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현대건축 왜 다시 정사각형 미학인가?

Cubitecture in the 21st Cent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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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5번가 767번지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와 큐브 설치물. Bohlin Cywinski Jackson Architects 설계, 2006년.

1974년에 루빅스 큐브를 디자인한 헝거리 출신의 건축가 에르뇌 루빅(Ernö Rubik)은 단순함과 복잡함을 동시에 상징하는 큐브의 추상성에 매료되어 이 세계 베스트셀러 장난감을 개발했다.

정육면체 또는 큐브(cube)란 4개의 동일한 길이의 직선이 모여 4개의 직각을 형성해 만들어진 정사각형이 서로 맞닿아 6면으로 구성된 기하학적 입체 모형이다.

인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건대, 인류는 언제나 정사각형에서 마술적 매력을 느끼고 건축, 미술, 음악 등 예술의 영감을 삼아왔다. 이미 서구 문명의 발상지 고대 그리스에서는 그 오래전 부터 정사각형이라는 기하학적 형태를 두고 많은 관심을 기울였었다. 그리스 철학자들과 수학자들은 그 특유의 수학적 특성에서 정돈된 아름다움, 절대순수성, 시대를 초월하는 영원불변의 상징을 부여했다.

고대 로마시대에 건축된 파르테논(Parthenon) 신전 또한 고대 그리스식 건축 모형을 그대로 본따서 건물벽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똑같은 정사각형 지면 위에 반원형 돔을 얻어 지은 다름아닌 정육면체 건축물이다. 고대 인도 베다시대의 경전에 따르면 가장 마땅한 제단은 정육각형이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만큼 인류는 고래로부터 정육각형에 종교적인 신성함이 담겨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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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가 1928년 디자인한 LC2 팔걸이 안락의자. 현재도 이탈리아의 가구생산업체 카시나(Cassina)에서 생산판매되고 있는 고전 가구 아이템.

토목기술에 정통했던 고대 로마인들은 건축도면 상에서만 정사각형의 기하학 원리를 응용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그리스인들이 앞서 개발한 테세라 공법(tessera, 돌맹이를 삼각형이나 사각형으로 깍아 나란히 배열하는 기법)을 정교화시켜 만든 돌 큐브 원리를 응용, 로마인들은 건물 바닥 장식용 유리 타일 모자이크 공법과 2천 넘는 지금까지도 끄떡없이 견고한 로마식 도로공법에 활용했다.

일찍이 19세기 말엽 모더니즘 물결 속에서 건축가들은 가장 완벽한 형태에 대한 모색으로 정사각형을 응용했다.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이나 스위스의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는 정사각형을 자연 속에서 가장 정제되고 순수한 형태로 보고 건축과 인테리어 실험에 활용했다. 특히 미스 반 데어 로헤는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에 널리 활용한 큐브 건축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정육면체가 자아내는 형태적 완벽성(perfection) 측면 덕분에 예로부터 건축가들은 종교 건축이나 기념물 설계에 즐겨 도입해 왔다. 20세기 후반기 현대 건축가들은 특히 진지한 건축 프로젝트에 정육각형 미학을 활용했다. 예컨대 모더니즘의 기반 위에서 전후 유럽 신합리주의 건축론을 창시한 알도 로씨(Aldo Rossi)는 일찍이 1971년에 육중한 큐브 형태의 산 카탈도 묘지로 건축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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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 로씨가 설계한 이탈리아 모데나 시의 산 카탈도 묘지.

이어서 근 20년 후, 덴마크의 오토 폰 슈프레켈센 (Otto von Sprechkelsen)은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라데팡스에 세운 정육각형 기념비(1989년 완공)로, 프랑스의 스타키텍트 쟝 누벨(Jean Nouvel)은 2002년 스위스 엑스포를 기해 설계한 모노리트(Monolithe)로 신비로운 정육각형 건물을 소개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유독 정사각형과 정사각형을 3차원화시킨 정육면체를 영감의 원천으로 한 건축 디자인이 전세계 곳곳 도시와 일상공간을 메꿔나가고 있다. 최근 트렌트헌터 제러미 거셰는 글로벌 건축계의 대세적인 추세는 큐브 아키텍쳐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업체 사무용 건물, 주상복합형 건물, 그리고 주거용 아파트 개발 프로젝트로 같은 실용적 건축물로 확대해 널리 활용하는 추세다.

정육각형과 정방형을 다양하게 응용한 건축 형태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단연 단순함, 합리성, 구조의 내연성, 최적의 공간활용력으로 주변 환경과 기존 건축물과 잘 조화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수학적인 분석에 따르면, 큐브 건축은 모듈화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 환경의 변화나 상황적 필요에 따라 좌우상하로 공간을 확장하기에도 수월하고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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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MVRDV 건축사무소가 설계한 미라도르 빌딩(Mirador Building)은 2005년 스페인 마드리드 시 외곽 산치나로에 자리한 22층 높이의 거주용 아파트.

순수형태를 향한 실험, 조형적 언어, 미적 만족을 향한 도전 겸 공간활용을 위한 해결책으로써 정육방체를 포용하는 건축가들과는 달리, 정육면체는 특유의 형식적 단순함 때문에 일부 인문학자들 사이에서는 의심과 경계의 대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정육방 공간 속에 갖혀 지내는 인간은 필히 정신병에 걸린다고 경고하기도 했는가 하면, 빈첸초 나탈리 감독이 만들어 1997년에 개봉되었던 컬트 영화 『큐브(Cube)』는 정육각형 방에 갖혀 하나씩 죽어가는 6인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빗대어 정사각형 평면과 정육방체로 상징되는 사회 제도 내지는 카프카풍 관료적 틀에 갖혀 허우적대는 현대인들의 운명을 은유적으로 논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사각형과 큐브 미학은 글로벌 건축계와 일반인들의 시선을 당분간 계속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정사각형과 큐브가 지니는 형태적 매력과 간결성은 정보, 재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정돈된 환경과 졍결한 감각을 선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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