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June 2006

존 포슨의 초미니멀리즘이 빚어 내는 영혼적 풍요

MINIMUM IS MAXIMUM –  John Paw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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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Pawson – Plain Space』런던 디자인 뮤지엄 설치 광경 (Design Museum). Photo © Gilbert McCarragher.

“미니멀리즘은 복잡한 사고에 대한 단순한 표현”이라고 1970년대의 미니멀리즘 조각가 도널드 져드 (Donald Judd)는 논평한 적이 있다. 또 그런가 하면 네덜란드 출신의 현대 건축계의 수퍼스타 렘 콜하스 (Rem Koolhaas)는 “미니멀함은 변장한 맥시멀함이다”라고 풍자적으로 비꼰 적이 있기도 하다.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미스 반 데어 로헤와 벅민스터 펄러(Buckminster Fuller)의 건축 원리는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 (Robert Browning)이 “Less is More”라고 표현한 한 싯구절에 기초한 것이었다. 다원화된 사회와 문화 속에서 다양한 의미와 기호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의 생활을 한 편의 단순 간결한 미니멀풍 인테리어만큼 더 잘 일목요연하게 표현해 주는 것이 또 있을까?

올해 56세된 영국 출신의 존 포슨 (John Pawson, 1949년 영국 핼리팩스 생)은  오늘날 가장 엄격하고 절제된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실현하는 건축 디자이너로 불린다. 뉴욕의 칼빈 클라인 본점(1995년), 홍콩 쳅랍콕 신공항 내 캐세이 퍼시픽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1998년)의 설계를 담당하고, 이어 2002년 체코에 노비 드부르 (Novy Dvur) 시토 수도회 수도원과을 설계하여 극도로  미니멀한 스타일로 화재를 모았던 그는 작년, 렘 콜하스가 이끄는 OMA  건축 사무소나 EMTB 같은 막강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영국의 저명한 현대 건축 및 디자인 전문지인 『블루프린트 (Blueprint)}』가 선정한 최우수 건축가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으면서 본격적으로 스타급 건축 디자이너 대열에 오른 셈이 되었다.

2004년 봄  포슨의 설계로 개장한 영국 막스 앤 스펜서 백화점 라이프스토어 (Marks & Spencer  Lifestore) 게이츠헤드 지점은  매출 부진을 이유로 비록 개장한지 11개월 만에 폐장을 맞는 불운을 맞았지만, 적어도 건축 실내 디자인의 측면에서는 그의 극도의 초미니멀리즘 (über-minimalism)이 쿨 (cool)과 시크 (chic)가 결합된 세련미로 승화된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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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Pawson – Plain Space』런던 디자인 뮤지엄 설치 광경 (Design Museum). Photo © Gilbert McCarragher.

그런가 하면 작년인 200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어마어마한 예산과 19인의 국제적 명성의 스타 건축 디자이너들이 참여하여 건축계를 놀라게 한 화재의 푸에르타 아메리카 호텔(Puerta America Hotel)에 참여하여 포슨 특유의 시그니쳐 미니멀리즘을 또 한번 선보인 바 있다.

“미니멀리즘을 스타일의 한 유형이라고 보는 것을 그만두고 공간에 대한 사고의 한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영국 『가디언 (The Guardian)』 紙 2004년 4월19일 字 인터뷰)고 말한 건축가 존 포슨은 건축물이란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할 것 없이 건축물 안팎을 점거하는 모든 것의 존재 방식을 물리적으로 표현하는 매개체라고 본다.

가구는 목재, 바닥재는 광택 콘크리트, 벽은 백색 페인트칠을 한 플래스터에 이르기까지 포슨이 즐겨 활용하는 건축 자재도 단순하고 견고한 소재가 주를 이룬다. 일체의 장식성이나 군더더기로 허락하지 않는 그의 건축 세계를 가리켜서 흔히 단순함을 넘은 스파르타적인  엄격함이라고까지 부르기도 하지만 정작 존 포슨은 자신의 건축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고 편안한 공간을 모색한 결과라고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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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쳅랍콕 신공항 내 캐세이 퍼시픽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Cathay Pacific Lounges), 1998년. © John Pawson Ltd.

화려한 장식과 고풍스러운 앤티크 가구가 재차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는 요즘, 모더니즘 디자인 철학에 기반한 포슨의 미니멀리즘은 흔히 금욕, 절제, 냉정이 감도는 자기부정적 인 피폐의 미학인양 비난 받곤 한다. 그러나 20세기 심리학자 빅토르 프랭클 (Viktor Frank)은  자신의 2차 세계 대전중 나치 포로 수용소 경험을 서술한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물리적인 피폐는 놀라운 영혼의 풍요를 불러온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건축도 공간에 대한 사색과 안락은 시각적인 명료함 (clarity)에서 비롯된다고 포슨은 주장한다. 그 어떤 군더더기나 불필요한 요소가 없이 대형 유리 벽유리창을 통해 탁 트인 공간 속에 들이치는 천연광이 연출하는 공간은 인간의 몸과 마음과 영혼에 편안과 풍요를 안겨준다. 고된 육체 노동과 엄격한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시토 수도회의 수도승들에게  포슨이 재설계한 체코 노비 드부르  수도원은 그런 점에서 극도로 절제된 물리적 요소들 (bare essential) 속에서 무한한 영혼적 풍요와 사색을 고무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에 충분하다.

