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와의 사랑에 푹 빠져 사는 프랑스인들

FRANCE’S LOVE AFFAIR WITH CHEESE

Guillaume-Romain Fouace 《Still Life with Cheese》Oil on canvas.

19세기 프랑스 화가 기용-로맹 푸아스가 그린 《치즈가 있는 정물》. Guillaume-Romain Fouace 《Still Life with Cheese》 Oil on canvas.

„프랑스에는 치즈가 몇가지나 있을까?“ 프랑스인들과 식사를 마치고 난 끝에 이런 질문을 던져보시라. 그러면 예외없이 같은 식사 자리에 앉아 있는 손님들 수 만큼이나 다양한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프랑스와 치즈라는 주제는 한때 前 프랑스 샤를르 드 골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며 논쟁을 벌였던 국가적인 중대 논쟁거리일 정도로 진지한 문제였다. „365가지 치즈를 만들어 내는 나라를 통치하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파리의 뤼 드 토크빌르 거리에 맛좋은 치즈가 수북하게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한 뒤보아 & 피으 프로마제(Dubois & Fils Fromagers) 치즈점의 여주인 마르틴느 뒤보아(Martine Dubois) 는 곰곰히 생각한 끝에 이렇게 대답한다. „아주 한정된 지역에서만 팔려나가는 지역 특산 치즈도 많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고심끝에 프랑스 치즈 수를 조심스럽게 추정한다.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치즈는 300가지 정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에서 우리 상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치즈종은 250여가지 가량 되지요.“

그러나 프랑스의 치즈 업계는 프랑스는 „천가지 치즈의 나라“라며 한껏 부풀려 떵떵대고 있다.어쩌면 그다지 틀린 주장은 아닐지도 모른다. 치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주 미세한 변조 과정에 따라서 얼마든지 완전히 새로운 치즈가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정한다면 새로운 종류의 치즈는 항상 만들어지고 있는 셈일테니까 말이다.

전세계를 통해서 인간은 오래전부터 치즈를 만들어 먹어 왔다. 치즈란 우유에서 생겨는 응고체(curd)로 부터 얻어지는 것인데, 이미 문자 언어가 탄생하기 훨씬 전에 인간들이 양과 염소를 사육하면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원전 3천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수메리아의 고적지와 로마군들의 식량조달을 위한 치즈 제조소로 보이는 유적들을 보면 치즈는 이미 수천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의 식생활에 일부분을 차지해 왔음을 입증해 준다.

그러나 치즈를 향한 각별한 애정과 예술적 경지를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시킨 장본인들은 프랑스인들이다. 따지고 보면, 프랑스인들은 년간 일인당 평균 24킬로그램의 치즈를 소비하는 세계 최대의 치즈 애호가들이다. 전체 프랑스인들 반수 이상은 단 하루도 치즈가 없는 식탁을 상상하지 못할 정도라는 얘기다.

치즈에 대한 바로된 상식 알기
아주 오랜 옛날, 사람들은 구할수 있는 우유라면 어떤 우유가 되었든 상관없이 그것으로 치즈를 만들었다. 이 점은 지금도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치즈를 지방마다 독특한 우유로 부터 얻어진 특산물이라고 여긴다. 치즈를 이름할 때 대부분 그 치즈가 탄생한 지방이나 고을의 이름을 따붙이곤 했는데, 예를 들면 원통형 모양에 잿가루를 입힌 생트-모르 드 투렌느(Sainte-Maure de Touraine)라는 이름의 염소 우유 치즈가 그렇다.

Carl Fleischmann (1853–1936), 《Still life with Fish, Cheese and Bread》, 1936

카를 플라이쉬만이 그린 《생선, 치즈, 빵이 있는 정물》이 그림에 보이는 치즈는  4분의1조각으로 자른 카망베르 치즈다. Carl Fleischmann (1853–1936), 《Still life with Fish, Cheese and Bread》, 1936.

로아르 강(Loire River) 이북에 자리한 북부 프랑스 지방에서는 비가 많고 녹푸른 동산이 많은 온화한 기후 덕분에 소들이 푸른 녹원에서 배불리 풀을 뜯을 수 있는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 결과 이 지방에서는 카망베르(Camembert) 치즈 처럼 젓소 우유를 원료로 해 만들어지는 치즈들이 많이 생산된다. 프랑스의 미식문화의 상징물이 된 이 카망베르 치즈는 18세기말엽 프랑스 혁명기에 한 여자 농군에 의해서 처음 발명되었다.

