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니 미국미술관 재개관에 즈음하여

The New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지난 5월1일, 뉴욕 갠스부트 거리 99번지에 휘트니 미국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이 세계적인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인 렌초 피아노( Renzo Piano)의 설계로 2011년  봄 착공한지 4년 반만에 완공되어 언론의 화재거리로 조명받고 미술애호 방문객들을 맞으며 재개관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모마 근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구겐하임 금세기 미술관(Guggehnheim Museum of Art of This Century) 같은 기라성 같은 미술관들과 전시회 기획력, 소장품, 관람인수 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휘트니 미술관의 큐레이터들과 재단이사회진은 급격히 불어난 소장품 몸집을 다 보관・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히 부족해지자 신건물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한다.

The New Whitney. View from the Hudson River. Photographed by Karin Jobst 2014.
The New Whitney. View from the Hudson River. Photographed by Karin Jobst 2014.

20세기부터 21세기 초엽 현재에 이르는 미국 미술에 관한한 가장 종합적이고 완결된 컬렉션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 2년마다 휘트니 비엔날레를 열어 현대미술의 바로미터 역할도 해온 이 문화 기관이 처음 설립되었던 해는 1930년. 독일 바우하우스 출신의 건축가 마르셀 브로이어가 설계해 1966년부터 지난 50여 년의 세월 동안 뉴욕 어퍼사이드 매디슨 애비뉴에 있던 구건물이 너무 좁다고 인식하고 미술관 신건축 논의를 시작한 때는 웬만한 구미권 미술관들의 신건물 건설붐이 다소 수그러지고 난 후이자 미국발 국제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이었다.

휘트니 미술관은 이내 옛 고기 도축장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던 맨해튼 남쪽 웨스트빌리지 구역 갠스부트 거리와 워싱턴 거리가 맞닿은채 뉴욕 허드슨 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요지를 구입하고 2010년 한결 공간 면에서 넓고 현대적인 새 미술관 건물 신축 공사에 착수했다.

일찍이 1977년 파리 퐁피두 센터 설계를 맡아 철근 골조와 유리 소재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을 예견하며 건축예술계의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렌초 피아노는 이후 텍사스 메닐 컬렉션(Menil Collection)이나 스위스 바젤 바이얼러 재단 미술관(Fondation Beyeler)에서 발휘해 사랑받았던 고급스러운 외양과 은은한 실내 자연광 연출력을 다시 한 번 휘트니 신 미술관 건축 수주에서 발휘해주길 주문받았지만 어쩐지 이번 휘트니 미술관 신건물은 건축계가 그를 향해 한껏 드리웠던 드높던 기대에는 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5월 1일 재개장에 기한 언론단 발표회를 통해 언론계 기자들과 건축계 전문가들의 반응도 그다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영미권 주요 매체들은 대체로 이번 피아노의 건축작품을 가리켜서 콘크리트, 철근, 밝은색 목재를 주소재로한 ‘미술품 탱커’이자 ‘보기 흉하게 쌓아올린’ ‘투박’한 건물이라 평가했다. 실제로 여타 뉴욕 내 유명 경쟁 미술관들 사이에서는 여러 상자를 어색하게 쌓아올려 놓은 듯한 휘트니 미술관 신 건물을 가리켜서 ‘복사기’라는 우스개 별명으로 부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디 그뿐인가? 경쟁 뉴욕 박물관 미술관들에 비해 마이너급 소장품을 지니고 있다는 평판 때문에 이 전시장을 멋지게 메꿀 소장작품들의 예술적 위력도 다소 부족하지 않은가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Photograph © Nic Lehoux
Photograph © Nic Lehoux

이 미술관의 모양새에 대한 건축계 전문가들의 평가가 그러하다 할지언정, 건축가 렌초 피아노가 이번 휘트니 신건축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각했다던 건축 철학을 어찌 느낄 수 없을텐가. 미술관 관람객이던 지나던 보행인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친구를 기다리고 지인들과 모이고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늘 열려있고 자유로운 공공 공간 창조는 변치않는 렌초 피아노의 건축 신념이었다.

또 어디 그 뿐인가. 전시공간 실내와 외부가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되 소장품의 보호처 역할을 하는 건축 내부와 외부 사이의 자연스러운 분리 방식, 허드슨 강을 내려다보며 맨해튼 섬 지평선을 수놓고 있는 마천루를 감상할 수 있는 조망감을 한껏 만끽할 수 있게 해 주는 이 미술관 건물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마치 우수한 미술품을 잔뜩 싣고 바다에 떠 있는 한 대의 거대한 호화 크루즈 유람선을 거니는 듯한 감흥을 안겨주기도 한다.

건축물은 그것이 차지하고 있는 땅과 지리의 영향을 받는 법이던가. 허드슨 강을 내려다 보며 서있는 휘트니 미국미술관 새 건물은 그 장관적 존재감 만으로도 허물 없이 미술을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 대중관객들을 높은 장벽 없이 흔쾌히 초대한다.

* 이 글은 『StyleH』지 2015년 7월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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