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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브랜드라 말고 러브마크라고 부릅시다

BOOK REVIEW

케빈 로버츠 저 『러브마크』증보판 표지. 도서출판 서돌에서 한국어판이 출판되었다.

케빈 로버츠 저 『러브마크』증보판 원서 표지. 도서출판 서돌에서 한국어판이 출판되었다.

책 제목:『러브마크 : 미래의 브랜드 (Lovemarks: The Future Beyond Brands)』

저자: 케빈 로버츠(Kevin Roberts) 사치 앤 사치 CEO 著

출판사: PowerHouse Books, New York, NY 출판사

출판년도: 2004년 초판 발행/2005년 증보판 발행

영국의 거물급 광고 대행업체 사치 앤 사치(Saatchi & Saatchi)의 총괄 책임 최고 경영자 케빈 로버츠는 “브랜딩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다. 쇼핑몰, 거리 매장과 상점, 수퍼마켓 어딜가나 엇비슷한 기능과 품질을 갖춘 상품들은 많다. 품질 면에서나 기능 면에서나 어지간히 규격화된 상품들 사이에 구분표 처럼 붙은 브랜드 또는 트레이드마크들.

그러나 이 브랜드란 이제 구식 마케팅 전략에나 쓰이던 도구에 불과할 뿐, 정작 진열대에 잔뜩 늘어선 제품들 앞에서 어떤 제품을 고를까를 고심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이나 느낌도 안겨주지 못하는 지지부진해진 이름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로버츠 CEO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마케팅 분야의 최첨병 브랜딩이 앞으로 가야할 미래는 무엇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바로 러브마크(Lovemarks)라고 케빈 로버츠는 올[2004년] 봄 5월에 전격 출간된 그의 저서 『러브마크: 미래의 브랜드』에서 선언한다.

그렇다면 이 러브마크란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늘 중하게 여기는 ‘기분(feeling)’이라는 개념과도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러브마크’란 개념은 로버츠가 직접 창안한 마케팅 개념이다. 우리말로 흔히 키스마크로 번역되어 알려져 있는 이 단어는 짙은 키스를 한 다음 피부에 남은 멍자국 정도가 되겠다. 말하자면 상품을 이름하는 브랜드 또는 트레이드 마크는 이제 소비자의 마음에 사랑의 느낌을 각인하여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 러브마크가 되어야 함을 역설하는 감성위주의 마케팅 컨셉을 한 단어로 응축한 셈이 되겠다.

지금까지 브랜드가 기업과 제품 생산자의 소유물이었다고 하다면, 러브마크는 소비자의 소유물이 된다. 일단 러브마크가 소비자의 사랑과 애정을 독차지하기만 하면 소비자는 세상 끝까지 달려가 그 제품을 반드시 구하려 들것이다. 그 소비자들이 러브마크를 향해 표현하는 “충성도는 이성을 넘어선 것(Loyalty beyond reason)”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난과 장벽도 뛰어 넘을 준비가 되어 있는 미치광이 사랑에 빠진 연인들처럼 말이다.

그렇다. 케빈 로버츠의 ‘러브마크論’은 통계 자료와 수치 결과에 대거 의존하여 소비자들을 계층화된 몇몇 소비군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비즈니즈 마케팅론에 대한 전면반박임과 동시에 최근 부각되고 있는 감성 마케팅 및 광고 전략의 세력 확대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서 감성(emotion)의 중요성을 강조한 장본인은 케빈 로버츠가 처음은 아니다.

