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February 2015

모든 것은 안쪽에 있습니다.

『Seven Billion Light Years』 is on view through April 25th, 2015 at Hauser & Wirth, New York.

인도 서민들이 사는 동네와 골목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자전거와 우유통. 특히 우유는 인도식 차를 끓이는데 필요한 원료여서 매일 아침 마을 주민들과 아낙네들이라면 꼭 구해야 할 필수 식료품으로 지금도 인도에는 동네마다 손으로 손수 매일 아침 우유을 짜서 우유를 붓고 요구르트를 제조하는 유제공들이 있다. 수보드 굽타 (Subodh Gupta), 『소 두마리 (Two Cows) 』 2003-08년, Photo: Ravi Ranjan.

인도 서민들이 사는 동네와 골목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자전거와 우유통. 특히 우유는 인도식 차를 끓이는데 필요한 원료여서 매일 아침 마을 주민들과 아낙네들이라면 꼭 구해야 할 필수 식료품으로 지금도 인도에는 동네마다 손으로 손수 매일 아침 우유을 짜서 우유를 부어 팔고 요구르트(커드)를 제조하는 유제공들이 있다. 수보드 굽타 (Subodh Gupta), 『소 두마리 (Two Cows) 』 2003-08년, Photo: Ravi Ranjan.

수보드 굽타 유럽 회고전에 비친 글로벌 시대 속 인도의 오늘

SUBODH GUPTA – EVERYTHING IS INSIDE

인도 현대미술의 데미언 허스트’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며 전세계 현대미술시장과 현대미술 전시장 곳곳을 동시다발로 누비며 최고 줏가를 올리고 있는 수보드 굽타(Subodh Gupta, 1964년 생). 인도 북동부에서 태어나 뉴델리서 미술공부를 한 후 미술계에 데뷔한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 그는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MMK Frankfurt)에서 유럽 최초로 가지는 개인 중간점검 회고전 『수보드 굽타: 모든 것은 안쪽에 (Everything is Inside)』 전에서 조각, 설치, 회화, 비디오, 퍼포먼스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어 가며 여태까지 그가 가졌던 전시들 중에서 가장 종합적인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수보드 굽타 (Subodh Gupta) 『계절 (Season)』, 2013년,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전시장내 설치작 광경 Photo: Axel Schneider © MMK Frankfurt.

망고는 인도의 국가 과일이며, 이 나라에는 손재주가 뛰어난 수공인들이 일반인들의 옷을 만들고 수선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전통적 생산구조가 여전히 지배적이다. 수보드 굽타 (Subodh Gupta) 『계절 (Season)』, 2013년,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전시장내 설치작 광경 Photo: Axel Schneider © MMK Frankfurt.

“수보드 굽타는 현재 인도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미술가중 한 사람이다. 인도의 과거와 국제사회 속의 현실을 포착해 작품화 한다. 글로벌화와 근대화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인도의 일상적 풍경과 아직도 변치않고 인도인들의 문화를 지배하는 전통과 종교에 대해서 보여준다. 글로벌화된 맥락 속에서 로컬(local)적으로 발생하는 쟁점들을 통해서 인류 보편적인 가치관과 상징을 표현하는 것이 그의 작업의 촛점”이라고 이 전시의 기획진은 이 인도 출신의 현대미술계 수퍼스타를 한 마디로 응축한다.

