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 에반스 – 20세기 포토저널리스트

워커 에반스 「곳간」 캐나다 노바스코샤, 1969-1971. Collection of Clark and Joan Worswick © Walker Evans Archiv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워커 에반스 「곳간」 캐나다 노바스코샤, 1969-1971. Collection of Clark and Joan Worswick © Walker Evans Archiv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WALKER EVANS – A Life’s Work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경제공황으로 몰아넣었던 1929년 10월 29일 블랙프라이데이와 1930년대 미국인들의 빈곤과 피폐상을 사진기로 기록했던 ‘다큐멘터리 사진가’ 워커 에반스 (1903-1975). 특유의 냉철한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대공황기 변화하는 미국의 풍경과 인물들을 포착했던 에반스의 사진 속에는 평범한 일상과 서민들을 보는 미묘하고 예민한 감성이 담겨있다.

「공공광장의 군중 (Crowd In Public Square)」 1930년대, 143 x 248 mm. Lunn Gallery Stamp (1975) © Walker Evans Archiv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공공 광장에 모인 군중 (Crowd In Public Square)」 1930년대, 143 x 248 mm. Lunn Gallery Stamp (1975) © Walker Evans Archiv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오늘날 워커 에반스는 대체로 미국 공황기의 사진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가 일상 생활 속의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빈곤과 절망을 사진으로 담아내기 시작한 때는 1920년대 중반기.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하여 본래 프랑스 문학에 심취해 문학번역가와 작가가 되길 희망하던 에반스가 1년 간의 파리 여행을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온 1927년, 한스 스콜레(Hanns Skolle), 폴 그로츠( Paul Grotz), 하트 크레인(Hart Crane) 같은 예술가들의 격려로 사진가가 되기로 결심했으니 때는 젊은 워커 에반스가 25세의 나이로 직업 사진가가 된 해였다.

초기 시절 – 뉴욕 제아무리 뛰어난 인재라 한들 출중한 선배 예술인들의 영향과 훌륭한 인맥 없이는 재능의 날개를 펼칠 수 없는 법. 이어서 1928년 뉴욕 근대미술관(MoMA)의 연줄이 되어준 링컨 키르스타인(Lincoln Kirstein)을 만나 MoMA와의 연줄을 구축한 중요한 해였으며 사회적 사실주의 화가 벤 샨(Ben Shahn)과 우정을 나누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동료 여류 사진가 베레니스 애벗(Berenice Abbott)을 통해서 프랑스 다큐멘터리 사진가 외젠느 아제(Eugène Atget)와 아우구스트 산더(August Sander)의 작품세계에 접하게 된 그야말로 분수령적 시기였다. 이에 기반해 에반스는 자신의 사진작품과 평소 갈고닦던 문필 재주를 활용한 시집 『The Bridge (다리)』 (하트 크레인 저)를 1930년 출간했고, 곧이어 1931년에 빅토리아풍 건축을 사진으로 기록한 에세이집 『사진의 재등장(The Reappearance of Photography)』을 출간했다.

1932년 그는 뉴욕의 갑부 올리버 제닝스의 제안을 받아 그와 함께 요트를 타고 4개월 동안 타히티 섬으로 가 35mm 영화를 찍고 돌아왔다. 부자와 빈자 사이의 빈부차가 전에 없이 더 컸던 경제공황기, 전에 없이 화려하고 개인적인 향락추구에 정신없던 미국 한량계급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는 것에 내면적 갈등을 느꼈던 워커 에반스는 이후 이내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의 거리나 농가로 눈을 돌렸다.

「의류가게 바깥에 서 있는 젊은 여인 (Young Women Outside Clothing Store)」 1934-35년, 114 x 184 mm. Lunn Gallery Stamp (1975) © Walker Evans Archiv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의류가게 바깥에 서 있는 젊은 여인 (Young Women Outside Clothing Store)」 1934-35년,
114 x 184 mm. Lunn Gallery Stamp (1975) © Walker Evans Archiv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에반스의 작업을 눈여겨 본 경제주간지 『포춘(Fortune)』 은 워커 에반스에게 쿠바로 여행하여 사진을 찍어오라는 임무를 주었다. 1933년 독재자 제라르도 마카도 축출을 위한 내전이 벌어진던 쿠바에서 찍어 온 사진을 모아 1934년 칼스턴 빌즈(Carlston Beals) 저 『쿠바의 범죄(The Crime of Cuba)』라는 책 출간에 기여했으며, 뉴욕 근대미술관은 이 쿠바 사진들을 모아 『19세기 주택 사진전(Photographs of 19th Century Houses)』을 기획해 워커 에반스의 사진 39점을 전시에 포함시켰다. 이 쿠바 사진취재를 통해서 에반스는 짧게나마 헤밍웨이를 만나 알게 되었다고 알려진다.

