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인상주의 회화 – 패션 가이드로 다시 보기

IMPRESSIONISM AND FASHION from Musée d’Orsay, Paris

08. Claude Monet_Le déjeuner sur l'herbe_1865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잔디 위에서의 점심식사(Le déjeuner sur l’herbe)》 1865-1866 캔버스에 유채, 248,7 x 218 cm Paris, Musée d’Orsay © Musée d’Orsay, dist. RMN / Patrice Schmidt.

미술시장에서의 최우선 투자대상, 미술 컬렉터들 사이 높이 선망받는 애호 목록, 그리고 일반 대중 관객들 사이에서 가장 친근한 미술 감상대상 제1호를 꼽으라면? 그에 대한 답은 단연 프랑스의 인상주의 회화일 것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근대기 파리의 도시인들의 일상과 시민문화를 기록한 시대적 눈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상주의 회화가 파리의 최신 대중 패션에 영향을 끼치며  프랑스 패션 산업과 출판 업계까지 활성화시킨 산업 역군 역할까지 했었다는 사실은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19세기 말엽부터 20세기 초엽 프랑스에서는 뜨고 지는 태양 아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색채와 형태를 발하는 아름다운 야외 자연 세계를 캔버스로 옮기는 인상주의 회화가 등장하여 서양 미술사 발전에 혁명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신시대를 맞아 전격적인 변화가 들이닥친 분야는 인상주의 미술 뿐만이 아니었다.

이른바 근대시대(Modernism)가 되자 도시에 모여살던 도시인들의 도회 환경, ‘근대인(modern man)들의 살아가는 방식, 신시대가 요구하는 개인주의에 발맞춰서 시민들이 저마다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도 전격적으로 달라졌다. 그렇다고 근대 유럽인들이 관상, 옷차림, 행동거지 같은 외모와 겉치레만을 내세운 피상적인 속물로 전락했다는 뜻만은 아니다. 엘리트 인사, 예술가, 그리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옷차림을 통해서 신시대의 시각 문화를 개척하고 스스로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졌고, 이를 반영하여 파리에서는 백화점과 패션 잡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09.Pierre-Auguste Renoir_La balançoire

피에르-오귀스트 르노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 《그네(La balançoire)》 1876 캔버스에 유채, 92 x 73 cm Paris, Musée d’Orsay © RMN (Musée d’Orsay) / Hervé Lewandowski.

사회학자 리쳐드 세네트(Richard Sennett)가 그의 저서 《공적 인간의 몰락(The Fall of Public Man)》(Knopf, 1977)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근대기 유럽에서 탄생한 새 도시 문화와 매너리즘은 몰락한 구시대 귀족, 신흥 중산층 부르조아 계층,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모여든 농부와 노동자 등 신흥빈민층이 새로 형성된 대도시 문화라는 공공 공간 속에서 함께 엉켜 살게 되면서 자기정체성을 보존하고 사회적 계약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 조절기제 역할을 담당했다.

새 메트로폴리스로 급성장한 근대기 파리는 온갖 인간상을 구경하고 관찰할 수 있는 인간극장과도 같았다. 그리고 인상파 화가들은 마치 오늘날 사진가들이 하듯 나날이 번창해 가는 도시 속 근대인들의 모습을 재빨리 포착해 그림으로 옮겼다. 특히 마네(Éduard Manet)와 드가(Edgar Degas)는 바로 신 파리지앙 현상을 태연한 시선과 세련된 필치로 시인 보들레드가 정의한 것처럼 “겉모습에 담긴 일상의 변화상(the daily metamorphosis of exterior things)”을 마치 풍속화 또는 길거리 패션 스냅샷처럼 기록했다.

시인 말라르메는 마네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신체와 옷은 빛 속에서 “본질과 물리적 특성이 사라졌다”고 표현했고, 문필가 공쿠르 형제는 “빛과 그림자가 부리는 마술로 인해서 그림 속 인물과 옷의 실체가 변했다”고 했다. 인상주의 그림 속에서 드디어 인물은 더 이상 자연환경으로부터 도드라져 보이는 독자적인 초상으로써가 아니라 자연 환경의 일부가 되어  묻어들었다.

