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과거와 오늘, Part 1

의자 –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 한 앉기의 문화

CHAIRS OLD & NEW

당신은 생각해 보았는가? 의자에 앉으라고 권유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해 땅바닥이나 층계에 걸터앉아야 하는 사람 사이의 차이를? 중요한 손님을 반겨야 하는 사업가나 개인은 찾아온 객인에게 편히 앉을 것을 권유하며 의자를 제공한다. 반면 쇼핑센터를 거니는 익명의 쇼퍼나 관광객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나 상업적 커피숍에서 돈 쓰지 않고 다리를 쉬고 싶어하는 지나치는 사람은] 은 지친 다리와 허리에 쌓인 피곤을 잠시나마 다스리기 위해서 땅바닥이나 계단에 주저앉아 한숨을 돌린다. 지친 인간의 몸과 마음에 순간적인 휴식 혹은 다소간이나마의 안락과 권력의 순간을 안겨주는 인간 신체와 빈 공간 사이의 매개물체 – 그것은 다름아닌 ‘의자’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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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유럽 궁중에서 사용되던 요강 © 2013 Schloß Schönbrunn.

오늘날 서구 장식 미술과 디자인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디자인 오브제도 바로 의자이며, 디자인을 처음 배우기 시작하는 애송이 디자인 학과 학생으로부터 거장 디자이너들이 제각자의 대표적인 스타일을 압축해 보여주고 평가를 기다릴때 가장 우선 내보이는 표준 잣대가 또 바로 이 의자다.

의자란 엉거주춤 무릎을 90도로 구부려 둔부를 바닥에 대고 앉으면 등을 뒤에서 받쳐 주는 가구. 해서 엄밀히 정의하자면 엉덩이가 바로 닿는 시트(seat)와 등받이(back rest)가 갖추어진 것이 의자(chair)이다. 누워서 잠자고 몸을 직접 움직여 한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이동을 하는 순간을 제한다면 인간은 쉬고, 먹고, 일하고, 심지어 배설하는 순간까지 의자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셈이니 의자라는 가구 품목이 우리 일상생활과 얽힌 관계는 심히 뿌리 깊다 아니할 수 없다.

엄밀한 의미의 의자가 처음 탄생한 때는 기원전 3세기경 고대 이집트. 아마도 인류의 조상들이 실내의 딱딱한 바닥과 벽에 보다 안락감있게 앉고 쉬기 위해 나무 줄기를 깎거나 켜서 꼬고나 엮어 만든 일종의 쿠션이나 방석을 얻어 만든 원시적인 형태에서 출발했을 것이라 추정된다. 이집트에서 만들어졌던 의자들은 그같은 방석 내지는 쿠션 형태에서 한 걸음 발전해 동물 형상을 한 의자 다리에 시트와 쿠션을 붙인 석식 의자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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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말경 미국의 실내 장식 디자이너 테렌스 해롤드 롭스존-기빙스(Terence Harold Robsjohn-Gibbings)가 유럽에서 불어닥쳐 온 모더니즘 미학과 18-19세기 고전주의 양식을 결합해서 고안한 동명의 명품 의자 클리즈모스 의자는 바로 이 고대 그리스 의자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이어서 고대 그리스 시대에 만들어진 클리즈모스(Klismos) 의자는 의자 디자인 역사상 가장 우아한 형태를 자랑하는 인류 초기 의자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은 더 이상 진품을 구경할 길이 없지만 고대 그리스 도기 그림에서 그 모양새의 흔적은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시트는 얇게 켠 나무골로 가로세로로 짜서 만들고, 등받이는 몸의 곡선에 맞도록 굴곡시킨 가로판과 세로판을 붙여 만들었으며, 다리는 *사브르 모양으로 앞과 뒤로 날렵하게 휘어진채 의자 시트와 등받이를 떠받들어주는 모양새를 지녔다.

