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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브랜드라 말고 러브마크라고 부릅시다

BOOK REVIEW

케빈 로버츠 저 『러브마크』증보판 표지. 도서출판 서돌에서 한국어판이 출판되었다.

케빈 로버츠 저 『러브마크』증보판 원서 표지. 도서출판 서돌에서 한국어판이 출판되었다.

책 제목:『러브마크 : 미래의 브랜드 (Lovemarks: The Future Beyond Brands)』

저자: 케빈 로버츠(Kevin Roberts) 사치 앤 사치 CEO 著

출판사: PowerHouse Books, New York, NY 출판사

출판년도: 2004년 초판 발행/2005년 증보판 발행

영국의 거물급 광고 대행업체 사치 앤 사치(Saatchi & Saatchi)의 총괄 책임 최고 경영자 케빈 로버츠는 “브랜딩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다. 쇼핑몰, 거리 매장과 상점, 수퍼마켓 어딜가나 엇비슷한 기능과 품질을 갖춘 상품들은 많다. 품질 면에서나 기능 면에서나 어지간히 규격화된 상품들 사이에 구분표 처럼 붙은 브랜드 또는 트레이드마크들.

그러나 이 브랜드란 이제 구식 마케팅 전략에나 쓰이던 도구에 불과할 뿐, 정작 진열대에 잔뜩 늘어선 제품들 앞에서 어떤 제품을 고를까를 고심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이나 느낌도 안겨주지 못하는 지지부진해진 이름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로버츠 CEO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마케팅 분야의 최첨병 브랜딩이 앞으로 가야할 미래는 무엇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바로 러브마크(Lovemarks)라고 케빈 로버츠는 올[2004년] 봄 5월에 전격 출간된 그의 저서 『러브마크: 미래의 브랜드』에서 선언한다.

그렇다면 이 러브마크란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늘 중하게 여기는 ‘기분(feeling)’이라는 개념과도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러브마크’란 개념은 로버츠가 직접 창안한 마케팅 개념이다. 우리말로 흔히 키스마크로 번역되어 알려져 있는 이 단어는 짙은 키스를 한 다음 피부에 남은 멍자국 정도가 되겠다. 말하자면 상품을 이름하는 브랜드 또는 트레이드 마크는 이제 소비자의 마음에 사랑의 느낌을 각인하여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 러브마크가 되어야 함을 역설하는 감성위주의 마케팅 컨셉을 한 단어로 응축한 셈이 되겠다.

지금까지 브랜드가 기업과 제품 생산자의 소유물이었다고 하다면, 러브마크는 소비자의 소유물이 된다. 일단 러브마크가 소비자의 사랑과 애정을 독차지하기만 하면 소비자는 세상 끝까지 달려가 그 제품을 반드시 구하려 들것이다. 그 소비자들이 러브마크를 향해 표현하는 “충성도는 이성을 넘어선 것(Loyalty beyond reason)”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난과 장벽도 뛰어 넘을 준비가 되어 있는 미치광이 사랑에 빠진 연인들처럼 말이다.

그렇다. 케빈 로버츠의 ‘러브마크論’은 통계 자료와 수치 결과에 대거 의존하여 소비자들을 계층화된 몇몇 소비군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비즈니즈 마케팅론에 대한 전면반박임과 동시에 최근 부각되고 있는 감성 마케팅 및 광고 전략의 세력 확대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서 감성(emotion)의 중요성을 강조한 장본인은 케빈 로버츠가 처음은 아니다.

제네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前 회장은 항상 자기 기업의 가치, 부하 간부 직원들에 대한 ‘사랑(love)’을 목소리 높여 외쳤으며,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허브 켈러허 회장은 ‘열정(passion)’이야말로 기업 성공의 핵심추진력이라고 역설했다. 게다가 최근 전세계에서 잔잔한 유행력을 발휘하고 있는 뉴에이지 운동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감성지향적인 취향이 번져가는데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가 거듭할 수록 매출 실적 하락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경영난에 봉착하기 시작한 영국의 광고회사 사치 앤 사치 사가 뉴질랜드 출신의 광고 마케팅 전문가 케빈 로버츠를 전세계 총괄 최고경영자로 임명한 해는 1997년. 그 후로 지금까지 7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에 사치 앤 사치는 자금 경리 장부 액수만도 66억 달러에 이르는 재정 규모는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올 상반기 보고된 세입 보고서에서 영국화 4백만 파운드(미화 7백여만 달러 가량)의 흑자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랑을 내세운 로버츠의 감성 마케팅 홍보력은 이미 일상 생활에서도 널리 발견되고 있어서, 은행이나 관공서들은 예전의 칙칙한 회색빛 벽 대신에 친밀감 드는 파스텔조 인테리어로 개조한지 오래며, 크리스피 크림(Krispy Kreme) 커피 도넛 체인점 같은 대중 음료업체들은 대대적인 오프닝 행사를 기획하여 일명 소비자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하는 “구두 선전 (word-of-mouth advertisement)” 효과를 잔뜩 노리기도 했다. 이 책에서도 코카콜라, 로모그라피 카메라, 도요타 자동차 등이 그같은 대표적인 예로 등장하고 있듯이, 로버츠는 개인적으로도 제품에 열광적인 애정을 지닌 구매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 구두 선전 효과를 철저하게 신뢰하는 워드-오브-마우스 선정의 열성팬이다.

