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March 2015

좁은 세상 높은 집

HIGHRISE AS AN URBAN SOLUTION

지구는 나날이 좁아지고 있다. 2011년 3월 미국 인구조사국(United States Census Bureau)는 지구 총 인구수 70억을 넘어섰다고 보고했고, 2014년 3월 현재 73억명, 그리고 이 추세로 나가면 지금부터 35년 후인 2050년 세계인구는 96억에 이를 것이라고 UN은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화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활발한 경제성장과 활동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BRICS국들과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은 앞으로 더 왕성한 인구증가는 물론이려니와 일자리와 더 나은 미래를 찾아 도시로 도시로 올라오는 인구는 더 늘어나 지금보다도 한층 더 가속화・심화될 도시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 한다.

중국 청두 시의 래플스 시티 의 신 주거 및 상업 공간 슬라스드 포로시티 블록 (Sliced Porosity Block, Chengdu, China)는 다가올 미래 새로운 개념의 공동체 주거 개념을 시도한다고 선언한다. Photos courtesy: The International Highrise Award & DAM, Frankfurt.

중국 쳉두 시 래플스 시티 의 신 주거 및 상업 공간 슬라스드 포로시티 블록 (Sliced Porosity Block, Chengdu, China)는 다가올 미래 새로운 개념의 공동체 주거 개념을 시도한다고 선언한다. Photos courtesy: The International Highrise Award & DAM, Frankfurt.

결혼율과 아기 출산율이 자꾸만 낮아지는 현재 한국의 출산율 추세와는 반대로, 유엔 경제사회국(UN/DESA)은 2014년 10월 출간한 세계 도시인구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2014년말 현재 전세계 인구의 54%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다가올 2050년에는 더 늘어 전세계 인구중 66%가 도시로 몰려들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미래에 전세계 도시들은 지금보다 25만명 더 많은 인구를 도시권으로 수용∙소화하게 될 것이란 의미다.

서스테너블한 도시를 구축하고 관리하는데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유엔 경제사회국은 바로 이 쟁점을 미래 인류가 당면하고 해결해야할 난제라고 이렇게 규명했다. 인구가 많아지면 자연히 도시 환경은 보다 많은 거주용 주택을 필요로 하며 온갖 인간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각종 인프라구조 – 도로, 대중교통, 에너지 공급 시설, 상하수도 시설, 쓰레기 처리 시설, 일자리 – 가 마련되지 않으면 도시는 무질서, 범죄, 질병 같은 아노미의 도가니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다고 하늘 높은줄 모르고 높은 하이라이즈 빌딩을 지어대는 것이 과연 도시 인구증가에 대한 해법일까? 부동산 산업과 건설업자들의 이해는 제일 좋은 가격에 빈 아파트를 새 임자에게 념겨 파는 것일뿐이다. 해서 손바닥 만한 자투라기 땅 한조각도 갚비싼 뉴욕이나 런던에서는 거주용 수퍼 스키니 럭셔리 마천루가 곳곳이 세워져 도시 풍경을 급속하게 바꿔놓고 있으며, 기타 구미권의 대도시들과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 인도, 아시아 산유국들의 도시 풍경은 무더기로 지어지는 고층 주거용 아파트와 사무실 빌딩들로 하루가 멀다하고 고층화∙현대화를 계속하고 있다.

고층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혁신, 서스테너빌리티, 비용절감 문제를 두루 해결했다고 평가 받은 호주 시드니의 원 세트럴 크 (One Central Park) 고층 건물 설계는 2014년 국제 하이라이즈 건축 공모전에서 본선에올랐다. Courtesy: International Highrise Award 2014 & DAM Franfkurt.

고층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혁신, 서스테너빌리티, 비용절감 문제를 두루 해결했다고 평가 받은 호주 시드니의 원 세트럴 파크 (One Central Park) 고층 건물 설계안은  2014년 국제 하이라이즈 건축 공모전 본선에 올랐다. Courtesy: International Highrise Award 2014 & DAM Franfkurt.

