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소장에서 디자인 작품 소장의 시대로

COLLECTING DESIGN

구미 선진국에서는 디자인 소장 붐 (boom)이 번지기 시작하면서 유명 디자인 제품의 가격 인상을 부추겨 투자적 소장가치를 높이고 있다. 지난 4-5년 동안 뜨겁게 달아 올랐던 미술품 컬렉팅이 점차 차분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테이스트메이커들은 디자인 컬렉팅으로 관심을 전환하고 있다.

디자인은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아이콘? 아니면 값진 투자 소장품?
디자인이란 용어는 20세기 이후 대량생산체제가 등장한 이래, 순수 미술 (fine art)에 대한 상이한 개념으로서 분류되어 온 전시대의 공예 (crafts) 혹은 장식 미술 (decorative arts)에 대한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디자인은 미술관이나 미술 전문 저널에서는 흔히’ 20세기 장식 미술’이라는 별칭으로도 구분되고 있기도 하다. 디자인이 미술 작품적 가치는 지닌 소장품으로 소비자 및 미술 애호가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지금으로부터 15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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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주방 디자인 용품 쥬시 살리프 레몬즙 짜기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디자인 아이콘. Photo: Alessi.

디자인은 부와 취향의 상징?
필자가 듣기론 벌써 80년대부터 서구 유럽에서는 스타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제품들을 거실 공간이나 주방에 장식해 놓고 스스로를 첨단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는 신세대임을 과시하는 젊은세대 전문직 여피들에 대한 이야기에 접하곤 했다.

프랑스의 스타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세련된 의자 아이템들이나 거미모양의 주방용 레몬즙 짜기 (쥬시 살리프, Juicy salif), 혹은 이탈리아의 감성 디자인 업체인 알레씨가 유명 디자이너들을 초청해 디자인 생산한 깜찍스런 주방용품 시리즈들은 바로 그같은 소위 ‚디자인에 관심많은 (design-conscious)’ 소비자들이라면 적어도 한 두점씩 사들였던 디자인 아이콘들에 속한다.

그같은 소비자들이 호스트가 되어 초대한 파티에서는 의례 새로이 각광받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제품이나 관련 관심사들이 대화의 화제거리로 떠오른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예컨대 필자가 최근 본 영화 가운데 제니퍼 제이슨 리가 제작하고 연기한 『결혼기념일 파티 (The Anniversary Party)』에서도 그런 유사한 장면이 등장한다). 또, 어떤 호스트는 요즘 가장 분위기와 디자인 감각이 독특하여 유행을 끄는 레스토랑에서 파티를 열어 자신의 ‚고상한’ 취미를 과시해 보이기도 한다.

디자인 갤러리와 딜러 호황
지난 한두해 동안, 디자인하면, 고가구 및 골동품점이 주를 이루던 빈에서는 뒤늦게나마 빈 응용미술대학 미술관 뮤지움 숍 (MAK Design Shop)을 비롯해서 개인이 운영하는 전문 디자인 숍 (혹은 상업적 딜러, Engelhorn21이나 designfunktion 등))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뉴욕이나 프랑스처럼 미술 및 디자인 관련 산업이 월등히 활발한 도시에서는 이미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수의 디자인 전문 숍 및 딜러들이 우후죽순 등장하여 미술 시장에 활기를 던져주고 있다고 한다.

뉴욕의 부유층들이 모여사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 구역에만도 배리 프리드만, 미켈 사코, 라르캉센느, 데로렌쪼, 루이스 보퍼딩, 리즈 오브라이언, 메종 제라르 등과 같은 고가 디자인 제품 딜러들이 자리잡은지 오래고, 뉴욕 다운타운에 자리한 트라이베카, 소호, 노호 구역 등에서도 보다 작은 규모의 신생 디자인 딜러들이 앞다투어 등장하는 것만봐도 알 수 있다.

파리에서는 쟈크 드 보, 도리아, 바테예, 캬마르, 타쟝, 크레오 등이 특히 손꼽히는 디자인 딜러들로 알려져 있어, 제 각각 다른 시대의 장식 미술품 및 디자인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디자인은 미술작품에 비해 저렴하고 덜 난해한 고가 사치품으로서 일반인들의 취향을 적절히 만족시켜 주기에 적합한 대상인 때문이기도 할 게다.

게다가 최근 전세계적 경제 침체에 따른 미술 시장에서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 등과 같은 유명 미술 경매소들은 20세기 디자인 제품들을 경매에 부치는 것으로 매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도 디자인 제품을 구하기란 어렵지 않다. 한창 닷컴붐과 인터넷 상거래가 호황을 누리던 90년대말부터, 미국의 온라인 경매장인 이베이(e-bay.com)가 제법 값나가는 미술품에서 값싼 개인용품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경매에 부쳐 판매해 오고 있는데, 여기서도 디자인 아이템들은 역시 소비자들이 크게 관심을 모으는 아이템들로 자리잡았다.

