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블루투스 테크놀러지, 어디까지 와있나?

BLUETOOTH TECHNOLOGY: PAST, PRESENT AND FUTURE

우리의 가정과 사물실에서, 작게는 마우스나 외장 하드 디스크 그리고 크게는 프린터, 스캐너, 그리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타 컴퓨터들에 이르기까지 컴퓨터와 연결된 크고작은 주변 장치들 사이를 연결하는 얼키고설킨 케이블들로 불편함을 느끼는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케이블로 인한 불편함은 한자리에서 작업하는 경우만이 아니다. 업무상 기동력과 잦은 이동성을 요구하는 유목적 직업인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면서 각종 이동식 전자 기기들은 나날이 소형화되고 있지만 완전한 무선화는 채 이룩하지 못한 상태다.

이동전화기는 가방 속에 둔채 거리를 활보하면서 무선 헤드셋으로 통화할 수 있다면. 일반 전화나 이동전화에 랩탑을 무선으로 연결하여 달리는 자동자 안에서 인터넷 서핑과 이메일 검색을 할 수 있다면. 또 내 이동 전화기나 PDA에 저장된 일정과 정보를 시간과 때에 구애받지 않고 직장 동료들에게 회신할 수 있다면. 그같은 세상은 머지 않아 실현될 것이라고 블루투스 테크놀로지는 떵떵댄다. 블루투스 칩을 내장한 디지털 카메라 한 대면 컴퓨터나 다른 이동통신 기기에 할 것 없이 이미지까지도  신속하게 전수송할 수도 있다. 냉장고는 제가 알아서 내용물이 떨어지는 대로 수퍼마켓에서 음식물을 주문하기도 한다. 블루투스 테크놀러지가 널리 상용화된 미래를 상상해 본 몇몇 일상 장면들이다. 공상과학 영화 『매트릭스』나 『미션 임파서블 2』에서나 볼 수 있는 그같은 현실은, 적어도 블루투스 테크놀러지를 지지하는 전세계  주도적 이동통신 전자 업계들은 현실화될 미래라고 장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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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를 받고 있는 하랄트 블루투스 왕. 하랄트 블루투스는 10세기 경 활동한 덴마크와 노르웨이 왕(The baptism of Harald Bluetooth)이었다. Photo by Sven Rosborn. 2012.

블루투스 테크놀러지가 처음 전세계에 소개된 때는 지금부터 약 3년전인 1999년. 에릭슨 연구개발소가 자리하고 있는 룬트(Lund)라는 스웨덴의 한 작은 도시에서 이미 그로부터 5년전인 1994년부터 무선 통신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하기 시작해 거둔 기술적 유레카였다. 거추장스런 케이블이 없이 컴퓨터, 이동 전화기, 팜탑같은 개인용 디지틀 보조기기(PDA)끼리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무선 통신 기술을 구축한다는 야심찬 컨셉에서 출발한 이 연구결과는 2명의 발명연구원들에 의해 아주 우연한 기회에 조촐하게 탄생했다고 한다. 두  발명가는 본체와 무선으로 연결하여 사요할 수 있는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고안할 양으로 저주파 라디오 전파를 가지고 실험하던중 컴퓨터 칩과 라디오 전파를 연결시키는 기술을 발견하였고, 결국 소형 라디오 칩으로 전세계 어디서나 무선으로 음성은 물론 디지털화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1998년, 이 기술이 인터넷을 위주로 한 차세대 이동 통신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면서 블루투스의 상업적인 지원을 겨냥, 에릭슨을 주도로 핀란드의 노키아, 미국의 인텔과 IBM, 그리고 일본의 토시바가 주축이 되어 블루투스 특수 이해 그룹(Bluetooth Special Interest Group, 일명 SIG)이 결성됐다. 이미 이동전화기 이용자 수가 포화상태를 치달아가기 시작한 당시 이동통신기기 업계는 새로운 기술과 컨셉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었고, 블루투스 기술은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곧 차세대 글로벌 무선 이동 통신의 표준이 될 것임을 선언한 셈이었다. 금발과 흰 피부색을 특징으로 하는 바이킹족들과는 남달리 예외적으로 어두운 피부색과 머리카락으로 유명했던 하랄트 블루투스(의미 그대로 푸른 이와는 무관함)라는10세기 덴마크 왕의 이름에서 따 만들었다고 한다. 이 기술의 명칭에서, 과거 블루투스 대왕이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평정했던 것처럼 이동통신 기술 업계를 평정하고파 하는 SIG 회원사들의 야심이 엿보인다해도 무리는 아니리라. 블루투스 기술을 개발하고 응용하기 위해 SIG에 조인한 회원 업체들의 수는 현재 전세계에 걸쳐2천5백여에 이르고 있다 (SIG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http://www.sig.org/ 에서 찾아볼 수 있다).