콘크리트 정글 속 늘어만 가는 인구가 쾌적하고 조화롭게 공존해 나갈 수 있는 도시 환경 악화와 오염이 심화되어가는 가운데 ‘도시 경영의 새 도전의 시대’를 맞고 있는 21세기, 창조도시론, 스마트 성장에 따른 스마트 도시(Smart City) 건설,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조라는 구호 아래 오늘날 현대인들은 오랜 세월 주민들이 모여살며 구축해 놓은 유기적인 공동체와 동네가 사라진 자리에 초호화 신개발 아파트와 콘도미니엄이 들어서 기존 삶의 터전과 지역생태계를 무자비하게 파괴해 나가는 모양을 무기력하게 목격하고 있다.

급속하게 늘어나는 많은 도시 인구를 정해진 도시 공간 안에 수용해야만 하는 사회적 요구에 처해 있는 현대 도시들은 인간본능과 자연적 순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택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고층 건물 속에서 잠자리와 일터를 찾는다. 도시화와 인구고밀도화에 대한 급격한 해결책으로서 고층 미래형 건물의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도시로 도시로 몰려온 인구 증가를 겪었던 일본서는 일찍이 1960년대부터 나카긴 캡슐 타워같은 같은 전위적인 아파트 건축이 등장해 한정된 공간 속에서 가능한한 많은 수의 주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동형 주택으로서 대안을 제안했었다. 구미권에서도 도시화에 따른 인구증가와 주택부족 문제에 대응하고자 했는데 예컨대 캐나다 퀘벡에 있는 해비탯 67(Habitat 67) 아파트 단지가 1967년도에 소개되었다. 오스트리아의 이단적 건축가이자 최초의 생태건축의 옹호자였던 훈더트바써가 1960-70년대 소개한 환경주의 건축도 거침없는 경제성장과 소비주의에 제동을 걸고 인간과 자연의 순리에 대해 재고하라 촉구해 오늘날 생태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하는 현대 건축가들의 영감이 되고 있다.

De Rotterdam (Rotterdam, Netherlands) takes its orientation from the idea of a “vertical city” whose manifold functions appear to be visibly stacked. This 151.3-meter highrise complex

렘 콜하스가 운영하는 OMA 건축사무소가 설계한 드 로텔담 고층 건물(De Rotterdam, Rotterdam, Netherlands)은 좁은 땅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이른바 ‘수직 도시론(vertical city)”에 따라 디자인된 총 44층 높이 151.3 미터 주상복합 건물이다. Courtesy: International Highrise Award 2014 & DAM Franfkurt.

유럽의 신개념 아파트 및 공동주택 현재까지 유럽에서 지어져서 입주활용되고 있는 신개념의 공동주택 및 아파트들은 주로 스칸디나비아권 북구 유럽과 첨단건축 프로젝트를 일찍부터 해 온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신구의 조화 격으로, 폐기된 19세기식 가스저장탱크를 현대식 아파트와 상업 및 문화공간으로 개조한 가조메터 시티 아파트 단지가 2002년에 완공되어 분양된 바 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서도 속속 머지않은 몇 해 안에 그와 유사한 개념의 고건물 재활용 컨셉의 현대식 신 공동 거주 주택 개발사업이 더 활발해질 것이다.

예컨대 런던 트리니티 보이 워프 부둣가의 화물용 컨테이너를 주거공간으로 개조한 USM 설계의 컨테이너 시티 1 아파트는 그런 예다. 육지가 바다 높이보다 낮은 땅에 살며 물과 싸워온 네덜란드인들은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시킨 건축기술을 개발해왔다. 특히 세계최초의 수상 부유 아파트로 불리는 사이타델 플로팅 아파트(Citadel Floating Apartment)는 바다 경관을 부가가치 요소로 한껏 활용해 멋진 수경을 갖춘 고급 럭셔리 주거건물로 재탄생시킨 사례다.

2014년 국제 하이라이즈 건물 공모에서 최우수 상을 탄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 밀라노) 거주용 고층 아파트 컨셉은 도시 면적이 한정되어 있어 지가가 비싸고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대도시 환경에서도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친자연주의 고층건물이라 평가받았다.