디자인 컬렉터들은 누구?
그렇다면 이들 디자인 제품들 사모으기에 혈안을 한 주인공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디자인 제품에 관심을 갖고 있을까? 프랑스 혹은 이탈리아제 고가 패션 감각을 추구하며 디자인에 관심이 높은 중상층의 젊은 전문직업인들이 그런 컬렉터들의 대수를 이룬다. 그리고 그들이 주로 관심을 갖고 구입하려는 아이템들은 인테리어 장식과 관련된 가구 및 장식 용품들이 주를 이룬다.

그같은 유행은 헐리우드 스타 배우들 사이에서도 널리 번진지 오래여서 마돈나, 브래드 피트, 레니 크레비츠 등이 바로 그같은 야심찬 디자인 컬렉터로 떠 오르고 있다고 알려지며, 그같은 고객들을 상대하는 각종 오피스 공간이나 병원등에는 고가의 유명 디자이너 의자며 테이블들로 즐비하게 장식되어 있곤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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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아라드가 디자인하여 2006년에 생산판매되기 시작한 최근작품 블로 보이드 의자 시리즈 한정판으로 소량 생산되어 고급 디자인숍에서 판매되고 있다. Photo: Design Miami Basel.

전문 미술 컬렉터라기 보다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일반 소비자들이 한때 잡지나 도록에서 본 적이 유명 디자이너의 의자나 램프 혹은 테이블웨어를 직접 사서 스스로의 가정에 들여 놓고 싶어하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듯 하다.

디자인 제품은 원본 1점만이 존재하는 순수 미술작품과 달리 복수로 생산되므로 수량 공급면에서 일반소비자들에게 구입 가능성이 더 열려 있는 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덕분에 최근 디자인 작품 가격은 터무니없이 인상된 인프레이션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예컨대 과거 약 20여년전만해서 우리돈 100만원 이하에 구입할 수 있었던 20세기 유명 디자이너作 가구 디자인 아이템들은 디자이너의 생사 여부와 생산된 수량에 따라 현재 그의 50배인 5천만원대 안팎을 호가하는 정도이다.

제품 가격 인플레이션 현상은 20세기말 제작된 작품들로 이어져서, 몇 년전만해도 소비자들은 1920년대 전후의 아르데코 컬렉션 붐을 일으켰으나, 얼마전부터는 30-40년대의 스칸디나비아의 유기적 기능주의 계열의 작품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아주 최근에는 다시 50-60년대의 미국적 기능주의 계열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스탁, 멘디니, 솟사스 같은 80년대의 스타 디자이너들의 제품들(이미 상당히 비싸져 버린 상태이지만 유명 딜러들은 적어도 한두점씩 취급하고 있다) 외에도, 90년대의 디자인 아이콘 론 아라드와 마크 뉴슨같은 신세대 디자이너들의 제품들을 지금부터 하나둘 사모으기 시작한다면 그들 또한 얼마안가 수십배의 소장가치로 껑충 뛸 것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일반인들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소장욕구 증대는 지난 한두해 다수 집중적으로 열린 대규모 미술관들의 디자인 전시회들과 언론의 부추김이 적잖이 작용했다고 보인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는 1999년도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20세기 디자인 예술을 4시기로 구분하여 시대별 디자인 양식을 조망하는 『한 세기의 디자인(A Century of Design) 4부작』 展과 『미국 디자인』 展 (2000년 봄 여름 전시)을 기획 전시해 왔고, 뉴욕 모마 (MoMA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의 디자인 전시와 쿠퍼휴잇 디자인 박물관의 디자인 트리에날레 (Cooper-Hewitt National Design Museum, 2000년 봄여름) 및 각종 기획 전시를 부쳐 경쟁하고 있다. 그같은 추세는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미국 동서부 대도시 말고도 그보다 중부 지역에서도 디자인관련 전시회들이 줄지어 열리고 있다. 그같은 예 가운데 하나로, 현재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전시로는 오하이오주의 웩스너 미술 센터와 콜로라도의 덴버 미술관에서 열리는 『1975-200년 동안의 미국 디자인』이라는 전시로 평상시 미술관을 멀리하던 관객들을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2000년 3월에 『타임』誌는 그래서 그같은 미술관 전시 트렌드와 더불어 미국의 경제적 풍요에 따른 대중의 미에 대한 감수성 증대라고 평가하는 – 다소 심플하고 깊이감 떨어지는 – 특집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제 구미의 웬만한 신문 문화면을 뒤적이다보면 미술관 전시 계획표에는 디자인 전시회가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다가, 지금 한창 줏가를 올리고 있는 스타 디자이너나 건축가들은 언론이나 대중들 사이에서 마치 인기 연예인과 다름없는 인기등락과 유명세를 누리곤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요즘의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은 연예인 다음으로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장래 희망이라고 대답한다고 하지 않던가.

* 이 글은 본래 2002년3월 5일자 『디자인 정글』에 실렸던 글을 다시 게제하는 것이므로 글 내용의 일부는 최신 정보가 아닐 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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