블루투스 테크놀로지의 원리는 이렇다. 블루투스 칩을 내장한 2대 이상의 컴퓨터, 랩탑, 이동 전화기 및 팜탑 PDA끼리는 서로 10미터 거리 내에서 저음파 라디오파(2.4MHz)로 무선 연결되며, 음성은 물론 이미지 데이터를 초당 1메가비트의 속도로 전송할 수 있고, 블루투스 칩을 내장한 두 기기들 사이에 벽이나 닫힌 문같은 장애물들이 있어도 데이터 전수송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저음파 라디오파와 적외선 광선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이동 전화와는 달리 별도의 통신 허가나 면허 없이도 이론적으로 전세계 어디로나 연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블루투스 테크놀로지는 기존 어느 기술과 비교해도 칩 세트의 크기가 작아서 각종 이동 통신 기기의 디자인이나 사이즈 및 무게에 구애받지 않고 조화롭게 내장가능하다는 점 외에도, 대량생산이 쉽고 저렴한데다가 건전지 소묘량이 극히 적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블루투스 테크놀로지는 지난 1-2년 동안 적잖은 기술적 도전과 경쟁에 시달려 왔다. 작년 4월 독일에서 열린 연례 IT 박람회인CeBIT 에서 블루투스 테크놀로지는 여러 참여 업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헛점투성이인 미완성 기술이라는 인상을 주는데 그치고 말았다. 당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은, 블루투스 칩을 내장한 기기 간의 일대일 통신은 대체로 순조로운 반면, 수대의 기기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거나 다자간 동시 통신을 시도할 경우 통신 장애나 크래싱 현상이 비번하다는 것. 업체들은 그같은 가장 큰 원인으로 블루투스 테크놀로지가 널리 상용되지 않아, 그로 인한 다양한 이동 통신 장비들의 스펙에 걸맞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부족을 들었다. 블루투스 스페시피케이션(Bluetooth Specification)은 1999년 버젼 1.0이 소개된 이래 2000년도에 버젼1.1이 발표된 소프트웨어로서 이동통신 기기 간의 유연한 호환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시된 표준 소프트웨어다. 이 소프트웨어를 표준으로 삼아 여러 참여 업체들에 의해 개발된 제품들만도 현재까지 역 400여종에 이른다고 에릭슨 테크놀러지의 기술인가 담당처는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블루투스 테크놀러지가 꿈꾸고 있는 밝은 미래에 찬물을 끼얻는 경쟁자는 블루투스의 세계 정복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언론과 통신업계이다. 그 가운데 가장 최근  블루투스 테크놀러지의 성공가능성을 대놓고 비난한 『포춘』지의 윌리엄 걸리(William Gurley)의 글은 블루투스를 지지하는 업체들을 성나게 만들었다. 걸리는 작년 여름, 미국에서 새로 개발 출시된 802.11 무선 에더넷 카드가 무선 인터넷 서핑에 훨씬 유용하고 기능상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업체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802.11은 블루투스 무선 기술에 대한 경쟁제품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블루투스 테크놀러지가 일대일 통화에는 유용할지 몰라도 일회다중 통화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기술이라는 점을 재차 들면서, 그래서 블루투스 칩 이동전화기는 워키토키에 불과하다고 비난받는다. 한편 일명 ‚와이-파이(Wi-Fi)’로 더 잘 알려져 있는 802.11는 무선 에더넷 카드는 기존 네트워크식으로 이동통신기기 사이를 연결해 주기 때문에 다자간 통신 기능에 훨씬 우수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게다가 블루투스가 허용하는 최대 데이터 전송률은 1 메가바이트에 불과하지만 와이파이는 11메가바이트로 월등히 우월하다.