그로 부터 100년이 지난 후, 나폴레온 3세는 이 둥그런 모양의 크림같이 부드러운 치즈를 노르망디를 방문하던 중에 처음 맛보고는 그 맛에 반해 카망베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카망베르 치즈를 담는 그 독특한 원형 나뭇껍질 박스 포장은 다른 지방과 해외로 수출되기 위한 용도로 그보다 나중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기후가 건조하고 푸른 녹원이 적은 남부 프랑스에서는 염소나 양을 사육하는 일이 더 많다. 염소와 양으로 부터 얻은 우유는 로크포르(Roquefort) 같은 매우 다양한 치즈들을 만드는데 안성마춤이다. 한 전설에 따르면, 한 양치기가 깜빡 잊고 돌틈에 놓아둔 치즈 덩어리가 그 특유의 청색 핏줄기 같은 모양을 띈 발효물이 되었다고 한다. 로크포르 치즈는 1년 중에서도 12월과 7월 사이에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로크포르라는 이름의 고을의 축축한 동굴에서 만들어진다. 기원후 800년도에 이 지방을 방문한 샤르만뉴 제왕은 이 치즈를 보고 처음에는 푸른 곰팡이 색에 놀랐지만 이내 그 강렬한 맛에 평생 반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치즈인 콩테(Comté)는 쥐라(Jura)로 불리는 프랑스 남동부의 낮은 산골 지방에서 생산된다. 커다란 콩테 치즈 한 덩어리의 무게는 500킬로그램이며 이 한덩어리를 만드는데 드는 우유량은 600리터에 이른다. 카망베르 치즈가 „흰색 곰팡이로 발효시킨 익히지 않고 일체 가공하지 않는 부드러운 치즈(pâte molle à croûte fleurie)“ 종에 속한다면, 로크포르 치즈는 „청색 곰팡이가 핏줄처럼 퍼진 익히지 않은 소프트 치즈(persillé)“ 종에 속하며, 콩테는 „우유를 익혀서 세게 눌러 만든 치즈(pâte pressée cuite)“ 종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그리고 치즈는 파리로 보내라.
치즈들은 저마다 최고의 맛이 극도에 달하는 절정기가 있다. 치즈가 지니는 최적의 숙성도가 미식가들 사이에서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게 된 계기는 여러 지방에서 생산된 치즈들이 프랑스 맛의 총집산지인 파리의 치즈 시장으로 운송되어 팔리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파리에서 가까이 위치한 지방에서는 보통 생산된지 6-8주 만에 숙성되는 치즈를 생산할 수 있었던 반면에 파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에서는 콩테 치즈처럼 8-12개월 만에 이상적인 숙성도에 도달하는 장기 저장용 치즈를 생산했다.

치즈는 지방적 특산물로 처음 탄생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전세계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지방에서 만들어져 파리로 운송되어 온 온갖 종류의 치즈들은 특수 무공 포장되어 수천만리 떨어진 다른 나라에 팔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조심할 점이 있다. 대다수 프랑스 치즈는 생유로 만들어지는데, 그래서 비균질 처리된 유제품을 허용하지 않는 일부 나라에서는 관세 금지품으로 지정되어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프랑스에서 웬만큼 자부심 강한 „치즈 전문점(fromager)“이라면 예외없이 제철에 생산되는 치즈를 권한다. 치즈가 발휘하는 절정의 맛은 원료인 생유 생산 시기와 숙성 과정의 길이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봄철에는 염소 우유로 만든 치즈가 제맛이다. 그런가 하면 치즈는 개인마다의 미각적 취향에 대한 반영체이기도 하다. 똑같은 셰브르(Chèvre, 염소 우유 치즈)를 놓고도 어떤 사람은 부드럽고 크리미한 상태를 선호하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 보다 단단하고 갈라질 정도로 숙성된 상태를 더 좋아해서 좀 더 숙성을 기다리기도 한다. 카망베르와 브리(Brie)를 즐기는 적기 선택도 단단하게 굳은 상태에서부터 마른 상태, 크리미한 상태, 또는 줄줄 흐를 정도로 부드러운 상태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취향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치즈가 음식과 와인을 만났을 때

앙트완느 볼롱 《치즈가 있는 정물》Antoine Vollon 《Still Life with Cheese》 Oil on canvas. C. late 1870s.

앙트완느 볼롱 《치즈가 있는 정물》. Antoine Vollon 《Still Life with Cheese》 Oil on canvas. C. late 1870s.

치즈는 일단 구입을 했으면 냉장고 윗부분의 덜 차가운 칸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때 치즈는 통풍구가 달린 뚜껑 있는 보관상자에 담아 두어야 한다. 치즈의 깊은 맛이 숙성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식사가 시작되기 서너시간 전에 냉장고에서 꺼낸 다음 축축한 수건으로 치즈를 덮어두어 마르는 것을 방지하도록 한다.

