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적이어서 세계적인 건축가 아라타 이소자키

Arata Isozaki. Japan Architect 지, 제61호, July 1986년 7월호, 9쪽.

Arata Isozaki. Japan Architect 지, 제61호, July 1986년 7월호, 9쪽.

ARCHITECTURE OF ARATA ISOZAKI

동서가 만나는 공간
고희(古稀)가 넘는 나이에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라타 이소자키(Arata Isozaki 磯崎新,  1931년 7월 23일 생)는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가장 일본적인 생존 건축 디자인의 대가다. 이소자키는 뉴욕의 유명한 팔라디움 디스코텍 (Palladium, 1985년)와 같은 포스트모던풍의 현란한 공간에서부터 지극히 일본적 정적감이 감도는 스위드 파월 (Swid Powell) 가구사 본사 건물(1984년)과 1992년 바르셀로나 몽쥬익 올림픽 주경기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식의 건축 디자인을 소화해 낸 바 있다.

또 그런가 하면 건축계에서는 깔끔하면서 단정하면서도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아라타 이소자키의 건축 스타일이 가장 전형적으로 구현된 작품으로서1986년에 완공된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컨템포러리 아트 미술관 (LA MoCA: Los Angeles Musuem of Contemporary Art)을 꼽는다. 적색 벽돌, 대형 유리, 금속을 주소재를 이용해 지어진 LA MoCA 건물은 그가 “…창조성, 형태와 색채의 대담성, 용의주도하게 계산된 디테일링”을 탁월하게 이룩해낸 일본 출신의 국제적 건축가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대중 사회를 위한 건축

Kitakyushu City Museum of Art (1972–4)

키타규우슈우 시립 미술관 (Kitakyushu City Museum of Art) 건물은 아라타 이소자키의 메타볼리즘 양식 시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1972–4년)

일본 큐슈에서 태어나서 동경 대학에서 겐조 단게 밑에서 건축을 공부한 그는 1954년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스승을 뒤이어 일본의 국가 대표급 건축 대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30대의 이소자키가 활동하던 1960년대, 미래에 본격화될 대중 사회를 대비하여 대규모의 융통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자생가능한 건축 및 도시 설계를 주창한 일본의 메타볼리스트 건축 운동 (Metabolist Movement)에 잠시나마 영향을 받았던 그는 1963년에 독자적인 건축 사무소인 아라타 이소자키 앤 어소시에이츠 (Arata Isozaki & Associates)를 개업하고 현대적인 첨단 건축 기술과 건축적 실용주의를 겸한 건축을 설계하는데 심취했다. 1966년에 일본 오이타 현(縣)에 완공된 시립 공공 도서관과 시립미술관 건물들은 바로 1960년대 메타볼리스트 건축 운동의 영향이 강하게 엿보이는 사례로 꼽힌다.

일본식 포스트모던 건축 구축
그러나 1970년대 이후부터 이소자키는 일본 바깥으로 눈을 돌려 자신의 작업 반경의 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추구해 오던 일본적인 미감과 공간적 해법과 다소 정형화된 박스형 건물 형태를 내던지고 보다 불규칙하고 실험적인 형태를 실험하기 시작했는데, 적황회색의 자유분방한 형태를 자랑하는 도바타 소재 기타 큐슈 시립 미술관(1974년)과 중간이 불룩한 배럴형으로 설계된 오이타 현 후지미 클럽하우스 건물(1974년)은 첨단 건축 시공 기술에 힘입어 시도된 이소자키의 형태적 실험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들이다. 오카노야마 그래픽 미술관 (1982-84년)과 츠쿠바 시민 센터(1983년)는 각각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신전을 현대화한 듯한 차용적 요소와 서양의 역사적 건축 양식을 두루 뒤섞은 듯한 절충주의가 두드러진 포스트모던풍 건축물들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자칫 이소자키의 건축은 장식이 절제되고 엄격한 미니멀리즘으로 느껴질는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그의 건축 실물을 직접 접해 본 관객은 예상치 못한 친근감과 아늑함을 느끼곤 한다. 최대한의 공간감을 연출하기 위하여 높은 천정과 탁트인 실내 공중 공간을 확보하고 유리창을 활용하여 인공 조명등 보다는 외부로부터 자연광이 내부로 들이치도록 하여 따뜻하고 친근한 실내 분위기를 창조하기 좋아하는 이소자키 특유의 유희 감각 덕분이다.

아라타 이소자키가 설계한 미국 마이애미 시에 있는 배스 미술관(Bass Museum of Art) 건물. 2001-2005년. Image: Bass Museum of Art.

아라타 이소자키가 설계한 미국 마이애미 시에 있는 배스 미술관(Bass Museum of Art) 건물. 2001-2005년. Image: Bass Museum of Art.

이소자키가 자신의 건축 스타일을 가리켜서 스스로 명명한 ‘순수 양식화된 일본풍화 (japanesquization)’ 스타일이 그 특유의 유머 감각과 잘 어우러진 예는 1989-90년에 완공된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란도 소재 팀 디즈니 빌딩(Team Disney Building)을 꼽을 만하다. 초대형 원통형 건물 위에 해시계를 얻어 놓은 듯한 이 디자인은 대담한 색상과 형태는 물론 즉흥적인 유희 감각 면에서 포스트모던 건축의 대표작임에 틀림없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다시 태어난 건축가 이소자키
이소자키는 실내 디자이너 겸 제품 디자이너로서도 탁월한 색채 의식과 유머 감각을 발산하여 특히 구미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최근, 19명의 초국제급 스타 건축가 및 실내 디자이너들이 저마다의 공간 창조력을 무한대로 발휘한 “꿈의 호텔 프로젝트”로 화제가 된 스페인 마드리드의 푸에르타 아메리카 호텔 실내 디자인에 참여한 바 있는 그는 자신의 본령인 일본풍 현대 인테리어를 다시 한 번 실현해 보였다.

그가 담당한 이 호텔 10층의 객실 인테리어는 미묘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안겨주는 전통 일본식 실내를 환기시킨다. 특히 욕실은 전통 일본식 욕실에서 볼 수 있는 통나무로 된 욕조가 은근한 미색을 발휘하며 명상적인 분위기로 연출되었고, 침실 공간은 적백흑 3색 위주의 공간 및 액세서리와 쇼지(障子) 공간 분리대로 장식된 것이 인상적이다.

구미권 건축계를 일본에 교육시켜 온 건축 이론가 겸 사상가로서뿐만 아니라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서 가장 일본적인 현대 건축을 구미권에 소개하고 있는 아라타 이소자키의 열정은 80세 산수(傘壽)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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