Bosco Vertikale (Milan, Italy): As the jury puts it, these “forested highrises” are an impressive example of a symbiosis between architecture and nature. The greened residential highrises are based on simple rectangular layouts and, with 19 or 27 stories (80 meters and 112 meters), of varying heights. Every one of the 113 apartment

이탈리아 밀라노에 건축된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kale) 고층 주거용 건물은 “숲 같은 고층건물(forested highrise)로 건축과 자연이 공생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각 건물 마다 19층에서 27층(80-112 미터) 층구간은 입주자가 원하면 변형 건설 가능하며 매 아파트 건물 마다 113개 가구가 입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Courtesy: International Highrise Award 2014 & DAM Franfkurt.

자연을 이웃한 미래형 실험주택들 특히 미래 시대 공동주택에서 주목될 키워드는 1) 신소재 신자재를 활용한 독특하고 개성적인 대담한 외형 디자인, 2) 버티컬 빌딩 – 최소한의 땅 면적에 최대한의 가구를 집약시킬 수 있는 세로형 고층 주거아파트, 3) 환경친화성 – 그린에너지 활용, 대기나 바닷물을 생활용수로 활용하여 대기공해와 자원절약을 꾀하는 환경친화적/서스테너블 기술을 더 많이 응용, 4) 공동체 공간 – 미래 디스토피아적이 될 외부세상으로부터 거주자들의 안전과 사생활을 보호해 주는 안식처 혹은 보호처로서의 집이나 공동주택 및 아파트들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 건물내 정원을 가꾸고, 옥상농장을 만들어 직접 먹거리를 키우며, 같은 공동주택이나 아파트 단지에 사는 거주민들이 함께 모여 사교/교육/여가활동을 나누는 커뮤니티 레져공간과 소비활동을 할 수 있는 상업공간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또 5) 주택과 가전의 스마트화 – 앞으로 가정 마다 더 보편화될 가전제품-개인용스마트용품 간 기술이 미래형 실험주택에 더 적극적으로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 이 글은 「삼성래미안 정전 부산」 사보에 실렸던 글을 다시 게재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궁중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즈

VELÁZQUEZ IN VIENNA

작년 2014년 10월 말 비엔나의 미술사박물관에서는 바로크 시대 스페인 궁중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즈 전을 열어 스페인 합스부르크 황실가 가족들의 모습을 초상화로 다시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회를 열었다. 오늘날 대중 미술사 서적 마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던 화가 겸 거장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디에고 벨라스케즈. 19세기말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가 벨라스케즈를 가리켜 ‘화가중의 화가(painter of painters)’라며 프랑스 인상주의의 선구자라 불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재조명 받기 전까지 실은 서양 미술사에서 오래 잊혀져 있던 유럽 역사 속 궁중화가중 일인에 불과했다.

Workshop of Diego Velázquez 『King Philip IV of Spain』 c. 1653–1656/59, Oil on canvas, 47 x 37,5 cm © Vienna, Kunsthistorisches Museum

디에고 벨라스케즈 아텔리에에서 화가와 조수들이 합작해 완성한 펠리페 4세의 초상. Workshop of Diego Velázquez 『King Philip IV of Spain』 c. 1653–1656/59, Oil on canvas, 47 x 37,5 cm © Vienna, Kunsthistorisches Museum

20세기 근대주의 대두 이전까지 절대주의 귀족주의가 지배하던 유럽에서 미술을 포함해 각족 공예, 음악, 문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창조 예술 분야에서 먹고 살아야 했던 재능있는 예술가들 사이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귀족집안, 왕가, 황실, 교회에 전속돼 권력자를 섬기며 작업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영예스럽고 안정된 생계 수단이었다.

천재 르네상스 예술가들이 서로 경쟁하며 메디치 가문의 건축가, 화가, 조각가로 활동했고, 모차르트가 고향 잘츠부르크를 떠나 비엔나로 올라와 합스부르크 황실 음악가가 되길 그토록 갈망했던 것도 바로 그래서였다. 유럽이 배출한 걸출한 천재 예술가들은 소명적으로는 신이 내려준 재능을 한껏 발휘해 천상의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이 구현된 예술작품을 창조하는데 혼신을 바친 위대한 창조가들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던 생활인이었기 때문이다.