사실 이번 수보드 굽타의 『Everything is Inside』 전은 유럽 큐레이터의 시점에서 새롭게 기획된 굽타의 개인전은 아니다. 작년 뉴델리 국립 근현대 미술 갤러리(National Gallery of Modern Art in New Delhi)에서 열렸던 그의 개인전을 프랑크푸르트 근현대 미술관으로 고스란히 옮겨와 재현한 순회전이다. 초기 시절부터 작가는 소똥, 진흙, 인도삼(황마), 동, 대리석, 스텐레스 철제품 같이 인도의 전통 문화 속에 널려있는 일상적 재료를 활용해 아티스트 개인적, 가족적, 영혼적 기억과 가치관이 반영된 설치작을 주로 만들었다. 미술시장 내에서의 높은 인기와 수퍼스타 유명인을 방불케하는 세속적 성공 때문에 ‘인도의 데이먼 허스트’라고 불리지만, 자연재료나 주변에서 흔히 발결되는 값싼 레디메이드를 주소재로 활용하여 모국 인도의 전통 가치관을 환기시키는 그의 수법은 인도풍 ‘아르테 포베라’주의에 더 가까워 보인다.

평범한 일상용품 속에 담긴 수많은 개인들의  집단 영혼 

MMK 미술관 1층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가장 우선 눈에 띄는 작품은  『이것은 분수가 아니다(This Is Not a Fountain)』 (2011-2013년). 굽타가 수 년에 걸쳐서 개인적으로 수집한 오래되고 낡은 접시들을 모아 정리정돈시켜 구성한 설치작은 수북이 쌓인 고물 접시와 솥 사이사이로 솟아 있는 수도꼭지들이 이따금씩 물을 내뿜어 쌓인 먼지나 오물을 씻어 내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늘 사용하는 값싸고 흔한 주방용 솥가지, 식탁용 용기와 접시들은 익명의 다수의 손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져 싸게 팔리고 적당히 쓰이다가 버려지지만, 이를 사용하는 그 수많은 익명의 개인들은 이 식기와 용기에 담길 음식을 만들고 담긴 음식을 먹고 자양을 받아 생활로 돌입해 활기차게 일생을 살아나가지 않는가. 이 값싸고 흔해빠진 일용품은 우리 개인들이 일상의 전투 속에서 싸워나가며 하루하루 생존해 갈 수 있게 돕는 실은 너무도 소중한 소품들이 아니던가.

흙과 동물의 영혼이 인간에게 주는 정신적 평온

수보드 굽타 (Subodh Gupta) 『이것은 분수가 아니다 (This is not a Fountain)』 2011 - 2013년. Photo: Axel Schneider © MMK Frankfurt.

수보드 굽타 (Subodh Gupta) 『이것은 분수가 아니다 (This is not a Fountain)』 2011 – 2013년. Photo: Axel Schneider © MMK Frankfurt.

보다 일찍인 1999년부터 굽타는 인도에서 전통적으로 오늘날까지 건축자재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진흙을 미술 재료로 활용해 왔다. 『순수 제1번 (Pure I)』 (1999-2014년)은 인도 건축 전통과 인도 공동체가 함께 버무려져 탄생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뉴델리서 작업을 시작했던 작가는 1990년대 말 델리 교외 지역에 나가 지역 농부들과 토론 끝에 인도 농부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건축 재료들에 대해 배웠다. 예나지금이나 인도의 농부들은 진흙에 소의 똥을 섞어 만든 혼합물을 집 짓는데에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힌두교가 말하는 소의 신성함과 숨쉬는 천연 진흙 소재의 지혜가 담긴 전통적∙영혼적 철학을 대변하기도 한다.

다시 한 번 이 전시에서 수보드 굽타는 그의 미술의 주제를 요리와 음식이라는 주제를 촛점으로 해 환기시킨다. 음식을 섭취해야 살아나갈 수 있다는 기본적인 생명체의 생물학적 전제를 강조하는 것을 넘어 서서, 음식 문화란 복잡다단한 문화적∙사회적 산물이며 재생산 메커니즘이다. 제아무리 급속한 경제발전과 글로벌화가 시시각각 치열하게 벌어지는 저 바깥 세상이 있다 할지언정, 각 문화권에 속한 인간들은 자기네가 속해 있는 로컬 문화권 안에서 계속되는 독특한 음식을 직접 요리하고 섭취하여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육체적∙영혼적 자양분을 비축한 후 정신과 영혼을 다시 가다듬고는 다시 생의 전쟁터로 돌진하는 법이다.

