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겨울은 길고도 춥구나.

옛 그림으로 보는 小 빙하시대 경치

MINI ICE AGE BY 2030

현대인들은 오늘날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귀아프게 듣고 살고 있다. 하지만 향후 15년 지구상의 인류는 오히려 소 빙하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370년 전 지구가 마운더 극소기(Maunder Minimum)에 경험했던 것처럼 태양의 활동이 급속하게 줄어들어 2030년 경이 되면 태양의 활동이 지금보다 60%가 감소하게 되며 겨울은 더 추워지고 잘 얼지않는 작은 냇가도 꽁꽁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부터 370년 전, 그러니까 마운더 극소기에 속하던 1650-1700년대 소 빙하기 시절은 어떤 모습이었으며 사람들은 이 혹독한 기후 속에서 어떻게 생활했을까?

Pieter Bruegel the Elder, The Census at Bethlehem, c. 1566[1], Oil on panel, 116 cm × 164.5 cm (46 in × 64.8 in). Royal Museums of Fine Arts of Belgium, Brussels.

플랑드르 출신의 거장 풍속화가 피터 브뢰겔이 그린 일련의 겨울철 풍경화들은 소 빙하시대 북유럽의 겨울철을 잘 보여준다. 16세기 중엽은 이른바 소빙하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유럽에 극심한 한파가 휘몰아친 시기였다. 고기감을 구하기 위한 농군들의 사냥 시도는 그다지 성공적인 듯해 보이지 않지만, 겨울철의 한 순간을 묘사한 이 그림 속에는 왠지 알 수 없는 영원불변의 겨울 경치의 아련한 추억을 자아내는 구석이 있다.

피터 브뤼겔 (아버지) Pieter Bruegel the Elder <겨울 – 눈 속의 사냥꾼 Jaeger im Schnee> 1565 년, 목판 위의 유화, 117 x 162 cm ©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농군의 겨울철 낭만과 목가적 서정 피터 브뤼겔이 그린 『눈 속의 사냥꾼』은 플랑드르 지방의 눈 덮인 겨울철 풍경을 사실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가미하여 묘사하고 있다. 안트베르펜에 사는 한 미술 수집가의 주문을 받아 완성된 이 작품은 4계절 풍경 연작의 4번째판 겨울편으로 3명의 건장한 사냥꾼이 겨울 사냥 후 지친 상태로 눈을 밟으며 사냥개 떼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겨울은 맹수들이 동면을 취하는 계절이다. 사냥 끝에 잡은 여우 한 마리를 등에 지고 오는 한 농군. 농군들의 겨울 사냥은 그다지 풍성하지 못했다. 사냥 도우미인 개들도 눈 속의 사냥 끝에 지치고 추위에 떨며 의기소침 해 졌다. 집 바깥에서 모닥불을 지피 는 어린 농군 들의 모습과 헛벗은 겨울 나무 위의 세 마리 까마귀는 보는이의 시점을 우측 호수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와 물레방아와 스케이팅과 얼음지치기에 열중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생활과 생존에 지친 성인들에게 어린시절 천진난만함에 대한 동심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피터 브뢰겔의 아름다운 그림들을 감상할 때 잊지말아야 할 점이 있다. 화가는 농민들에게 보여줄 그림이 아니라 당시 프랑드르를 통치했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의 루돌프 2세 황제에게 그의 백성이 이렇게 살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시각적 보고서로서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이다. 옛 조선의 궁중작화 기관인 도화서의 궁중화가들이 궁중 밖 광경과 농촌 풍경을 왕에게 보고하기 위해 그렸던 기록화와 같다 하겠다. 황제를 비롯한 상류 지배층 인사들은 브뢰겔이 그린 르네상스 시대 북유럽의 플랑드르 지방 농촌의 민속 풍경, 풍습, 진솔한 생활상을 보면서 통치가 잘 되어간다고 여기며 즐거워하고 안도했을 것이다.

피터 브뢰겔 아들 (Pieter Brueghel The Younger (?), 1564/65 - 1638), 1601년, 10,5 x 14,8 cm c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피터 브뢰겔 아들 (Pieter Brueghel The Younger (?), 1564/65 – 1638), 『새잡이 덫이 있는 겨울 퐁경 (Winter Landscape with a Bird Trap)』 1601년, 10,5 x 14,8 cm ©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그의 회화 속에는 수 백년이 지난 오늘날 보고 또 보아도 이루 다 설명하기 어려운 서정적 깊이와 인간 군상에 대한 인간적인 시선을 발하고 있으며, 세심하게 고려된 구도 속에는 보는이의 시선을 좌우상하 대각선으로 유도하며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위력이 담겨 있다. 그를 ‘농군 브뢰겔(Peasant Bruegel)’이란 애칭으로 부르는 이유를 알 만하다.

추운 한 겨울에도 일상의 근심걱정은 부모들에게 넘기고 꽁꽁 언 빙판에서 얼음지치기와 하키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천진난만함이 느껴진다. 16세기 빙하기 속 북유럽에서 특히 한겨울철에 먹을것을 구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농군들은 사냥꾼이 잡아온 토끼나 덫에 걸려드는 북동 유럽에서 날아온 겨울새 – 주로 까마귀 – 를 식량으로 삼아 연명했다 한다.

꽁꽁 얼어붙어 안전할 것만 같은 빙판에서 느긋하게 노는 아이들의 태평무사함과는 대조적으로 그림 아래쪽 빙판 가운데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다. 빙판 위의 구멍은 인생이란 지금 아무리 고요하고 평안하다고 느껴질지언정 언제든지 구석구석 숨어있는 위험 요인으로 인해 사고나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지극히 위태롭고 뜬구름처럼 덧없는 것이라는듯 인간군상들에게 경고한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