디에고 벨라스케즈(Diego Rodriguez de Silva y Velázquez, 1599-1660)는 스페인 남부 도시 세비야에서 태어났다. 스페인 태생이나 포르투갈에서 이민온 유태인계 포르투갈 부모 밑에서 카톨릭 교회 세례를 받았으며 소귀족 출신이었던 이유로 해서 벨라스케즈는 당시 스페인을 한바탕 공포로 휘몰아 넣었던 스페인 종교 재판으로부터 수난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유복한 환경에서 일찍이 갓 열 살이 넘은 나이로 철학책을 보고 화가 프란치스코 파체코(Pacheco) 수하에서 그림그리기를 공부하며 화가 수련을 받기 시작했다.

Diego Velázquez 『The Waterseller』 c. 1622, Oil on canvas, 107,7 x 83,3 cm © London, Apsley House, The Wellington Collection English Heritage

벨라스케즈의 초기 작품 『물장수』는 허름한 연인숙, 주점, 주방 풍경을 묘사한 보데고네스 장르의 그림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당시 로마에서 활동하던 바로크 시대 화가 카라바죠의 영향이 엿보인다. Diego Velázquez 『The Waterseller』 c. 1622, Oil on canvas, 107,7 x 83,3 cm © London, Apsley House, The Wellington Collection English Heritage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이라 했듯, 스승 프랑치스코 파체코 보다 그림그리는 재능이 한층 특출났던 갓 스무살 넘긴 젊은 벨라스케즈는 스승의 딸 후아나와 결혼하자 마자 그 연줄로 수도 마드리드에 있는 산티아고 교회를 거쳐 곧바로 마드리드 합스부르크 궁중으로 그 이름이 알려졌다. 때는 마침 1922년 겨울, 합스부르크 왕가 필리페 3세와 4세가 가장 아꼈다던 왕실전속화가 로드리고 데 빌란드란도가 세상을 떠서 그 자리를 메꿀 새 궁중화가 물색작업이 한창이던 시기. 절묘한 시운과 스승이자 장인 파체코의 연줄의 축복을 한껏 받고 24세의 디에고 벨라스케즈는 초봉 50 두카트(오늘날로 환산하면 약 200-250 만원) 받는 궁중전속화가로 전격 발탁된 이후 예순살로 세상을 뜰 때까지 40년 넘게 마드리드 합스부르크 왕실에서 궁중화가로 한평생을 봉사했다.

모든 궁중화가의 최우선 임무는 두 말 할 것 없이 왕과 왕가 가족과 친지들의 공식 초상화를 그리는 일이다. 요즘과 달리 장거리 여행을 자주하기 어렵던 과거, 스페인 마드리드와 오스트리아 비엔나 두 곳에서 2중 왕실을 거느렸었던 신성로마제국 합스부르크 황실은 멀리 떨어져 있던 유럽의 두 수도 사이 가문 친지들의 모습을 수시로 초상화로 그려서 주고받는 것으로써 안부를 확인했고 차후 서로 결혼하게 될 어린 새 후손들의 모습을 미리 확인했다. 오늘날 벨라스케즈의 명작 알려져 있는 작품들 다수는 마드리드의 합스부르크 왕실 가족 초상화이고 그러하다보니 그의 대표작 다수는 스페인의 프라도 국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Diego Velázquez 『Infante Baltasar Carlos with a Dwarf』 1631–1632, Oil on canvas, 128 x 101,9 cm © Boston, Museum of Fine Arts