요리하고 음(飮)과 식(食)의 인간적 보편성

수보드 굽타 (Subodh Gupta) 『나의 가족 초상 (My Family Portrait)』 2013년. Photo: Axel Schneider © MMK Frankfurt.

수보드 굽타 (Subodh Gupta) 『나의 가족 초상 (My Family Portrait)』 2013년. Photo: Axel Schneider © MMK Frankfurt.

글로벌 시대, 전세계 구석구석 인간의 운명은 그의 설치작  『한 배에 탄 신세(All in the Same Boat)』(2012-13년) 가 말하려는듯 결국 인류의 큰 역사적 대세는 각자의 다양함 속에서도 인류보편적 조건(condition)에 따라 작동하게 마련이다. 음식 만큼 인간의 육신과 정신을 개방시키고 동요시키는데 유효한 수단이 어디 또 있을까? 이번 전시에서 아티스트와 이 전시를 기획한 제르마노 첼란트(Germano Celant) 큐레이터 두 사람은 이 전시가 유럽에서 가지는 대규모 개인전이라는 점에 착안해 현대미술의 정치외교적 기능을 부각시키려 했을 것이란 짐작도 든다. 일찍이 2012년에 태국의 현대작가 리르크릿 티라와닛(Rirkrit Tiravanija)이 뉴욕 303 갤러리(303 Gallery New York)와 뉴욕 근대미술관(모마, MoMA)에서 연 『미술 경험 요리하기 (Rirkrit Tiravanija – Cooking Up an Art Experience)』 퍼포먼스 전에서 전시 관람을 온 관객들에게 태국식 커리를 선사하는 행위를 펼쳐 미술, 요리, 환대문화, 문화외교를 한데 버무린 문화 엔지니어링 실험을 연상시킬 만한 미술과 외교의 접목 시도로 보인다.

브릭(BRIC) 국가의 하나로 인정받으며 전에 없이 급속한 경제도약과 성장을 거듭해 가고 있는 인도에 대한 경제사회 발전상을 미술을 통해서 알린다는 취지하에 힌두교 베딕 전통에 의하면 일주일중 토성(Saturn)에 봉헌하는 날인 토요일을 기념해 이 전시회는 매주 토요일 전시장 내에서 직접 인도 음식을 요리해 관람 관객들에게 무료로 인도음식 시식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신성한 미술전시 공간이 자칫 공짜 음식을 나눠받는 대중오락공간으로 비춰지지 않을까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아무리 신기술과 현대적 신문화가 지배하는 글로벌적 세속 시대일 지언정 인도인들에게 종교적 의례는 일상 생활에서 빼놓고 살아갈 수 없는 정신적 영혼적 기둥이라는 사실을 작가 굽타는 시사하고자 한다.

유럽 최대 규모의 국제공항과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며 은행과 자금 유동이 많아서 일명 ‘방크푸르트(Bankfurt)’로도 불리는 이 금융의 도시에서 인도 미술을 감상한 후 인도 음식을 맛보러 미술관에 가보는 것도 글로벌 시대 여가와 휴일을 교양있고 교육적으로 보내는 한 방법이겠다. 이 전시는 MMK Frankfurt에서 2014년 9월12일부터 2-15년 1월18일까지 계속된다. Images courtesy: MMK Frankf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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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ul Leiter

Taxi, c. 1957 © Saul Leiter /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

Taxi, c. 1957
© Saul Leiter /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

See a mini-magazine on the photography of Saul Leiter  at penccil : SAUL LEITER

솔 라이터의 사진집 보기 penccil : SAUL LEITER

초생달 아래 아랍인들의 삶과 공간

LIVING UNDER THE CRESCENT MOON – Domestic Culture in the Arab World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카스바 (Casbah of Algiers)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인간이 필수 요소들과 욕망에 대한 무한한 감수성이 한 편의 건축물에 온전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 르 코르뷔지에가 아랍 건축과 실내 장식에 대해 언급한 말.

