국제금융위기 이전기와 거의 맞먹는 견실한 매출실적이다. 열흘간 열린 올해 박람회 행사에서 무려 7만2천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TEFAF는 골동미술품과 고전 화가의 회화작품(30%)들이 주거래 품목이었으나, 최근 점점 서양 근현대 미술 분야의 화랑업자들의 진출이 높아져 가고 있는 추세여서 TEFAF 최종매출의 34%(골동미술 34%, 고전회화 30% 대비))를 차지하게 되었다.

TEFAF 재단이 올 행사 결산 보고에 유독 눈여겨 보고 있는 사항은 바로 미술계내 중국 파워의 급부상이다. 중국(2010년에 23%, 2011년에 30%, 세계2위)은 올해부터 미국을 떠밀고 세계에서 가장 큰 글로벌 미술시장이 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에는 러시아, 중국, 홍콩, 싱가포르를 포함한 신흥 경제강국에서 온 개인 바이어들과 컬렉터들의 방문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특히 중국의 경우, 국제경기침체, 증권시장 불안세, 화폐가치 저하에 대비한 자산 헤지의 방편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신흥부유층들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중국미술시장의 붐을 뒷받침한다.

앞으로도 구미와 신흥경제강국의 미술 컬렉터들은 마스트리히트를 찾아 유럽의 고미술품 쇼핑을 하러 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TEFAF는 보다 다양한 국가 출신의 화랑업자들과 딜러들도 참여하는 국제급 행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영국과 미국, 독일, 프랑스가 저마다의 언어권을 시장으로 발판 삼아 고미술 박람회를 개최하는 추세인만큼 TEFAF는 앞으로 적잖은 경쟁에 맞부딛힐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TEFAF 마스트르히트 조직위원회는 올해의 성과를 발판 삼아 한결 국제적인 박람회로 더 성장할 것을 다짐한다. All Photos Courtesy: TEFAF Maastricht. Photo: Harry Heuts.

* 이 글은 <크로노스> 코리아(Chronos Korea) 지 총권 제20호 2012년 5-6월호 216-219쪽에 실렸던 것을 다시 게재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