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February 2002

최고 품질의 제품이 곧 광고

루치안 베른하르트가 디자인한 보쉬의 자동차용 헤드라이트 광고. 사실적인 형태 묘사와 강렬한 원색과 큼직한 타입페이스가 특징적이다.

초창기부터 60년내까지 보쉬(Bosch) 광고 특별전

“광고는 제품매출의 필수요건”- 보쉬 사보 『Bosch-Zuender』는 이미 1919년, 그래픽 인쇄광고가 기업문화와 매출고에 미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철통처럼 견고하고 오래가는 가전제품 생산제조업체의 대명사 보쉬 (Bosch).

보쉬가 오는날 독일의 전자 제품 브랜드의 대명사로 자리잡기까지에는 이 회사가 100년 넘게 보유해 온 축적된 기술 말고도 시대적 분위기와 문화적 트렌드가 반영된 광고의 역할이 컷음을 지적하는 특별 기획전 『Werbung bei Bosch von den Anfängen bis 1960』이 베를린 독일 기술박물관 (Deutsches Tecknikmuseum Berlin)에서 5월 25일부터 8월 27일까지 계속된다.

독일 슈트트가르트에서 정밀기계와 전자기기 워크숍을 운영하던 창업자 로베르트 보쉬 (Robert Bosch)는 1886년 Robert Bosch GmbH라는 회사명으로 본격적인 전자제품 생산 사업을 시작했다. 보쉬의 최초 성공작은 1887년 급속 점화기. 보쉬기술로 자체 개발한 자석 점화기로서 독일을 비롯한 전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대량 공급하기 시작했다.

1913년에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로 다시 한 번 유명해 졌고, 30년대부터는 냉장고, 라디오, 자동차 라이오를 생산하기 시작, 특히 1932년의 블라우풍크트-라디오 (Blaupunkt-Radio)와 1933년의 보쉬 냉장고는 오늘날 제품 디자인의 고전으로 여겨지는 진품들이 되었다. “기업 아이덴티티”나 “기업 디자인 (corporate design)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기 훨씬 전인 1909년 보쉬는 유겐트스틸 양식으로 작업하는 그래픽 아티스트인 율리우스 클링거 (Julis Klinger)를 고용, 그 유명한 “보쉬-메피스토 (Bosch-Mephisto)” 로고를 탄생시켰다. (메피스토는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율리우스 클링거가 디자인한 급속 점화엔진 선전용 그래픽 광고. 『파우스트』의 붉은 악마 메피스토는 1910년대 보쉬의 로고로 자리잡아 큰 성공을 이루었다.

1920년대는 그래픽 아티스트 루치안 베른하르트 (Lucian Bernhard)와 더불어 보쉬 그래픽 광고의 “대성황기”를 맞았다. 제품 그대로의 사실적 디테일과 외양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예술적 감각이 가미된 색채사용과 타이포그라피가 특징적이다.

1920년대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아르데코 양식의 영향으로 유선형(streamline) 디자인이 지배하는 가운데, 그래픽 디자이너 해리 마이어(Harry Maier)는 ‘운전은 멋진 라이프스타일의 필수품’이라는 이미지를 고취시키는 슬로건과 우아하고 곡선적인 그래픽 광고를 제작했다.

제2차 대전 후 황폐화된 국가를 재건해야했던 50-60년대 독일은 경제 재건이라는 대명제를 반영한 그래픽 광고가 주를 이루었다. 해리 마이어는 텔레비젼의 보급에 발맞추어 TV 스폿광고 그래픽 제작을 맡았고 광고 이미지로 TV 인기 출연자의 얼굴을 이용하기도 해 미스미디어에 의한 광고 판도의 변화를 암시하기 시작했다. 보쉬 제품 광고 80년사 속에 배어있는 사회 문화적 배경을 살펴 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박물관에서 판매중인 전시 카탈로그 (29.80독일 마르크)를 구입.