오늘날 낚시꾼들과 캠핑족들이 잊지 않고 가져가는 X-자 모양의 휴대 의자의 탄생 시기는 기원전 2세기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로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일명 *가위 의자(Scissors Chair) 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의자의 기본 원리는 서로 앞뒤 또는 좌우로 교차되는 다리의 힘으로 시트를 받쳐주어 사용자가 그 위에 앉을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 기본성과 단순성 때문에 등받이가 있는 의자용으로 그리고 등받이가 없이 시트만 있는 걸상(stool)용으로 공히 널리 사용되었던 기발성있는 의자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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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나롤라 의자(Savonarola Chair) 또는 단테 의자(Dante Chair)로 불리는 가위형 다리 의자.

다리를 가위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유럽 초기 중세 시대에는 교회나 수도원에서 기도용 접개식 걸상으로 널리 활용되었으며, 이후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는 자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일을 해야했던 직공 장인들 사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특히 르세상스 미술 문화가 더 널리 드높이 보편화되어 꽃피우던 16-17세기 시대가 되자 이 가위자 모양의 의자 디자인인 자못 화려해지고 소재면에서도 가죽이나 고급 직물을 사용해 만드는 등 고급화되어서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 인문주의자들의 이름을 딴 사보나롤라 의자(Savonarola Chair) 또는 단테 의자(Dante Chair)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생산되었다.

이 가위 의자의 실용성 만큼이나 우아한 자태 덕분에 이후 18세기 신고전주의 시대에는 고전 미술로의 복귀 운동에 힘입어 가구 디자인에서 가위 의자가 여러 변형된 형태로 재탄생했으며, 19세기 중엽부터는 강철 소재의 발견 덕택에 본래 온전히 목재로 만들어졌던 가위 의자에 강철 부품과 부속이 덧가해져 디자인되기도 했다.

Bishop Palace at Wells Somerset

런던의 가구 제작업체 켄셋 (Kensset) 에서 생산한 이 턴드 의자는 16세기 유럽에서 제작되기 시작했던 다리 세 개의 삼각 의자 모형에 기초하고 있으며 영국 서머셋 웰스 비숍 팰리스에서 생산되던 의자를 원형에 충실하게 재건한 것이다. Copyright © V&A Images.

그러나 한 집안의 가장에서 부터 교회나 왕실 등 주요 직책을 맡은 가중있는 신분의 사람들은 이리저리 옮길 수 있는 가위 의자 보다는 등받이가 높고 크며 묵직한 소재로 제작된 위엄있는 의자에 앉아서 업무에 임했다.

16세기 튜더 왕조가 지배하던 영국에서 사용된 의자는 대체로 박스 모양의 커다란 직사각형 형태가 기본을 이루던 사각 틀 모양의 턴드 의자(Turned Chair)였다. 단순엄격한 박스형 골격은 유지하되 벨벳같이 각종 값비싸고 귀한 직물천, 가죽, 브로케이드와 프린지 장식물, 금동 못으로 현란하게 장식한 의자가 품위있는 가정에서 앉을 용도와 빈공간 장식용으로 널리 유행했다.

그같은 화려한 의자 장식 유행은 17세기 이르면서 그 정교한 직물과 장식물을 각종 고급 목재를 재료 삼아 목조각으로 재현한 정교한 목공 의자가 목공예 재간의 극치를 이룩했다. 같은 시대 프랑스에서도 의자 시와 등받이를 값비싼 직물로 감싸고 부와 안락을 상징하도록 시트와 등받이를 두툼하게 채워 넣는 모양새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프랑스 바로크 시대의 대명사이자 태양왕 루이 14세에 와서 의자 등받이는 전에 없이 높고 시트의 폭은 넓어 졌으며 복잡화려한 굴곡과 세심한 직물 및 목공 기량과 값비싼 금박과 칠 공예가 눈에 띄는 장황한 모양새의 의자가 왕족과 귀족들 사이에서 부와 권력의 상징 역할을 톡톡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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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말엽 영국의 가구 디자이너 존 리넬(John Linnel)이 디자인한 윈저 의자 연필 드로잉 Copyright © V&A Images.