항상 건장한 체구에 항상 검정색 일색의 캐쥬얼한 옷차림을 한채 전세계 사치 앤 사치 사무실과 대학 강의(로버츠는 현재 영국 옥스퍼드 대학 경영학과에서 출강한다) 및 강연회에 등장하는 그는 16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곧바로 비즈니스의 세계로 뛰어든 자수성가 광고인이다. 그는 1950-60년대 말 런던 패션계의 큰별 매리 콴트(Mary Quant)의 브랜드 매니저로 커리어 첫 발을 디뎠던 1969년도를 회상하면서 이 책의 서두를 전개하기 시작한다. 이후 P&G중동 지사, 펩시 콜라 캐나다 지사, 그리고 펩시 콜라 뉴질랜드 및 아시아 태평양 지사의 총책임직을 거치는 동안, 소비자와 상품 간의 감성적 관계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의 러브마크론으로 밀어 붙여 성공한 광고 전략들은 도요타 자동차와 P&G 같은 거물급 기업들의 경우 뿐만 아니라 제네럴 밀즈 사의 시리얼 브랜드 치리오(Cheerio’s)의 매출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사치 앤 사치 광고 스폿들은 칸느 광고제에서도 예술적 우수성까지 인정받고 있을 만큼 러브마크론의 막강한 효력이 발휘되고 있다.

비즈니스계에 그 흔하다는 MBA 출신도 아니면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동기 부여와 리더십을 전파하고 있는 로버츠가 감성위주의 마케팅 및 광고가 반드시 지녀야 할 요건을 다음과 같은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한다: ① 신비로울 것(mysterious), ② 감각적일 것(sensual), 그리고 ③ 친밀감을 줄 것(intimate). 이상 3가지 키워드를 성공적으로 상품에 반영시켜 성공한 제품들의 예는 여럿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을 모델로 한 나이키(Nike)의 광고 전략은 로로 디자인의 새 장을 연 케이스이며, 애플 i 시리즈 컴퓨터는 소수의 완강하고 충직한 소비자들의 감성을 적절하게 건드려서 성공한 니시(niche) 상품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는다.

끝으로, 저자가 선정한 25대 톱 러브마크들을 한 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아마존 온라인 서점, 애플 컴퓨터, 보디숍, CNN 방송, 코카콜라, 디즈니, 다이슨, 이베이 온라인 경매소, 구글 인터넷 서치 엔진, 할리-데이비슨, 이탈리, 레고, 리바이스, 맥도널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단, 넬슨 만델라, 나이키, 닌텐도, 노키아, 팸퍼스 종이 기저귀, 적십자, 스와치, 도요타 자동차, 베스파, 버진.

하지만 소비자와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오래 가슴에 남는 러브마크는 정의와 신념의 대명사가 된 남아공의 역사적 영웅 지도자 넬슨 만델라처럼 반드시 상품이 아닐 수도 있음을 기억한다면, 러브마크론은 상품과 인간간의 의사소통 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의사소통에도 응용될 수 있는 컨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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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마크 개념의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한 브랜드러브마크의 개념적 차이 대조표
브랜드 – 러브마크
정보 – 관계
소비자 인식도 – 대중의 사랑
보편일반적 – 개인적
내러티브 – 러브 스토리
품질 약속 –감성 제안
상징적 – 아이콘적
규정적 – 신념 고취적
단정조 – 이야기조
명확한 정체 – 신비적
가치관 지향적 – 정신, 영혼지향적
직업적 – 열정적 창조성
광고 대행업체 – 아이디어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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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본래 월간 《디자인》지 2004년 11월호에 실렸던 글을 다시 게재한 것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