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September 2012

2012년 TEFAF 마스트리히트 유럽 파인아츠 페어

TEFAF MAASTRICHT  THE EUROPEAN FINE ART FAIR 2012

1993년 발효되어 유럽연합과 유로 공동화폐제가 제정된 마스트리히트 조약 보다 네덜란드의 작은 고도시 마스트리히트를 유명한 연례 문화행선지로 만들어준 효자는 또 있다. 바로 TEFAF 유럽 미술 재단(The European Fine Art Foundation) 박람회가 그것이다. 일찍이 1970년대에 설립된 두 전신인 픽투라 파인 아트 페어와 앤티크 마스트리히트 골동미술 박람회를 통합하여 1988년에 처음 발족되었다. 당시만해도 독일어권, 벨기에, 네덜란드의 컬렉터를 주고객으로 삼은 지엽적 수준의 행사였으나 90년대 이후로 급격히 범유럽화와 글로벌화되며 급성장해 올해로 설립 25주년 특별 기념회(silver jubilee)를 맞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네덜란드의 문화 고도시 마스트리히트에서 3월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 동안 막을 올려고 전세계에서 모여든 미술애호가들과 갑부 컬렉터들을 맞이했다. 예년에 비해 유독 해외 참가자들이 많았던 올해, 마스트리히트에서 가장 가까운 첫 해외 관문인 독일 아헨-마스트리히트 공항에서는 올해 이 행사 방문객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평소보다 360편 더 많은 항공편을 추가로 관제했다고 보고했고, 이 도시 시내는 물론 인근 교외 호텔과 레스토랑들까지 총동원되어 전세계서 찾아온 미술컬렉터 손님맞이에 돌진했다.

전세계 미술계에서 내노라하는 박물관 및 미술관 인사들은 물론 미술 학자와 평론가들이 매년 3월이면 TEFAF로 몰려들어 그 해의 미술시장을 세심히 관찰하고 미술품 거래 트랜드를 형성하고 돌아간다. 고전 미술부터 최신 21세기 현대미술, 공예와 디자인, 그림과 조각품, 오뜨 장신구, 고서적 약 30만여점이 총마라된 문자 그대로 ‘미술 페어의 정수(精髓)’다.

주도면밀한 운영으로 정평이 나있는 TEFAF 마스트리히 조직위원회가 매년 행사에 맞춰서 발표하는 각종 공식 자료와 통계치 보고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교계 내 흥미로운 읽을거리로 회자된다. 예컨대 오프닝 전날인 프리뷰 파티와 본행사 기간 동안 TEFAF 행사장을 찾은 올해 방문관객들은 샴페인 1만5천 잔, 포도주 3만1천 잔, 커피 7만5천 잔, 다과류 1만개, 샌드위치 5만개, 그리고 생굴 1만1천개를 소비했다고 집계됐다. 이 행사 동안 동원된 장내 요리사로 5백여병, 서빙스태프 2천3백명에 이르러서 요식업계의 번개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자랑한다.

또 TEFAF 페어는 고급스럽고 세심하게 설계된 페어장 디스플레이 디자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디자이너 톰 포스트마(Tom Postma)의 지휘 하에 매년 색다른 인테리어로 재탄생하는 페어장은 언제나 고전적이면서도 화려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예년과 다름없이 올해도 봄 기운을 가득 선사하며 행사장 입구에서 관객을 반겼던 대형 꽃밭에는 철장미 3만3천 송이, 카페와 통로를 장식한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프랑스산 튤립꽃 4만 5백 송이, 목련·매화 꽃가지 4천5백대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페어 조직위원회 측은 일단 매해 참가화랑업자들과 출품작들이 선정된 후 행사 시작 약 한 달전 경부터 전시장 디자인과 전시공간 건설작업에 들어간다. 페어장 건설에 투입되는 남녀 인부들의 수는 220명, 특히 행사 오프닝 직전 사나흘 동안 건설 및 인테리어 인부들과 조직위원회의 운영직원들 20여명이 24시간 교대로 막바지 마무리 밤샘작업에 임하느라 들이킨 커피는 3만 잔, 설탕은 2백5십 킬로그램에 이른다는 재미있는 수치도 남아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TEFAF가 세계 최고의 미술 및 골동미술 박람회로서의 저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그 어떤 행사보다도 우월한 컨텐츠 즉, 출품되는 미술품들의 높은 수준과 믿을수 있는 진품성이다. 한 번 본 사람은 미술품을 볼줄 아는 높은 안목을 키우게 되는 살아있는 교육장이기도 하다. 미술계 인사이더들이 TEFAF 마스트리히 미술 페어를 가리켜서 일명 ‘소장품을 내다 파는 박물관’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이유도 바로 그래서일 것이다.