펠리페 4세 왕과 이자벨 여왕 사이서 태어난 2살박이 발타자르 카를로스 왕자와 난장이 궁정광대가 있는 2인 초상화. 펠리페 4세는 이 귀한 아들 초상화를 벨라스케즈에게 특별히 맡겨 그렸는데 베네치아파 르네상스의 거장 화가 티치아노의 색감과 구도에서 영향받은 흔적이 뚜렸하다. Diego Velázquez 『Infante Baltasar Carlos with a Dwarf』 1631–1632, Oil on canvas, 128 x 101,9 cm © Boston, Museum of Fine Arts

지금도 비엔나 국립 미술사박물관에 남아있는 벨라스케즈의 합스부르크 왕가 초상화 작품들은 마드리드 왕실에서 선물로 보내왔던 가족 초상화들이다. 벨라스케즈를 궁중화가로 간택한 스페인의 펠리페 4세의 50대 초엽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를 비롯해서, 발타사르 카를로스 왕자의 초상, 오늘날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펠리페 4세 왕의 딸 인판타 마가리타 공주의 성장과정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초상화 연작들중 네 편을 통해서 벨라스케즈는 왕실 내 신하들간의 권모술수, 30년 전쟁과 경쟁 권력들로부터의 도전과 위헙, 병약하던 어린 왕자와 공주들의 건강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호사롭게 잘 다듬어지고 차밍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모습으로 왕가 일가족과 친지들을 그려냈다.

하지만 벨라스케스가 찬연하고 말끔하게 그려낸 당시 합스부르크 가문 초상화들의 이면엔 이 가문에 드리워질 암울한 미래가 감쪽같이 감춰져 있다. 벨라스케즈의 고용자 겸 후원자이던 펠리페 4세는 실은 스페인 왕국 최후의 왕이된 비운의 인물이었다. 포르투갈이 스페인 영토에서 분리독립해 나가고,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가 저마다 세력을 키워가자 한때 유럽의 주도 세력이던 스페인 왕국은 점차 군사적, 외교적, 문화적 권력 무대에서 종결을 순간을 맞고 있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마드리드 합스부르크 가문은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후계자 생산에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는 권력 분산을 막고 권력을 통제하기 위해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6백 여년 집권기 동안 가족친인척끼리만 결혼하는 근친혼인을 고집한 끝에 발생된 유전질환과 건강적 장애가 그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엄격한 위계체제와 근엄한 분위기라 내리누르는 궁정에서 해소 역할을 했던 궁정 광대. 벨라스케즈의 눈에 비친 광대란 실없음, 어리석음, 광기를 뜻했던 것으로 보인다. Diego Velázquez 『The Buffoon Juan de Calabazas (Calabacillas)』 c. 1638, Oil on canvas, 106 x 83 cm © Madrid, Museo Nacional del Prado

엄격한 위계체제와 지나치게 경직된 분위기가 내리누르는 궁정에서 긴장 해소 역할을 담당했던 궁정 광대. 벨라스케즈의 눈에 비친 광대란 실없음, 어리석음, 광기를 뜻했던 것으로 보인다. Diego Velázquez 『The Buffoon Juan de Calabazas (Calabacillas)』 c. 1638, Oil on canvas, 106 x 83 cm © Madrid, Museo Nacional del Prado

마드리드 합스부르크 왕실 최후의 왕 펠리페 4세가 왕권 후계자 생산을 간절히 기다리며 새로 태어난 왕자와 공주들을 비엔나 합스부르크 왕실로 혼인시켜 대권을 유지하려고 얼마나 안간힘을 썼던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펠리페 4세와 첫 아내 이자벨 여왕과 오랜 노력 끝에 탄생한 첫아들 발타자르 카를로스는 안타깝게도 16살 나던 해에 갑작스럽게 죽었는데, 열 살 난 어린 소년의 발타자르 카를로스 초상화와 펠리페 4세가 간절히 기대했던 왕권후계자 아기 펠리페 프로스페로의 초상화는 비엔나 합스부르크 왕실에 보내 결혼을 제안하기 위해 특별히 벨라스케스의 손으로 그려졌다.