그같은 유행은 대륙권 유럽에서만 아니라 바다 건너 영국으로 전해져 왔지만 프랑스에서 행해지던 화려장대한 취향과 고도록 숙련된 목공 기술은 다소 침착하고 소박한 형태로 변형되었다. 오늘날 흔히 *카브리올 다리(cabriole leg)로 불리며 영국식 앤티크 책상과 의자에 즐겨 활용되고 있는 젊잖은 곡선 형태의 다리가 바로 이 카브리올 다리이다.

영국에서는 중심 도시에서 벗어난 농촌 지방에서 17세기 말경부터 윈저 의자(Windsor Chair)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 의자는 카브리올 다리 의자를 한결 실용적이고 단순화시켜 만든 대중용 의자였다.

그런 이유로 해서 이 윈저 의자는 18세기에 미국으로 건너가 여러곳에서 수공 제작되는등 미국식 의자로 재탄생하여 대중적으로 애용된 의자가 되었다. 오늘날 일반인들이 미국 서부 영화의 살룬이나 한가로운 저택 발코니에 놓여있는 목공 의자와 흔들의자는 바로 윈저 의자가 미국화된 것들이다.

18세기 로코코 시대에 프랑스에서는 등받이 부분이 리본처럼 엮이고 꼬인 형태를 따서 얽히고 설키듯 복잡다단한 패턴을 따 만든 리본등받이 의자 (Ribbonback Chair)가 유행하는 동안, 영국에서는 이 젊잖은 카브리올 다리에 옛 고딕식 패턴이나 중국식 동식물 문양 직물 패턴이 가미된 의자가 큰 인기를 끌었다.

  • 사브르 다리(sabre leg)란? 별다른 굴곡이나 장식 없이 사각 모서리를 그대로 살려서 매끈하고 우아하게 앞뒤 혹은 좌우로 살짝 휘며 뻗은 의자 다리. 고대 그리스 시대에 만들어졌던 클리모스 의자가 그 대표적인 예이며 이후 고전주의 복귀 운동이 전개되었던 18세기 신고전주의 시대의 직선위주의 절제된 의자 디자인에 다시 응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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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전반기 영국 글래스턴버리 수도원장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X자형 의자는 고대 그리스풍을 본따 다리를 X자형으로 디자인했으나 접히지는 않는다. 어거스터스 웰비 노스모어 퍼진(Augustus Welby Northmore Pugin) 공방 제작 Copyright © V&A Images.

  •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X-자 의자란? X-자 의자는 서양 중세기 부터 주로 교회당에서 사용된 의자 형태로 그 우아한 모양새와 종교적 권위의 상징성 때문에 이후 르네상스 시대까지 귀족과 종교 권위자들이 즐겨 사용했다. 특히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등장한 사보나롤라 의자 또는 단테 의자는 이 시대부터 특유의 가위자 다리 구조를 발전시켜 접었다폈다 할 수 있도록 처음 고안되기 시작했다.

중세까지만 해도 가위자 다리 모양은 실제로 접개 기능을 하지 못했던데 비해서 의자의 부피를 손쉽게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동에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 이후 귀족들 사이에서 야외 피크닉, 사냥 또는 야외 정원용 의자로 각광받았던 X-자 의자는 20세기 근현대 의자 디자인에 지속적인 영감의 원천이 돼 주었다.

  • 카브리올 다리(cabriole leg)란? 카브리올 다리란 의자나 걸상을 포함해서 책상이나 탁자 처럼 다리가 달린 가구를 떠받치는 다리 부분 중에서도 2중으로 곡선을 그리며 내리뻗은 다리 모양을 의미한다. 윗부분의 곡선은 바깥에서 안쪽으로 아랫부분의 곡선은 안쪽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곡선을 형성하는게 일반적이며 본래는 고대 그리스와 중국으로부터 유럽으로 소개되었으나 유행을 끌지 못하다가 17세기 바로크 시대에 들어 비로소 특히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에서 실내장식용 가구에 즐겨 사용되는 양식이 되었으며 18세기 중엽부터 다시 퇴조하였다. [제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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