현대도시의 디즈니화

LEAVE THE CITIES ALONE

관광 즉, 소비로서의 인파의 순환은 근본적으로 이미 진부해진 것을 보러가는 여가활동에 다름 아니다. – 기 드보르

Tourism, human circulation considered as consumption is fundamentally nothing more than the leisure of going to see what has become banal. – Guy Deb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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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팀첸코 (Alexander Timtschenko)작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Wild Wild West)』 1999년. 한 익명의 유럽 도시에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건물 분위기로 지은 주제 공원 거리를 사진으로 담았다.

현대 사회의 대도시들은 관광산업의 희생물로 전락하고 있는가? 현대 도시들은 소비와 유흥의 무덤에 불과한가? 작년 12월부터 개장한 이번 퀸스틀러하우스 (Künstlerhaus)에서의 “사이트 시잉-현대도시의 디즈니화 (Site-seeing: Disneyfication of Cities) “ 전시는 특히 오늘날의 유럽 도시들이 대중관광산업, 유흥, 쇼핑, 나이트라이프 (nightlife)라는 자본주의적 소비현상을 제공하는 디즈 공원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 현상을 진단해 보는데 촛점을 두고 있다.

고풍스런 건축물과 진한 역사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해 보라. 외국어를 쓰며 도시를 두리번거리는 관광객들을 그다지 곱지 않은 눈길로 바라보는 현지인들은 심심찮게 눈에 띈다.  현지인들에게 관광객들은 더 이상 이국적인 손님들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방해하고 싸구려 기념품을 사들고 떠날 소비자들에 불과하다. 유럽의 유명 관광도시들을 거닐다 보면 관광객용 메뉴로 호객행위하는 레스토랑과 기념품 상점들이 집중적으로 개발되있어 흡사 관광객 게토를 맴돌고 있는 듯한 불쾌감까지 경험하기 일쑤다.

한편  자본주의적 경제논리가 발달한 영국이나 독일등지에서는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을 이유로 일부 도시에 대형 숙박시설, 쇼핑몰, 유료 관람 시설 등의 신건축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까지 하다.

그같은 유행을 본따 싱가포르, 홍콩, 일본,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도 도시 개발과 도시 이미지 쇄신 작업에서 어떻게 하면 관광객들에게 잘 팔리는 디즈니형 도시로 만들것을 지향하는 추세이다. “성공적인 도시 설계=잘 꾸며진 디즈니 도시”라는 상업적 소비주의 원칙 때문이다.

전과 달리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대규모 대중 관광 산업의 발달이 관광 대중화의 원인이었다. 덕분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말로만 듣던 전세계의 국제도시와 유서깊은 역사 도시들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여행할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한편 과거의 유산과 흔적을 간직한 역사의 유럽의 고도시들이나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열대섬들은 시도때도 없이 몰려드는 국제 관광객들로 인해 환경의 균형이 파괴되고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상실하는 안따까운 현실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이탈리아 거리 한구석에는 고을 아낙네나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 대신 모자와 운동화차림을 한 관광객들이 지도를 들고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더 자주 눈에 띈다. 파리와 비엔나에서 친한 친구의 초대가 아니고서는 관광객들은 관광객 전용 술집이나 레스토랑에서 정성없이 조리된 식사로 끼니를 때우곤 한다.

그같은 현실 속에서 과연 현대 도시들은 언론이 조작하는 도시 이미지 스테레오타입에서 탈피하고 소비활동의 제공자로 전락하는 추세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전시에서는 이같은 현대사회 현상을 주제삼아 작업하는 13의 유럽출신 미술가 및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 제목 :  사이트시잉 – 현대도시의 디즈니화 | 장소 : 오스트리아 빈 퀸스틀러하우스 | 기간 : 2002년 12월 13일-2003년 2월 9일. Photos courtesy: Künstlerhaus, Wien.

* 이 글은 본래 월간 『디자인』 2002년 3월호에 실렸던 기사를 다시 게재하는 것입니다.