제네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前 회장은 항상 자기 기업의 가치, 부하 간부 직원들에 대한 ‘사랑(love)’을 목소리 높여 외쳤으며,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허브 켈러허 회장은 ‘열정(passion)’이야말로 기업 성공의 핵심추진력이라고 역설했다. 게다가 최근 전세계에서 잔잔한 유행력을 발휘하고 있는 뉴에이지 운동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감성지향적인 취향이 번져가는데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가 거듭할 수록 매출 실적 하락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경영난에 봉착하기 시작한 영국의 광고회사 사치 앤 사치 사가 뉴질랜드 출신의 광고 마케팅 전문가 케빈 로버츠를 전세계 총괄 최고경영자로 임명한 해는 1997년. 그 후로 지금까지 7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에 사치 앤 사치는 자금 경리 장부 액수만도 66억 달러에 이르는 재정 규모는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올 상반기 보고된 세입 보고서에서 영국화 4백만 파운드(미화 7백여만 달러 가량)의 흑자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랑을 내세운 로버츠의 감성 마케팅 홍보력은 이미 일상 생활에서도 널리 발견되고 있어서, 은행이나 관공서들은 예전의 칙칙한 회색빛 벽 대신에 친밀감 드는 파스텔조 인테리어로 개조한지 오래며, 크리스피 크림(Krispy Kreme) 커피 도넛 체인점 같은 대중 음료업체들은 대대적인 오프닝 행사를 기획하여 일명 소비자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하는 “구두 선전 (word-of-mouth advertisement)” 효과를 잔뜩 노리기도 했다. 이 책에서도 코카콜라, 로모그라피 카메라, 도요타 자동차 등이 그같은 대표적인 예로 등장하고 있듯이, 로버츠는 개인적으로도 제품에 열광적인 애정을 지닌 구매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 구두 선전 효과를 철저하게 신뢰하는 워드-오브-마우스 선정의 열성팬이다.

항상 건장한 체구에 항상 검정색 일색의 캐쥬얼한 옷차림을 한채 전세계 사치 앤 사치 사무실과 대학 강의(로버츠는 현재 영국 옥스퍼드 대학 경영학과에서 출강한다) 및 강연회에 등장하는 그는 16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곧바로 비즈니스의 세계로 뛰어든 자수성가 광고인이다. 그는 1950-60년대 말 런던 패션계의 큰별 매리 콴트(Mary Quant)의 브랜드 매니저로 커리어 첫 발을 디뎠던 1969년도를 회상하면서 이 책의 서두를 전개하기 시작한다. 이후 P&G중동 지사, 펩시 콜라 캐나다 지사, 그리고 펩시 콜라 뉴질랜드 및 아시아 태평양 지사의 총책임직을 거치는 동안, 소비자와 상품 간의 감성적 관계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의 러브마크론으로 밀어 붙여 성공한 광고 전략들은 도요타 자동차와 P&G 같은 거물급 기업들의 경우 뿐만 아니라 제네럴 밀즈 사의 시리얼 브랜드 치리오(Cheerio’s)의 매출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사치 앤 사치 광고 스폿들은 칸느 광고제에서도 예술적 우수성까지 인정받고 있을 만큼 러브마크론의 막강한 효력이 발휘되고 있다.

비즈니스계에 그 흔하다는 MBA 출신도 아니면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동기 부여와 리더십을 전파하고 있는 로버츠가 감성위주의 마케팅 및 광고가 반드시 지녀야 할 요건을 다음과 같은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한다: ① 신비로울 것(mysterious), ② 감각적일 것(sensual), 그리고 ③ 친밀감을 줄 것(intimate). 이상 3가지 키워드를 성공적으로 상품에 반영시켜 성공한 제품들의 예는 여럿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을 모델로 한 나이키(Nike)의 광고 전략은 로로 디자인의 새 장을 연 케이스이며, 애플 i 시리즈 컴퓨터는 소수의 완강하고 충직한 소비자들의 감성을 적절하게 건드려서 성공한 니시(niche) 상품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는다.

끝으로, 저자가 선정한 25대 톱 러브마크들을 한 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아마존 온라인 서점, 애플 컴퓨터, 보디숍, CNN 방송, 코카콜라, 디즈니, 다이슨, 이베이 온라인 경매소, 구글 인터넷 서치 엔진, 할리-데이비슨, 이탈리, 레고, 리바이스, 맥도널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단, 넬슨 만델라, 나이키, 닌텐도, 노키아, 팸퍼스 종이 기저귀, 적십자, 스와치, 도요타 자동차, 베스파, 버진.