전세계 18개국에서 초대되어 온 260여 골동품 딜러와 화랑업자들의 엄선된 작품 목록은 행사 개막 수 개월 전부터 국제적인 감정전문가들의 엄격한 진품감정 과정을 거친다. 특히 올 행사를 위해 초대되어 온 감정전문 위원들의 수는 175명에 이르른 것으로 보고된다. 자연히 믿고 찾아 미술품 쇼핑을 오는 컬렉터들의 기대 수준은 매우 높고, 참여한 화랑업자들의 매출 실적 또한 우수하다. 전시자들은 부스 스탠드 임대료로 1평방미터당 330유로를 지불하는데, 이는 동급의 여타 고미술 박람회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어서 전시 참여 화랑업자들에게 TEFAF는 일석이조격으로 매력적인 행사라고 화랑업자들은 입을 모은다.

고미술과 골동품 시장으로 출발한 행사이니만큼 고전미술부는 TEFAF 행사장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바로크 거장 화가 피터 폴 루벤스가 그린 <헨리 8세 영국왕> 초상화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쥬세페 아르침볼도가 과일로 구성한 남성 초상화를 포함한 고전 명회화 작품들은 이미 공식 오프닝 이전에 익명의 개인 유럽 컬렉터들이 사갔다고 전해진다.

올해가 25주년 기념이어서일까? 올해는 미국과 유럽에서 온 컬렉터들 덕분에 유독 은제 수공예품이 좋은 실적을 올렸다고 보고된다. 올 행사에서는 쟌마리아 부첼라니의 은세공 오뜨 조알레리가 각광받았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은도공 코르넬리스 반 데르 부르크가 제작한 호화 접시나, 18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은도공 폴 드 라메리의 은제품도 귀금속 예술에 조예있는 컬렉터들에게는 영원한 고전이다.

고전미술과 골동미술품을 사가는 고객에 대한 구입자 명의와 낙찰가격은 비밀스럽게 관리되는 반면에, 그에 비해서 근현대 미술부 페어장에서는 구매자의 명의와 최종날찰 가격을 둘러싼 각종 루머와 뒷담으로 한결 시끌벅적하고 과시적인 편이다. 근현대 미술에 관심있는 진지한 갑부 미술 컬렉터들은 매년 늦봄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급 미술박람회인 바젤 박람회을 우선으로 찾는다. 그런 그들이 최근들어 새롭게 마스트리히트로 속속 찾아들고 있는 이유는 TEFAF가 아직도 미술시장 곳곳에 틈틈히 나돌며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귀한 근현대 미술작품을 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앤토니 마이어 갤러리와 뉴욕 화랑 크리스토브 반 데어 베게 갤러리는 가져온 독일화가 게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작품들을 거의 다 팔아서 높이 쾌재를 불렀다. 특히 마이어 갤러리는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1987년에 그린 풍경화 <작은 거리(Kleine Strasse)>를 이미 행사 공식 오프닝 전날인 귀빈 프리뷰에서 6백6십만 달러(우리돈 약 63억원)에 팔았다고 <뉴욕타임즈> 지가 보도했다. 또 독일 뮌헨의 다니엘 블라우 화랑은 작품당 2만-7만 유로(우리돈 약 3천만원-1억원)하는 앤디 워홀의 드로잉 시리즈들을 거의 다 낙찰시키고 돌아갔다.

