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젠준의 바벨탑 세상

DU ZHENJUN. BABEL WORLD

인류역사 속에서 전해지는 가장 오래되고 원초적 전설적 건축물중 하나 바벨탑(The Tower of Babel). 과연 바벨탑의 존재는 사실이었을까 허구였을까, 과거에 존재했을까 미래에 존재할 것인가, 역사적 기록일까 인간 상상력에서 비롯된 예견일까?

Du Zhenjun. Babel World - An exhibition at the ZKM | Media Museum. Europa, C-Print, 2010, 180x240cm © Du Zhenjun.
Du Zhenjun. Babel World – An exhibition at the ZKM | Media Museum.
Europa, C-Print, 2010, 180x240cm © Du Zhenjun.

중국 현대미술의 선두주자중 한 사람인 두 젠준(Du Zhenjun, 1961년 상하이 생)  교수가 독일 칼스루헤 미술과 비이어 센터(ZAM Karlsruhe – Center for Art and Media Karlsruhe)에서 『바벨탑 세상(Babel World) 』 전을 8월 4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회에서 전시중인 작품들은 사진미술가 두 젠준이 작업하고 있는 가장 최근작들. 초대형 인화지에 인쇄한 이 사진들은 세상을 고대 바벨로니아의 신화속 건축물인 바벨탑에 비유하여 디스토피아 상태에 빠진 현대 도시 풍경과 그 속에서 기괴한 행동모드 속에 허우적대는 현대군중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벨탑 전설은 현실 속에 묻혀 사는 사람들이 처한 위험을 경고해주기 위해 역사와 함께 재구성되고 각색되고 업데이트되어 전해지는 한 편의 설화라고 본다.  바벨탑은 경고시스템이다. 본래 수많은 언어와 사람들이 서로 갈등하는 환경 속에서 실존적 위험에 처한 유일신 종교가 처한 상황을 경고하기 위한 이야기였을 것 같다. 두 젠준은 종교적 신화에 담긴 정치적 내용을 지극히 통속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작품화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고 두 젠준은 종교적인 선언을 하려지도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말하지는 않는다. 그에게 바벨이란 종교적 심볼이 아니라 인간 문명의 위기상태(crises of civilization)에 대한 경고이자 오늘날의 사회적 파멸 또는 아포칼립스(apocalypse)의 광경을 파노라마다.

컴퓨터를 활용해 구성된 그의 초대형 포토몽타쥬 사진작품들은 히에로니무스 보슈(Hieronymus Bosch)의 공포와 판타지 회화를  바라보는 듯한 감흥을 자아내기도 한다. “글로벌리즘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냉소적 타이틀을 붙여줘도 좋을 현대사회 불지옥 광경이다.

Du Zhenjun. Babel World - An exhibition at the ZKM | Media Museum Walls, C-Print, 2011 variable dimension, 160x120cm, 240x280cm © Du Zhenjun
Du Zhenjun. Babel World – An exhibition at the ZKM | Media Museum
Walls, C-Print, 2011 variable dimension, 160x120cm, 240x280cm © Du Zhenjun

중국 상하이 대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한 후 1990년대부터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창작활동을 해 오고 있는 두 젠준은 고국 중국을 떠난 직후부터 전통적인 회화 쟝르를 뒤로 하고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 매체로  전향했다.

수퍼 터보 파워와 스피드로 전개되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와 글로벌화 현상이 낳은 디스토피아적 사회 환경 이미지들을 빌어서 두 젠준은 물리적 정신적 정체적 감옥에 갖쳐 허우적대는 딱한 현대 군중의 모습을 무자비하게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표현한다.

사진가 두 젠준은 그의 작품을 통해서 무슨 이야기 또는 예언를 전하려 하는걸까? “별다른 의도는 없다. 난 단지 내가 느낀 것 – 두려움, 흥분, 환상, 광란 등- 을 시각화하는 것일뿐이다.”

전시 제목: 두 젠준 – 바벨탑 세상 (Du Zhenjun. Babel World) | 전시 기간: 2013년 2월9일–8월4일 | 전시 장소: ZKM | Media Museum, Karlsruhe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