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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고미술품 박람회에서 골동미술 쇼핑법 배우기

WHERE COLLECTORS AND SAVVY SHOPPERS MEET

2004년 겨울철 올림피아 박람회

Fair_sm„안목이 뛰어난 사람들이 올 겨울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러 가는 곳“이라는 재치있는 홍보 모토를 앞세우고 개막을 올린 런던 최고의 고미술품 박람회가 지난 11월8일 런던에 있는 올림피아 그랜드 홀 (Olympia Grand Hall)에서 개막의 막을 올렸다.

2004년 겨울철을 맞아 7일 동안 열린 올림피아 파인아트 앤 앤티크 페어 (Olympia Fine Art and Antiques Fair Winter 2004)는 미술품과 골동품 애호가들과 관심있는 관람객들을 잔뜩 유혹했다. 런던 도심부 얼스 코트 (Earls’ Court) 지하철 역 근처 자리하고 있는 올림피아 그랜드 홀 박람회장은 이 행사 주최자가 매 년마다 봄, 여름, 겨울 년3회에 걸쳐 이 행사를 개최해 온지 30년이 넘어 유서깊은 고미술품 박람회 명소로 자리잡아 왔다.

부활절을 제외하고 구미인들이 일 년중 가장 가슴을 설레이며 기다리는 명절은 크리스마스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대비하여 많은 사람들은 11월부터 본격적인 성탄 쇼핑에 돌입하는데, 이 쇼핑 시즌 만큼은 어쩐지 유명인과 갑부들이 유명한 고급 쇼핑가인 옥스퍼스 스트리트와 고급 백화점에서 유명인들과 갑부들을 여간해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미술품 애호가들은 물론이고 연예인이나 사회 유명인들은 올림피아 고미술 및 골동품 박람회에 가서 가까운 친지와 친구들을 위한 성탄 선물을 구입한다는 비밀아닌 비밀이 그 이유였다. 유명 디자이너 발렌티노를 비롯해서 갑부 상속녀인 제마이마 칸, 영화배우 제러미 아이언스도 박람회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이번 박람회 참관객들과 기자들의 눈에 띈 것만 봐도 그렇다.

한 해에만도 전세계 대도시에서는100여가 넘는 고미술품 및 골동품 관련 박람회 행사가 줄기차게 열리고 있지만 정작 연말에 즈음하여 유럽 내에서 구경할 만한 수준급 행사로는 런던에서 열리는 겨울철 올림피아 고미술 박람회가 유일하다. 본래는 32년 전 영국 내에서 찾아온 고미술품 업자들과 화랑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된 이래 가장 영국적인 고미술 박람회의 전형으로 자리잡아 왔으나, 최근 몇 년 동안 이 행사를 참여하기 위해 찾아온 해외 전시참가자들이 부쩍 늘면서 어느새 국제적인 색채를 띠는 박람회로 발돋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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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 양식으로 제작된 기압계. 전시상: Derek & Tina Rayment Antiques.

영국을 포함해서 해외에서 참가 신청을 한 총전시참가들 수는 올해 240여곳으로 그들이 선보이는 고미술품들은 고급 고가구, 회화와 판화 작품, 장신구, 동양 미술품, 도자기, 은공예품, 아르데코 장식 용품, 골동품, 고서, 희귀 직물, 시계, 유리 제품, 조명, 조각품 등 다양한 미술 분야를 두루 포함한다.

박람회에 전시판매되는 이들 고미술품들은 사전 감정을 통과한 진품들로서, 제작 년도, 양식, 보존 상태 등등에 따라 최하 영화 1백 파운드(우리돈 약 20여만원)짜리 소품에서 최고 50만 파운드(우리돈 약 10억여 만원)에 이르는 초고가 품목에 이르기까지 취향과 예산 사정에 따라 관람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별 가격대는 폭넓고 다양하다.