발타자르 카를로스의 누이이자 첫 딸 마리아 테레사는 프랑스의 루이 14세와 결혼시키는 것으로서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의 갈등을 잠재웠다. 펠리페 4세의 둘째 부인 마리아나 여왕과 낳은 인판타 마가리타의 2세, 5세, 8세 때의 초상화들은 장차 레오폴트 1세 황제가 될 비엔나 합스부르크 황태자에게 일찍부터 결혼을 제안하기 위해 보낸 맞선용 초상화였다.

번뜩이는 독창성과 독특한 스타일이 폭발했던 17세기 유럽문화 황금기 바로크 시대, 궁중화가 벨라스케즈는 과연 회화를 재정의한 거장 화가의 대열에 설 만한가? 비슷한 시기 로마에서 활동한 카라바죠의 격정과 파격적인 시각, 스페인 출신의 바로크 거장 주르바란의 강렬한 영혼성, 인간조건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표현한 네덜란드의 렘브란트의 깊이와 승화력, 베르메르의 고요하고 잠잠하되 애상적 시적 감성은 벨라스케즈의 회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허나 초기 시절 그가 즐겨 그렸던 ‘보데고네스(bodegones)’ 혹은 주방 정물화 그림들 중에서 『물장수(Waterseller)』 에 나타난 대담한 화면 구도라든가 유럽 미술사상 가장 아름다운 뒷모습 여성 누드라 불리는 『화장하는 비너스(일명 로커비 비너스)』 같은 작품은 마네 같은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새로운 화면구성법을 구축하는데 영감을 주었을 만하다. 그런가하면 20세기 영국서 프란시스 베이컨은 벨라스케즈의 초상화 속 숨막히는 격식을 표현주의로 재해석해 초상 속 모델들을 해방시켰다.

Diego Velázquez 『Infanta margarIta』 (1651–1673) In a WhIte dress, c. 1656. Vienna, Kunsthistorisches Museum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다섯살난 마가리타 공주. 이 초상화는 비엔나 합스부르크 황실에 사시는 할아버지 페르디난트 3세 황제께서 보시라고 보내진 손녀 초상화였다. 거울에 반사되어 반대방향으로 서 있는 이 모습은 『시녀들』 그림에 재활용되었다. Diego Velázquez 『Infanta MargarIta』 (1651–1673) In a WhIte dress, c. 1656. Vienna, Kunsthistorisches Museum

궁중화가 벨라스케즈의 평생 목표는 왕실 위계 속에서 승진을 거듭하여 작위를 받고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이었다. 그는 유독이 베네치아파 르네상스 화가 티치아노를 깊이 흠모했는데 특히 티치아노가 평생공로를 인정받아 신성로마제국 황제 겸 스페인 왕 카를 5세로부터 작위 수여받은 것을 부러워했다. 실제로 벨라스케즈는 세상을 뜨기 1년 전인 1659년 필립 4세로부터 기사작위를 받았고, 그 흔적은 그 유명한 그림 『시녀들(Las Meninas)』(프라도 박물관 소장)에 빼곡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화가 자신의 자화상에 빨강색 십자가로 기록되어 있다.

미셸 푸코의 책 『사물의 질서(Les Mots et Les Choses)』(1966년) 서론의 상세한 분석대상이 된 이래 무수한 학자들 사이의 논쟁의 주제가 된 그림 『시녀들』은 궁중화가로서 성취감에 찬 디에고 벨라스케즈의 자족한 자아를 한 폭의 그림으로 옮겨놓은 자랑스런 최종 이력서였다. 커리어리스트 디에고 벨라스케즈는 더도덜도 아닌 궁중 화가였고, 그의 그림은 오로지 그의 후원자 만을 위한 것이었다. 《벨라스케즈》 전은 비엔나 미술사박물관에서 2014년 10월28일부터 2015년 2월15일까지 열린다. Images courtesy: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40살 헬로 키티

HELLO KITTY! Still Cute at 40

귀여운 것에 살고 귀여운 것에 죽는 일본 대중문화 속 ‘가와이’ 열풍의 대명사 헬로 키티가 2014년 탄생한지 40주년을 맞았다. 흰색 털을 갖고 태어나 본명 키티 화이트로 고양이 인생을 시작한 헬로 키티는 지난 40년 산리오(Sanrio) 사에 소속되어 활발한 귀염둥이 활동을 해 오면서 2014년 말 현재 연간 7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전세계 캐릭터 업계의 초특급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Hello Kitty Vintage Phone, 1976 Photo Credit: Japanese American National Museum