새로운 자체를 위한 혁신성과 시선집중 자체를 겨냥한 일시적 충격효과에 편향된 시각성이 현대인들의 공간과 시각 환경을 혼동시키는 지금, 미니멀리즘과 영혼주의가 만나는 존 포슨의 공간 미학은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초월하는 고요와 절제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 이 글은 본래 LG화학 사보 『공간사랑』 지 2006년 6월호에 실렸던 글을 다시 게재하는 것임을 밝혀둡니다.

 

 

레이먼드 로위의 “마야 단계”

RAYMOND LOEWY’S BALANCING ACT: MAYA – Most Advanced Yet Acceptable

레이먼드 로위의 “산업 디자인에 있어서 MAYA 단계”

140여개 회사들, 그것도 그들중 대부분이 1류급 기업체들에 디자인 컨설턴트 역할을 하고 소비자 반응에 긴밀하게 접해 오는 동안에 그 대상이 한 제품군의 모양새에 관한 것이 되었든 매장의 진열, 비누 포장지, 자동차 스타일, 혹은 예인선의 색상에 관한 것이 되었든 내가 부르는 말로 하자면 대중 반응에 대한 일종의 육감 같은 것을 우리는 발전시켜 오게 되었다. 이 단계는 우리가 하는 일 중에서 끊임없이 나를 매료시키는 부분이다. 우리가 바라는 바는 물론 구매 대중에게 과학 연구가 개발하고 기술력이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불해히도 그러한 제품이 언제나 잘 팔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여러차례 반복해서 증명되었다. 개별 제품 (혹은 서비스, 혹은 매장, 또 혹은 패키징 등등) 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소비자의 욕망도가 극한 지점에 다달으는 결정적인 지점이 있는 듯 한데 이것을 충격 지대 shock-zone 라는 명칭으로 불러 보겠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구매 충동은 정체기에 도달하게 되며 때에 따라서는 구매를 거절하는 쪽으로 흐르기도 한다. 이것은 일종에 새로운 것에 대한 매료와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 벌어지는 팽팽한 줄다리기 같은 것이다. 성인 대중 소비자들의 취향이란, 주어진 요구 사항에 대한 제아무리 논리적인 해결책이라 할지라도 그 해결책이 그동안 정상이라고 여겨온 것으로 부터 지나치게 동떨어진 것은 선뜻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다. 다시 말해서, 소비자들은 바로 그 기점을 넘어서지 않는다. 따라서 영리한 산업 디자이너라 함은 매 특정 문제점 마다 충격 지대가 어디인가를 명석하게 파악하고 있는 자가 되겠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자이너는 소위 내가 말하고자 하는 MAYA 단계 즉, 최첨단 제품이면서도 대중 소비자의 수용이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

Raymond Loewy on „The MAYA Stage“ [영어 원문]

Being design consultants to one hundred and forty companies, most of them blue-ribbon corporations, and having been in very close contact with the consumer´s reactions, we have been able to develop what I might call a fifth sense about public acceptance, whether it is the shape of a range, the layout of a store, the wrapper of a soap, the style of a car, or the color of a tugboat. This is the one phase of our profession that fascinates me on end. Our desire is naturally to give the buying public the most advanced product that research can develop and technology can produce. Unfortunately, it has been proved time and time again that such a product does not always sell well. There seems to be for each individual product (or service, or store, or package, etc.) a critical area at which the consumer´s desire for novelty reaches what might call the shock-zone. At that point the urge to buy reaches a plateau, and sometimes evolves into a resistance to buying. It is a sort of tug of war between attraction to the new and fear of the unfamiliar. The adult public´s taste is not necessarily ready to accept the logical solutions to their requirements if this solution implies too vast a departure from what they have been conditioned into accepting as the norm. In other words, they will only go so far. Therefore, the smart industrial designer is the one who has a lucid understanding of where the shock-zone lies in each particular problem. At this point, a design has reached what I call the MAYA (Most Advanced Yet Acceptable) stage.

로위가 디자인한 루센트 멜라민 디너세트. 1956년 출시되었다.

로위가 디자인한 루센트 멜라민 디너세트. 1956년 출시되었다.