뉴욕 근대미술관에서의 성공에 힘입어서 1935년, 워커 에반스는 미국 연방 농업안정청(FSA: Farm Security Administration)의 의뢰를 받고 공황기 미국 농민들의 생활상을 기록하는 사진가로 일했다. 이 시기의 작업은 에반스를 지금까지도 미국 대공황기 사진가로 이름을 남기게 해준 프로젝트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다시 한 번 뉴욕 근대미술관의 의뢰를 받아 이번에는 『아프리카 흑인 미술(African Negro Art)』이라는 전시를 위해 미국 남부로 여행하며 미국의 흑인 인구들의 생활상을 기록했다. 이 프로젝트는 그에게 넉넉한 수고료는 물론 피카소나 모딜리아니의 근대미술작품과 동일 선상에서 전시되었던 명예로운 순간이었다.

이어서 1936년 미국 남부 농촌의 빈곤을 고발하는 특집 기사 취재를 위해 제임스 아지 『포춘』 지 편집장과 함께 알마바마 주 헤일 카운티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 기사는 잡지기사로서는 부적합하단 판정을 받고 보판되었으나 결국 『Let Us Now Praise Famous Men)』이라는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백인 농촌가족들의 쓰라리고 고달픈 빈곤생활상을 담담하고 냉철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냉철한 관찰자로서의 사진기록작업이라고는 하나 정부 위탁을 받고 정치적 의도가 담긴 사진을 생산해야했던 그는 급기야 “정치는 절대로 그만!”이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워커 에반스는 연방 농업안정청 수주 사진작업은 1938년를 끝으로 그만두었다.

「팝스트 블루 리본 광고판(Pabst Blue Ribbon Sign)」 일리노이주 시카고, 1946년. Collection of Clark and Joan Worswick © Walker Evans Archiv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팝스트 블루 리본 맥주 광고판(Pabst Blue Ribbon Sign)」 일리노이주 시카고, 1946년. Collection of Clark and Joan Worswick © Walker Evans Archiv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농업안정청 일을 접고 난 후 워커 에반스가 사진 렌즈를 들이댄 주제는 뉴욕 지하철이었다. 혼자서 커다란 카메라를 지하철 승객들에게 들이대었다간 따귀를 얻어맞기 십상이던 이 시절. 에반스는 친구 헬렌 레빗과 함께 두 승객인척 돌아다니면서 몰래 카메라를 찍는 수법을 고안했다.

에반스는 자그마한 35mm 콘탁스 카메라의 뷰파인더만 살짝 옷매우새 사이로 내밀어 코트나 자켓 속에 숨기고 셔터를 케이블에 소매 속으로 연결시켜 몰래 찰칵찰칵 명장면들을 잡아냈다.

인물 사진이란 “스튜디오 안에서 모델을 앉혀놓고 조명과 연출을 가미해 찍어야 한다고 믿었던 당시 인물사진의 원칙을 거부한 미학적 반항이었다”고 에반스는 훗날 회고했다.

제임스 아지(James Agee)와의 인연 덕택에 에반스는 1945년부터 1965년까지 『포춘』 지에서 정식 사진기자로 일하며 이 잡지의 모든 사진과 편집을 책임졌다. 그렇지 않아도 그 지긋지긋한 제2차 세계대전이 미국의 승리로 끝난 후 서방세계는 전에 없는 경제재건과 새로운 문화로 흥청되기 시작했다.

사진예술과 현실을 하나로 결합시킬 수 있었던 포토저널리즘은 그에게 매우 적합한 작업이었다. 20세기 후반, 전후 경제부흥과 포스트모던 풍요의 시대가 되자 특히 에반스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 지의 사진기자로 변신해 대서양 건너편 런던으로 가 일하면서 영국적 삶에 푹 빠지기도 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내내 영국, 스위스, 캐나다를 여행하며 미국 바깥의 세상을 경험하며 작업했던 그의 고요적막한 분위기의 흑백사진 작품 세계는 마지막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다. 1928년부터 사망한 해인 1974년까지 워커 에반스가 찍은 수많은 사진들 중에서 200여점을 선별해 공개하는 전시회 『Walker Evans – A Life’s Work』가 베를린 마르틴-그로피우스-바우(Martin-Gropius-Bau)에서 2014년 7월25일부터 11월9일까지 열린다. Photos courtesy: Martin-Gropius-Bau,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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