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의 현대미술 대창고

MOCA LA –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

모카 엘에이 –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moca_asiana0402_2sm-212x300현대미술은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멀고도 가깝게 느껴지는 대상이다. 그런 연유로 아직도 일반 대중과 관광객들은 현대미술관 보다는 역사 박물관이나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고전 미술이나 근대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유명 대형 미술관들을 더 찾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시대에 창조된 현대 미술은 미래 언제가는 과거의 미술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본다면 지금 한창 전개되고 있는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고 모으고 관리하는 개인 소장가나 미술관의 역할은 적잖이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다.

그같은 자각 의식은 오늘날 로스앤젤레스에 자리하고 있는 엘에이 현대미술관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이 탄생하게 된 불씨였다. 일명 현대미술관이라는 영문명칭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딴 모카 (MOCA)라는 별칭으로 두루 통하는 이 미술관은 80년대부터 현재 캘리포니아 플라자 (California Plaza)에 위치한 모카, LA 리틀 도쿄 (Little Tokyo) 안에 있는 모카 게펜 컨템포러리 (MOCA at Geffen Contemporary), 그리고 가장 최근 문을 연 웨스트 헐리우드의 퍼시픽 디자인 센터 모카 갤러리 (The MOCA Gallery at the Pacific Design) 등 3개 건물로 나뉘어 현대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기획전시해 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LACMA: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과 유럽 고전미술을 구경할 수 있는 게티 미술관 (Getty Museum) 등을 찾아 볼 수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70년대말까지 현대 미술만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기관은 단 한구데도 없었다. 이같은 사실을 자각한 로스앤젤레스의 일부 유지들과 시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어 모카가 설립된 해는 1979년 봄.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미술인들과 개인 컬렉터들을 포함해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미술관 관련인들과 큐레이터들이 여기에 합세했으며, 당시 이 도시의 시장이던 톰 브래들리의 제정적 지원이 어우러져 모카가 탄생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플라자에 위치해 있는 모카 메인 건물 – 현 모카 캘리포니아 플라자 – 은 일본의 건축가 아라타 이소자키의 설계로 19xx년 개장에 앞서, 미술관측은 리틀 도쿄 안의 한 창고 건물을 개축하여 1983년 가을부터 모카의 첫 전시를 부치는 것을 출발로 임시 전시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과거 철물 재고품을 쌓아두고 경찰차를 세워두던 창고 겸 차고로 사용되어 오던 이 임시 갤러리 자리는 시정부와의 의논끝에 년간 임대료 1달러라는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5년 계약으로 얻게 된 이야기는 지금도 이 미술관 설립 초기 역사에서 잊혀지지 않고 회자되는 일화이다. 현대 미술에 대한 지원과 문화적 기여도를 인정받아 로스앤젤레스 시정부는 2038년까지 템포러리 컨템포러리 전시장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임대 계약을 체결하는가 하면 5백만달러의 후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moca_asiana0402_4sm미술관은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활동하던 건축가 프랭크 게리 (Frank Gehry, 뉴욕 맨하탄에 백색 나선형 설계디자인으로 유명한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과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설계를 맡은 스타 건축가로 유명)의 재설계로 사실상 모카의 첫 전시장 역할을 하기 시작한 셈이었다. 리틀 도쿄라는 독특한 지리적 배경을 고려해 두드러지기 보다는 젊잖고 차분한 분위기를 강조한 이 템포러리 컨템포러리 – 현재의 모카 게펜 컨템퍼러리 (MOCA Geffen Contemporary) – 전시장은 그래서 미술관 후원인들과 평론가들 및 여론으로부터 접근하기 쉽고 비형식적이며 겸손한 현대 미술관이라는 평가를 받아, 이후 줄곳 ‘일반대중과 친근한 미술관’이라는 이미지를 굳혀 나가기 시작했다.

현대 미술관답게 모카가 바로 이 템포러리 컨템포러리 전시장에서 개최한 전시회 제1호는 1983년 9월 열린 『어베일러블 라이트 (Avaliable Light)』라는 제목의 미술 퍼포먼스였다. 음악은 존 아담스,무대 디자인은 프랭크 게리, 무용 안무는 루신다 차일즈, 그리고 무대 의상은 로널두스 샤만스크가 담당한 이 퍼포먼스는 기존의 작품을 재탕해 디스플레이하는 방식의 전시 형태를 피해 이 전시만을 위해 참가 예술인들에게 특별히 지시해 창조된 주문작이라는 점에서 이미 초기부터 미디어 미술과 퍼포먼스 미술에 대한 이 미술관의 신념과 지원을 표시하는 선언이기도 했다.

이후 1986년까지 같은 자리에서 모카는 당시 떠오르기 시작한 신진 작가들을 연이어 기획했다. 60년대와 70년대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조나단 보로프스키 (Jonathan Borosfsky), 존 챔벌린 (John Chamberlain), 댄 플라빈 (Dan Flavin)을 비롯해서, 레드 그룸즈 (Red Grooms), 앨런 루퍼스버그 (Allen Ruppersberg), 제임스 터렐 (James Turrell) 전시가 연이어 기획전시되는 것으로 당시 미국의 현대 미술에서 즐겨 거론되던 개념적 미술과 규모면에서 장대한 설치 미술을 선보여 미술관의 실험적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역시 전시에 포함된 바 있던 마이클 애셔 (Michael Asher), 마이클 하이쩌 (Michael Heizer), 마리아 노드먼 (Maria Nordman), 로버트 테리엔 (Robert Therrien) 등은 모카가 주문한 신작들 처음 선보이는 것으로 미술계의 관심을 모은 신인 작가들로 꼽힌다. 모카의 영구 소장품 컬렉션에는 미래 세대를 위해 1940년대 이후로 지금까지 창조돼온 모든 형태의 현대 미술을 소장하고 전시하고 해석하고 장려한다는 대취지 아래 현재까지 이 미술관이 영구 소장품으로 보유하고 미술 작품수는 5천여점에 이르고 있다.

* 이 글은 본래 『아시아나 (ASIANA)』월간 기내지 2002년 4월호에 실렸던 글을 다시 게재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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