사실 치즈는 건강에 유익한 음식이다. 지방 함유량이 높기 때문에 주로 소량씩만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튼튼한 뼈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칼슘의 보고이기도 하다. 프랑스인들은 보통 식사를 마친후 후식의 하나로서 녹색 샐러드와 곁들여 먹는다. 마르틴느 뒤보아의 제안에 따르면, 치즈를 잘 선사하려면 한 접시 위에 대여섯 종의 대표적인 치즈들을 소량씩 잘라 내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데, 이 경우 염소 우유로 만든 치즈, 딱딱한 치즈, 블루 치즈(양 우유가 원료) 등을 골고루 섞어 내면 좋다.

„치즈를 담아 내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주제별로 메뉴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주요리로 타임 허브를 발라 향을 낸 양고기를 낸 다음 후식으로 염소 우유로 만든 각가지 모듬 치즈를 담아 내는 것도 매우 잘 어울립니다.“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요즘은 옛 전통이 다시 부활하는 추세에 있다. „예전에는 치즈 특유의 강한 맛을 억누르기 위해서 과일잼과 곁들여 내곤 했다. 흑체리와 마르멜로 열매로 만든 잼은 양 우유로 만든 치즈와 탁월하게 잘 어울립니다.“

치즈 전문가 마르틴느 뒤보아가 전하는 또 한가지 조언이 있다. „여러가지 치즈를 맛볼 때에는 맛이 부드러운 것에서 시작하여 강한 것으로 옮겨가며 음미하세요. 하지만 물론 맛의 강약의 기준이란 상대적입니다. 어떤 치즈는 맛이 강하고 또 어떤 치즈는 냄새는 강하지만 맛은 은은한, 예를들면 에포아스(Epoisse) 같은 치즈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치즈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못말리는 열정은 여러가지 치즈를 접시에 나란히 진열해 놓고 음미하는 일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치즈를 각가지 방법으로 익혀 먹기도 한다. 익힌 치즈 요리 가운데에는 얇게 썰은 농가식 햄과 삶은 감자 위에 라클레트(Raclette) 치즈를 얻어 녹인 요리가 있다. 퐁뒤 사봐야르(Fondue Savoyarde)라는 요리는 냄비 속에 치즈와 와인을 함께 넣고 보글보글 끓여서 빵조각을 담구어 적셔 먹는 요리이다.

프랑스인들의 치즈에 대한 사랑이 탄생하게 되기까지의 연원은 어쩌면 치즈와 와인의 더없이 멋진 궁합 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적색 포도주는 치즈와 이상적인 배합 음료가 못된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우리 레스토랑에서는 단맛이 나는 백색 포도주인 소테른(Sauterne)과 로크포르 치즈를 함께 권합니다. 두가지 모두 고급 발효 식품이기 때문이지요.“라고 파리의 뤼 데 그랑조귀스틴느(Rue des Grands Augustines) 街에 있는 미식 레스토랑의 수석 웨이터인 도미니크 보아싸르(Dominique Boissard) 씨는 설명한다.

끝으로 „치즈와 와인을 곁들일 때에는 생산 지방이 유사한 치즈와 포도주를 고르도록 합니다. 예컨대 백색 부르 귄디 와인과 부르귄디産 염소 우유로 만든 치즈가 잘 어울리는 것처럼 말이지요.“ – 보나페티트(Bonne Appetite)! Enjoy! ■

* 필자 에드워드 헬러(Edward Heller)는 미국 출생의 요리사. 3-마카롱급(미쉴랭 요리 가이드 3 스타급) 레스토랑인 르 그랑 베푸르(Le Grand Véfour)를 비롯, 10년 넘게 여러 파리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해왔다. 그는 최근 자신이 직접 요리와 운영을 담당하는 미식가 레스토랑인 캬로트 에 카비아(Carotte et Caviar)를 개업했다.

글 에드워드 켈러(Edward Keller) | 번역 박진아

* 이 글은 본래 『StyleH』 현대백화점 회원지 2005년 3월 창간호에 실렸던 컬럼을 다시 게재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맨 위 사진 설명: 크로탱 드 샤비뇰(Crottins de Chavignol) 사진. 중부 프랑스의 유명한 포도주 생산지인 상세르(Sancerre)에서 염소 우유를 원료로 해 만들어지는 이 치즈는 얇게 썰은 빵 위에 얻어 그릴에 구워 익힌 다음 녹색 샐러드와 곁들여 담아 낸다. 이 전통적인 치즈 후식 요리는 모듬 치즈를 접시 위에 나열해 내는 치즈 플래터를 대체하기에도 적격이다. 요즘은 전통적인 조리법을 약간 변형시켜서 흑곡물빵과 배, 숙주나물, 실란트로(코리안더로도 불림), 참깨씨를 곁들인 샐러드와 함께 담아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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