그런가하면 진지한 컬렉터라면 한 두 작품씩 갖추고 있다는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Henry Moore)의 대형 흑대리석 조각은 3천5백만 달러(약 4백억원, 란다우 화랑)에, 그리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마릴린 몬로의 빨간입술 모양을 따 디자인한 루비와 진주 브로치가 4만5천 달러(우리돈 약 5천만원)에 딜러제안 가격으로 선보여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 현대미술 시장에서 큰 각광을 받고 있는 인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아니시 카푸르는 한국의 가나 화랑을 통해서 스테인레스 설치미술작을 낙찰시켰다.

TEFAF는 매년 전세계 경제상황과 그에 따라 움직이는 미술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반영하는 유용한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일본 쓰나미 재해에 미술품 매매 세율의 증가법(이전 세율 6%, 개정 세율 19%)으로 인해 연초 유럽의 미술시장 분위기가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다.

올해 TEFAF 조직위원회는 총 공식 발표된 총 거래액이 13억 달러(우리돈 약 1조4천7백억원)라고 발표했다. 2008년 가을의 국제금융위기 이전기와 거의 맞먹는 견실한 매출실적이다. 열흘간 열린 올해 박람회 행사에서 무려 7만2천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TEFAF는 골동미술품과 고전 화가의 회화작품(30%)들이 주거래 품목이었으나, 최근 점점 서양 근현대 미술 분야의 화랑업자들의 진출이 높아져 가고 있는 추세여서 TEFAF 최종매출의 34%(골동미술 34%, 고전회화 30% 대비))를 차지하게 되었다.

TEFAF 재단이 올 행사 결산 보고에 유독 눈여겨 보고 있는 사항은 바로 미술계내 중국 파워의 급부상이다. 중국(2010년에 23%, 2011년에 30%, 세계2위)은 올해부터 미국을 떠밀고 세계에서 가장 큰 글로벌 미술시장이 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에는 러시아, 중국, 홍콩, 싱가포르를 포함한 신흥 경제강국에서 온 개인 바이어들과 컬렉터들의 방문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특히 중국의 경우, 국제경기침체, 증권시장 불안세, 화폐가치 저하에 대비한 자산 헤지의 방편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신흥부유층들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중국미술시장의 붐을 뒷받침한다.

앞으로도 구미와 신흥경제강국의 미술 컬렉터들은 마스트리히트를 찾아 유럽의 고미술품 쇼핑을 하러 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TEFAF는 보다 다양한 국가 출신의 화랑업자들과 딜러들도 참여하는 국제급 행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영국과 미국, 독일, 프랑스가 저마다의 언어권을 시장으로 발판 삼아 고미술 박람회를 개최하는 추세인만큼 TEFAF는 앞으로 적잖은 경쟁에 맞부딛힐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TEFAF 마스트르히트 조직위원회는 올해의 성과를 발판 삼아 한결 국제적인 박람회로 더 성장할 것을 다짐한다. All Photos Courtesy: TEFAF Maastricht. Photo: Harry Heuts.

* 이 글은 <크로노스> 코리아(Chronos Korea) 지 총권 제20호 2012년 5-6월호 216-219쪽에 실렸던 것을 다시 게재하는 것입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살아있는 도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남긴 The Living City 스케치. 1958년.

The Living City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는 모더니즘 건축 디자인의 기초를 설립한 건축사에서 빼놓고 거론할 수 없는 거장의 한 사람이다. 19세기 말엽부터 60년대 바로 직전까지 무려 70년을 건축에만 몸담은채 활동했던 그는 여타 세대의 건축 양식과 건축 디자이너들이 피고지는 것을 목도하며 혁신적인 건축 작품으로 여타 건축인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어 주기도 했다.