하지만 소비자와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오래 가슴에 남는 러브마크는 정의와 신념의 대명사가 된 남아공의 역사적 영웅 지도자 넬슨 만델라처럼 반드시 상품이 아닐 수도 있음을 기억한다면, 러브마크론은 상품과 인간간의 의사소통 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의사소통에도 응용될 수 있는 컨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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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마크 개념의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한 브랜드러브마크의 개념적 차이 대조표
브랜드 – 러브마크
정보 – 관계
소비자 인식도 – 대중의 사랑
보편일반적 – 개인적
내러티브 – 러브 스토리
품질 약속 –감성 제안
상징적 – 아이콘적
규정적 – 신념 고취적
단정조 – 이야기조
명확한 정체 – 신비적
가치관 지향적 – 정신, 영혼지향적
직업적 – 열정적 창조성
광고 대행업체 – 아이디어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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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본래 월간 《디자인》지 2004년 11월호에 실렸던 글을 다시 게재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창조경제 = 경제창조?

BOOK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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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는 경제를 창출해줄까?

Magazine Jungle | 박진아의 북리뷰 ③ 존 호킨스의 〈창조경제〉

책 제목: 창조경제: 아이디어로 돈 버는 방법 (The Creative Economy: How People Make Money from Ideas)

저자: 존 호킨스 (John Howkins)

발행일: 2002년

‘창조경제’란 말이 요즘처럼 자주 언급되는 때도 없다. 지난 정권에서는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부주도의 디자인 장려정책과 사업추진을 해왔다.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선 후 디자인은 어느새 ‘창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갈아입고, 21세기 한국 경제성장의 엔진이 될 차비에 한창이다. 헌데 일반대중은 물론 문화산업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조차도 이 창조경제 정책이 표명한 탄탄한 정의와 실질효과에 대해 혼란과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갸우뚱대는 것은 왜일까? …

디자인 정글에 실린 이 북리뷰 계속 읽기 (2013년 7월3일 자)

 

정겨운 곳에 머물고 싶어라.

BOOK REVIEW

창조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제3의 공간’

oldenburg_cover_smThe Great Good Place by Ray Oldenburg

올 초, 뉴욕 퀸즈 플러싱에 있는 한 맥도날드 햄버거 매장에서 한국 노인들이 오래 앉아있는다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는다는 소식이 보도돼 화제가 되었다. 한국의 노인들이 커피 한 잔 또는 감자튀김을 시켜 놓고 두 시간 이상 혹은 하루 종일 매장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다른 손님들의 자리를 빼앗고 따라서 영업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었다.

맥도날드는 시간에 쫓겨 서둘러 끼니를 때우는 ‘패스트 손님’을 원하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다. 만일 뉴욕의 한국 노인들이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마음 편히 앉아서 책이나 신문을 읽거나 친구와 담소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동네 노인정이나 친근한 이웃 찻집 같은 정겨운 공간이 있었더라면 이러한 에피소드가 일어났을까? 2014년 3월17일자 디자인정글에 실린 이 글 계속 읽기 ☞

클레이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작품 『쏟아지는 감자 튀김 (Shoestring Potatoes, Spilling from a Bag))』1966 Canvas filled with kapok, glue and painted with acrylic, 274.3 x 132.1 x 101.6 cm, 1966년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소장, Gift of the T. B. Walker Foundation. Photo: mumok © Claes Oldenburg.

클레이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작품 『쏟아지는 감자 튀김 (Shoestring Potatoes, Spilling from a Bag))』1966 Canvas filled with kapok, glue and painted with acrylic, 274.3 x 132.1 x 101.6 cm, 1966년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소장, Gift of the T. B. Walker Foundation. Photo: mumok © Claes Oldenburg.