사유, 자기성찰, 명상의 공간으로서의 아랍 건축과 실내 디자인

근대 휴머니즘 건축적 이상과 고결한 영혼성을 건축작품으로 구현했던 20세기 거장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는 일찌기 근동 아랍 세계의 건축에 대한 높은 존경심을 갖고 있어서 그로부터 많은 정신적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발자욱을 따라서 오늘날에도 수많은 건축가들과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아랍권의 문화와 공간 미학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으로 승화시켜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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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타니아 유목민들의 전통 실내 장식. Photo: Deidi von Schaewen.

최근 아랍권 세계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도와 지식이 대중 매체를 통한 이라크 전쟁을 포함한 정치적 사회적 쟁점들로 인해서 가려지고 제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랍 세계의 가정내 문화와 실내 공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랍인들이 수천년 넘게 다듬어 온 공간 철학과 그들만의 명상적이고 자기성찰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하게 된다.

스페인의 이베리안 반도와 닿을듯 말듯 북아프리카의 맨 서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모로코에서부터 지중해를 동쪽으로 가로질러 자리잡고 있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 시리아, 그리고 이웃 아라비안 반도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에도 찬란한 과거를 보낸 아랍 세계의 건축과 실내장식의 미학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투아레그족 (베르베르 (Berber)어를 쓰는 사하라의 이슬람 유목민)이나 베두인 (Bedouin) 유목 방랑자들이 이어왔던 유목민 텐트 건축에서 부터 정착 문명을 이룩한 모로코 원주민들의 카스바에 남아있는 고대식 정착 생활상은 물론이려니와, 마라케시, 다마스쿠스, 카이로 같은 고대 대도시 구석구석에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채 찬란한 자태를 뽐내는 안뜰식 저택 건물들에서 부터 하싼 파디 (Hassan Fathy), 엘리에 무얄 (Elie Mouyal), 압델와헤드 엘-와킬 (Abdelwahed El-Wakil) 등과 같은 20세기 아랍 건축가들의 현대식 건축물들에 이르기까지 아랍세계는 과거와 현대를 가로지며 아랍인들은 물론 전세계 모든이들에게 전통 아랍적 건축적 풍미와 생활 공간의 향취를 발휘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문명과 문화는 과거로부터 빌려 온 것들을 새 시대에 맞는 독특한 양식과 생활 방식에 따라 독자적으로 재창조하여 구축된다. 그리고 아랍 세계에서 고안되고 지어진 그 모든 찬란한 건축적 유산은 이슬람교라는 종교적 신앙에 기초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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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카사블랑카에 있는 모리스 바르사노 빌라 (Villa Maurice Varsano, Casablanca) 1954년. 볼프강 에베르트 (Wolfgang Ewerth) 설계. Photo: Marc Lacroix.

아랍 세계에서 가장 오랜된 건축사적 대작은 예언자 무하마드가 살았다는 기원전 7세기에 재건되었다는 메카 (Mecca) 대신전으로 꼽히는데, 당시 이 건축물의 건설에 응용되었던 고대 그리스식 건축양식과 비잔틴식 돔을 사용하여 유럽으로 전파되었다고 알려진다.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있는 신비의 알함브라 (Alhambra) 궁전은 가공할 만한 육중함을 자랑하는 성벽 외에도 숨을 앗아갈 만큼 장황화려한 세공 기술과 디자인, 공간-빛-물의 절묘한 조화와 응용, 화려한 색상과 배색을 자랑하는 기하학적 패턴의 타일과 벽마감 장식, 정교하게 설계된 정원과 외부로부터 차단된 신비와 환상의 객실 공간이 포함되어 있는 가장 전형적인 이슬람식 건축 및 실내장식의 백미이자 고전 유럽 건축과 조경의 원천적 교과서라고 인정받고 있다.