생전 이탈리아의 수상도시 베니스에서의 빌딩 건축 프로젝트는 결국 착수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했던 라이트. 생전 미국에서만 활동하며 유럽에서는 단 한 건의 프로젝트도 수행한 적 없는 그의 작품 세계가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더 큰 호응과 존경을 받아 온 사실은 일면 아이러니컬하다. 현재 라이트의 작품세계에 대한 연구와 출판 활동은 유럽에서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으며,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도 그의 자품세계 이해 연구와 자료수집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모더니즘 시대의 아이콘”으로 손꼽히는 그의 대표작들 – 로비 하우스(Robie House), 폴링워터(Fallingwater),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비롯한 대표적 작품들의 건축 창작 과정, 관련자료, 모형 및 사진자료 등이 집중적으로 소개되고 있어, 베를린 비트라 뮤지엄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세계에 관한한 유럽에서 열린 가장 종합적인 전시라고 자부하고 있다.

미국 아리조나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1939년에 건축설계 주문자였던 로즈 포슨(Rose Pauson)를 위해 디자인한 로즈 포슨 하우스의 원모습과 스케치. 이 작품은 지어진지 3년후인 1942년에 화재로 거의 파손되어 현재는 아리조나 사막경관과 더불어 화재의 흔적만이 남아있다. 미국 아리조나주 피닉스 오렌지가에 위치. © Vitra Design Museum.

1935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제작한 대형 건축 모형작품 “브로드에이커 시티(Broadacre City)”는 새로운 도시설계도를 제안한 아이디어였으나 끝내 아이디어로 끝난 미완의 설계작. 미국 대도시의 전형적인 도시-교외 이중구조를 깨고 이 둘을 한데 결합한 일종의 이상도시를 꿈꾸었던 건축가의 이념세계를 엿볼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그는 또 19세기 이후부터 가속화된 비효율적이고 인구밀도 높고 비위생적인 도시화 현상의 원인을 자동차의 등장으로 파악한 최초의 근대사회 통찰인이기도 했다.

그에 대한 해법으로 라이트는 농장과 자연림 속에 인간생활에 필수적인 기능과 서비스 구조를 통합한 분산적(decentralized) 생활환경을 설계했으며, 그의 이루어지지 못한 미래 건축 이상주의는 그의 건축인생 말년까지도 수많은 미완의 스케치와 건축 청사진도에 나타나 있음을 이 전시에서는 또 보여준다.

“살아있는 도시”전에 전시되어 있는 건축 모형들은 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중요하게 여기던 9가지 건축요소들을 기초로 재건되어 있다. 모름지기 건축물은 사회적 기능을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는 그의 건축 철학 하에 속하는 건축의 기능적 범주로는 일, 상업, 종교활동, 교육, 예술, 여가활동, 공동체를 위한 자발활동, 거주 등 9가지.

전시는 이들 건축 기증적 범주들을 시간적 흐름 순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으며, 건축 외형 설계 외에도 실내 디자인과 장식을 엿볼 수 있는 실물 설치물과 시각자료들도 전시되어 있다. 건축 외양과 실내 디자인은 일관적인 양식을 지녀야 한다는 라이트의 철학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로이드가 직접 설계 제작한 가구, 정식용 창문과 문틀, 조명기기와 램프, 직물 디자인, 테이블웨어와 식기도구 등이 포함된다.

모더니즘 건축가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살아있는 도시(Frank Lloyd Wright – The Living City” | 전시 장소 : 독일 베를린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Vitra Design Museum Berlin) | 전시 기간 : 2001년 7월 14-10월 14일

 

베르너 판톤의 60년대 디자인

Verner Panton Retrospective

환타지 룸.

세계 최초로 휘청거리는 플라스틱 의자를 디자인해 60년대 가구 디자인의 아이콘을 창조한 덴마크 출신의 전설적인 디자인 베르너 판톤(1926-1998). 그의 디자인 회고전이 빈 황제 가구 박물관(Kaiserliches Hofmobiliendepot)에서 전시중이다.

