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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TEFAF 마스트리히트 유럽 파인아츠 페어

TEFAF MAASTRICHT  THE EUROPEAN FINE ART FAIR 2012

1993년 발효되어 유럽연합과 유로 공동화폐제가 제정된 마스트리히트 조약 보다 네덜란드의 작은 고도시 마스트리히트를 유명한 연례 문화행선지로 만들어준 효자는 또 있다. 바로 TEFAF 유럽 미술 재단(The European Fine Art Foundation) 박람회가 그것이다. 일찍이 1970년대에 설립된 두 전신인 픽투라 파인 아트 페어와 앤티크 마스트리히트 골동미술 박람회를 통합하여 1988년에 처음 발족되었다. 당시만해도 독일어권, 벨기에, 네덜란드의 컬렉터를 주고객으로 삼은 지엽적 수준의 행사였으나 90년대 이후로 급격히 범유럽화와 글로벌화되며 급성장해 올해로 설립 25주년 특별 기념회(silver jubilee)를 맞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네덜란드의 문화 고도시 마스트리히트에서 3월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 동안 막을 올려고 전세계에서 모여든 미술애호가들과 갑부 컬렉터들을 맞이했다. 예년에 비해 유독 해외 참가자들이 많았던 올해, 마스트리히트에서 가장 가까운 첫 해외 관문인 독일 아헨-마스트리히트 공항에서는 올해 이 행사 방문객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평소보다 360편 더 많은 항공편을 추가로 관제했다고 보고했고, 이 도시 시내는 물론 인근 교외 호텔과 레스토랑들까지 총동원되어 전세계서 찾아온 미술컬렉터 손님맞이에 돌진했다.

전세계 미술계에서 내노라하는 박물관 및 미술관 인사들은 물론 미술 학자와 평론가들이 매년 3월이면 TEFAF로 몰려들어 그 해의 미술시장을 세심히 관찰하고 미술품 거래 트랜드를 형성하고 돌아간다. 고전 미술부터 최신 21세기 현대미술, 공예와 디자인, 그림과 조각품, 오뜨 장신구, 고서적 약 30만여점이 총마라된 문자 그대로 ‘미술 페어의 정수(精髓)’다.

주도면밀한 운영으로 정평이 나있는 TEFAF 마스트리히 조직위원회가 매년 행사에 맞춰서 발표하는 각종 공식 자료와 통계치 보고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교계 내 흥미로운 읽을거리로 회자된다. 예컨대 오프닝 전날인 프리뷰 파티와 본행사 기간 동안 TEFAF 행사장을 찾은 올해 방문관객들은 샴페인 1만5천 잔, 포도주 3만1천 잔, 커피 7만5천 잔, 다과류 1만개, 샌드위치 5만개, 그리고 생굴 1만1천개를 소비했다고 집계됐다. 이 행사 동안 동원된 장내 요리사로 5백여병, 서빙스태프 2천3백명에 이르러서 요식업계의 번개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자랑한다.

또 TEFAF 페어는 고급스럽고 세심하게 설계된 페어장 디스플레이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디자이너 톰 포스트마(Tom Postma)의 지휘 하에 매년 색다른 인테리어로 재탄생하는 페어장은 언제나 고전적이면서도 화려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예년과 다름없이 올해도 봄 기운을 가득 선사하며 행사장 입구에서 관객을 반겼던 대형 꽃밭에는 철장미 3만3천 송이, 카페와 통로를 장식한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프랑스산 튤립꽃 4만 5백 송이, 목련·매화 꽃가지 4천5백대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페어 조직위원회 측은 일단 매해 참가화랑업자들과 출품작들이 선정된 후 행사 시작 약 한 달전 경부터 전시장 디자인과 전시공간 건설작업에 들어간다. 페어장 건설에 투입되는 남녀 인부들의 수는 220명, 특히 행사 오프닝 직전 사나흘 동안 건설 및 인테리어 인부들과 조직위원회의 운영직원들 20여명이 24시간 교대로 막바지 마무리 밤샘작업에 임하느라 들이킨 커피는 3만 잔, 설탕은 2백5십 킬로그램에 이른다는 재미있는 수치도 남아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TEFAF가 세계 최고의 미술 및 골동미술 박람회로서의 저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그 어떤 행사보다도 우월한 컨텐츠 즉, 출품되는 미술품들의 높은 수준과 믿을수 있는 진품성이다. 한 번 본 사람은 미술품을 볼줄 아는 높은 안목을 키우게 되는 살아있는 교육장이기도 하다. 미술계 인사이더들이 TEFAF 마스트리히 미술 페어를 가리켜서 일명 ‘소장품을 내다 파는 박물관’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이유도 바로 그래서일 것이다.

전세계 18개국에서 초대되어 온 260여 골동품 딜러와 화랑업자들의 엄선된 작품 목록은 행사 개막 수 개월 전부터 국제적인 감정전문가들의 엄격한 진품감정 과정을 거친다. 특히 올 행사를 위해 초대되어 온 감정전문 위원들의 수는 175명에 이르른 것으로 보고된다. 자연히 믿고 찾아 미술품 쇼핑을 오는 컬렉터들의 기대 수준은 매우 높고, 참여한 화랑업자들의 매출 실적 또한 우수하다. 전시자들은 부스 스탠드 임대료로 1평방미터당 330유로를 지불하는데, 이는 동급의 여타 고미술 박람회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어서 전시 참여 화랑업자들에게 TEFAF는 일석이조격으로 매력적인 행사라고 화랑업자들은 입을 모은다.