10. James Tissot_Portrait du marquis de Miramon_1865

제임스 티소(James Tissot, 1836 – 1905) 《미라몽 후작 부부와 자녀들 초상(Portrait du marquis et de la marquise de Miramon et de leurs enfants)》 1865 캔버스에 유채, 177 x 217 cm Paris, Musée d’Orsay © RMN (Musée d’Orsay) / Hervé Lewandowski.

이 즈음인 1860-1880년대, 인상주의 그림의 미학에 물들은 패션 잡지들 – 예컨대, 《라 모드 일뤼스트레(La Mode Illustrée)》나 《주르날 데 드모아젤(Journal des Demoiselles)》- 은 빛 속에 녹아들어 태양의 변화와 더불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람들의 자태와 의상을 정기간행물로 출판해 대중화시켰고, 근대 파리인들은 잡지 속 이미지를 지침 삼아서 최신 패션 유행을 일상에서 옷 맞춰입기에 응용했다.

당시 파리인들은 어떤 표정을 얼굴에 머금고 어떤 패션을 구가하며 어떤 장소에 모여 비즈니스 대화를 나누고 사교를 하고 여가를 보냈을까? 티소(Tissot)나 스티븐스(Stevens)가 그린 파리 여성들 초상화들은 프랑스 제2제국과 초기 제3제국 시대(제2공화국과 제3공화국 사이 나폴레온 3세 통치기)에 귀족과 고위급 사교계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우아한 패션과 몸가짐 관리방식을 관찰하는데 매우 유용한 자료 역할을 한다.

06.Renoir_Jeune Femme à la voilette

피에르-오귀스트 르노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 《베일을 쓴 젋은 여인(Jeune femme à la voilette), 1870 캔버스에 유채, 61 x 51 cm Paris, musée d’Orsay © Musée d’Orsay, dist. RMN / Patrice Schmidt.

그러나 보다 대중적 수준에서 파리의 신시대 패션과 행동방식을 더 잘 보여주는 시각 자료는 마네, 모네, 르노아르, 드가, 카유보뜨의 그림 속에 담겨있다. 이 시대 도회지 신흥 중상층 여성들은 격조 높고 격식에 얽매인 드레스와 고가의 악세서리 보다는 한결 활동에 편하고 실용적인 패션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어, 그림 속에 등장한 중상층 여성들은 제국 시대풍 크리놀린 드레스 스타일에서 벗어나서 간소화된 티 드레스나 워킹 드레스를 입었고, 거추장스럽게 장황하거나 값비싼 장신구 대신에 보터 모자, 베일, 숄, 펠리스(안에 털을 단 긴 코트) 등을 걸쳐 멋을 냈다.

그런가하면, 르노아르가 그린 《샤르팡티에 여사와 자녀들의 초상(Madame Charpentier et ses enfants)》(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과 마네가 그린 《나나(Nana)》(함부르크 쿤스트할레 소장)는 여간해서 전시회를 통해서 보기 어려운 작품들로서, 전자는 당시 파리의 저명한 출판사 발행인의 아내와 두 딸의 모습을 담은 전통 초상화풍 회화이며 후자는 당시 파리몽마르트에 널리 찾아볼 수 있었던 고급 매춘부나 애첩들이 어떻게 침실을 꾸미고  어떤 속옷 패션을 구가했는지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 그림이다.

11.Bazille_Réunion de famille

프레데릭 바지유(Frédéric Bazille, 1841-1870) 《가족 모임(Réunion de famille)》 1867 캔버스에 유채, 152 x 230 cm Paris, musée d’Orsay, acquis avec la participation de Marc Bazille, frère de l’artiste, 1905 © RMN (Musée d’Orsay) / Hervé Lewandowski.

이 전시의 첫 순회지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2012년 9월25일-2013년 1월20일)이며, 이어서 2013년 봄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과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The Art Institute of Chicago)로 차례로 옮겨져 순회전시될 예정이다. 이 전시 기획을 위해서 파리에 있는 파리 시립 패션 칼리에라 박물관(Musée Galliera – Musée de la Mode de la Ville de Paris)이 협찬했다. Image courtesy: Musée d’Orsay, Paris.

전시 장소: 파리 오르세 미술관 1층 주 전시장 | 전시 기간: 2012년 9월25일-2013년 1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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