독일의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이 기획한 이 순회전시에서는 그 유명한 초기작 ‘판톤 의자(Panton Chair)”에서 가장 최근의 “환다지 룸(Phatasy Room)”을 비롯하여 환상적인 이미지와 우아한 곡선이 돋보이는 대표작들을 전시하고 있다.

판톤이 디자인계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기는 50년대 말부터. 판톤의 초기 활동기부터 줄곧 제품의뢰와 생산 판매를 맡아왔던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독일 라인 소재)은 그래서 작가의 거의 전 작품들과 스케치 등을 시기별 제품별로 소장하고 있어 60년대 이후 판톤 디자인의 변천사를 가장 완벽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실내장식과 가구제품 이외에도 작가가 시도한 직물 디자인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서로 동떨어진 아이템으로서가 아니라 실내 디자인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통합적인 전시라는 점이 눈에 띈다.

2차대전 이후 독일의 바우하우스의 아성이 차츰 약해지면서 서구 디자인계에 고개를 들기 시작한 스칸디나비아 가구 및 건축 전통은 60년대와 70년초까지 이어졌다. 유기적인 형상을 연상시키는 기상천외한 형태와 대담한 원색으로 우아한 기능주의를 표방했던 그의 작품은 일견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의 환상주의를 떠 올리기도 한다. 일평생 그는 자유분방한 재미(fun)와 위트를 잃지 않는 강한 실험주의자인 한편으로 지극히 꼼꼼한 체계주의자였던 걸로도 유명하다. 시대별 제품별로 구성된 이 전시의 도입부는 판톤의 경력발달사를 고찰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슈피겔 주간지의 직원용 식당 실내 디자인.

덴마크 코펜하겐의 쿤스트아카데미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1950-52년까지 아르네 아콥센(Arne Jacobsen) 디자인 사무실에 일하면서 “개미”의자를 만들었고, 그를 국제적인 디자이너로 만든 “꼬깔 의자 시리즈”를 디자인했다.

이후 프라츠 한센, 루이스 풀센, 토넷, 헤르만 밀러, 비트라, 로열 코펜하겐, 로젠탈 등 유수의 브랜드와 함께 작업했다.

특히 60년대는 판톤의 전 시기 가운데에서 가장 폭발적인 시기였는데 “화분” 램프와 “판톤의자” 독일 론트하임에 있는 레스토랑 “아스토리아” 인테리어 디자인은 그때 작품들이다. 램트 디자인은 감성, 색채, 형태, 체계가 결합한 스칸디나비아적 특성을 가장 잘 대변한 디자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환다지 룸”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는 램프의 조명와 은밀하게 조응하는 직물 디자인과 벽면 장식 디자인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걸로 보이며, 재료로는 에나멜과 종이를 즐겨 사용했다. 판톤의 환상적 기능주의 양식은 90년대의 인체공학적(Ergonomics) 디자인의 유행에 힘입어 다시 한 번 큰 성공을 거둔바 있다.

베르너 판톤(Verner Panton) 디자인 회고전|  2001년 4월 6일-6월 30일까지 | 오스트리아 빈 황제 가구박물관

환경친화적 주택에서 얻는 별장 속의 평화와 휴식

인도 여류 환경 건축가 아누파마 쿤두(Anupama Kundoo)가 사는 집

아누파마 군두, Feel the Ground. Wall House: One to One, 2012. 13th International Architecture Exhibition of la Biennale di Venezia – Common Ground. Photo: Francesco Galli. Courtesy: la Biennale di Venezia.