국제 미술 시장의 중심지인 뉴욕과 런던에서 유수의 경매 시장들이 매년 시시철철 경매 시장에 토해내는 경매 미술품들은 그칠줄 모르고 미술품과 골동품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일반인들과 전문 미술품 수집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아서 최고가 매매 가격을 구가하는 인상주의 미술과 20세기 미술을 비롯해서 요즘에 들어서는 생존하는 인기 현대 미술가들의 최근작들까지 매우 비싼 가격에 불티나듯 팔려나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서 미술품 경매 시장은 부진한 국제 경제 상황에도 아랑곳 않고 지속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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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니 흑목, 야자수 등 열대산 목재를 혼합해 제작한 휘귀 자마이카 테이블로 19세기에 만들어졌다. 전시상: Nadin & Macintosh.

그런 가운데에서도 골동품 (antiques)과 장식 미술품 (decorative arts)은 미술 경매 시장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미술품 분야인데, 특히 이 분야는 일시적인 미술 시장의 유행을 쫏는 구매자들이나 미술투자가들  보다는 골동 미술품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수집활동을 하는 안정된 계층의 고정 컬렉터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런던과 뉴욕 외에도 전세계 대도시마다 지사를 두고 미술품 매매 시장을 구가하고 있는 소더비 (Sotheby’s)나 크리스티 (Christie’s) 같은 간판급 미술품 경매회사들 외에도 런던의 필립스 드 퓌리 & 룩셈부르크 (Phillips de Pury & Luxembourg) , 본햄스 (Bonhams), 본햄스 앤 버터필즈 (Bonhams & Butterfields), 뉴욕의 스완 갤러리 옥셔니어 (Swann Gallery Auctioneer),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 메사츄세스의 스키너 (Skinner), 오스트리아의 도로테움 (Dorotheum), 스위스 제네바의 콜러 옥션하우스 (Koller Auction House), 그리고 영국치펜데일 (Chippendale) 등은 고미술품과 골동품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기억해 둘만한 구미권 미술 경매 시장계界의 주요 옥션 하우스 (art auction house) 이름이다. 미술품 옥션 하우스는 미술품 전문가들과 경험있는 감정사들의 감정을 거친(vetted) 후에 경매에 들어가기 때문에 작품의 진위(眞僞) 여부를 걱정할 필요 없이 진지한 미술품 컬렉팅을 하고자 하는 구매자들이 믿고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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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가니목으로 된 베르제르 팔걸이 의자. 19세기 중엽 작품. 전시상: Patrick Sandberg Antiques.

고미술품과 골동품들이 컬렉터를 만나고 제주인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는 미술품 경매 시장이 주도하는 경매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근현대 순수 미술이 거래되는 오늘날에 와서도 만들어진지 몇 백년이 된 오래된 미술품과 골동품이 전시거래되며 여러 주인들의 손을 거쳐가는 그곳은 바로 박람회이다.

미술 박람회 일정이 실린 년간 미술 달력을 훑어보자면 한해 열두달은 아주 굵직한 국제급 혹은 국가별 대표급에 상당하는 미술 박람회 행사들만 120곳이 훌쩍 넘는데 그 가운데 절반 가량 이상은 고미술품과 골동품을 취급하는 앤티크 박람회라는 사실은 적잖이 놀랍다.

박람회들도 특히 미술품 경매 문화가 일찌기 자리잡은 유럽과 미국 여러 주요 도시들에서 개최되는 박람회들은 특정 미술품을 꾸준히 찾고 있는 전문 컬렉터들과 박물관 관계자들, 골동 미술품을 좋아하고 수집하기 좋아하는 아마츄어 컬렉터들, 그리고 고미술품을 일상생활 속에서 향유하고 싶어하는 일반 관람객과 구매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품격있는 미술품 거래장이다.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고미술품과 골동품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장소라는 점에서 보면 올림피아 고미술품 박람회는 신고(新古)의 전시참여자들과 미술품들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매년 이 행사를 참여해 온 단골 전시참가자 에드워드 허스트 (Edward Hurst)가 선보인 조지 3세 양식의 높이 3미터의 마호가니목 집무용 서랍장은 이번 전시에 출품된 가구 품목중 하일라이트로 꼽혔다.

