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March 2014

정겨운 곳에 머물고 싶어라.

BOOK REVIEW

창조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제3의 공간’

oldenburg_cover_smThe Great Good Place by Ray Oldenburg

올 초, 뉴욕 퀸즈 플러싱에 있는 한 맥도날드 햄버거 매장에서 한국 노인들이 오래 앉아있는다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는다는 소식이 보도돼 화제가 되었다. 한국의 노인들이 커피 한 잔 또는 감자튀김을 시켜 놓고 두 시간 이상 혹은 하루 종일 매장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다른 손님들의 자리를 빼앗고 따라서 영업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었다.

맥도날드는 시간에 쫓겨 서둘러 끼니를 때우는 ‘패스트 손님’을 원하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다. 만일 뉴욕의 한국 노인들이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마음 편히 앉아서 책이나 신문을 읽거나 친구와 담소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동네 노인정이나 친근한 이웃 찻집 같은 정겨운 공간이 있었더라면 이러한 에피소드가 일어났을까? 2014년 3월17일자 디자인정글에 실린 이 글 계속 읽기 ☞

클레이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작품 『쏟아지는 감자 튀김 (Shoestring Potatoes, Spilling from a Bag))』1966 Canvas filled with kapok, glue and painted with acrylic, 274.3 x 132.1 x 101.6 cm, 1966년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소장, Gift of the T. B. Walker Foundation. Photo: mumok © Claes Oldenburg.

클레이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작품 『쏟아지는 감자 튀김 (Shoestring Potatoes, Spilling from a Bag))』1966 Canvas filled with kapok, glue and painted with acrylic, 274.3 x 132.1 x 101.6 cm, 1966년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소장, Gift of the T. B. Walker Foundation. Photo: mumok © Claes Oldenburg.

책 제목: 『정겨운 곳에 머물고 싶어라 (The Great Good Place – Cafés, Coffee Shops, Bookstores, Bars, Hair Salons and Other Hangouts at the Heart of a Community)』
편집자: 레이 올덴버그 (Ray Oldenburg)
출판사: 다 카포 출판사 (Da Capo Press)
출간년도: 1989, 1997, 1999년
가격: US $17.50

※  작품 이미지 설명: 미국의 조각가 클레이스 올덴버그 (Claes Oldenburg)의 작품 『쏟아지는 감자 튀김 (Shoestring Potatoes, Spilling from a Bag))』1966 Canvas filled with kapok, glue and painted with acrylic, 274.3 x 132.1 x 101.6 cm, 1966년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소장, Gift of the T. B. Walker Foundation. Photo: mumok © Claes Oldenburg.

Marcel Wanders

MARCELWANDERS IS PINNED-UP at Stedelijk. To see his works in Penccil presentation mode, click here. 마르셀 반더스 – 21세기 디자인계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이름중 하나가 된 네덜란드 출신의 중견 디자이너. 그가 과거 25년에 걸쳐 쌓아온 자신의 디자인 커리어를 종합해 총정리한 중간 점검 회고전 『마르셀 반더스: 핀 박히다』展을 암스텔담 스테델릭 미술관에서 올 2월1일부터 초여름인 6월15일까지 연다.

그가 국제 디자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해 실질적인 커리어 브레이크를 맞았던 순간은 그 유명한 「매듭의자」를 선보였던 1996년도. 일찍이 로텔담에서 동료들과 설립한 디자인 자문회사 왁스(Waccs), 네덜란드의 디자인 컬렉티브 드로오그(Droog), 인테리어 디자인 생산업체 모오이(Moooi)와 협동하면서 자국은 물론 해외 디자인 시장에서 더 높은 인지도를 구축했다. 현재는 모오이 사의 창업자 겸 아트디렉터로서 작업활동하고 있다.

1999년 월간『디자인』에 실렸던 박진아와 마르셀 반더스의 인터뷰 기사.

성공한 남자가 사는 법

「플레이보이」 건축 디자인 캠페인

PLAYBOY ARCHITECTURE, 1953-1979

언뜻 보기에 겉으로는 유행에 민감한 현대 남성들과 메트로섹슈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한다고 주장하는 남성잡지들. 하지만 좀 더 깊이 살펴보면 남성지를 만드는 이들은 대다수가 여성 기자들이며, 이 잡지들을 서점 서가나 은행과 관청에 앉아 들춰보는 독자들 또한 여성들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하지만 여성들이 읽는 남성지들의 홍수 속에서도 『플레이보이』는 예나지금이나 변함없이 남성들이 보는 라이프스타일 월간지로 남아있다.

Master Bedroom in the Playboy Townhouse. Architect: R. Donald Jaye, Drawing: Humen Tan, May 1962 Playboy Issue © Playboy Enterprises International, Inc.

Master Bedroom in the Playboy Townhouse. Architect: R. Donald Jaye, Drawing: Humen Tan, May 1962 Playboy Issue © Playboy Enterprises International, Inc.