책 제목: 『정겨운 곳에 머물고 싶어라 (The Great Good Place – Cafés, Coffee Shops, Bookstores, Bars, Hair Salons and Other Hangouts at the Heart of a Community)』
편집자: 레이 올덴버그 (Ray Oldenburg)
출판사: 다 카포 출판사 (Da Capo Press)
출간년도: 1989, 1997, 1999년
가격: US $17.50

※  작품 이미지 설명: 미국의 조각가 클레이스 올덴버그 (Claes Oldenburg)의 작품 『쏟아지는 감자 튀김 (Shoestring Potatoes, Spilling from a Bag))』1966 Canvas filled with kapok, glue and painted with acrylic, 274.3 x 132.1 x 101.6 cm, 1966년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소장, Gift of the T. B. Walker Foundation. Photo: mumok © Claes Oldenburg.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를 이해하는 방법

BOOK REVIEW

Floating Worlds – The Letters of Edward Gorey & Peter F. Neumeyer, edited by Peter F. Neumeyer

floatingworlds_sm창조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같이 작업해 보고 싶은 ‘꿈의 창조적 협동자’ ‘성인은 위한 그림 소설 작가’ – 요즘 구미권 아티스트, 디자이너, 작가들 사이에서는 만일 창조적 협력을 할게 될 경우 같이 일해 보고 싶은 사람으로 미국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에드워드 고리 (Edward Gorey, 1925년* – 2000년†) 를 꼽는다.

아동문학계는 물론 성인 애독자와 일러스트레이션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컬트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에드워드 고리의 머리와 마음 속을 읽어볼 수 있는 책 《덧없는 세상》을 살펴보자. 2013년 11월15일 자 디자인정글에 실린 북리뷰 계속 읽기

책 제목: 《덧없는 세상 – 에드워드 고리와 피터 노이마이어의 편지 모음(Floating Worlds – The Letters of Edward Gorey & Peter F. Neumeyer)》
편집자: 피터 노이마이어(Peter F. Neumeyer)
출판사: 포므그레네이트 출판사(Pomegranate: San Francisco)
출간년도: 2011년 1월

 

 

존 헤거티가 말하는 창조 시대의 광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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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garty on Advertising – Turning Intelligence into Magic 2011년 영국의 광고계 거물이자 전설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 헤거티는 오길비의 광고론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헤거티의 광고론』(런던 템즈 앤 허드슨 출판사 刊)을 펴냈다.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이 책이 광고계의 크리에이티터를 꿈꾸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어떤 통찰을 제시해줄 수 있을지 미리 엿보도록 하자. 디자인정글에 실린 《헤거티의 광고론》 2103년 8월23일 자 북리뷰 컬럼 계속 읽기 

 

협력은 창조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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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북리뷰

책 제목: 창조 지능 (Creative Intelligence)

저자: 브루스 누스바움 (Bruce Nussbaum)

출간일: 2013년 3월 8일

당신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기업을 이끄는 CEO? 자기 사업을 꾸려 나가는 자영업자? 적극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거나 그도 아니면 성취감을 느끼며 정당한 보수를 받는 직장인, 혹은 가사, 육아, 가계경제를 잘 관리하는 슬기로운 주부나 남편일 수 있다. 당신이 어떤 일에 종사하든 상관없이 창조 지능과 경쟁력을 갖추고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고 당부하는 책 ‘창조 지능’을 만나보자.

디자인 정글에 실린 북리뷰 계속 읽기 (2013년 5월15일 자)

창조의 여정은 지그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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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북리뷰

책 제목: 『창조의 여정은 지그재그 (Zig Zag – The Surprising Path to Greater Creativity)』 | 저자: 키스 소여 (Keith Sawyer) | 출간일: 2013년 3월 18일

아직도 90년 가까이 남은 미래 21세기 시대, 인류는 과거 그 어느 때 보다도 왕성한 창조력을 발휘해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반세기 인류는 소비 지향적 경제체제 속에서 물적 풍요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인류는 머지않아 풍요의 시대를 뒤로하고 자원과 에너지원의 고갈,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난, 제로 경제성장, 인구증가 등 심각한 문제로 도전받게 될 것이라 한다. … [중략] 디자인 정글에 실린 북리뷰 계속 읽기(2013년 4월 19일 자)

 

근현대 추상미술의 근원은?