현대인들은 아랍 문화권의 전통적인 건축 실내 공간과 사적 생활 환경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어 본 현대인들 사이에서 조차도 실제 아랍 문화권의 실내 생활 환경에 대해서 그다지 잘 알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전세계 그 어떤 문화권에 비해서 아랍 세계의 실내 공간은 외부의 이방인들로부터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고 여긴 전통 때문에 매우 사적인 영역 (private sphere)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옛 터어키 오토만 제국시절 술탄의 사적 주거 공간이자 그의 가족과 수많은 아내들과 첩들이 모여 살았다는 하렘 (Harem)*은 외부 환경이나 방문객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외부 세계로부터 철저한 단절과 고립된 공간으로서 19세기 유럽인들의 머리속에 아랍문화의 관능적 신비와 이국주의에 대한 영감을 잔뜩 제공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아랍권 사람들은 건축물과 실내 장식을 통해서 어떤 일상 생활을 발전시켜 왔을까? 그리고 그들이 건축물과 실내 장식에 활용한 장식과 상징과 색상은 어떤 문화적 종교적 이념적 의미와 정체성을 띠고 있을까? 아랍 건축의 황금기는 기원전7세기에 시작된 후 그로부터 천 년이 넘도록 지속되었는데, 그 긴 세월 동안 아랍의 건축과 미술은 고도의 수학적 진보를 반영하는 기하학성과 추상성을 일관적으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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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전통 커피주전자.

이슬람교가 철저한 일신주의를 고집한 신앙이었던 만큼 하늘 아래와 땅 위의 그 어떤 살아있는 동물이나 인간의 형상을 예술로 재현하는 것은 종교적 원칙상 금지되었기 때문에 이슬람 예술가들은 이른바 아라베스크 (Arabesque)로 불리는 엉키고 설킨 난해한 식물 문양과 추상화된 패턴 만을 사용하도록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아랍권에서는 예술과 공예, 예술가와 장인은 동등한 지위를 누렸으며 그로 인해서 목공예, 직조, 상아 조각, 유리 세공, 도자기, 카페트 직조, 금은 세공 등 같은 공예 기술이 고도로 발전했다. 아랍 문화의 건축과 도자기, 직물, 가내용 소도구 등 실내 장식에서 엿보이는 공간 연출법에서 발견되는 고도로 세련된 세공 기술과 정제된 감각성 (sensuality)은 아랍 문화의 예술과 공예의 일치를 가르친 이슬람 신앙에 비롯된 셈이다.

서구의 근대화와 산업화의 물견은 아랍 세계 또한 피할 수 없는 전통의 붕괴와 생활 공간의 급격한 현대화를 경험해 왔다. 그 가운데에서도 이슬람 종교를 신앙과 생활의 기초로 삼아 생활하며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아랍계 사람들에게 건축은 외부 세계로부터의 보호와 방어를 위한 보금자리이며 실내 공간은 초대받지 않은 이방인들에게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사적 공간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동방 세계 아랍인들은자기의 집에 초대되어 방문한 손님을 깍뜻하고 관대하게 대접할 줄 아는 후한 손님맞이 정신을 최고의 덕목으로 꼽고 있으니, 그들의 가정은 ‚허용됨’ 혹은 ‚할랄 (halal)’과 ‚금지의’ 혹은 ‚하람 (haram)’ 사이의 경계 구역이자 외부 세계로부터 가족을 보호해 주는 여유와 재충전의 공간이다. Photos Courtesy : The Vitra Design Museum. From the exhibition『Living under the Crescent Moon : Domestic Culture in the Arab World』2007년 2월23일- 2008년 8월31일까지.

* 카스바 (Casbah 또는 Kasbah)란 알제리 북부 지방의 원주민이 사는 고대 시가지.
* 하렘 (Harem)은 회교권에서 여성들만 모여 살던 규방 또는 이교가 철저히 금지된 성역(聖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