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과거와 오늘, Part 2

근대와 20세기 – 의자의 보편화 시대

CHAIRS OLD & NEW

[제1편을 계속 이어서] 의자 디자인의 두 큰맥이랄 수 있는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이전까지 자랑하던 화려장대한 디자인 양식을 폐기하기 시작했다. 17세기 대륙 유럽과 영국을 휩쓸었던 바로크와 로코코의 열병을 뒤로 하고 18세기 중엽 이후부터 유럽은 온통 신고전주의 운동(Neocalssical Movement)이 본격화 되었다. 고전주의 즉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 속 미술이 이룩했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이를 18세기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 신고전주의의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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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과 마호가니 목을 소재로 하여 19세기에 제작된 엠파이어 스타일 팔걸이 의자. 당시 파리의 고급 가구 생산을 장악했던 목공소 명인 쟈콥-데스말터(Jacob-Desmalter)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 Sotheby’s.

신고전주의 양식을 통해서 만들어진 의자 디자인을 보면, 바로크와 로코코의 복잡다단하고 번잡한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그 대신에 직선 위주의 다리와 시트 디자인이 두드러지기 시작했으며 곡선은 타원형 정도의 절제된 원형으로 자제하는 추세를 보였다.

예컨대 영국의 리전시 스타일의 의자나 프랑스 나폴레옹 제정 시대를 주도했던 제국양식(Empire Style) 의자는 각각 고대 이집트 시대 파라오의 권좌를 연상시키는 팔걸이 의자와 고대 그리스 시대의 클리즈모스 의자의 기본 형태를 본따 만들어진 의자들의 대표작들이다.

19세기, 구 귀족들이 점점 경제적으로 몰락해가는 동안, 신흥 부르조아 계층이 급부상하면서 사회적인 신분상승과 자기 과시를 하는데 있어서도 새로운 유행이 제도화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문화 영역에서는 이른바 역사주의(Historicism)가 유럽을 강타했는데, 이 시대 역사주의는 민족주의, 인종주의, 종족의식 같은 지엽적 성향의 민중적 감성에 기초하고 있다보니 자연히 처연한 감상주의(感傷主義, sentimentalism), 자연에 대한 막연한 동경, 이성보다는 감성에 치우치는 감각주의를 특징으로 하며 주로 일반 대중들의 평범하고 통속적인 감성에 어필하는데에 기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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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넷 형제가 1865년경 디자인해 생산한 토넷 의자 제1번. 빈 황제가국박물관 소장 Photo: F. Simak © Kaiserliches Hofmobiliendepot, Wien.

프랑스의 제국 양식(Empire Style), 영국의 치펜데일(Chippendale)과 빅토리아 양식(Victorian Style)이 계속되는 동안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중유럽에서는 신흥 중산층 사이에서 비더마이어 양식(Biedermeier Style)이 크게 유행했다.

비더마이어 양식으로 만들어진 의자 디자인의 영원한 고전으로 꼽히는 토넷(Thonet) 의자는 목재를 엮고 굽히는 고유의 제작 방식 만큼이나 단순 간결한 완성도를 이룩한 19세기 의자의 고전작이다. 오늘날까지 의자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토넷은 이후 20세기 근현대 여러 디자이너들의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 주기도 했다.

19세기 후반기에서 20세기로 치달아가는 약 20년 간은 유럽에서 모더니즘이 폭발적인 창조적 분출을 경험했던 시대였다. 영국의 미술과 공예 운동, 프랑스의 아르누보, 독일어권 국가의 유겐스틸 운동은 바로 그 대표적인 움직임들이었는데, 영국의 윌리엄 모리스, 스코틀랜드의 찰스 레니 매킨토시, 벨기에의 앙리 반 데 벨데, 프랑스의 가이아르, 오스트리아의 오토 바그너와 요제프 호프만 등은 식물에서 도출한듯 묘하고 아름다움 곡선미와 근대적 직선미를 결합한 최초의 근대적 의자 디자인을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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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디자인해 생산된 바실리 의자 위에 앉아 있는 바우하우스 건축가 겸 디자이너 마르셀 브로이어. Photo courtesy: Thomas Breuer.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양차 세계 대전이 유럽을 휩쓰는 환경 속에서 유럽 특히 프랑스와 영국은 더 이상 의자 디자인의 유행을 선도하는 유일한 대륙이 아니었다. 제1차 대전후, 독일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는 철관이라는 아주 근대적인 재료를 사용해 캔틸레버 구조로 의자 디자인의 혁신을 이루었다.

독일 출신의 근대 디자이너 거장 미스 반 데어 로헤가 디자인한 철재 의자 받침구조와 가죽 시트의 바르셀로나 의자(Barcelona chair)는 지금도 비트라에서 꾸준히 생산판매 되고 있는 근대 의자의 고전이 되었다. 또 스위스의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철제 팔걸이 의자, 핀란드의 거장 알바 아알토(Alvar Aalto)의 라미네이트 굴곡목 의자, 전후 미국의 산업디자인을 재정의했던 찰스 에임스(Charles Eames)의 철제와 플라스틱 소재 의자 등은 근대 디자인의 국제성을 대변해 주는 명작들이다.

대량생산과 소비주의와 후기 산업사회가 무르익기 시작한 20세기 후반에 와서는 디자이너 개인의 독특한 컨셉과 스타일, 20세기초 바우하우스식의 기능주의에서 탈피한 유연하고 혁신적인 사고가 의자를 디자인한 디자이너들의 핵심적 창조 동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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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키미아 운동의 선구자 알레싼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프루스트』 의자(Poltrona di Proust)는 1978년에 생산되었다. Photo courtesy: Pinakothek der Moderne München.

1960년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대가 베르너 판톤(Verner Panton)에서 표현된 미래주의 시대정신과 인체공학의 유행, 1970년대의 팝 디자인, 1980년대 이탈리아의 스튜디오 알키미아(Alchimia)와 멤피스(Memphis) 아방가르드 디자인 운동을 거쳤다.

이어서 경제와 문화의 세계화(Globalization) 정책으로 인류 역사상 경기 호황과 윤택하고 안락한 소비주의 문화가 최고조를 이루었던 1990년대가 되자 전세계적 건축붐을 타고 전에 없이 많은 스타 건축가들이 건축 외형과 부합하는 실내장식과 가구 디자인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간 후기 산업시대 포스트모던 의자 디자인의 각축 시대를 목도했다.

첨단 신소재와 공학에 의존해 의자 본유의 기능성 보다는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독특한 개성, 재미와 개념적 위트를 과시하고 표현할 수 있는 조형물로 된 현재 21세기, 다가올 10년 동안의 의자 디자인과 인류의 앉게 문화는 또 어떻게 진화해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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