그런가 하면 리쳐드 프레데릭스 (Richard Fredericks)가 선보인 베르제르 도서관용 의자는 19세기 중엽에 토마스 치펜데일 2세가 운영하던 런던 목가구 공방에서 제작된 명품 의자이다. 마호가니목으로 제작된 이 의자는 당시 영국에서 유행하던 길로우스 가구풍과 프랑스 나폴레온 제국주의 양식을 교묘하게 혼합한 세부묘사가 특징적이라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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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풍뎅이 모양을 한 이집트 복고 양식의 은 브로치. 전시상: Borsdorf.

비록 전문가들 사이에서나 알려져 있는 미술사 뒤안길의 주인공들의 이름일지언정 회화와 조각 분야에서도 과거 유럽의 문화와 생활상을 엿볼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를 뛰어난 손재주로 묘사한 화가와 조각가들의 작품들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수한 드로잉 작품을 전문적으로 수집하여 거래하는 릴리앤 프레데릭스 (Liliane Fredericks)는 프렌치 로코코풍의 달콤하면서도 낭만적인 목가풍 여인상과 풍경이 담긴 그림을 선보였다.

한편 19세기 런던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작업했던 영국 출신의 풍경화가 시드니 리쳐드 퍼시 (Sidney Richard Percy)는 그 특유의 템즈강 물풍경으로 지금도 전세계 미술품 경매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화가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베번 파이 아트 (Bevan Fine Art)는 20세기초 독일 출신 조각가였던 길베르트 베이스 (Gilbert Bayes)의 기마상 조각품들과 독일 여류 조각가였던 크리스타 빈즐뢰 (Winsloe)의 페미니즘적 성향 강한 유겐스틸 양식의 삽화집을 판매대에 내 놓았다.

자기를 박아 넣어 만든 프랑스제 오페라 관람용 이안 망원경. 전시상: Alexandra Alfandary.
자기를 박아 넣어 만든 프랑스제 오페라 관람용 이안 망원경. 전시상: Alexandra Alfandary.

고풍스러운 가정 실내 공간을 장식하는데 관심이 많은 관람객들이 눈여겨 보는 아이템들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장신구들일 것이다. 올해에는 보즈도르프 (Borsdorf)와 리히트 & 모리슨 (Licht & Morrison)이 나란히 약속이나 한듯 아르데코 양식의 악세서리를 소개했다.

보르스도르프 딜러는 1920년대 아르데코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널리 활용되던 고대 이집트 복고주의풍으로 풍뎅이 형상을 한 은제  브로치를, 그리고 리히트 & 모리슨은 플래티넘과 금 모지에 루비와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어 제작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용 핀은 색다르면서도 우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안성마춤으로 보인다.

품목별 혹은 주제별 수집품을 좋아하는 수집애호가들은 스미스 & 로빈슨 (Smith & Robinson)이 선보인 체코식 아르데코 양식으로 디자인되어 유리와 남옥을 소재로 삼아서 손으로 직접 깍아 만든 유리병 시리즈, 롤스로이즈 엠블레을 따서 만든 술병 및 술잔 세트 일체, 그리고 자개를 박아 넣어 만든 오페라 관람용 프랑스제 망원경 등을 보고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winter_fair_odyssey_stand-cropped_sm고미술 전문가나 골동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11월 초겨울 날씨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내년 2005년에 또다시 런던 중심부 해머스미스 스트리트 가(街)를 찾아가볼 이유는 있다.

전세계 명품 가구, 티파니의 스타일시한 장신구와 악세서리, 고급 백화점들이 선사하는 테이블웨어가 더 이상 나만이 독점할 수 있는 유일한 명품이 아니라면, 숨은 역사와 사연을 담은채 세상에 복사판 없이 홀로 남아 전해지는 고미술품과 골동품에서 풍겨나오는 유일무의의 품격은 그야말로 색다른 소유의 경험이 되어 줄 것이다.

지금까지도 유럽의 수많은 골동상들이 먼지와 세월에 아득해진 골동품들을 사모으로 경매소들이 앞다투어 희귀 고미술품을 발굴하며 미술 시장으로 유입하는데 애쓰는 것도 바로 고미술품과 골동품 수집 삼매경에 푹빠져 사는 수집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본래 『오뜨 (HAUTE)』 지 2004년 12월호 아트뉴스 컬럼에 실렸던 글을 다시 게재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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