서평

『미술과 우상: 우상숭배, 우상파괴, 유태인 미술』의 역자 후기 중에서

유태인 미술 – 분명 우리나라 독자에게는 물론이려니와 서구의 일반인과 미술 연구자들에게도 퍽 생소한 미술 개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유태인 민족과 직접적인 접촉이나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은 적이 없었던 우리나라의 경우 유태인 미술은 차치하고라도 유태민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지극히 부족하다.

다만, 오늘날 기독교 신자들은 성서를 통해서 유태 종교 및 그 신자인 유태인 민족의 역사와 자신들과의 신앙적 차이점을 익히 인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셰익스피어의『베니스의 상인』의 주인공 샤일록처럼 유태인이 등장하는 여러 서양 고전문학 작품들에서는 곧잘 유태인은 이재에 머리가 밝지만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교활한 근성을 지닌 민족으로 묘사됨으로써 인자하고 너그러우며 품성좋은 기독교 유럽인에 대한 상대적 전형으로 제시되곤 했다.

유태인 미술이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미술을 뜻할까? 이 책의 저자인 앤소니 줄리어스가 책의 서두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유태 민족은 ‚우상을 만들거나 섬기지 말라’는 성서 십계명 제2조항을 원칙으로 삼아 미술 행위를 철저히 금하였다. 근대기 이전기까지 기독교 유럽 세계에서 유태인 출신의 미술가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구약성서에서 근ㆍ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유태 민족이 거쳤던 박해와 이산의 역사를 고려해 볼 때, 또 종교 예배를 위한 수공예 기술 이상의 그 어떤 미술 창작 활동을 금했던 유대교 교리를 주지해 볼 때, 저자의 ‚유태인 미술’ 범주 선언은 자의적인 구석이 느껴지는 데가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해서 “유태민족은 유태적 미술이라고 칭할 만한 미술을 창조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의 특성과 재능을 시각예술로 승화한 유태인 고유의 미술을 구축해야 한다“고 저자 줄리어스는 주장한다.

한편 서구 20세기 근ㆍ현대 미술계서 유태인들의 활동은 전에 없이 활발했다. 특히 19-20세기 전환기부터 부르주아 및 사회 상류층 유태인들은 미술 후원가로도 큰 활약을 하며 신시대 미적 취향 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예컨대 빈 모더니즘기의 대표적인 화가인 클림트(Gustav Klimt), 코코슈카(Oskar Kokoschka), 실레(Egon Schiele)는 알마 말러-베르펠(Alma Mahler-Werfel), 아델레 블로흐-바우어(Adele Bloch-Bauer), 데이지 헬만(Daisy Hellman) 같은 오트-부르조아지 유태인 여성후원자들의 주문과 재정 후원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명화들을 완성했다.

그런가 하면 제 1차 세계대전 직후 빈에서 살면서 화가 지망생이던 청년시절 히틀러는 한 유태인 교수가 퇴짜를 놓아 미술학교 진학시험에 낙방한 이후로 유태계 이민자들이 사회 곳곳의 요직과 창작업에 포진해 있음을 발견하고 유태인에 대한 혐오를 키우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히틀러를 포함한 빈 근대 세기전환기의 보수 카톨릭과 우익 정치 세력이 빈 근대미술을 퇴폐미술(degenerate art)로 낙인하고 체계적인 파괴와 압수를 자행했던 것도 유태인들이 근대기 퇴폐미술을 조장하고 장려했다고 여겼던 때문이다.

나치 독일의 제 3제국 정권과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유태인 문화계 종사자들이 영국과 미국으로 쫓겨났지만, 그로 인해 런던과 특히 뉴욕의 문화계가 살찌워진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2차 대전 이후 미술계 중심축이 유럽에서 뉴욕으로 이동해 갔으며 그 후로 전에 없이 많은 수의 유태인 출신 미술가들이 탄생해 근ㆍ현대 미술사의 대획을 긋는 업적을 남겼다. 유태인 옹호주의자들과 유태인 혐오자들이 한데 입을 모아 특히 20세기 추상 미술은 근본적으로 유태인 미학이라고 주장했던 것도 바로 그 같은 전례 없는 현상을 해명하려던 시도였다.

