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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없는 [현대] 미술

Contemporary Art without Art at the 56th Edition of Venice Biennale 2015

2015년 제56회 베니스 미술 비엔날레를 본 언론의 눈

120년 전 창설되어 오늘날까지 세계 최고 권위와 최대 규모의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올해에는 제56회를 맞으며 5월9일에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인공 해상 도시 베네치아에서 그 막을 올렸다. 올 행사에서는 나이지리아 출신 큐레이터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 51세, 현재 독일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 관장)가 총감독을 맡고 전세계 53개국에서 초대된 136명의 현대미술가들이 선보인 7백 여 점의 작품들이 본전시에 참여해 관객들을 맞고 있다.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 라는 대제목을 내건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가 대중 관객에게 공식 개장하기 앞서 이틀 동안 거행된 언론단 프리뷰 기간을 둘러본 전 전세계 언론사와 미술전문매체 기자들은 이번 56회 베니스 비엔날레 감상 감흥과 전시회 분석을 타진했다. 오스트리아 특히 수도 빈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있는 두 일간지 ⟪데어 슈탄다르트(Der Standard)⟫ 지와 ⟪디 프레세(Die Presse)⟫ 지는 문화부 기자를 베니스로 파견해 리뷰했다. 한편, 서부 오스트리아에서 널리 읽히는 카톨릭계 자유주의 성향의 ⟪잘츠부르거 나흐리히텐(Salzburger Nachrichten)⟫ 지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대한 소식이나 전시회 평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Isaac Julien (b. 1960 United Kingdom) Das Kapital Oratorio (live readings 30’ each). Courtesy Galería Helga de Alvear.

Isaac Julien (b. 1960 United Kingdom) Das Kapital Oratorio (live readings 30’ each). Courtesy Galería Helga de Alvear.

카톨릭계 보수층이나 미술 컬렉터를 주 독자층으로 보유하고 있는 ⟪디 프레세⟫ 지는 비엔날레가 개막하기도 전부터 엔위저 총감독이 내세운 대주제와 본전시 및 공로상 수상자들에 대한 소식을 단편 기사로 실었다. 그중에서도 올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대한 이 신문의 평가가 가장 잘 드러난 기사는 5월5일자 인쇄판 신문에 실린 ’베니스 비엔날레 – 칼 맑스의 ⟪자본론⟫이 오라토리오라고?’라는 제목의 글이다.

엔위저 큐레이터가 서구중심적 정치경제체제와 신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의 소유자임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그렇다고 아르세날레에 새로 지은 임시 전시장(가나 태생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 설계) 실내에서 상영되는 이삭 줄리언 감독의 비디오 작 ⟪아레나(Arena)⟫ 배경 음향으로 7개월에 걸쳐 ⟪자본론⟫ 낭독이 흘러나오도록 설치한 것는 ‘맑스의 오용(Missbrauch von Marx)’이 아닐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디 프레세⟫ 지의 토마스 크라마르(Thomas Kramar) 기자는 ’’세계’ 나 ‘미래’ 같이 인류문명과 관련된 거창한 어휘를 내건 것에 비해 출품된 작품들 사이의 연관성이나 일관된 개념이 상실되어 결국 산만하고 파편화된 인상을 남겼다고 지적하고 이번 전시를 가리켜 ‘미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보기드문 해프닝’이라 결론내렸다. 게다가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 속에 드러난 미술인들이 내다본 미래의 정치경제적 전망이 암울하며 보는이에게 미적 즐거움을 주기 부족하고 폭력성 강한 이미지가 출품작들의 주를 이룬다는 점도 지적되었는데, 이 점은 특히 영미권 미술평론가들도 공통적으로 지적한 감상 후기다.

그런가하면 좌파편향 사민주의 성향의 일간지 ⟪데어 슈탄다르트⟫ 지의 아네 카트린 페슬러(Anne Katrin Fessler) 기자는 ‘찟어진 커튼 뒤의 상처와 균열(Narben und Risse heruntergerissener Vorhänge)’이라는 제목의 5월6일 자 전시평에서 ‘역사를 도구이자 지렛대’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엔위저 총감독의 모토를 화두로 삼아 이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을 통해서 현대 사회가 처한 정치사회적 위기, 종교적 갈등, 어두웠던 역사의 잔재가 현재와 미래 인류에 가하게될 무거운 죄값을 인식하자는 이해주의적 입장을 취했다.

Installation view of Heimo Zobernig's work at the Austrian Pavilion, 2015. Giardini della Biennale, Venice photo: Georg Petermichl

Installation view of Heimo Zobernig’s work at the Austrian Pavilion, 2015. Giardini della Biennale, Venice photo: Georg Petermichl

또 이 신문은 출품작들의 분위기가 대체로 어둡고 심각한 이유로 강력하고 상징성 강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총감독의 미적 취향 때문이라면서 옹호적 논조를 띄었다. 그러나 페슬러 기자 역시 이튿날인 5월 7일 자 기사에서 올해 본전시에는 종말론적 분위기와 전망이 짙게 서려 있으며, 그 멸망의 날이 오기 전까지 목숨을 부지하는 인류는 잠시나마 자연에서 위안을 찾을 것이라는 것으로 전시평을 마무리졌다.

그같은 해석을 다시 한 번 강조라도 하듯, 89개 국가관들이 참여해 자국을 대표해 출품해 황금사자상에 도전한 가운데, 오스트리아관은 올해 개념주의 조각가 하이모 초베르니히(Heimo Zobernig)[참고: 하이모 초베르니히 회고전 기사 – 월간미술 2003년 3월호 월드리포트, 128-129쪽]를 선정해 발표한다. 근대기 건축가 요제프 호프만(Joseph Hoffman)이 설계해 놓은 오스트리아관의 기본 철학에 부합하듯, 초베르니히는 검정색 바닥, 백색 회벽, 개방식 식물 정원이 있는 절대 고요와 고독의 추상적 공간을 창조했다.

조각가 초베르니히는 오스트리아관을 찾은 관객에게 비엔날레 행사장의 시끌벅적한 소음도 다 삼켜버린듯한 이 적막한 공간에서 빈 근대기의 건축거장 아돌프 로오스(Adolf Loos)가 1908년 ‘장식은 범죄’라 선언했던 건축사적・미학적 의미를 재음미해 보라고 제안한다. 올해 오스트리아관 전시를 통해서 현대 오스트리아의 미술계는 역사주의풍 장식주의의 역사적 무게를 뒤로 하고 더이상 제거할 것도 없이 극한으로 제거되고 절제된 극미니멀 공간을 은유로 근대에 이어 현대 그리고 미래를 지향할 것이라는 국가적 안건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