블루투스 테크놀로지는 네트워크식 무선 에더넷 카드를 능가하는 우수한 기능을 제시하며 이에 반박했다. 현재 블루투스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단파 라디오파를 이용한다는 점. 그 때문에 지역과 국경에 상관없는 전세계 표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동장비끼리 10미터 이내에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수신거리 제한이었다. 현재 업체들은 수신거리를 100미터로 높이는데 연구개발을 계속하고 있어 이 문제를 곧 해결할 것이라고 SIG는 주장한다. 그 밖에도 블루투스 칩은 무선 에더넷 카드가 제공하지 못하는 음성 데이터 전송 서비스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가격면에서 4-5배 저렴하고 크기와 무게면에서 초소형이라는 점이 장점이긴 하다. 미국의 속달 택배 업체인 UPS는 이미 블루투스와 와이파이가 함께 내장된 윈도 CE 터미널(PDA 형태)로 우편물 및 트래킹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제가 될지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알 수 없으나, 덴마크에서는 국제 공항의 승객용 짐과 각종 화물 트래킹 시스템에 블루투스 칩을 활용한 트랜스미터를 도입해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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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언론들은 대체로 블루투스 테크놀러지가 이동전화기나 PDA 등에 널리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도 3-4년, 일반 가정의 일상 전자용품과 편이시설에 일반화되기까지는 4-5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블루투스 테크놀러지를 탑재한 이동통신 제품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속속 개발과 판매개시를 계속하고 있다. 이동전화기 보유율이 매우 높은 유럽에서는 이미 블루투스 칩이 내장된 특히 에릭슨 T68 이나 노키아 6310 기종 이동전화기가 비즈니스맨들 사이에서 무선 인터넷 연결을 하는데 심심찮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그 전망은 그다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미국에서는 뉴욕 월스트리트에 자리한 헐리데이인 호텔은 블루투스 칩이 내장된 이동전화기로 호텔 체크인을 할 수 있는 고객 서비스를 얼마전 실행하기 시작하여 화재가 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부터 업체들은 이미 전세계 시장에 소개된 블루투스 칩 내장 이동 전화기를 비롯해서 PC 카드, USB 어댑터, 각종 이동전화기 주변 액세서리 이외에도, 블루투스 내장 컴퓨터 프린터나 공공 인터넷 서핑 공간(인터넷 카페 등과 같은)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판매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요즘 유럽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WAP 이동전화기는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지만 데이터 전송 속도면에서는 블루투스 칩이 탑재된 이동전화기에 못 미친다. 저파 라디오파를 이용하여 무선 전화기와 컴퓨터를 연결시킬 경우, 사용료는 무료이다. 여기에 이동통신제품 업체들은 이동전화기와 일반 모뎀이나 ADSL을 연결시켜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기술도 연구중에 있다. 에릭슨이 최근 관심을 갖고 추진중에 있는 프로젝트는 스웨덴 곳곳에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블루투스 이동전화기에 각종 판매 정보를 보급하고 자동 결제 업무를 해결해 주는 정보 스테이션을 설치하는 것.

작년 봄 유럽 시장에 소개된 최초의 블루투스 탑재 컴퓨터는 후지쯔 지멘스의 B2547 모델 랩탑이었다. 하지만 고해상 DVD 화질에 익숙해진 요즘 소비자들의 눈에 블루투스가 탑재된 디지틀 카메라 이미지를 이 랩탑에 무선 연결하여 재생된 이미지는 다소 화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개선의 여지를 남긴채이다. 게다가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블루투스 연결 킷은 에더넷 카드를 설치하는 일 만큼이나 복잡하고 번거롭다고도 지적되고 있다. 필립스가 올 봄 유럽에 새로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이동전화기 피시오(Fisio) 820은  블루투스 칩을 내장하고 있다.

지원 업체들의 기대와 노력대로라면 블루투스 테크놀로지는고성능 고화질의 디지틀 카메라와 ‚핸드 프리’ 무선 인터넷 검색과 전화기가 일상화되는 세계는 향후 몇 년 안에 실현될 듯 하다. 곧 다가오는 7월 11-14일 동안에는  2002년도 블루투스 개발자 회의가 내덜란드의 수도 암스텔담에서 열릴 예정이며, 많은 블루투스 개발업체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http://www.bluetooth.com/ 참고).

* 이 글은 본래 KIDP  발행 격월간 산업디자인 전문지 『The Future of Industrial Design』 2002년 3-4월호에 실렸던 기사를 다시 게재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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