자연친화적 건축이 가장 현대적인 건축 언뜻 보기에 대체로 간결하고 단조로와 보이는듯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메트로폴리스 한 가운데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쉬크함이 잘 어우러진 집 – 이곳은 인도출신의 환경 건축가인 아누파마 쿤두가 사는 개인 주택으로 그녀가 건축가로서 평소에 지녔던 친환경주의 신념을 한 채의 집에 구현한 건축철학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인도 남동부 지방에 자리해 있는 이곳 타밀 지방의 오로빌 인류 공동체 마을에 자리해 있는 아누파마 쿤두의 집은 이곳 오로빌 내 거주 구역 (residential zone) 곳곳에서 눈에 띄는 여러 개성있고 자연친화적인 개인집과 주거용 건축물들중 하나.

뭄바이에 있는 정글 지대에서 나아 성장했다는 사실 때문에  건축가 쿤두는 일년 내내 습기가 많고  더운 인도땅 기후에서 건강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으면서도 전력이나 수력 같은 천연 에너지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집을 짓는 일에 일찌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환경 건축가 아누파마 쿤두가 봄베이 건축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봄베이에 있는 건축 사무소에서 직장일을 1년 간 하다가 오로빌 주민으로  등록하고 이곳에 정착하기 시작한 해는 1990년도.

오로빌에 온 후로 그녀가 주력한 건축 프로젝트들은 자택 이외에도 이곳 다른 주민들을 위한 개인 주거용 주택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 주택들을 통해서 그녀가 관철하고자 하는 건축가적  사명은 ‘기후에 융통성 있게 반응’하여 ‘주거자가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창조하는 것.

베를린 장막이 걷히고 난 직전인 1990년대 전반기,  건축 재건붐이 잔뜩 일던 독일 베를린으로 가서 역사적 건축물 및 공공 기념물의 재건 및 보건일을 하는 동안 쿤두에게는 고금의 건축물에 대한 통찰과 새로운 건축디자인 트렌드를 목도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인도 전통 건축의 장점과 현대적인 활용 가능성을 재차 깨닫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

쿤두의 집이 현대적인 건축 트렌드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세련된 감각이 엿보이는 것도 쿤두의 그같은 유럽에서의 경험이 우러나온 결과인지도 모른다. 친환경적인 건축 재료, 고에너지 효율성, 상하수도 및 쓰레기 처리 시설,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숨쉬는 건축이라는 3대 핵심 건축 철학 외에도 아누파마 쿤두가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여기는 건축적 요소는 도시에서든 자연외곽에서든 주변 환경과 무관하게 주택으로서의 손색없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주거 공간이 되는 것이다.

아누파마 쿤두의 집 어떻게 지어졌을까?
자연 환경이 선사하는 특혜를 그대로 살린 심플한 기능 공간 구도가 특징적이다. 깔끔하고 절단력 있게 공간과 공간 사이가 분리되어 있으며 각공간마다는 큼직큼직하고 분명하게 나뉘어 있어서 복잡하게 들고날 문이나 비밀스런 통로 공간도 없다. 긴 장방형 평면도로 굵은 막대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이 집은 천정이 반원형으로 된 아치형으로 나 있다는 것도 특징. 이 길다란 아치형 천정은 특히 더운 여름철 실내 공기가  급속히 더워지지 않게 하고 선선한 공기를 유지토록 하는데 효율적이라고 한다.

공간들은 큼직큼직하게 분할되어 있고 자잘한 장식이나 악세서리 사용을 극도로 제한했다. 다보니 이 집을 들어서는 방문객에게는 언뜻 어디가 집 바깥이고 어디서 부터 실내가 시작되는지 구분이 잘 가지 않게 미묘한 분위기와 동양의 선적인 여유가 느껴지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기본 원칙은 우리네 주거 전통과도 자연스럽게 통하는 데가 있어서, 사시사철 집안으로 들어오는 해의 길이와 일조량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던 우리나라의 한옥집이 예로부터 남향을 바라 보고 지어졌던 것처럼 쿤두의 집 구도는 이곳의 일조량을 조절하여 쾌적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려는 방식이 두드려져 보인다.