어휘 풀이
design consultant 디자인 컨설턴트. 디자인을 기업 이미지와 제품 판매고 향상에 적극 활용할 것을 제창했던 레이먼드 로위는 디자인 컨설턴트라는 비즈니스 지향적 어휘를 최초로 사용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blue-ribbon 1류급의, 최고의. 가터 훈장의 푸른 리본 또는 항해에서 북대서양을 가장 빠른 평균 시속으로 횡단한 배의 돛대에 거는 푸른색의 리본에서 유래하는 형용사
in contact with  ~과(와) 접촉을 유지하다, 마추치다, 늘상 경험하다
consumer’s reactions 소비자의 반응
develop  ~능력 (따위)을 발전시키다
fifth sense  제5감(五感) –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포함한 인간의 5대 기초 감각. 그러나 이 글에서 사용된 문맥에서 볼 때 우리 말의 육감(六感)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써, 오래고 꾸준한 경험에 의해 발달된 직관(intuition),  직감(稙感), 통찰(insight), 인식(perception) 정도로 풀이하면 되겠다.
public acceptance 대중의 호응, 대중의 인정
range 군(群) 상품 라인(line 또는 row)
layout 배열, 배치, 레이아웃
wrapper 포장지
tugboat 예인선, 터그보트
phase 단계, 과정. stage와 동의어
fascinate 매료시키다, 매력을 끌다
on end 계속해서, 연달아서 (continuously)
buying public 구매 대중
advanced 진보된, 발전된, 첨단의, most advanced 최첨단의
time and time again 되풀이하여, 자주 = time and again, = again and again
sell well 잘 팔리다. sell은 ‘(목적어)~를 팔다’로도 쓰이며 이 문맥에서 처럼 sell (well 등과 함께 쓰여서) ‘팔리다, 판매되다’ 등의 의미로도 쓰인다. (예) The new car sells well.
critical 결정적인 (decisive), 중요한, 중대한
novelty 새로움, 참신함, 진기함, 혁신 (innovation)
shock-zone 충격 지대
plateau 정체기, 안정 상태. 보다 지시적인 의미로는 그래프 등의 선의 곡선이 평평한 상태 혹은 산이나 땅이 높고 편평한 곳을 뜻한다.
evolve 서서히 발전하다, 진화하다. (비교) Revolve (Revolution 순환, 회전, 발전하다)에 비해서 훨씬 늦게 발전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resistance 저항, 반감, 거절, 거부 resistance to ~ 명사 또는 동명사
tug of war 줄다리기, 경쟁, 주도권 쟁탈

레이머드 로위가 쓴 책 『아름답지 않은 것은 팔리지 않는다』의 2005년 판 책 표지.  초판은 1951년에 나왔다. 오늘날 산업디자인과 마케팅을 공부하는 학생과 전문가들이라면 꼭 읽어야할 디자인 마케팅 분야의 바이블이 되었다.

레이머드 로위가 쓴 책 『아름답지 않은 것은 팔리지 않는다』에 대한 필립 트레티악(Philippe Tretiak)의 동명의 2005년도 책 표지 『아름답지 않은 것은 팔리지 않는다!』. 로위의 책 초판은 1951년에 나왔으며, 오늘날 산업디자인과 마케팅을 공부하는 학생과 전문가들이라면 꼭 읽어야할 디자인 마케팅 분야의 바이블이 되었다.

attraction of the new 새로운 것에 대한 매료 ≠ fear of the unfamiliar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adult public 성인 대중
taste (인간의 오감과 관련한) 취향, 취미, 기호, 심미안, 센스 (예) have a fine taste in wine 와인에 관한 예리한 일가견
necessarily 이 문장에서 처럼 부정 구문에서 ‘반드시 ~한 것은 아니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solution 해결책. 현대 디자인은 비즈니스 경영학의 영향을 받아서 솔루션 (solution)이라는 용어는 ‘문제 해결 (problem solving)’을 논하는 맥락에서 자주 활용되는 유용한 어휘 표현이다. (예) logical solution – 논리적인 해결책
requirement 요구 사항, 조건
imply 의미하다, 수반하다, 너지시 비추다
departure 이 문맥에서는 이탈, 배반, 정상 궤도 혹은 상식, 습관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be conditioned to/into ~ing  ~한 조건 또는 상태로 제약받다
They will only go so far 그들은 제한된 선 이상을 넘어서지 않는다
lucid 명쾌한, 알기쉬운, 분명한, 명석한
understanding 이해, 파악, 정동

레이먼드 로위 (Raymond Loewy , 1893-1986년)는 프랑스에서 출생하여 공학을 공부하고 제1차 대전 프랑스 군대에 입대했다가 종전 직후 1919년에 뉴욕으로 이민을 가서 일러스트레이션, 백화점 쇼위도 디자인, 광고 분야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1929년에 레이먼드 로위 디자인 디자인 앤 어소시에이츠라는 산업디자인 사무실을 열었다. 50여년 동안에 걸쳐 로위는 펜실바니아 열차, 럭키스트라이크 담배갑 포장, 코카콜라 병, 스카이랩을 비롯해서 이루 헤아리기 어렵도록 많은 제품 및 기업 아이덴티티 및 로고를 제작해 1940-70년대 미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대중소비용품 및 디자인 제품의 대명사가 되었다. 제품 개발의 “Most Advanced Yet Acceptable” 또는 줄여서 “MAYA 단계”를 거론하는 이 글은 로위가 제안하는 제품 디자인을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로써 그의 유명한 자서전인 『아름답지 않은 것은 팔리지 않는다 (Never Leave Well Enough Alone)』(1951년 초판)에서 발췌한 것이다. 레이먼드 로위의 첨단 디자인 마케팅 전략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