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술 페어 너무 많다.

언제부터 미술시장은 수요측이 아닌 공급측 경제학이 되어 버렸나?

요즘 전세계 대도시에서는 일년 내내 미술 페어가 쉴틈없이 열리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만 해도 국제 미술계에서는 각 나라마다 국가대표격 항공사를 하나씩 두고 있듯 국가대표별 미술 비엔날레 행사는 한둘쯤 갖추고 있어야 국제 문화 지도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개인 부호 컬렉터가 나날이 늘고 미술품이 럭셔리 소비 아이템으로 인정받고 있는 현재, 미술페어가 과거 비엔날레가 누렸던 위치를 점령해 들어가고 있다. 과연 그러한 현대미술 시장 붐과 공급주도식 미술대중화 기저의 재정적 기반은 든든할까? 그리고 미술품의 대중적 시장화 현상은 지속가능할까?

Banksy, 『Morons』. 이 낙서화는 본래 뱅시가 2006년 LA에서 가진 ⟪Barely Legal⟫ 전시회에 100판 한정본 가운데 한 작품. 인쇄: Modern Multiples.
Banksy, 『Morons』. 이 낙서화는 본래 뱅시가 2006년 LA에서 가진 ⟪Barely Legal⟫ 전시회에 100판 한정본 가운데 한 작품. 인쇄: Modern Multiples.

최근 나는 한 미술 딜러로부터 “18번”이라는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지난 한 해 지금까지 미술 페어에 몇 번 참가했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지난 한 두해 총 18번이라. 매 3주 마다 한 번씩 다른 페어장으로 옮겨다니며 전시했다는 계산이 된다. 아무리 우리가 이벤트성 위주의 환경 속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물류운송 스케쥴 조정과 잦은 여행에 시달릴 딜러의 체력에 얼마나 가혹한 강행군이 될까는 상상만해도 몸서리쳐진다.

그렇게 않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들 딜러들은 대체로 말한다. 광고 보다 비용이 훨씬 더 들지만 페어에 직접 참가하는 것만이 사실상 마케팅 전략이고 수입효과도 즉각적이다. 페어장에 참가하는 이유는 또 있다. 화랑업자들은 페어에 참가해야만 새 고객을 발굴하게 되고 옛 단골고객도 되찾아와 작품을 사간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딜러들은 어느새 정처없는 악순환의 고리 속으로 말려들고 만다. 이전 페어에서 발생한 세일즈 활동과 각종 참가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다음 새 페어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 그같은 전략이 야기할 수 있는 재정적 리스크는 절대로 가볍게 보면 안된다.

그러나 결국 그같은 매출 전략을 택할 것인지 아닐지는 화랑주인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다. 다만 필자는 화랑계의 그같은 과열성 비즈니스 관행이 미술 시장 전체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까를 우려한다.

미술 시장은 계속 성장중이다. 특히 생존하는 현대작가들의 작품의 매출은 계속 증가세에 있다. 글로벌화 덕분에 오늘날 어느 나라 모든 도시마다 현대미술계 또는 중심부 하나씩은 다 갖고 있다. 페어 행사의 활성화 덕분에 전세계 곳곳 이른바 “미술 수도 (art capitals)”에서는 서로 비슷비슷한 수 십개의 미술 페어들이 동시다발로 열렸다 사라진다.

그러나 그같은 현상을 무작정 칭찬하고 들기보다는 과연 그처럼 운영되는 미술시장의 성장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이 현상을 불지피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미술작품의 미술작품의 무작위성 공급 증가 현상 [*참고, 역자주: 과거, 미술시장에서는 미술가가 사망했거나 희귀한 작품일수록 가치와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수요측 경제학 원칙’에 입각해 작동했다.] 이 정상적인 것인지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미술계 전반의 사고방식에 따르면 공급이 시장을 주도한다고 보는 것 같다. 벽에 걸고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비추면 사람들이 그 작품을 사 갈것이란 막연한 믿음 말이다. 과거 전통주의 거장 작품이나 인상주의 계열 작품들, 심지어는 상한가를 홋가하는 유명 현대미술가의 작품은 너무 귀하고 구하기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감안한다면 공급측 경제원리 하에 보다 광범위한 소비자들에게 많은 미술품 구매와 소유 기획를 제공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긴 하다. 이 모두가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대미술시장의 현실이다. 그리고 화랑, 페어, 경매소들은 미술작품을 시장에 더 많이 공급하면 할수록 더 많이 미술작품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At the Art Basel Miami Beach 2012 VIP Preview at the Miami Beach Convention Center on December 5, 2012 in Miami Beach, Florida. (Photo by Mike Coppola/Getty Images for Art Basel Miami 2012)
At the Art Basel Miami Beach 2012 VIP Preview at the Miami Beach Convention Center on December 5, 2012 in Miami Beach, Florida. (Photo by Mike Coppola/Getty Images for Art Basel Miami 2012)

물론 아트 페어가 안겨주는 장점도 있다. 특히 최근 등장한 인터넷 미술 매매 플랫폼 덕분에 소비자가 경제적・사회적・지리적 장벽이나 주눅감을 느끼지 않고도 미술작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게 미술품 소유와 향유의 민주화다. 페어장은 소비자에게는 미술품을 구경하고 사고 모으는 재미있는 공간이고 딜러에게는 새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그러나 진심으로 미술에 헌신하는 컬렉터 기반을 다지려면 긴 시간의 노력과 투자를 필요로 한다. 며칠 열리는 미술품 장터의 단기형 깜짝행사로는 충분치 못하다.

시장에 더 많은 수량의 미술작품을 밀어 넣는 것으로 건전한 미술시장을 유지할 수는 없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수요는 절대로 과잉 공급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며 현대미술 시장이 유지되는데 필요로 하는 가격발굴 수준에 미치지도 못할 것이다. 잊지 말자. 미술은 필수품이 아니라는 것을.

※ 이 글은 본래 BLOUIN ARTINFO INTERNATIONAL EDITION 2013년 5월20일 게재된 영문기사를 우리말로 요약한 것입니다. / This is a Korean summary of the column by Benjamin Genocchio “Is the Art Market Becoming a Supply-Side Economy? An Argument Against Art Fairs”, originally appeared at BLOUIN ARTINFO INTERNATIONAL EDITION on May 20th, 2013. Read the original article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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