『플레이보이(Playboy)』誌 – 미국 시카고에서 휴 헤프너가 1953년에 창간한 남성용 월간지가 센터폴드 잡지 즉, 여배우나 여성연예인의 핀업사진이나 누드사진을 담은 ‘여가용’ 매체였던 사실  말고도, 수준높은 심층취재 보도기사, 문화, 픽션 컬럼에 이르기까지 자유분방하면서도 웬간한 문화적 소양도 두루 갖춘 도시 남성을 위한 대중 교양지 였다.

그러한 『플레이보이』지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인 대중의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를 조성하고 유행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성에 관해 여전히 보수적이고 청교도적이던 미국인 대중에게 『플레이보이』 지의 컨텐츠과 컬럼 구성도 당시의 관점에서 보면 그 자체로 파격적이었다. 『플레이보이』 덕택에 이전까지만해도 지하 인쇄물 시장에서 나돌던 저급 도색 이미지들은 유명 사진가들이 연출해 찍어낸 한 단계 수준 높은 센터폴드와 누드예술로 격상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아름답게 연출된 누드 사진들과 나란히 전문 컬럼니스트들이 기고한 정치, 경제, 미술, 음악, 문학에 대한 수준 높은 기고문들, 광고와 사진들을 통해 제시된 새로운 도회적 라이프스타일이 제시되기 시작했으니 『플레이보이』는 대중에게 프리섹스를 도회적이고 세련된 것이라 재프레이밍(re-framing)시키고 저급한 도색잡지를 격조있고 세련된 도시문화 지침서로 격상시킨 그야말로 대중매체업계의 최전선 개척자였다.

Tulip Chair for Knoll International, 1956 Eero Saarinen, “Playboy’s Playmate of the Month” December 1964 Playboy Issue © Playboy Enterprises International, Inc.

Tulip Chair for Knoll International, 1956 Eero Saarinen, “Playboy’s Playmate of the Month” December 1964 Playboy Issue © Playboy Enterprises International, Inc.

『플레이보이』지는 일찍이 창간되던 해인 1953년부터 당대로는 가장 앞선 아방가르드 건축과 디자인을 특별 컬럼을 통해서 1970년대 말까지 30년 가까이 홍보하기 시작해 다른 매체들보다 앞선 건축과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했다.

특히 이 잡지가 아방가르드 건축과 디자인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파할 수 있기까지엔 아름다운 여성 모델들을 에로틱 사진 기술과 접목해 활용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창간호부터 이 잡지를 한 페이지씩 훑다보면 당시 여타 경쟁 매체에서는 아직 보지 못한 한결 앞선 미래지향적 건축 디자인 미학이 일찍부터 소개되기 시작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예컨대, 모셰 사프디의 건축 아이콘 하비탯 67 복합단지(Habitat 67 complex)라든가 벅민스터 펄러(Buckminster Fuller)가 제시했던 유토피아적 건축 비젼이 담긴 기사는 대표적이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도 이론적으로 깊이 있는 심층 인터뷰와 사진 촬영에 응해 이 잡지를 통해서 대중독자들에게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찰스 이임즈, 에에로 사아리넨, 해리 베르토이아가 디자인한 시크한 의자 위에 아름다운 굴곡의 몸매를 하고 환한 미소와 매혹적 눈길을 던지는 플레이메이트 모델들이 포즈를 취한 사진들은 보는이의 주의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Playboy Pad-Pleasure on the Rocks Architect: John Lautner, November 1971 Playboy Issue, p. 154 © Playboy Enterprises International, Inc.

Playboy Pad-Pleasure on the Rocks Architect: John Lautner, November 1971 Playboy Issue, p. 154 © Playboy Enterprises International, Inc.

『플레이보이』지는 이 잡지를 이리저리 들춰볼 남성독자에게 때론 매혹적으로 때론 은근하게 또 때론 과감한 사진 이미지들과 지성적인 기고문 사이사이로 이렇게 자극한다. – ‘주중 직장에서 바쁘게 일하고 돌아온 당신은 어떻게 멋지게 자신만의 독신 아파트를 꾸밀 것인가.’

또 ‘당신은 주말을 보낼 별장은 어떻게 짓고 어떤 가구와 악세서리로 실내를 장식해 애인과 친구들을 반길 것인가.’ 지금은 독신일지언정 언젠가 맘에 드는 여자친구를 자기의 초호화 펜트하우스 아파트로 초대해 오고 싶은 플레이보이든 아니면 결혼을 염두해 두고 최선의 신부감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총각이든 성공한 남자로 보이고 싶은 남성에게 이 모두 당연 솔깃한 관심사다.

이렇게 해서 독신 아파트에서 사는 ‘디자인 감각을 지닌 총각’들은 드디어 집안 실내장식은 여성만의 영역이라고 여겨져 온 당시까지의 고정관념을 깨고 다가올 1980년대 포스토모던 시대의 새로운 남성상을 제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플레이보이 건축, 1953-1979년』전은 프린스턴대 출신 건축사학자 베아트리즈 콜로미나(Beatriz Colomina)가 기획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 자리한 독일 건축 박물관(DAM-Deutsches Architekturmuseum)에서 2014년 2월15일부터 4월 20일까지 전시된다.

Photos courtesy: Deutsches Architekturmuseum Frankfurt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