고미술과 골동품 시장으로 출발한 행사이니만큼 고전미술부는 TEFAF 행사장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바로크 거장 화가 피터 폴 루벤스가 그린 <헨리 8세 영국왕> 초상화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쥬세페 아르침볼도가 과일로 구성한 남성 초상화를 포함한 고전 명회화 작품들은 이미 공식 오프닝 이전에 익명의 개인 유럽 컬렉터들이 사갔다고 전해진다.

올해가 25주년 기념이어서일까? 올해는 미국과 유럽에서 온 컬렉터들 덕분에 유독 은제 수공예품이 좋은 실적을 올렸다고 보고된다. 올 행사에서는 쟌마리아 부첼라니의 은세공 오뜨 조알레리가 각광받았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은도공 코르넬리스 반 데르 부르크가 제작한 호화 접시나, 18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은도공 폴 드 라메리의 은제품도 귀금속 예술에 조예있는 컬렉터들에게는 영원한 고전이다.

고전미술과 골동미술품을 사가는 고객에 대한 구입자 명의와 낙찰가격은 비밀스럽게 관리되는 반면에, 그에 비해서 근현대 미술부 페어장에서는 구매자의 명의와 최종날찰 가격을 둘러싼 각종 루머와 뒷담으로 한결 시끌벅적하고 과시적인 편이다. 근현대 미술에 관심있는 진지한 갑부 미술 컬렉터들은 매년 늦봄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급 미술박람회인 바젤 박람회을 우선으로 찾는다. 그런 그들이 최근들어 새롭게 마스트리히트로 속속 찾아들고 있는 이유는 TEFAF가 아직도 미술시장 곳곳에 틈틈히 나돌며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귀한 근현대 미술작품을 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앤토니 마이어 갤러리와 뉴욕 화랑 크리스토브 반 데어 베게 갤러리는 가져온 독일화가 게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작품들을 거의 다 팔아서 높이 쾌재를 불렀다. 특히 마이어 갤러리는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1987년에 그린 풍경화 <작은 거리(Kleine Strasse)>를 이미 행사 공식 오프닝 전날인 귀빈 프리뷰에서 6백6십만 달러(우리돈 약 63억원)에 팔았다고 <뉴욕타임즈> 지가 보도했다. 또 독일 뮌헨의 다니엘 블라우 화랑은 작품당 2만-7만 유로(우리돈 약 3천만원-1억원)하는 앤디 워홀의 드로잉 시리즈들을 거의 다 낙찰시키고 돌아갔다.

그런가하면 진지한 컬렉터라면 한 두 작품씩 갖추고 있다는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Henry Moore)의 대형 흑대리석 조각은 3천5백만 달러(약 4백억원, 란다우 화랑)에, 그리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마릴린 몬로의 빨간입술 모양을 따 디자인한 루비와 진주 브로치가 4만5천 달러(우리돈 약 5천만원)에 딜러제안 가격으로 선보여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 현대미술 시장에서 큰 각광을 받고 있는 인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아니시 카푸르는 한국의 가나 화랑을 통해서 스테인레스 설치미술작을 낙찰시켰다.

TEFAF는 매년 전세계 경제상황과 그에 따라 움직이는 미술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반영하는 유용한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일본 쓰나미 재해에 미술품 매매 세율의 증가법(이전 세율 6%, 개정 세율 19%)으로 인해 연초 유럽의 미술시장 분위기가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다.

올해 TEFAF 조직위원회는 총 공식 발표된 총 거래액이 13억 달러(우리돈 약 1조4천7백억원)라고 발표했다. 2008년 가을의 국제금융위기 이전기와 거의 맞먹는 견실한 매출실적이다. 열흘간 열린 올해 박람회 행사에서 무려 7만2천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TEFAF는 골동미술품과 고전 화가의 회화작품(30%)들이 주거래 품목이었으나, 최근 점점 서양 근현대 미술 분야의 화랑업자들의 진출이 높아져 가고 있는 추세여서 TEFAF 최종매출의 34%(골동미술 34%, 고전회화 30% 대비))를 차지하게 되었다.

TEFAF 재단이 올 행사 결산 보고에 유독 눈여겨 보고 있는 사항은 바로 미술계내 중국 파워의 급부상이다. 중국(2010년에 23%, 2011년에 30%, 세계2위)은 올해부터 미국을 떠밀고 세계에서 가장 큰 글로벌 미술시장이 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에는 러시아, 중국, 홍콩, 싱가포르를 포함한 신흥 경제강국에서 온 개인 바이어들과 컬렉터들의 방문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특히 중국의 경우, 국제경기침체, 증권시장 불안세, 화폐가치 저하에 대비한 자산 헤지의 방편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신흥부유층들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중국미술시장의 붐을 뒷받침한다.

앞으로도 구미와 신흥경제강국의 미술 컬렉터들은 마스트리히트를 찾아 유럽의 고미술품 쇼핑을 하러 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TEFAF는 보다 다양한 국가 출신의 화랑업자들과 딜러들도 참여하는 국제급 행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영국과 미국, 독일, 프랑스가 저마다의 언어권을 시장으로 발판 삼아 고미술 박람회를 개최하는 추세인만큼 TEFAF는 앞으로 적잖은 경쟁에 맞부딛힐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TEFAF 마스트르히트 조직위원회는 올해의 성과를 발판 삼아 한결 국제적인 박람회로 더 성장할 것을 다짐한다. All Photos Courtesy: TEFAF Maastricht. Photo: Harry Heuts.

* 이 글은 <크로노스> 코리아(Chronos Korea) 지 총권 제20호 2012년 5-6월호 216-219쪽에 실렸던 것을 다시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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