이 책에서 저자 줄리어스 역시 이 사실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는 오히려 20세기 미술에서 유태인 미술가의 범람 현상을 그 같은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즉,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유태계 근ㆍ현대 미술가들은 유태인 미학이 아닌 기독교 문화에 철저히 동화된 개인들로서 기독교적 미학 원리에 입각한 미술을 창조했을 뿐이며 따라서 20세기 미술은 전혀 유태인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줄리어스의 그 같은 입장은 위대한 유태계 미술사학자인 고(故) 에른스트 곰브리히(Ernst Gombrich) 경의 시각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19-20세기 전환기에 비엔나 정치문화사 분야의 개척자인 역사학자 칼 쇼스케(Carl E. Schorske)는 이미 1960년대에 “동유럽에서 이민 온 유태 민족은 오스트리아 상류사회 진입을 위한 체계적인 전략으로서 가톨릭교로 개종하고 유럽 문화로 개화했다.“고 쓴 바 있다. 이어 1990년대에 스티븐 벨러(Steven Beller)는 특히 비엔나 모더니즘을 주도한 과학자, 철학자, 문장가 및 대문호, 작곡가, 문화계 후원자들이 유태인 후손들이었다는 사실에 근거해 “세기 전환기의 비엔나 문화는 유태인적 취향을 반영한 사실상 유태인 문화“였다고 했다.

이에 반박해 1996년 11월, 런던 오스트리아 문화원 주최 오스트리아-유태인 문화 페스티벌에서 ’1900년대경 비엔나와 유태인 문화의 연관성’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곰브리히 경은 “비엔나를 포함하여 유럽에 흩어진 유태인들은 배경 국가의 종교와 문화에 완전히 동화된 유럽인들이었으며 따라서 그들이 창조하고 후원한 미술은 유럽 미술이지 유태인 미술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유태민족과 그들의 정체성 문제는 이산과 박해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이며 미술 분야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저자 앤소니 줄리어스의 본 저서는 기존의 미술사에서 유태인 미술을 발굴하고 기존 미술 작품을 통해서 유태인 미술을 정의하고 규정하지 않는다.

julius_t&h그 대신 그는 유대교와 그로부터 추출한 정신과 사고방식을 시각예술로 전환시킨 유태인 고유의 미술을 나름대로 정의하고 이를 추구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유럽 문화에 완전 동화된 영국계 유태인 후손의 시각과 변호사 다운 탄탄한 논리전개 방식 및 언변력과 미술사적 통찰력은 흥미로운 책 읽기 경험을 선사하리라고 믿는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결코 쉽지 않은 국내 미술 전문 출판업의 환경에서도 역자에게 본 저서를 번역해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을 뿐만 아니라 역자의 번역을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시고 수 차례의 고된 편집을 책임져 주신 박은영 편집자님께 두 손 모아 감사드린다. -2003년 여름 빈에서 박진아.

필자 앤소니 줄리어스(Anthony Julius)는 영국계 유태인으로 미술문화 전반에 대한 활발한 저술 및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직 변호사로 현재는 런던 소재 법률사무소 미쉬콘 데 레야에서 명예훼손 및 상업위반법 전문 변호인으로 일하고 있다. 고(故) 다이애너 비의 이혼소송 건과 홀로코스트 부정자 데이비드 어빙을 상대로 한 립스타트 교수와 펭귄 출판사 간의 명예훼손 건을 책임져 영국 법조계의 스타 변호사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영국 유명 일간지『가디언』(The Guardian) 등을 통해서 유태민족의 사회문화적 정체성 문제와 관련한 기고활동도 겸하고 있다. 본 저서 『유태인 미술과 우상숭배』(Idolizing Pictures : Idolatry, Iconoclasm and Jewish Art, 2000) 외에도, 최근 20세기에 걸쳐  전통미술의 규범과 관객의 상식에 도전한 전복적인 미술을 정의하고 이를 분석한 책 『발칙한 미술』(Transgression: The Offences of Art, 2002)을 출간해 사회문화적으로 터부시되는 주제를 미술과 연관시켜 분석하는 미술평론가 겸 이론가로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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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디자인 문화사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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