Hello Kitty Vintage Phone, 1976 Photo Credit: Japanese American National Museum

헬로 키티의 가상 탄생설화에 따르면, 헬로 키티는 1974년 11월1일, 영국 런던 교외에서 키는 사과 다섯개를 나란히 올려놓은 높이, 체중은 사과 세 알 무게 정도를 갖고 세상에 태어난 일개 이름없는 흰색 새끼 암코양이. 헬로 키티는 아직 어린 새끼 고양이니 만큼 우유병과 금붕어 어항과 함께 앉아있는 포즈로 동전지갑 겉모델로서 처음 데뷔했다.

이 똘똘하고 참한 어린 고양이는 영어와 음악과 미술을 좋아하며 취미로 쿠키를 굽기 좋아하고 엄마 고양이가 만들어준 사과파이를 잘 먹는 어느모로 보나 귀엽고 탐낼 만한 새끼 고양이이자 전형적인 미래 현모양처가 될 성격을 타고 났다. 어린시절 동네 친구인 디어 다니엘은 아마도 훗날 키티 화이트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될지도 모르는 배우자 후보감 숫놈 새끼 고양이다.

Brandi Milne, Eat Cakes, You Kitty, 2014, Acrylic on Wood

Brandi Milne, Eat Cakes, You Kitty, 2014, Acrylic on Wood

인간은 생명이 있든 없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애착이 큰 대상에게 자신의 감정을 삽입해 인간성을 부여하고 독특한 성격을 가진 존재로 상상하고 싶어하는 환타지 성향을 지녔다고 한다. 특히 인간은 인간이 아닌 애정과 애착의 대상을 ‘의인화 또는 인격화(anthropomorphism)’ 하여 허구적 상상 인물의 성격을 애틋하게 여기는 애완동물이나 장난감 속으로 투영시킨다. 전세계 미키 마우스 팬들에게 인간처럼 생각하고 인간처럼 행동하여 마치 친한 친구 같은 미키 마우스가 인간의 형상을 하지는 않았지만 생쥐 이상의 인격적인 존재로 떠오를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그 의인화 수법이었듯 말이다.

불혹의 나이가 되도록 너무 바쁘게 활동하느라 결혼도 아직 못한 헬로 키티이지만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는 사교적 성격을 한껏 활용해 2008년에는 유니세프 세계 어린이 친구 특사로 임명되었을 만큼 성공한 커리어 우먼[고양이]의 가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 가와이 문화를 정치외교 분야로까지 활용하는 일본 기업의 수완은 감성마케팅의 고수임을 넘어서 일면 초현실적이기까지 하다.

Simone Legno for tokidoki, Kittypatra, 2014, Sculpture

Simone Legno for tokidoki, Kittypatra, 2014, Sculpture

보다 앞서 1955년에 네덜란드서 탄생한 고양이 캐릭터 미피(Miffy), 그보다 더 일찍이 1945년에 벨기에 만화가가 새끼고양이로부터 본따 만든 캐릭터 머스티(Musti)의 창조자들은 헬로 키티가 그들이 앞선 디자인한 캐릭터의 모방이라며 뾰로통해 한다. 오늘날 헬로 키티 캐릭터는 젊은 미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대중문화 아이콘을 넘어서 현대미술의 모티프로 급부상하며 헬로 키티가 유럽의 선배 고양이 캐릭터의 카피라는 비판을 털어내는데 한창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미국에 있는 일본미국 국립미술관(Japanese American National Museum, 이하 JANM)에서는 팝 아이콘 헬로 키티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현대미술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귀여운 헬로 키티의 세상으로의 탐험(Hello! Exploring the Supercute World of Hello Kitty)』전을 2014년 10월11일 개장해 2015년 4월26일까지 연다. Images courtesy: Japanese American National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