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 부가티

REMBRANDT BUGATTI

프랑스에 오귀스트 로댕이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렘브란트 부가티가 있다! 20세기 유럽에서 가장 진귀하고 독립적인 조각 세계를 펼쳤던 렘브란트 부가티(Rembrandt Bugatti, 1884‡-1916†). 오늘날 일반 대중 사이에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름이지만, 미술애호가와 소장 컬렉터들의 희망 소장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조각가가 있는데 그가 바로 렘브란트 부가티다.

안트베르프 동물원에서 모델을 앞에 두고 작업중인 렘브란트 부가티의 모습. Photo: Rembrandt Bugatti Conservatoire.
안트베르프 동물원에서 모델을 앞에 두고 작업중인 렘브란트 부가티의 모습. Photo: Rembrandt Bugatti Conservatoire.

유명한 이탈리아 목가구 장인이자 디자이너 카를로 부가티(Carlo Bugatti)의 막내 아들이자 부가티 자동차를 디자인한 전설적인 카 디자이너 에토레 부가티(Ettore Bugatti)의 동생이던 렘브란트 부가티는 이미 어린 나이에 동물을 조각하는 조각가가 되겠다 결심했다. 목공예술로 밀라노에서 높이 존경받던 부가티 가문의 후손이었던 만큼 그 혈통을 이어받아 어릴적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여 아버지의 가구 공방에서 형들과 손재주 수련을 하면서 조형감각을 키웠다.

20세기 초 유럽 미술계에 발을 디딘 젊은 렘브란트의 이력은 부가티 자동차를 방불케하리 만큼 급발동을 걸어 초고속 질주하기 시작했다. 16세의 나이로 밀라노 봄 화전(1901년)에 출전하기 시작해, 토리노 콰드리날레(1902년), 베니스 비엔날레(1903년), 파리 쏘씨에테 나쇼날 데 보자르 살롱 개인전(1904년), 브뤼셀, 로마, 뉴욕 해외개인전, 베를린 호헨촐레른 하우스 전시(1905년)를 열었고, 1911년 프랑스는 27살난 이 젊디젊은 조각가에게 레죵 도뇌르 문화훈장을 내렸다.

렘브란트 부가티, 하품하는 하마(Hippopotame baillant), 1905년, 청동, 36,5 x 55 x 18 cm. 개인소장.
렘브란트 부가티 『하품하는 하마(Hippopotame baillant)』, 1905년, 청동, 36,5 x 55 x 18 cm. 개인소장.

하지만 1914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은 이 재능있고 민감섬세한 조각가 청년에게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슬픔을 안겼다. 렘브란트는 벨기에로 건너가 안트베르프 동물원에서 늘 동물들을 모델 삼아 작업하고 있었는데, 전쟁 발발과 함께 이 안트베르프 동물원은 전시 군용 병원으로 개조되도록 명령받았다.

안트베르프 동물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던 부가티는 전쟁중 식량부족과 군용식량 조달을 이유로 이 동물원의 수많은 동물들이 도살 당하는 광경을 목도하고 치유하기 힘든 정신적 타격을 받아 건강까지 급속히 악화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전쟁으로 인해서 이때까지 승승장구 하던 국제 미술시장도 덩달아 폭락했다.

《렘브란트 부가티》전을 전시중인 알테 나쇼날갈레리 전시장 실내 모습. 왼쪽의 작품은 『십자가에 못밖힌 그리스도』오른쪽의 작품은 『다섯 마리의 노쇄한 암말들(일명 도살장 앞에 선 말들)』Photo: David von Becker
《렘브란트 부가티》전을 전시중인 알테 나쇼날갈레리 전시장 실내 모습. 왼쪽의 작품은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오른쪽의 작품은 『노쇠한 암말 다섯 마리(일명 도살장 앞에 선 말들)』Photo: David von Becker

1915년, 렘브란트는 짐을 챙겨 파리로 건너가 다시 조각칼과 끌을 손에 잡고 작업에 복귀 시도했다. 이 시기, 파리에 있는 아드리앵-오렐리앵 에브라르(Adrien-Aurélien Hébrard) 금속세공 장인의 탁월한 청동 주조 기술 덕택에 그의 작품들이 다수 제작되었다.『뱀을 뭉개죽이는 호랑이』와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는 이 때 제작된 대표적인 작품들인데, 동물들의 성격, 기질, 순간적인 동작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포착해 세심하게 조형하던 그의 전형적인 스타일과는 사뭇 달라진 후기작들이다. 전유럽을 광기로 몰아넣은 제1차 세계대전 전쟁 통에서 폭력, 고통, 죽음, 구원에 대해 골몰하며 깊이 번민했던 조각가의 내면상태가 엿보인다.

1916년, 렘브란트 부가티는 깊은 심리적 시름을 이기지 못하고 파리 뤼 죠세프 바라 거리에 있던 그의 작업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나이 31세였다.《렘브란트 부가티(Rembrant Bugatti)》전은 2014년 3월 28일부터 7월27일까지 독일 베를린의 알테 나쇼날갈레리 고미술 박물관(Alte Nationalgalerie Berlin)에서 열린다. All images courtesy: Alte Nationalgalerie Berlin.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