집의 아침과 낮시간에 해를 받는 남동부는 원활한 통풍을 촉진하도록 널찍한 빈 공간이 차지한다. 그리고 동북쪽 공간은 주방과 거실 등 일상 생활과 활동이 이루어 지는 기능 공간들이 들어서 있다. 2층 공간에서 1층 지상 공간으로 이어지는 길다랗게 설계된 계단 또한 집안 외진 구석에 고여 있기 쉬운 상층부 더운 공기가 하층부의 신선한 공기로 환기되도록 하는  효과적인 통풍 기능을 한다. 계단 끝에 다다르면 바로 정원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기도 해서 주거자는 언제나 자연과 집 안팎을 오가며 거니는 듯한 감흥을 느낄 수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늑한 휴식 공간으로 후퇴하는 집주인 쿤두는 이 집의 남서부로 나 있는 아늑한 조용한 침실 공간으로 후퇴하여 노을을 바라보면서 심신의 휴식과 재충전을 시간을 갖는다. 이곳에 그녀는 목재로 기둥 형태의 골격을 세우되 틈틈이 빈 공간을 두어 하루 종일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바라볼 수 있고 항상 일정한 일조량이 실내로 들이 비칠수 있게 설계했다.

이곳의 반원형 아치 천정은 햇살이 직접적으로 실내로 들이치지 않게 조절하면서 아치 그림자가 드리워 지는 곳에 그늘을 조성하여 실내 공기를 시원하게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침실 공간은 하늘이 개방된 중간 노천 공간과 야외 정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무더운 여름날 아침과 저녁 시간 그녀는 정원에 있는 작은 연못 겸 풀장 안으로 뛰어 들어  물장난 치며 땀을 식힌다.

남부 인도 지방의 일년 내내 무더운 기후에 적합한 ‘숨쉬는 집’을 짓는데에는 무엇보다 벽과 창문, 천정과 지붕 사이사이로 공간 안팎 두루 통풍이 잘 되도록 탁 트인 공간을 부여하는 것과 목재(특히 이곳 오로빌이 자리해 있는 타밀 나두 지방에서 자생하는 단년생 아카시아 나무), 갈대, 지푸라기, 진흙 등을 이용한 천연 건축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비결이다. 플라스터 미장을 하지 않은채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사방의 벽면들에 사용된 아차카 벽돌은 가로x세로x높이가 각각 18 x 10 x 2.5cm 되는 크기의 이 지방 전통 가옥 건설용 벽돌 규격을 그대로 부활한 것.

뿐만 아니라 요즘 일반 현대식 건축용 벽돌이 시멘트를 굳히기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비해서 이 아차카 벽돌은 강도 유지를 위해서 아주 약간의 시멘트만을 허용하고 나머지를 석회분으로 대체해 섞어 벽돌 반죽을 한 것이어서 건강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벽돌 자체의 통풍성도 향상시키는 기능을 더해 주었다고 한다.

흔히 고급 주택 장식에 즐겨 활용되는 세라믹 소재나 타일 등은 여간해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천연 건축 재료들 보다 가격이 비싸서이기도 하지만 쿤두의 집이 필요로 하는 미적 통일감과 기능성을 고려했을 때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기도 하다. 반들반들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위해 타일이 즐겨 사용되는 욕실에서 조차도 쿤두는 타일 대신에 구하기 쉬운 무광택 화강석을 큼직큼직하게 깔아서 타일 사이사이로 끼는 물때나 젓은 욕실 바닥에서의 미끄러짐 사고에 대한 걱정을 근본부터 없애 버렸다고 자랑한다.

현대적인 건축물에 즐겨 사용되는 철제와 콘크리트 재료의 사용를 가능한한 억제한다는 자연주의 건축 철학도 한 몫을 한다. 쿤두의 집에서 사용하는 일체의 전기와 온수 등 에너지원은 태양열 발전기로 부터 조달받는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 신체와 영혼의 균형, 자연친화적 미학이 더 없이 중요해 지는 요즘, 아누파마 쿤두의 건축 세계는 미래 건축을 시사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