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새로운 신발 패션 선언

운동화 디자인, 주류 패션이 되기까지

Design Afoot: Athletic Shoes 1995-2000 – SFMoMA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발은 은밀한 신체의 일부분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니 구두 페티쉬란 현상이 탄생하게 된 것은 괜한 귀결이 아니었을 터이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살바토레 페라가모 (Salvatore Ferragamo)와 전 필리핀 영부인 이멜다 마르코스의 권력과 영감의 원천도 다름아닌 인간의 발을 감싸고 장식하는 구두가 아니었던가. 구두의 운동화화와 운동화의 구두화가 눈에 띄게 강조되고 있는 최근 트렌드를 상기해 볼 때 지난 몇 년간의 운동화 디자인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이하 SFMoMA)은 『Design Afoot: Athletic Shoes 1995-2000』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운동화의 트렌드를 정리해 보는 전시회를 [ 2000년] 7월 22일부터 10월 17일까지 개최한다. 이 미술관의 건축, 디자인 및 디지털 프로젝트 분야 담당 큐레이터인 아론 베츠키 (Aaron Betsky)는 프로그디자인 (frogdesign, inc)의 스티븐 스코브 홀트 (Steven Skov Holt)와 공동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 지난 5년에 걸쳐 디자인된 러닝 슈즈, 운동화, 야외 활동용 풋웨어 가운데 우수한 제품들 약 150점을 선별하여 전시에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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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끼사끼 족침 (Acupuncture) 운동화, Collection Acupuncture Clothing, 1999년.

베츠키 큐레이터가 “…급변하는 운동화 디자인과 광고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운동화 고유의 디자인이 지닌 기능과 특성을 기준으로 하여 전시 아이템을 선정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어디서부터가 운동화이고 어디서부터가 구두인가를 구분하는 일은 어느간의 체계를 요하는 작업이 되었다.

실제로 최근들어 운동화 디자인과 구두 디자인 사이의 경계는 급속하게 모호해졌고 그와 같은 추세는 대략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아디다스, 컨버스, 나이키, 오클리, 폴로, 프라다, 퓨마 등 10여 운동화 제조업체들이 패션 풋웨어와 고기능 운동화의 양대 기능을 결합시킨 실물 제품들은 볼 만하다. 그 밖에도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Karim Rachid), 터커 피마이스터 (Tucker Viemeister), IDEO 디자인 팀, 프로그디자인 팀, 그리고 프즈프록젝트 (FuseProject)의 이브 베하르 (Yves Behar) 등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커미션된 디자이너 및 디자인 회사들이 제시한 2-D 형태의 미래형 운동화 프로토타입 이미지를 전시장 벽면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어 관객의 관심을 끈다.

무엇보다도 운동화 디자인이 흥미로운 것은 디자인 오브제가 지닐 수 있는 보편성을 두루 담고 있다는 점때문이 아닐까. 일상생활 속에서 지면과 접촉해야하는 인간 신체의 유일한 부분인 발을 보호해야 할 운동화는 착용이 편안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보기에 좋아야 하고 여러 신체적 활동을 견뎌내기에 충분할만큼 견고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 운동화 업계는 앞다투어 그러한 조건을 만족시킬만한 제품 개발에 전력해 왔고, 그 가장 두르러진 결과는 신소재 및 새로운 형태 개발로 나타났다. 특히 신소재 고어텍스 (Gortex)가 인기 스포츠 소재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더불어 운동화의 품질은 그 어느때 보다 질기고 견고해 졌다. 고어텍스의 소재적 특징 덕분에 선명하고 밝은 색상과 다양한 곡선 형태의 운동화 디자인 생산도 쉬워졌다. 개성과 패션감각을 중시하는 현대 도시인들에게는 스피드, 파워, 패션적 욕구를 일쾌에 만족시키는 운동화를 탄생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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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마 모스트로(PUMA Mostro) 2000년 Collection SFMOMA, Gift of PUMA © PUMA.

지난 10여 년 동안 운동화 업계에서 기술적인 면이나 스타일적 면에서의 혁신적 주도자는 역시 나이키였다. 테니스 코트와 육상 코트 선수들의 기록 갱신에 한층 속도를 가한 나이키는 운동화에 첨단 응용과학을 도입한 최초의 브랜드였음을 물론 울퉁불퉁하고 기이한 인체공학적 형태와 공기주머니를 기능이라는 이름아래 장식으로 도입한 주인공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독일의 아디다스가 나이키의 아성에 도전하는 하이테크 운동화 개발 생산에 주력하고 있고, 뉴밸런스 (New Balance)는 나이키의 과장적 표현성에 대한 응대로서 원리주의적 스타일을 고수해 오고 있다. 한편 토미 힐피거 (Tommy Hilfiger)와 랄프 로렌 (Ralph Lauren)은 패션이 우선된 하이패션 디자인 슈즈에 운동화적 요소를 한껏 활용한다. 매 시즌 새로운 유행의 도래에 따라 변신하는 운동화 디자인은 첨단 컴퓨터 에이디드 디자인 기술에 힘입어 훨씬 다양하고 기능적인 혁신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 장소: 샌프란시스코 근대 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전시 기간: 2000년 7월 22일-10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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