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모더니즘 건축의 실용적 계승자

에곤 아이어만의 건축 세계

EGON EIERMANN

1958년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 출품된 독일관 건물 모습. Sep Ruf와 공동으로 설계 건축된 이 작품은 1956-58년 2년여에 걸쳐 건설되었다.
1958년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 출품된 독일관 건물 모습. Sep Ruf와 공동으로 설계 건축된 이 작품은 1956-58년 2년여에 걸쳐 건설되었다.

예나지금이나 빌헬름 황제 기념 교회(Kaiser Wilhelm Memorial Church)[맨 위의 사진]는 베를린을 찾은 방문객들이 건축 순례지 목록에서 빼놓지 않고 기록해 두었다가 보고 가는 곳이다. 베를린이 오늘날 독일의 수도가 되기 직전까지, 프러시아 왕국의 빌헬름 황제의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해 지어진 이 교회는 바로 독일 바우하우스가 자랑하는 모더니즘 건축가 에곤 아이어만(Egon Eiermann, 1904-1970)의 역작이다.

올해[2004년]로  건축가 故 에곤 아이어만이 탄생한지 100주년을 기념하여 베를린에 자리한 바우하우스 아르키브에서는 오는 5월16일까지 건축가가 남긴 여러편의 건축작품들을 사진으로 기록한 자료들을 전시로 부친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독일 관할청 건물. Photo:  saai, J. Alexander Studio/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독일 관할청 건물. Photo: saai, J. Alexander Studio/

아이어만이 처음 국제 건축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 계기는 1958년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를 통해서였다. 국제 건축 양식이 최고조의 인기를 누리며 전세계 대소도시에서 속속 번지며 지어올려지고 있던 1950년대말엽, 아이어만은 건축물을 통해서 민주주의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굵직굵직한 공공 정부 건축물 설계 프로젝트들을 연달아 담당했다.

미국 워싱턴DC의 독일 관할청, 독일 본의 국회의사당 타워(Langer Eugen), 프랑크푸르트의 네커만(Neckermann) 사의 우편주문 사무건물, 슈투트가르트의 IBM 사무실 건물, 올리베티(Olivetti) 전자회사 프랑크푸르트 지사 건물은 그같은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그의 대표작들을 통해서 미루어볼 수 있듯이 독일 건축가 아이어만의 전문 분야는 모더니즘 계열의 산업과 관련된 사무실 건물을 설계하는 일. 특히 그는 건물내 산업체들이 자사 임직원들을 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 외에도 기업의 제품들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전시할 수 있는 전시장과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능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독일 IBM 본부 건물. 1967-72년. Photo: saai, Horstheinz Neuendorff.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독일 IBM 본부 건물. 1967-72년. Photo: saai, Horstheinz Neuendorff.

유독 그의 작품을 특징짓는 건축 언어는 정밀하고 단순하면서도 기능과 구조 면에서 군더더기 없는 분명함이라 평갑된다. 그래서 그가 설계한 건축물들은 가볍고 간결담백한 외관과 투명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는 건축 외에도 건축과 통일된 컨셉의 실내 장식 디자인에도 관여하면서 사무용 테이블, 의자, 계단, 옷걸이 등도 디자인해서 가구 디자인 분야에서도 명품을 만들어냈다.

베를린 바우하우스 아르히브(Bauhaus Archiv Berlin), 독일 칼스루헤 대학의 쉬드도이쳬스 건축 디자인 아르키브(saai)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독일 바우하우스의 건축 정신을 계승한 에곤 아이어만의 건축 작품 사진 전부와 스케치 및 청사진 등 그의 작업과 관련된 창조 과정을 볼 수 있는 자료들이 한자리에 선보인다.

* 이 글은 본래 LG 인테리어 사보 월간 『공간사랑』 지 2004년 3월호에 실렸던 글을 다시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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